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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치즈
조서가 궁문을 나서 승상부까지 전해진 일만으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거기에 강경헌이 일부러 소문까지 부추겼으니.

승상부는 하룻밤 사이 저잣거리의 입방아에 올랐다.

“여태껏 서왕 전하와 나란히 드나들던 이는 분명 적출 아씨 서정연이었던 것 같은데 정작 혼인은 서출인 서지운과 하다니... 쯧쯧.”

나는 백성들의 조롱거리가 되었다.

“설마 그동안 서정연이 혼자 전하께 매달렸던 건가?”

“승상은 그리 청렴하고 반듯한 분인데 따님은 어쩌다 저 모양이 됐대? 적출 아씨라는 이가 몸가짐이 가볍다 보니... 서왕 전하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도 당연하지.”

이튿날 이른 아침, 강경헌은 열 대의 마차에 귀한 예물을 가득 실어 승상부로 보냈다.

그 일은 그가 서지운을 얼마나 아끼는지 다시 한번 증명해 보였다.

아버지는 글씨를 쓰고 있던 나를 걱정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정연아, 아비는 너와 전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허나 지금 세상에 떠도는 말이 너에게 좋지 않구나. 잠시 경성을 떠나 바람이라도 쐬고 오겠느냐?”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붓을 내려놓았다.

“저도 처음에는 자은사에 들어가 피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은 피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아버지는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업보로구나. 그때 지운이를 집으로 들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서지운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는 저를 변방의 숙부 내외에게 맡겨 두셨지요. 그런데 서왕 전하께서 절 마음에 두시니 제가 이제는 서왕 전하마저 언니에게 양보해 줘야 합니까?”

아버지는 그녀를 바라본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서지운은 갈수록 더 기세가 올랐다.

“비록 언니만큼 귀하게 자라진 못해도 아버지의 가장 자랑스러운 딸은 바로 저라는 걸 반드시 보여 드리겠습니다!”

그녀는 홧김에 몸을 돌려 나갔다. 아버지는 혹시라도 일이 생길까 사람을 붙였으나 그들은 그녀가 서왕부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아버지를 달랬다.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파서군에 큰 지진이 일어날 것이니 아버지께서는 미리 대비하셔야 합니다.”

아버지는 순간 굳어졌다.

“내 당장 입궐하마.”

나는 아버지를 막아섰다.

“서왕 전하께서 미리 대비할 것입니다. 아버지는 염려 마시고 수습만 준비하시면 됩니다.”

아버지는 쉽사리 믿기 어려운 눈치였으나 끝내 나를 믿어 주었다.

강경헌이 아직 황위를 노리고 있다면 민심을 얻을 좋은 기회를 놓칠 리 없었다.

다만 나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그 공을 손쉽게 서지운에게 넘겨줄 줄은.

그리고 한동안 서지운이 하늘의 뜻을 지니고 태여나 미래를 예지할 수 있다는 소문이 온 경성에 파다하게 퍼졌다.

도사의 예언까지 다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고 혼례 날마저 가까워지자 그녀는 그야말로 세상의 관심을 독차지했다.

백성들이 다시 나를 언급할 때는 그저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서정연이라... 전에는 경성에서 으뜸으로 꼽히던 아가씨였는데 참 아깝지.”

“그러게 말이야. 용모도 몸가짐도 빼어나고 배운 것도 많아 악기와 바둑, 글씨와 그림까지 못하는 게 없다던데... 허나 하늘의 뜻을 지니고 태여난 천사 같은 동생이 있으니 그녀가 평범하게 보일 수밖에.”

그 무렵 서지운은 서재에서 나를 가로막고 내가 쥐고 있던 붓을 눌러 멈추게 했다.

“언니, 황후 자리도 이젠 내 차례야. 언니가 진짜 하늘의 뜻을 지니고 태어나면 뭐 해? 내게 기억이 있는 한, 나도 하늘의 뜻을 지니고 태어난 여인이 될 수 있어.”

“타고난 운명을 언니가 일부러 숨기겠다는데 내가 대신 받아 갈 수 밖에...”

나는 꽤 흥미롭다는 듯 서지운을 바라보았다.

“너는 내가 황후가 된 것이 강경헌이 황제가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구나? 어쩌면 니들이 앞뒤를 완전히 잘못 짚었을 수도 있을 텐데?”

그 말을 듣자 서지운은 손을 들어 내 뺨을 후려치려 했다.

“그 입에 그 얼굴, 정말 거슬려.”

나는 그녀의 손목을 붙잡아 뿌리쳤다.

그런데 하필 그 순간! 막 들어온 강경헌이 그 장면을 보게 되었다.

그는 급하게 다가와 서지운을 자신의 품에 꼭 감싸 안았다.

“서정연! 경고하는데 다시 지운이를 건드리면 네게는 첩자리조차 없을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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