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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Penulis: 라오
호텔 로비에서.

연정훈이 내려왔을 때는 이미 샤워를 마쳤고 다른 양복으로 갈아입은 후였다.

김세연이 잡지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에는 임유정이 앉아있었는데 그녀는 잡지 속의 주얼리를 가리키며 김세연과 얘기를 나눴다.

연정훈이 걸어오자, 임유정은 바로 그를 발견했다.

“정훈 씨.”

그 말에 김세연도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아들을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바로 샤워한 사실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아들이 체면도 지켜줘야 했으니, 김세연은 굳이 까발리지 않았다.

“왜 이제야 내려와? 나랑 유정이가 너 거의 한 시간째 기다리고 있어.”

연정훈이 덤덤한 얼굴로 소파 위에 앉고는 말했다.

“데스크에서 약혼녀가 왔다고 하던데요. 약혼녀와의 첫 만남이니까 제대로 꾸미고 내려와야죠.”

김세연이 의아한 얼굴을 보이고는 임유정에게 고개를 돌려다.

임유정의 얼굴에 홍조가 띠더니 그녀는 미간을 구기며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

“약혼녀? 데스크가 그래? 난 그렇게 말한 적 없는데?”

김세연은 그녀의 연기를 간파하고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선을 거두고 연정훈을 보며 말했다.

“데스크에서도 너랑 유정이가 선남선녀로 보여서 그렇게 생각했나 보다. 이런데도 기회 안 잡고 뭐 해?”

임유정의 얼굴이 더 빨개지더니 그녀는 김세연의 팔을 끌어안고는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님.”

김세연이 그녀의 팔을 툭툭 치며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아주 잠깐 연정훈을 흘겨봤다.

연정훈은 기분이 좋았는데도 임유정이 연기하는 꼴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김세연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오셨어요?”

“너 집에 안 들어온 지 몇 달이나 됐잖아. 전화해도 계속 건성건성 대답하고. 유정이랑 밥 먹다가 네가 이곳에 묵고 있다는 걸 알았어. 아니면 엄마가 아들 얼굴 언제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

“요즘 바빠서요.”

“핑계는.”

김세연은 아들 얼굴 본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사적으로 할 얘기가 있어 임유정을 보며 말했다.

“오늘 너도 피곤할 텐데 일찍 들어가서 쉬어. 대신 네 엄마에게 안부도 물어주고.”

임유정은 연정훈이 사람을 데리고 올라갔다는 소식을 들어 김세연을 통해 상대의 정체를 알아내려고 여기서 한 시간 동안 기다린 것이다.

하지만 내려온 건 연정훈뿐이었으니 임수정은 불쾌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김세연의 말에 그녀는 거역할 수도 없어 순순히 응석을 부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며칠 뒤에 같이 차 마셔요.”

“그래.”

임유정이 떠난 뒤에야 김세연은 아들을 째려보며 말했다.

“누구야?”

연정훈이 모르는 척했다.

“뭐요?”

“어디서 연기야? 너 여자 생겼어? 아니면 꽃뱀에게 놀아나는 거야?”

김세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꽃뱀?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안시연을 옆에 두는 걸 생각해 볼 수는 있지.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김세연은 자기 추측이 맞는다고 생각했다.

“네가 누굴 옆에 두든 내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연말에 혼사는 정해야 해.”

약혼 얘기에 연정훈은 미간을 살짝 구겼다.

김세연은 그의 성질머리를 잘 알고 있었다. 연씨 가문의 남자들은 모두 마찬가지였는데 겉으로 점잖고 차분해 보여도 사실 누구보다도 성질이 불같고 거칠었다.

그녀가 잔소리를 더 하려던 그때 연정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중에 다시 얘기해요.”

김세연이 한숨을 푹 쉬고는 황급히 따라오더니 그의 손에 있는 반지를 보고서야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반지를 아직 끼고 있으니까 다행이네.”

연정훈이 걸음을 멈추고는 약지에 낀 반지를 바라봤다.

“용한 무당이 그러던데 이 반지는 인연을 가져다준대. 혼사가 순리롭게 진행된다고 했으니 절대 빼면 안 돼.”

인연을 가져다준다고?

연정훈은 어이가 없었다.

방금까지 위층에서 안시연이 그의 발 앞에 엎드려 반강제적으로 그 일을 시켰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마치 쓰레기를 보듯 그를 바라봤는데 연정훈이 그녀의 볼을 꼬집지 않았으면 아마 그녀는 이를 물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는 반지를 빼고 김세연의 손 위에 놓았다.

“소용없어요, 다음엔 사기꾼 무당에게 더 속지 마요.”

“뭐?”

김세연은 어이가 없었다.

...

길가에서.

안시연은 무표정으로 택시비를 지불한 후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힘없이 낡은 아파트로 걸어갔다.

낡은 아파트는 오랫동안 수리하지 않아 불빛이 어두웠다.

그녀는 2층에 오르자마자 하마터면 넘어질 뻔해 겨우 중심을 잡았지만 이때 손에 든 물건이 바닥에 떨어졌다.

샤넬 선물 박스였다.

연정훈의 비서가 그녀를 아래층까지 바래다줄 때 명함과 함께 그녀에게 건네준 물건이었다.

샤넬 가방을 보더니 금방 누그러졌던 치욕감이 다시 치밀어 올랐다.

입가에 아직도 연정훈의 숨결이 남아있었는데 30분 전, 그녀가 유부남 밑으로 엎드려 얼마나 더러운 짓을 했는지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 가방은 그에 대한 보상이었다.

그 생각에 안시연은 주머니 속의 명함을 움켜쥐더니 미련 없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개자식!

주지혁처럼 쓰레기 같은 자식!

그녀는 가방을 줍지 않고 힘든 몸을 이끈 채 위층으로 올라가고는 문을 열었다.

몸이 녹초가 되어 지탱할 힘도 없어 그녀는 문에 기댔다.

“왜 이렇게 늦게 돌아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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