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거짓말쟁이의 참회: Bab 1 - Bab 10

100 Bab

제1화

악성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나는 두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하나는 나와 송여준이 사실은 법적 부부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6년을 키운 내 친아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내 아들은 내가 아닌 다른 여자를 엄마로 삼고 싶어 했다.나는 그제야 비로소 가족들을 버리고 정체를 숨기며 7년 동안 두 사람을 위해 헌신했던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었는지를 깨달았다.나는 매정한 두 사람의 인생에서 완전히 사라지기 위해 세 가지 일을 했다.첫 번째는 결혼 7주년을 기념해 한 달 전 예약해 두었던 레스토랑 예약을 취소하고,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학부모 단톡방에서 나가고, 남편과 아이의 건강을 생각해 가입했던 수십 개의 건강 관리 단톡방에서도 나가는 것이었다.그리고 두 번째는 몸이 오랜 비행을 견딜 수 있도록 의사 선생님에게 연락해 검사를 진행한 뒤 특효약을 처방받는 것이었다.마지막 세 번째는 7년간 연락을 끊고 살다시피 했던 오빠에게 연락해 가족을 떠나 먼 곳에서 결혼생활을 한 것이 너무도 괴로웠다고, 이제 잘못을 깨달았으니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전하는 것이었다....“환자분의 뇌종양은 현재 주변 뇌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상태라 최대한 빨리 결정을 내리셔야 해요.”소독수 냄새로 가득 찬 병원 복도, 의사 선생님이 한 말이 유하늘의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유하늘은 온몸을 덜덜 떨면서 이미 구겨질 대로 구겨진 검사지를 힘주어 꽉 쥐었다.최근 들어 유하늘은 자주 머리가 아프고 속이 울렁거렸으며 이따금 코피를 흘리기도 했다.처음엔 자주 밤을 새워 몸이 허약해져서 생긴 문제인 줄 알았는데 병원을 찾아 정밀 검진을 받아보니 악성 뇌종양이라는 악몽과도 같은 진단을 받았다.의사는 두 가지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한 가지는 수술을 받는 것인데 50%의 확률로 수술에 성공하여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다른 한 가지는 약을 먹으면서 항암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후자를 선택할 경우 머리카락이 전부 빠지게 되지만 수명을 몇 년 연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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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전화 너머로 깜짝 놀란 유시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이혼하겠다고? 갑자기 왜? 송여준이랑 싸웠어?”유하늘은 휴대전화를 꽉 쥐며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니, 그냥 갑자기 힘들어져서. 이젠 여준 씨랑 살기 싫어졌어.”지난 7년간 유하늘은 그에게 연락해서 늘 좋은 일만 전했었다.어쩌면 자신이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송여준이 아무리 차갑게 굴어도, 장난기 많은 아들을 가르치는 것이 아무리 힘들어도 유하늘은 유시훈에게 하소연 한번 한 적이 없었다.그러니 유시훈이 놀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남매라 마음이 통하는 걸까? 유시훈은 유하늘의 말을 듣고 오랫동안 침묵했다. 그는 더 캐묻지 않았다.“그래. 언제 올 거야? 내가 직접 너랑 우주 마중 나갈게.”유하늘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우주는 안 데려갈 거야.”유시훈은 숨을 깊이 들이켰다.“괜찮겠어? 무서워하지 마. 정말 이혼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내가 양육권 가져올 수 있게 도와줄게.”“아니, 됐어. 일 다 처리하고 나면 다시 연락할게.”유시훈이 혹시나 캐물을까 봐 걱정되었던 유하늘은 떨리는 손끝으로 힘주어 전화를 끊었다.그러고는 힘이 빠져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아이가 생긴 뒤로 유하늘은 단 한 번도 송여준과 헤어질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그리고 자신의 마지막 희망까지 박살 낸 사람이 아들이 될 줄도 몰랐다.비록 유시훈에게 이쪽 일을 처리한다고 했지만 사실 딱히 처리할 것도 없었다. 혼인신고 자체가 되어 있지 않으니 말이다.유하늘이 해야 하는 일은 그저 짐을 챙겨 홀연히 떠나는 것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송여준, 송우주와 선을 확실히 그을 수 있었다.유하늘은 정신을 가다듬은 뒤 위층으로 올라가 짐을 정리했다. 그런데 갑자기 방문이 열리면서 송우주가 장난감을 들고 들어왔다.유하늘이 옷을 정리하고 있자 송우주는 놀란 얼굴로 말했다.“엄마, 왜 짐을 정리하고 있어요? 어디 가요?”유하늘은 고개를 돌려 송우주를 바라보았다.분명 그녀가 낳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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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유하늘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리면서 그 사이 항공권을 예약하여 곧장 공항으로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이때 의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하늘 씨, 언제 해외로 가서 항암치료를 받을 예정이죠?”어둑어둑한 가로등 아래, 가녀린 체구의 소유자인 유하늘의 그림자가 아주 길게 드리워졌다.유하늘은 시선을 내려뜨려 자신의 그림자를 바라보았다.“지금 바로 공항으로 가려고요.”의사는 황급히 말렸다.“안 돼요! 유하늘 씨는 뇌종양 때문에 두개 내압이 일반인들과는 달라서 비행기를 타게 되면 위험 요소가 굉장히 많아요. 반드시 미리 검사를 받으셔야 해요.”유하늘은 당황했다.‘이럴 수가...’유하늘은 오늘 밤 잠적할 준비를 마쳤는데 떠날 수가 없었다.의사는 제때 그녀에게 연락해서 다행이라는 듯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내일 병원으로 와서 검진받으세요. 유하늘 씨의 몸 상태로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지 한 번 봐드릴게요.”전화를 끊자 택시가 도착했다.운전기사가 창문을 내렸다.“손님, 타실 거예요?”유하늘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네. 블루문 호텔로 가주세요.”유하늘은 일부러 송여준이 운영하는 호텔이 아닌 다른 호텔을 선택했다. 그리고 호텔에 체크인한 뒤에는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눈을 감은 채 미래를 계획하기 시작했다.비행기를 탈 수 없다면 배를 타는 건 어떨까? 비록 배를 타면 많이 느리겠지만 풍경을 즐길 수 있고 5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을 테니 나쁘지 않았다.유하늘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코가 갑자기 간지러워졌다.유하늘은 피곤함을 견디며 고개를 숙였고 그 순간 욕조 안에 핏물이 떨어져 빨갛게 번져갔다.유하늘은 서둘러 코피를 닦은 뒤 코를 잡고 가만히 있다가 잠시 뒤 자리에서 일어나 자러 갔다.그날 밤 휴대전화는 잠잠했다.어쩌면 송여준은 그녀가 쓴 편지를 읽고 유하늘이 알아서 권아람에게 자리를 양보했다는 사실에 기뻐할지도 몰랐다.유하늘은 침대에 누운 뒤 어느샌가 잠이 들었다.잠에서 깬 뒤 유하늘이 씻고 병원에 가보려고 했는데 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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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유하늘은 창백해진 얼굴로 조용히 송여준을 바라보았다.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자신이 사랑하지 않는 아내를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그녀가 송여준이었어도 난감했을 것이다.송여준은 유하늘과 눈을 맞춘 뒤 낮은 목소리로 천천히 설명했다.“이쪽은 권아람이야. 나랑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송여준은 잠깐 뜸을 들였다.“친구야.”유하늘의 착각일까? 친구라고 말할 때 송여준은 굉장히 어색해했다.유하늘은 몸을 살짝 떨면서 애써 태연한 척했다.“오래전부터 알고 지냈어? 그러면 소꿉친구야?”권아람은 웃으며 말했다.“아니요. 우리는 스무 살 때 알게 됐어요. 그때...”권아람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가리며 우아하게 웃었다.“여준 씨 헤어스타일 진짜 웃겼어요. 가르마가 진짜 대박이었는데 학교에 가면 다들 뒤를 돌아볼 정도였어요.”송여준은 못 말린다는 듯이 말했다.“또 그 얘기를 하는 거야?”“뭐 어때? 나한테 그때 사진도 있는데. 그러니까 나 화나게 하지 마. 나 화나게 하면 우주 엄마한테 그 사진 보여줄 거야!”권아람이 웃으면서 흰 손을 뻗어 송여준의 팔을 툭툭 쳤다.송우주가 달려와 권아람을 안으며 웃으면서 말했다.“아람 이모, 그거 어떤 사진이에요? 저도 볼래요!”그 광경에 유하늘은 마음이 불편해졌다.누구든 그 모습을 보았다면 송우주, 송여준, 권아람을 가족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권아람은 송우주의 보드라운 뺨을 어루만지며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거렸다.“다음에 몰래 보여줄게.”송여준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시선을 돌려 유하늘을 보려고 했으나 유하늘은 바람 한 번 불면 날아갈 것처럼 가녀린 모습으로 돌아서서 그곳을 떠나고 있었다.송여준은 유하늘을 따라잡은 뒤 그녀를 붙잡았다.“왜 그래? 우주 때문에 화가 나서 그래? 내가 타이를게. 저녁에 돌아가면 너한테 사과하게 할게.”유하늘은 입술을 깨물었다.“내가 준 거 봤어?”송여준은 어리둥절해했다.“뭐?”송여준이 편지를 본 것 같지 않자 유하늘은 웃었다.“아무것도 아니야. 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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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유하늘은 문 앞에 서서 말했다.“돌아가면 알게 될 거야. 난 집에 안 갈 거니까 혼자 가.”송여준은 그 말을 듣지 못한 것처럼 그녀의 앞에 신발을 내려놓으면서 그녀를 설득했다.“우주 지금 집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같이 돌아가자.”“우주가 원하는 건 숙제를 같이 해줄 사람이지 내가 아니야. 내가 그동안 우주 숙제를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주가 오늘 밤 찾은 사람은 내가 아니었을 거야.”유하늘은 고개를 돌렸다.“여준 씨는 빨리 가. 난 안 갈 거야.”송여준은 다짜고짜 유하늘의 발목을 움켜쥐고 한쪽 무릎을 꿇었고 그 탓에 그의 정장 바지에 구김살이 생겼다.“우리한테는 네가 필요해.”유하늘은 자조하듯 입꼬리를 올렸다.“나보다는 아람 씨가 더 필요하겠지. 오늘 아람 씨가 학교에 도착하니까 모든 문제가 해결됐잖아. 우주도 아람 씨 말에 잘 따랐고.”송여준의 눈빛이 점차 어두워지더니 피식 웃었다.“그것 때문에 질투한 거야? 아람이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우주 엄마가 될 수는 없어.”“왜 안 돼? 여준 씨가 원하면 되는 일이잖아.”유하늘이 송여준을 밀어냈다.그녀의 말에 송여준의 눈동자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그는 고개를 들어 유하늘을 바라보았다.“그게 무슨 말이야?”유하늘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우리 이혼하는 거 어때? 그리고 여준 씨는 아람 씨랑 결혼하는 거야. 우주는 아람 씨가 키우면 되고.”송여준은 신발을 옆에 내팽개치고 음울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방문 앞, 송여준의 큰 몸이 유하늘을 완전히 가렸다.송여준은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방금 뭐라고 했어? 나랑 이혼하겠다고?”“응. 나보다 아람 씨가 여준 씨 아내, 우주 엄마로 사는 게 더 좋지 않겠어? 그러니까 아람 씨랑 결혼하라고!”유하늘은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그녀는 송여준을 위선적이라고 생각했다.혼인신고도 하지 않았으면서 이혼하기 싫은 척 연기를 하니 말이다.그들은 뭔가 절차를 밟을 필요도 없이 그저 말 한마디만 하면 7년간 이어온 인연을 끊을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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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유하늘은 푹신한 침대 위에 눕게 되었다. 그녀는 송여준을 밀어내기도 전에 그의 우디 향이 가득 느껴지는 품에 안기게 되었다.그것은 유하늘이 가장 좋아하는 향이었다.그녀가 별 뜻 없이 한 말 한마디에 송여준은 그 향수를 무려 7년 동안 썼다.이틀 전이었다면 유하늘은 그들이 부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송여준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절대 믿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지금은 아니었다.“괜찮아. 긴장 풀어.”송여준은 부드럽게 말하며 유하늘의 손에 깍지를 꼈다.손바닥이 서로 맞닿았고 송여준은 유하늘의 목 언저리에 키스마크를 남겼다.그러다 송여준의 뜨거운 손이 등에 닿는 순간, 유하늘은 몸을 흠칫 떨면서 정신이 번쩍 들어 송여준을 힘껏 밀어냈다.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난 뒤 괴로움을 견디며 말했다.“나 몸 안 좋아. 안 하고 싶어.”말을 마친 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간 뒤 방문을 쾅 닫았다.송여준은 눈살을 찌푸린 채 굳게 닫힌 방문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유하늘은 옆방으로 향했다.거실을 지날 때 송우주가 그녀를 불렀으나 유하늘은 대꾸하지 않았다.유하늘은 휴대전화를 들고 떨리는 손으로 SNS를 확인했다. SNS 속 그녀의 가족관계등록부가 그녀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그것은 유하늘이 며칠 전 올린 사진이었는데 거기에 그녀와 송여준의 결혼 7주년 기념일이 적혀 있었다. 유하늘은 9월 9일, 그들이 결혼한 그날을 기억했다. 그날은 아주 뜻깊은 날이었다.그날 유하늘은 송여준과 함께 구청에 혼인신고를 하러 간 뒤 바로 결혼식장으로 달려갔다.그 뒤 홍이수가 그들을 대신하여 가족관계등록부를 수령해서 전달해 주었고 그들에게 축복의 말도 건넸다.유하늘이 올린 게시글 아래 홍이수는 ‘좋아요’를 누르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라는 댓글도 남겼다.이때 권아람은 이미 돌아왔을 것이다.홍이수는 그녀의 가족관계등록부를 보고 유하늘을 바보 같은 여자라고, 7년 동안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다고 비웃었을 것이다.유하늘은 눈시울이 붉어졌지만 억지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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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유하늘의 속눈썹이 떨렸다.조금 전 권아람은 마치 남편에게 아이의 상황을 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말했다.켄다 별장은 유하늘과 송여준이 7년동안 함께 산 곳이었다. 그러나 권아람은 마치 그곳이 자기 집인 것처럼 말했다.그리고 송우주는 유하늘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는지 알면서 아프다는 거짓말로 그녀를 속여 집으로 돌아가게 만들려고 했다.유하늘의 마음은 차갑게 얼어붙었다.송여준의 표정이 굳었다. 그는 자기도 모르게 걱정스럽게 말했다.“하늘아, 아람이가 우리 회사에서 일하는 이유는...”“하늘 씨, 오해하지 마세요. 저는 박수담 비서님 대신해서 잠깐 일하는 것뿐이에요. 박 비서님 집안에 처리해야 할 문제가 생겨서 제가 박 비서님 대신 며칠 동안 여준 씨를 돕기로 했어요.”권아람이 송여준의 말을 가로챘다. 그녀는 유하늘에게 다가가서 살갑게 그녀의 손을 잡았다.“진짜예요. 오해하지 마세요.”“제가 언제 오해했다고 했나요?”유하늘이 그렇게 되물으며 힘껏 손을 빼냈다.권아람의 표정이 살짝 미묘해졌으나 그녀는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아까 우주가 저한테 전화해서 하늘 씨가 집에 돌아가서 우주 숙제하는 거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를 다 풀지 못하면 내일 선생님한테 또 혼나게 될 거라던데... 하늘 씨, 우주 이제 그만 용서해 주시면 안 돼요? 우주 학업도 중요하잖아요...”“그만해. 하늘이 탓하지 마.”송여준이 갑자기 입을 열며 권아람의 말허리를 잘랐다.그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유하늘을 바라보면서 단호히 말했다.“일 그만두는 거는 내일 다시 얘기하자. 오늘은 너무 늦었어. 일단 내가 바래다줄게.”유하늘은 이명을 들었다. 그리고 이제 곧 구역질이 날 것이다.매번 감정이 요동칠 때마다 몸도 반응을 보였다.유하늘은 애써 마음을 가다듬은 뒤 말했다.“내일 다시 올 테니까 사표 수리하는 거 잊지 마.”“하늘아.”송여준이 유하늘을 잡으려고 했다. 그의 손끝이 유하늘이 입은 겉옷을 살짝 스치며 서늘한 기운만 남았다.유하늘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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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권아람은 가슴께를 부여잡고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연약한 모습을 해 보였다.송여준은 곧바로 권아람을 부축했고 그녀의 입술이 핏기 없이 창백한 걸 보고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분부했다.“최 집사님, 운전기사 부르세요.”“아니야. 병원에 안 가봐도 돼.”권아람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마치 큰 괴로움을 견디는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시선을 들어 2층을 바라보았다.2층 구석 쪽에 옷자락이 보였다.권아람은 티 나지 않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여준 씨는 하늘 씨 보러 가봐.”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잠깐 망설였다.송우주가 황급히 말했다.“엄마는 괜찮아요. 엄마는 위가 안 좋아서 토하는 것뿐이에요. 요즘에도 자주 그랬잖아요. 아람 이모, 저랑 아빠가 이모랑 같이 병원에 갈게요!”지난번에 유하늘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을 때 의사 선생님께서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렇다고 한 걸 떠올리고 송여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일단 너부터 병원에 보내줄게.”송여준과 송우주가 한 말이 2층까지 똑똑히 들렸다.유하늘은 속이 점점 더 울렁거렸으나 이번에는 토하지 않았다.그녀는 멀어지는 차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마음의 통증이 생리적인 통증을 이겼다.옆에서 유하늘의 어두운 안색을 본 가정부가 안쓰러운 듯 말했다.“사모님,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은 사모님 남편이에요. 아무도 대표님을 사모님에게서 빼앗을 수 없어요.”유하늘은 덤덤히 웃으며 고개를 돌려 가정부를 바라보았다.“아주머니가 보기에도 곧 제 곁을 떠날 것 같죠?”송여준은 권아람을 걱정했고, 또 유하늘에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꿈에도 몰랐다.이제 곧 죽을 사람이 굳이 꼴 보기 싫게 그의 눈앞에서 알짱거릴 필요는 없었다.유하늘은 송여준의 옆자리를, 심지어 송우주 엄마의 자리까지도 권아람에게 전부 줄 것이다.어차피 송우주도 권아람이 자기 엄마가 되기를 바라니 상관없었다.유하늘은 힘없이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대문을 닫고 돌아온 집사는 그녀가 나가려고 하자 말했다.“사모님, 대표님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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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유하늘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송여준의 고모 송정희였다.송여준의 친구 홍이수는 겉과 속이 다른 사람이었다. 그는 유하늘의 앞에서는 그녀를 형수님이라고 살갑게 부르지만 뒤에서는 그녀를 무시했다. 그러나 홍이수와 반대로 눈앞의 송정희는 예전부터 쭉 대놓고 유하늘을 싫어하면서 그녀를 괴롭혔다.유하늘이 송여준과 결혼한 순간부터 송정희는 단 한 번도 그녀에게 잘해준 적이 없었다.송정희는 수차례 송여준이 없는 자리에서 유하늘에게 그녀는 다른 사람 사이에 끼어든 파렴치한 여자고, 비열한 수단으로 아이를 가져서 송여준이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유도했다고 비난했다.당시 유하늘은 매우 화가 나고 억울했다. 그러나 그녀가 아무리 해명해도 송정희는 한결같이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그런데 송정희가 하필 현재 살아있는 송여준의 유일한 혈육이었기에 유하늘은 그녀를 존중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예전에 유하늘은 송정희가 왜 자꾸 듣기 거북한 말들만 내뱉는지 이해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송정희가 한 말은 전부 사실이었다.송여준과 결혼해서 법적 부부가 된 사람은 유하늘이 아니라 권아람이었고, 송정희의 말대로 유하늘은 송여준과 권아람 사이에 끼어든 사람이었다. 다만 송여준이 그 사실을 무려 7년간 숨겼을 뿐이다.“왜 날 보자마자 꼬리를 말면서 도망치는 거야?”송정희는 팔짱을 끼며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유하늘은 송정희와 싸울 기운이 없어서 차분히 말했다.“아뇨. 아까는 못 봤어요.”송정희는 입을 비죽였다.“흥, 거짓말하지 마! 안색이 많이 안 좋네. 요즘 기분 안 좋니?”유하늘은 송정희가 갑자기 자신을 걱정하자 깜짝 놀랐다. 그런데 바로 다음 순간 송정희가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하긴. 여준이 진짜 아내가 돌아왔으니 이제 네 자리는 없겠지. 이젠 막 똥줄이 타지?”유하늘은 잠시 흠칫하며 고개를 들어 송정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송정희가 그 일을 알고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결국 유하늘은 참지 못하고 송정희에게 물었다.“다 알고 계셨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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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유하늘은 호흡이 가빠지면서 두 손이 덜덜 떨렸다.그런데 이때 하필 송여준이 그녀에게 발신자를 보여주지 않으려는 듯이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났다.“하늘아...”“전화받아.”유하늘은 더 이상 그를 보고 싶지 않았다.송여준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몸을 돌려 전화를 받았고, 곧 전화 너머에서 디자이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기본적인 스타일은 정해졌어요. 메일로 보내드렸으니까 한 번 확인해 보시고 혹시 수정하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다면 얘기해주세요.”송여준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네, 제가 다음에 연락드릴게요. 앞으로는 아무 때나 연락하지 마세요. 제 아내를 놀라게 해 주고 싶거든요.”송여준이 전화를 끊은 뒤 고개를 돌렸을 때 그곳에 유하늘은 없었다.송정희는 송여준을 붙잡고 떠나지 못하게 했다.“어제 아람이 입원했지? 어서 나랑 같이 몸에 좋은 것들 사서 아람이 병문안 가자. 아람이 걔 네 할머니를 구하지 않았더라면 심장질환을 얻지도 않았을 거야.”송여준은 주위를 둘러보았으나 끝내 유하늘을 보지 못해 결국 송정희를 따라 떠났다.유하늘은 옆 매장에서 두 사람을 주시하다가 그들이 떠난 뒤에야 매장 안에서 나왔다.그녀는 평온한 표정으로 선물을 들고 병원으로 향해 의사에게 선물을 전달했다.떠날 때 유하늘은 입원 병동을 지나치게 되었는데 하필이면 병실에서 나오는 송정희를 보게 되었다.그곳이 바로 권아람의 병실일 것이다.유하늘은 주먹을 움켜쥔 채로 그곳을 지나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안쪽을 힐끗 보았다.그리고 그 순간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권아람은 힘없이 송여준의 어깨에 기댄 채 슬픈 듯 가슴께를 움켜쥐고 있었다.송여준은 문을 등지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일거수일투족에서 애정이 느껴졌고 유하늘은 또 한 번 마음이 차갑게 식었다.유하늘은 더 이상 그들을 보고 싶지 않아 빠르게 그곳을 떠났는데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송정희와 마주치게 되었다.송정희는 팔짱을 끼면서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해 보였다.“쟤네 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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