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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Author: 봄은어디
“아, 죄송해요. 차가 갑자기 고장 나서 급히 옆집 차를 빌려 왔거든요. 조금 불편하시겠지만 양해 부탁드려요.”

운전기사는 차에서 뛰어내리더니 혹시라도 거래가 취소될까 봐 노은결의 짐부터 받아들었다.

유하늘은 노은결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냥 이 차로 이동하자는 신호였다.

“한 시간 뒤면 배 타야 하니까 다시 부를 상황은 아닌 것 같아요.”

노은결은 어쩔 수 없이 유하늘과 함께 차에 올랐다.

차 문이 닫히는 순간 기사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였다. 하지만 곧 무표정으로 돌아왔고 시동을 걸어 현장을 벗어났다.

가는 동안 유하늘은 조용히 거리의 풍경을 감상했다.

어릴 적부터 해외에서 자라 송여준과 함께한 이후에야 이 낯선 도시에 돌아와 살게 되었다.

마음 붙일 곳은 아무 데도 없었지만 좋아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아이를 볼 수 있다는 이유로 지난 7년간 이 도시를 수차례 오가며 지냈다.

예전에는 너무 아늑하고 아름다운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냥 따분하고 지루하게 느껴졌다.

마치 송씨 부자 때문에 이 도시에 환상을 갖게 된 것처럼.

이제 마음이 떠났으니 환상도 산산조각이 났다.

이곳은 그녀가 자란 고향의 10분의 1도 못 미쳤다.

한창 생각에 잠긴 와중에 갑자기 누군가 소매를 잡아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돌아보니 노은결이 의심 가득한 표정으로 문자 한 통을 보냈다.

유하늘은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여기 항구로 가는 길이 아닌 것 같은데요? 제가 기억하기로 항구는 남쪽 방향이거든요.]

유하늘의 눈빛이 흔들리더니 곧바로 지도를 켜고 위치를 확인했다.

운전기사는 남정구를 향해 달리고 있었고 항구로 가는 방향과 정반대였다.

그녀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즉시 물었다.

“기사님, 지금 어디로 가는 거예요? 저희 항구로 가서 배 타야 해요.”

운전기사는 그녀의 말을 듣고도 백미러로 힐긋 쳐다만 봤다. 게다가 시선에는 비웃음과 서늘한 기운이 가득했다.

유하늘은 점점 불안해지며 거듭 재촉했다.

“내 말 안 들려요? 차 세워요! 여기서 내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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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말에 민석현은 눈을 가늘게 떴다.“네 휴대폰으로 전화하고 스피커 모드 켜. 수작 부릴 생각 말고. 널 구할 사람은 없다고 했지? 송여준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유하늘은 태연한 얼굴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페이스 아이디로 잠금 해제하고 여전히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척 송여준이 보낸 문자에 재빨리 알파벳 세 개를 보냈다.이 모든 걸 마치는 데 단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때, 민석현이 잔뜩 경계하며 손을 뻗어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챘다.메인 화면에 통화창이 떠 있었다.그제야 콧방귀를 뀌며 다시 휴대폰을 손에 쥐여주었다.“얼른 전화해!”유하늘의 손바닥은 땀으로 흥건했고, 심장이 쿵쾅거렸다.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심장 박동은 점점 빨라졌지만 몸에 아무런 불편함은 없었다.이내 정신을 바짝 차리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유시훈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는 하품하며 말했다.“하늘아, 이 시간에 웬일...”“오빠.”유하늘이 말을 끊으며 고개를 들어 눈앞의 남자를 똑바로 응시했다.“혹시 민석현 기억해? 나 지금 납치당했는데 예전에 논의한 협력 조건에 동의해야만 풀어줄 거래. 제발 살려줘.”민석현의 눈썹이 까딱했다. 쓸데없는 말 빼고 본론만 간결하게 전달하는 모습에 매우 만족하는 듯했다.휴대폰 너머로 침묵이 이어졌다. 유시훈은 숨을 고르더니 자리에서 몸을 벌떡 일으켰다.곧이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장난치지 마. 설마 농담은 아니겠지? 민석현이 널 납치한 거야? 지금은 안전해? 어디 있는데?”민석현은 짜증스럽게 혀를 차더니 전화를 빼앗아 귀에 대고 말했다.“유시훈, 우리 시간 낭비하지 말자. 네 동생 지금 내 손에 있어. 전에 제시한 협력 조건을 받아들이기 전에 살아서 내 영역을 빠져나가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알겠어?”유시훈의 목소리는 대뜸 날카롭게 변했다.“똑똑히 들어! 하늘이 건드리지 마. 내가 지금 해외라고 무사히 빠져나갈 거라는 생각은 버려. 국내 세력도 만만치 않게 있거든? 내 동생 머리카락 하나라도 건드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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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121화

    “아니.”송우주는 깜짝 놀라 고개를 번쩍 들었다. 두 눈이 휘둥그레진 채 유하늘을 바라보았고 잘못 들은 줄 알았다.“엄마,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유하늘은 허리를 숙여 한 글자씩 또박또박 말했다.“그러니까, 그림책 같이 보기 싫다고. 앞으로도 너랑 뭐 안 해. 농담 아니야.”송우주는 멍하니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 나이대의 아이가 느끼기에 이루 형용할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다.이내 당황한 듯 옷자락만 베베 꼬았다.“엄마, 설마 진짜 저 버리는 거예요? 이제 집에 돌아왔잖아요. 제발 이러지 마세요.”“너한테 권아람 엄마가 있는데 굳이 왜 온 거야?”사실 지금 돌아와봤자 이미 늦어버렸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송우주는 급히 고개를 저었다.“아람 이모는 엄마만 못해요. 그, 그 사람은 저랑 아빠를 속였어요. 심장병도 없고, 화가도 아니었어요.”말을 마치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한때 심장병을 앓던 권아람을 걱정하느라 엄마를 소홀히 했던 일을 떠올리자 죄책감이 가슴을 짓눌렀다.유하늘은 그를 조용히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권아람에 대한 모든 일이 거짓이라는 거 몰랐으면 나한테 돌아오는 일도 없었겠지.”“안 그래?”송우주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하늘이 못을 박았다.그리고 비웃음이 섞인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그를 스쳐 지나 자리를 떠났다.“엄마? 엄마!”게다가 송우주의 말은 듣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송우주는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서 어쩔 줄 몰라 눈시울을 붉혔다.집사 최민형이 다가와 그의 팔을 잡으며 말했다.“도련님, 이제 그만 정리하고 주무시죠. 너무 늦었어요.”“저 엄마한테 버림받은 거예요? 절대 용서 안 하신대요?”송우주는 고개를 들어 간절한 눈빛으로 최민형을 바라봤다.최민형이 부드럽게 웃으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럴 리가요. 그래도 모자 사이잖아요. 도련님이 예전에 권아람 씨와 가까이 지낸 거 때문에 속상하셔서 그렇지, 곧 괜찮아질 거예요. 걱정 마세요.”유하늘은 위층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빠짐없이 들었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120화

    마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터질 듯한 예감이 들었다.이내 유하늘과 깍지를 끼며 실제로 눈앞에 존재하는 사람인지 확인하려 했다.“그래? 알았어. 아람이 얘기는 그만하자. 내일 친구랑 만나고 집에 와서 밥 먹으며 대화 좀 나눌까?”유하늘은 송여준을 빤히 쳐다보다가 잠시 후 미소를 살짝 지었다.“좋아.”송여준은 팔을 들어 손목시계를 확인했다.“그럼 난 여론부터 처리할게. 아람이가 노은결 행세를 한 일로 시끄럽더라고. 은결 씨도 이제 억울함 풀었으니까 얼굴 한 번 공개해달라고 해. 그래야 사람들도 잠잠해질 거야.”말을 마치고 조심스레 유하늘의 표정을 살폈다.시종일관 무덤덤했고 화난 기색은 없었다.송여준은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며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집에서 편히 쉬어.”유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곧장 2층으로 올라가 방 안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짐을 바리바리 싸서 캐리어를 몰래 아래층으로 끌고 갔다. 뒷마당 샛길을 지나 차까지 무사히 옮겼다.다시 돌아왔을 때 가방을 메고 거실로 들어서는 송우주를 발견했다.그녀는 멈칫했다.최근에는 대부분 송정희 집에 있거나 권아람과 함께 지내느라 이곳에 돌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다.유하늘은 송우주를 힐긋 보더니 인사도 없이 그를 무시한 채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하지만 그녀를 발견한 송우주가 즉시 입을 열었다.“엄마!”유하늘의 발걸음이 멈추었다.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왜?”송우주는 급히 앞으로 달려가 간절한 눈빛으로 그녀를 올려다보았다.“엄마, 아주머니가 지금 밥하고 있는데 이따 우리 같이 먹어요. 네?”유하늘은 어안이 벙벙했다. 마치 예상이라도 못했다는 듯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왜 갑자기 나랑 밥 먹겠다는 거야?”송우주는 그녀의 소매를 잡아당겼다.“언제 마지막으로 같이 밥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나잖아요. 오늘은 엄마랑 같이 먹고 싶어요, 네?”조금 전, 권아람이 유명

  • 거짓말쟁이의 참회   제11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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