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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втор: 라오
안시연은 바로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주지혁에게 준 집 열쇠를 아직 돌려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탁’ 소리와 함께 불이 켜졌다.

멀지 않은 곳에 양복과 구두로 번듯하게 차려입은 사람이 서 있었다. 다름 아닌 주지혁이었다.

남자는 천생 배우라더니 주지혁도 다를 것 없었다.

잘생긴 그는 평소 안시연에게 무척 따뜻하게 대해줬다. 하지만 지금 음침한 얼굴빛을 드러내 안시연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안시연이 그를 쫓아내기도 전에 그가 먼저 물었다.

“전민준 만나러 갔어요?”

그는 분명 단톡방 내용을 봤을 것이다.

안시연이 숨을 길게 내쉬고는 그와 더 얘기하지 않으려 했다.

“누굴 만나든 당신과 상관없으니 이제 우리 집에서 나가죠? 열쇠는 여기 두고요.”

불같이 화를 내는 안시연을 보더니 주지혁은 오히려 마음이 놓였다.

자기에게도 이렇게 모질게 구는데 전민준 같은 인간에게 자존심을 굽혔을 리가 있을까?

“시연 씨 일이니까 당연히 신경 써야죠.”

안시연은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바로 휴대폰을 꺼내 경찰에 신고하려고 했다.

주지혁이 한발 앞서 그녀의 휴대폰을 빼앗아 한쪽을 버리고는 여세를 몰아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았다.

“이거 놔요!”

안시연이 소리를 질렀다.

주지혁은 강세로 그녀를 밀어붙이며 소파에 눕혔다.

“출국하는 거, 고민해 봤어요?”

안시연이 발버둥 치더니 분노의 목소리로 말했다.

“꿈도 꾸지 마요!”

주지혁이 그녀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는데 갑자기 이상할 정도로 빨갛게 물든 그녀의 입술을 발견해 이내 안색이 어두워졌다.

“다른 사람과 키스했어요?”

안시연이 멈칫했다.

곧이어 복수했다는 쾌감이 들어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

“네, 키스했을 뿐만 아니라 잠자리도 가졌죠.”

주지혁은 이성의 끈을 놓을 뻔했다.

하지만 고집스러운 안시연의 얼굴을 보며 그는 그럴 리가 없다며 자신을 설득했다.

‘나의 시연 씨는 절대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어.’

자신의 추측에 힘을 실으려고 그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안시연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안시연은 소리를 지르며 안간힘을 다해 그를 밀어내면서 머리까지 부딪쳤다.

주지혁은 그녀가 이렇게 격한 반응을 보일 줄 몰라 마음을 모질게 먹고는 그녀의 손목을 힘껏 움켜쥐고 그녀를 다시 소파에 눕혔다.

일이 이렇게 된 김에 그는 오늘 당장 그녀의 순결을 뺏으려고 했다, 다른 남자들이 그녀를 노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생각에 그는 벨트를 풀고 안시연의 손을 묶으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안시연의 쇄골 사이에 두드러진 붉은 자국이 눈에 띄었다.

키스 마크?

주지혁이 안시연을 힘껏 누르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쇄골에 난 키스 마크를 가리키며 따져 물었다.

“이거 누가 한 거예요?”

안시연은 손이 꽉 눌려 고통이 몰려왔지만 오히려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녀는 한껏 어두워진 남자의 얼굴을 보고는 바로 솔직하게 말했다.

“당신도 보다시피 나는 다른 사람이랑 잤어요. 당신의 환상인 티 없이 순수한 여자가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제발 자비를 베풀어 나 놔줘요.”

“누가 이랬냐고 묻잖아요!”

주지혁은 거의 미칠 지경이었다.

하지만 안시연의 얼굴이 점점 더 차분해지더니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길에서 만난 모른 남자예요. 누군지 나도 몰라요.”

그 말을 들은 주지혁의 눈빛에 고통과 원한이 담겼다.

그는 당장이라도 안시연의 목을 졸라 죽여버리고 싶었다.

“안시연, 너 정말 지독하다.”

그가 어금니를 깨물며 말하고는 안시연의 몸으로부터 떨어졌다.

안시연은 남자가 드디어 자기를 포기한 줄 알았지만 이내 들려온 남자의 말은 그녀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나를 배신하면 대가를 치러야 해요.”

가소롭네.

도대체 누가 누굴 배신했다는 거야?

주지혁이 감정을 추스르고는 셔츠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는 한발 물러서고는 안시연을 보며 말했다.

“내일 회사로 출근해요.”

안시연은 웃음을 터뜨렸다.

주지혁 때문에 그녀는 지금 공금 횡령의 죄명을 덮어쓰고 언제든지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는데 그 와중에 출근까지 하라고?

“안 가요.”

“시연 씨 마음대로 할 수 없을 거예요.”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외할머니가 다음 주 월요일에 수술하시죠?”

안시연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

“우리 공동 계좌를 동결했어요.”

안시연은 눈을 크게 뜨더니 소리를 질렀다.

“왜 그래요, 진짜!”

주지혁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시연 씨 돈이 모두 공동 계좌에 있죠? 내가 해지하는 데 동의하지 않으면 시연 씨 외할머니 수술비는 뭐로 마련하겠어요?”

안시연은 주지혁이 이 정도로 뻔뻔한 짓을 할 수 있는 사람일지 전혀 몰랐다.

“그 계좌에 반은 내 월급이랑 외할머니가 집을 팔아 얻은 돈이 있어요. 주지혁 씨, 정말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못해요? 우리 외할머니는 당신을 가족처럼 생각하셨잖아요.”

주지혁이 덤덤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쳐들었다.

“공동 계좌를 만드는 건 시연 씨도 동의했잖아요. 내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요.”

안시연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제자리에 굳어 섰다.

그들은 원래 집을 분양받기 위해 공동 계좌를 만들었었다.

나중에 주지혁의 비즈니스가 점점 잘 되어가자, 그는 공동 계좌에 6억을 넣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외할머니는 신랑측에서 너무 많은 돈을 부담하게 하면 안 된다며 다음 날에 바로 집을 팔고 받았던 돈을 그녀에게 주며 공동 계좌에 넣으라고 했다.

주지혁이 바람만 피우지 않았어도 그들은 올해에 결혼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이 돈으로 안시연을 협박하고 있었고, 거기에 외할머니의 목숨까지 같이 걸려 있었다.

뻔뻔스러운 주지혁의 행동에 안시연은 구역질이 났다.

주지혁이 더는 그녀를 보지 않고 그저 한마디만 툭 내던졌다.

“내일 오전에 꼭 회사 나와요. 기분이 좋으면 월요일 전에 계좌를 해지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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