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들로 둘러싸인 이곳에 거대한 궁전이 우뚝 서 있다! 이곳은 바로 문씨 세가의 여러 조상의 저택 중 하나다! 이곳은 음산하고 차가웠다! 전혀 생기가 없었다! 마치 죽은 땅인 것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바로 그때,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유령처럼 궁전 앞에 나타났다! 거대한 궁전 대문 앞에는 두 개의 거대한 조각상이 서 있었다. 이 두 조각상은 문씨 세가의 천 년 전 선조라고 전해진다! 하나는 칼을 들고 고개를 하늘로 향해 서있다! 다른 한 조각상은 비록 손에 아무것도 없지만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위엄이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 순간, 윤구주가 도착하자 그의 차가운 시선이 궁전을 스쳐 지나갔다. 보이지 않는 살기가 구름처럼 퍼져나가면서 눈앞의 궁전을 순식간에 덮었다. “윤구주, 문씨 세가를 찾아왔다!”우렁찬 소리가 윤구주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이 소리는 천둥처럼 산들 사이에 메아리치며 퍼져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궁전 안에서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가운데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 저하가 결국 왔군요! 저하를 모시기 위해 문씨 세가가 나갑니다!”이 소리가 울려 퍼지자 낡은 돌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천천히 열렸다! 낡고 황폐한 냄새가 윤구주의 코에 스며들었다. 눈을 들어 보니 거대한 궁전 안은 잡초로 가득하고 바닥에는 두껍게 쌓인 낙엽이 있어 밟으면 사각사각 소리가 났다. 어두운 궁전 안에는 불빛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오직 어두운 달빛만이 이 죽음의 기운에 휩싸인 궁전을 감싸고 있다! 여기는 마치 끝없는 절망의 땅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이렇게 황폐한 곳에서 네 명의 노인이 네 개의 큰 돌기둥에 앉아 있었다! 이 네 사람은 검은 옷을 입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다! 마치 몇 년, 아니 십여 년 동안 이곳에 앉아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그들의 몸에서는 강력한 절정의 기운이 퍼져 나왔다! 윤구주는 걸음을 내디디며 신왕처럼 두 손
가장 오른쪽에 앉아있던 노인도 입을 열었다. 이 네 사람의 대화에서 그들은 마치 오랫동안 세상에 나오지 않았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오늘 어찌하여 윤구주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윤구주는 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네 사람의 말에 그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면 너희 네 사람은 유명전에서 온 게 분명하군.” “오호?” “저하께서 우리 유명전을 알고 계시다니요?” 눈동자에 붉은색 부적이 흘러 다니고 온몸에서 진한 절정의 기운을 내뿜는 검은 머리의 노인이 놀라며 말했다. “저하께서는 정말로 식견이 넓으시군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하께서 우리를 알고 계시다니, 정말로 놀라운 일입니다!” 성이 강인 외눈의 노인도 이때 말했다. “유명전은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로 나뉜다. 너희 네 사람은 염라냐, 명부냐?” 윤구주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 말이 나오자 네 개의 돌기둥에 앉아있던 네 명의 절정 고수들은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 “이상하군요! 어떻게 우리 유명전에 대해 이리도 잘 알고 있는가요? 우리 유명전은 백년 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겨우 20대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우리 아홉 명의 염라와 네 명의 명부를 알고 있는 것입니까?”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그건 너희 같은 인간도 아니고 귀신도 아닌 것들이 알 필요 없는 일이다! 너희가 알아야 할 유일한 것은 오늘 나를 만난 너희는 운이 나빴다는 것이다!” 윤구주의 이 강한 발언에 검은 머리의 노인이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저하, 참으로 큰소리치는군요! 당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우리는 이미 천하에 이름을 떨치고 있었단 말입니다! 따지고 보면 당신이 우리를 선배라 불러야 할 것입니다!” 윤구주는 크게 웃었다. 검은 머리의 노인이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뭘 웃는 거냐? 내가 틀린 말을 했단 말인가?” 윤구주는 당당하게 말했다. “네가 나한테 선배 행세를 할
바로 그때, 유명전에서 온 김씨 절정 고수인 노인이 공중으로 날아오르자 한결같이 흰옷을 입은 윤구주가 당당하게 말했다. “너 따위 삼중천 절정으로는 나와 맞설 자격조차 없다!” 윤구주가 자신을 대중 앞에서 이렇게 모욕하자 유명전에서 온 이 삼중천 절정 고수는 화가 나서 눈썹을 치켜세웠다! 알다시피 이 사람은 삼중천 절정의 정점에 있는 고수였다! 그는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진정한 사상 절정에 이를 수 있었다! 수십 년 전, 그의 내공은 이미 무적의 경지에 있었다! 만약 과거에 원수에게 쫓기지 않았더라면 그는 유명전에 들어가 귀신 노예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윤구주에게 이처럼 멸시를 당하자 이 삼중천 절정 고수는 분노하여 소리쳤다. “이놈, 어디서 그렇게 자신감을 얻었길래 이렇게 건방진 것이냐!” 그의 손에 쥐어진 검은 긴 창이 허공에서 요동쳤고 곧이어 검은색 창의 빛줄기가 휘몰아치듯 발사되었다. 쾅, 수많은 검은 기운이 창끝에서 솟구쳐 나와 하나의 검은 용의 머리를 형성했다! 이 용의 머리는 사납게 울부짖으며 나타나자마자 천지의 기운이 격렬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이건 죽음이나 다름없다!”김씨 고수는 손에 쥔 긴 창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끔찍한 검은 용의 머리가 삼중천 절정의 기운을 온몸에 실고 마치 세상을 멸망시킬 것처럼 하늘에서 내려왔다! 이것이 진정한 절정 고수였다! 진정한 강자였다! 아직 그가 다가오지 않았는데도 절정 고수의 기운이 먼저 닿았다! 쾅쾅! 윤구주의 발밑 대지는 조금씩 부서지기 시작했고 이 모든 균열은 바로 김씨 고수의 기운에 의해 억눌려 생겨난 것이었다! “김 노인이 드디어 경지를 넘었구나! 이제 진정한 사상 절정에 이를 참이로군!” 머리카락이 마른풀처럼 보이는 중앙의 노인이 그의 눈에 빛나는 생기를 띠며 말했다. “맞다! 김 노인의 멸룡창이 만약 사상 절정에 도달한다면 그는 우리 사대 명부에 들어가게 될 것이다!”머리카락이 마른풀처럼 보이는 중앙의 노인이
윤구주의 봉왕팔기. 제1기, 뇌왕인! 제2기, 소생술! 제3기, 화련금안! 제4기, 어검술! 제5기, 천주금술! 제6기, 술의 끝, 연의 절정! 제7기, 부적 천하, 만물멸하! 그리고 이 순간, 윤구주는 유명전의 한 발로 사상 절정에 들어선 강자와 맞서면서 아무렇지도 않게 두 가지 기술, 화련금안과 부자술을 발동시켰다! 부적이 나타나자 공간을 왜곡하는 부적의 멸망의 힘이 성씨 김의 절정 고수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김씨 절정 고수는 그 무시무시한 부적의 힘을 감지하고는 깜짝 놀라며 눈썹을 심하게 찡그렸다. “이게 대체 무슨 신통이지? 어떻게 이런 엄청난 억제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단 말이냐?”그러나 그는 사상 절정에 발을 딛고 있는 강자였다. 손에 들고 있는 멸룡창을 다시 한번 들어 올리고 검은 기운이 물결처럼 창으로 흘러 들어갔다. 이 순간, 세상을 멸망시킬 것 같은 이 어둠의 창은 더욱 강력해져 윤구주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윤구주는 당당하게 대지를 지키며 서 있었다. 하늘에는 금빛 부적이 떠올랐고 그의 두 눈에서는 연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손가락 하나로 아래를 가리켰다. 쿵쿵! 길쭉하고 거대한 금빛 부적이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부적 위에 금빛 불꽃이 은은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말했지, 너 따위 삼중천 절정으로는 내 상대가 될 수 없어! 이제 네 죽을 때가 됐어! 진압!” 윤구주는 차가운 목소리로 한마디를 던졌다.쾅!만 장의 금빛 부적이 쏟아져 나와 눈부신 빛줄기가 그 김씨 절정 강자를 향해 날아갔다. 그 금빛 부적 속에는 불멸의 련화도 함께 있었다!그 김씨 절정 강자는 이 광경을 보고 본능적으로 경악하며 외쳤고 곧바로 온몸에 어둠의 기운을 모아 방어막을 형성해 자신을 보호하려 했다.하지만, 시간이 충분했을까? 당연히 아니었다!공포스러운 금빛 부적은 마치 레이저처럼 그의 몸을 관통했고 더 무서운 것은 그 금빛 광선에 달라붙은
화공두목을 떠올리며 유명전의 세 명의 절정 고수들은 모두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듯한 전율을 느꼈다! 왜냐하면! 백년 전. 유명전은 그 화공두목과 한 차례 처절한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 그 전투에서 유명전은 사대 명부에서 무려 20명 이상의 육도 절정 고수와 10명의 칠살 절정 고수, 그리고 제일 명부의 팔부 절정 고수까지 동원되었었다... 그러나 결과는! 화공노마를 포위 공격하러 갔던 자들 중 살아 돌아온 자는 단 한 명도 없었고 심지어 시체의 잔해조차 찾을 수 없었다. 알려진 것은 단 한 가지였다. 그들이 화공두목을 포위 공격했던 절벽산의 절반이 불타버렸다는 것뿐이었다! 더욱 소름 돋는 것은 그 산이 지금까지도 한 줌의 풀조차 자라지 않는 황폐한 땅으로 남아 있다는 점이다. 바로 그 전투 이후 화공노마는 영원히 자취를 감춰버렸다...전설에 따르면 그는 화진 무도의 성지인 곤륜 구역으로 떠났다고 한다! 백년 전의 화공노마를 떠올리며 이때 유명전의 남은 세 명의 절정 고수들은 모두 얼굴이 잔뜩 굳어진 채 윤구주를 응시하고 있었다. “련화도화!! 저 녀석이 쓰는 건 분명히 화공노마가 백년 전에 사용했던 련화도화야!설마, 저 녀석이 노마의 후계자란 말인가?” 그 순간, 외눈 노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의 오른쪽 눈이 휘둥그레졌고 마치 유령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너 정말로 화공노마의 제자냐?”윤구주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미안하지만! 화공두목은 내 스승이 될 자격이 없어!”뭐라고? “네 녀석, 정말로 대단하구나? 백년 전의 그 노마마저도 비웃을 수 있다니?”눈동자에 붉은색 부적 문자가 떠다니는 유명전의 절정 고수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그저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윤구주가 그렇게 말하며 그의 시선은 멀리 북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의 말대로! 그의 화련금안은 그 화공노마에게서 전수받은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그 기술을 그 노마에게서
“너희들을 죽이기 전에 하나 물어보겠다.” “유명전, 아홉 대전의 염라, 사대 명부. 전해지기로는 사대 명부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소 사상급 이상의 절정 고수여야 한다더군. 너희들은 어느 명부에서 온 것이냐?” 윤구주가 천천히 물었다. 그의 입에서 유명전의 아홉 대전의 염라와 사대 명부가 언급되자 그 두 명의 사상급 절정 고수들은 일제히 얼굴이 굳어졌다. “이런 젠장, 이 꼬마 녀석이 어떻게 유명전의 사대 명부를 알고 있는 거지?” 외눈 노인이 경악하며 말했다. 외눈 노인의 말처럼 유명전은 이미 백 년 전부터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었다! 이번에 모습을 드러낸 것도 문씨 세가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제 겨우 20대 초반인 윤구주가 어떻게 유명전의 사대 명부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일까?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건 너희들이 알 필요 없다. 너희들은 어느 명부에서 왔는지만 대답하면 된다.” 눈동자 속에 붉은색 부적 문자가 떠다니는 사상급 절정 고수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알려줘도 상관없다! 우리는 제4명부, 나사 명부에서 왔다!” “오! 겨우 제4명부의 하찮은 졸개들이었군.” 이 말에 세 명의 유명전 절정 고수들은 일제히 폭발했다. “네가 감히 우리를 모욕해?” 윤구주는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모욕할 게 뭐 있냐? 당연한 것을 말했을 뿐이야.” 윤구주는 유명전의 사대 명부가 서열에 따라 분류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첫 번째가 가장 강력했다. 전해지기로는 제1명부인 윤전 명부에는 구오 최강의 절정 고수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만약 오늘 제1명부에서 사람들이 왔다면 윤구주도 신중하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가 마주한 건 유명전 사대 명부 중 가장 약한 제4명부, 나사 명부에 불과했다. “물어볼 것은 다 물었다. 이제 너희는 죽을 차례다.” 윤구주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지금 눈앞의 유명전 절정 고수들은 삼중천 절정 고수 한 명과 사상 절정 고수
자칭 엄호의 사상 절정 외눈 노인이 영도 결계를 선보인 순간 하늘에서 하얀 눈송이가 흩날리기 시작했다.“사상급 절정 고수 둘에 삼중천 절정 고수 하나인데 차라리 셋이 동시에 덤비는 게 좋겠다! 그래야 내가 덜 귀찮을 테니!” 하얀 옷을 입은 윤구주가 당당하게 말했다.“이 거만한 놈, 오늘 네가 어떻게 죽는지 두고 보자!”낫을 든 삼중천 유명전 절정 고수는 윤구주의 오만을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 그는 방금 전 윤구주가 김씨 절정 고수를 련화도화로 태워버린 것을 보고 이미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그동안 윤구주의 화련금안이라는 신통력을 두려워한 탓에 감히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는 두려워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뒤에는 두 명의 사상급 절정 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절정 고수는 구중천으로 나뉜다. 상3품, 칠살, 팔부, 구오 절정. 중3품, 사상, 오악, 육도 절정.하3품, 일중천, 이중천, 삼중천 절정. 각 품계는 절대적인 경계선이다. 하3품과 중3품은 그 경지에 겨우 한 걸음 차이지만 이 한 걸음이 매우 크다. 어떤 노마는 이 반걸음을 뛰어넘는 데 십 년, 수십 년, 심지어 백년이 걸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이 낫을 든 유명전 절정 고수도 이삼중천으로 도약하는 데 40년이 걸렸다. 하3품에서 중3품으로 도약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며 이는 재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가장 중요한 것은! 사상급 절정 고수에 도달하면 진정한 진역 결계를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진역 결계는 절정 고수에게 하나의 작은 세계 같은 존재다. 결계 안에서는 공격 속도와 위력이 두 배로 증가하며 저등급의 절정 고수는 정신력까지 제압당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중3품 이상 절정 고수의 공포스러운 힘이다!그때, 그 삼중천 절정 고수 노인이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몸이 그림자처럼 빠르게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 손에 든 낫을 휘두르자 하늘에서 거대한 검은 낫의 환영이 나타나 윤구주를 향해
“영도 결계, 얼음의 화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늘에 떠 있던 눈송이들이 바늘처럼 작은 화살로 변했다! 그리고 땅에서 떠오른 얼음 조각들 또한 작은 얼음 화살로 변했고 낫은 기운을 내뿜으며 윤구주를 향해 날아갔다. 이 영도 결계는 외눈 노인이 남극 빙하 아래 만년의 한기를 흡수해 만들어낸 것이다! 비록 한 줄기 바늘 같은 한기일지라도 북극의 매머드 코끼리도 얼어붙게 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이 한기의 공포스러운 정도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순간! 빽빽한 얼음 화살이 소나기처럼 윤구주를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 사상급 절정 고수 또한 손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시작했다. 결코 윤구주를 조금도 방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손에 든 작은 탑을 빠르게 회전시키기 시작했고 순식간에 점점 커져 마침내 한 길 넘는 크기로 변했다. “혈계탑, 눌러라!”부르릉! 거대한 탑이 허공에 떠오르자 하늘에 어두운 붉은 기운이 뒤틀리며 펼쳐졌다. 그리고 그가 입에서 주문을 외우자 그 탑은 마치 산처럼 윤구주를 향해 내리눌렀다! 두 명의 사상급 절정 고수가 함께 공격하니 그 위력은 확실히 비범했다! 한편, 낫을 들고 있던 절정 고수 역시 이를 악물며 낫을 휘둘러 수많은 환영을 만들어내어 윤구주를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이때 윤구주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재미있어지네!”말이 끝나자 윤구주는 손을 땅을 향해 내리찍었다. 쾅! 윤구주의 손바닥에서 백옥처럼 맑고 빛나는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 빛은 윤구주의 발아래로 퍼져 나갔고 그와 동시에 땅에서 엄청난 균열이 생겨났다. 그 균열은 축구 경기장 절반 정도 크기의 거대한 틈으로 변했다! 이 균열이 생겨난 후 윤구주는 손을 내밀어 외쳤다. “일어나라!” 쾅! 축구 경기장 절반 크기의 대지가 윤구주에 의해 강제로 들어 올려졌다! 들려진 대지는 외눈 노인의 얼음 화살을 모두 막아냈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대한
단 한 걸음,그 한 걸음만 넘기면, 그는 곧 성급 바로 직전 경지에 이른다.그리고 그 마지막 문턱을 박살내는 순간 반쯤 성인이 된 경지, 반성급이다!지금 이 자리, 그 반성급 경지에 선 자는 바로 인마라고 불리는 무명이었다.“과연... 화진의 인황, 구주왕이라 불릴 자격은 있군. 하지만 너도 알겠지. 지금 네 수준으론 몸을 직접 이 판에 던지지 않는 이상 나랑 맞붙을 자격조차 없어. 네가 그 잘난 원신출체를 어떻게 하겠다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무명이 입꼬리를 비틀며 코웃음쳤다.팔기귀일에 도달한 윤구주의 전투력은 이미 황의 지경을 뛰어넘었다.하지만 무명과의 경지 차이는 여전히 너무 컸다.실력은 분명 엄청났지만 격이 다르였다.지금 상태로도 보통의 황자의 경지까지 초월한 상태지만 무명을 상대하긴 아직 한참 부족했다.심지어 무명이랑 싸울 실력은커녕 참마검조차 손에 제대로 못 잡는 게 현실이었다.“팔기로 부족하다면... 제구기는 어때? 구기:적선!”부우우우웅!윤구주의 온몸을 하얀 선기가 감싸는 순간 방금 전까지만 해도 비웃고 있던 무명의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뭐라고? 이건 네 따위가 쓸 수 있는 기술이 아니잖아! ”그 순간, 무명조차 숨을 삼켰다.이건 상식의 틀을 깨부수는 광경이었다.근대에 들어서면서 도에 대한 수련는 사실상 약해졌다.그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세상에 흐르는 천지영기가 급격히 줄어들었기 때문이다.봉신전쟁 당시, 상상을 초월하는 영기가 소모됐고 그 전쟁이 끝난 후 곤륜구역은 세상의 영기 90%를 신계에 봉인해버렸다.거기서 마음껏 영기를 탕진한 것도 모자라 바깥의 산수들까지 무분별하게 빨아들인 탓에세상의 영기는 걷잡을 수 없이 줄어들고 말았다.결국 세상은 고위 수련자가 태어나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그래서 화진에선 500년에 한 번 황자가 나올까 말까 할 정도이고 황자의 경지에 도달하는 건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임정설이 황자가 될 수 있었던 것도 처음부터 그가 강해서가 아니라 윤구주를 돕기 위해 왕
마기가 검종 제자들의 혼백에 침투하자 그 순간 제자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이를 목격한 장인 대진인은 망설임 없이 즉시 결단을 내렸다. 오염된 제자들을 그 자리에서 곧바로 정화해 버린 것이다.“모든 제자들아, 입문 첫날 내가 분명히 말했을 것이다. 서요산은 찬란한 성지 화진 정통의 계승지다. 정은 사악함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정은 사악함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말은 바로 서요산 제자들이 평생 가슴에 새기며 살아가는 도의였다.입문과 동시에 깨달음을 얻은 그들은 언젠가 반드시 도의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었다. 그저 화진 정통의 수호자가 되기 위해서였다.그 순간 진요탑 외곽에서는 7대 진인을 중심으로 전 종문 제자들이 목숨을 걸고 진요탑을 사수하고 있었다.하늘을 뒤덮을 듯한 마기의 기세는 점점 거세져 어느새 검종의 경내 전역을 삼켜버렸다.검종 제자들은 마기를 막아내면서도 동시에 진요탑의 결계를 유지해야 하는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정도를 지키는 일은 그만큼 고통스럽고 힘든 투쟁이었다.산 아래 상황도 마찬가지로 치열했다.온갖 요괴와 귀신들이 들이닥치는 가운데 임정설은 황운을 등에 업고 이씨 가문의 국운을 모두 모아 홀로 수백만 마기를 막아서고 있었다.백호는 마인으로 완전히 변신해 광란의 충격 속으로 몸을 던졌고, 스스로 마를 품은 채 적진을 난도질했다.청해는 천뢰신술을 펼쳐 수만 개의 천뢰를 무기로 변환시켜 온갖 사도와 악귀를 쓸어내기 시작했다.그 무렵 진요탑 내부에서 풍무극의 기세는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었다.“구주야, 내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내 500년 수련의 혼을 너에게 바치겠다."”풍무극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다.그는 미리 준비해 둔 제천 법기를 꺼냈고 전법이 발동되는 순간 그의 육신은 산산조각 부서졌다.그의 정기와 천지 정기를 모두 품은 찬란한 진신 영혼은 한 자루의 참마검으로 변해 윤구주 앞에 떠올랐다.“풍 종주...” 윤구주는 입술을 깨물었다.슬프고 아쉬
윤구주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새로운 국운의 기운이 그의 발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그가 진요탑의 문에 도달했을 무렵 모든 국운이 윤구주에게 집중되었다.윤구주의 주변으로는 천인신광이 펼쳐져 있었다.이 순간만큼은 그가 천지의 주재자 화진의 영겁을 관통한 유일한 존재였다.윤구주는 홀로 진요탑 안으로 들어섰다.겉보기에 거대한 산 같았던 진요탑의 내부는 참혹한 말세의 풍경이었다. 땅은 끝없이 펼쳐진 용암으로 뒤덮여 있었고 하늘에서는 강줄기가 거꾸로 흘러내리고 있었다.불과 물이 충돌할 때마다 하늘과 땅을 뒤흔드는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리고 거꾸로 흐르는 강물 위에 한 노인이 앉아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백발이 성성한 그 인물은 다름 아닌 서요산 검종의 종주였다.밖에서 보이던 강건한 중년의 모습은 단지 화신에 불과했으며, 본체는 수백 년 전부터 이 진요탑에서 마인을 봉인해 왔다.서요산 검종 종주는 극도로 지쳐 있었고 이제는 마지막 호흡으로 버티고 있었다.“드디어 왔구나.” 서요산 검종 종주는 허약한 전음으로 말을 건넸다.“오백 년 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종주님.” 윤구주는 고개를 숙였다.풍무극은 현 서요산의 종주이자 당대 최고의 영웅, 화진 제일 검으로 불리던 남자였다.원래는 풍속을 다루는 수련자로 젊은 시절엔 검 하나로 화진을 호령한 사내로 알려졌다.그의 검은 아무도 궤적을 볼 수 없었다는 전설이 있을 정도였다.하지만 500년 전 마인이 봉인되고 서요산의 조사가 승천한 후, 풍무극은 서요산의 거자로서 종주의 자리를 이어받았다.그날 이후 진요탑에 몸을 묻고 마인과의 싸움을 500년간 지속해 왔다.풍을 다루던 그였지만 지속적인 봉인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수속까지 수련하며 지금까지 버텨왔다.그가 마도에 빠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기적이었다.“그래도 괜찮다. 다행히 이 시대에 또다시 인황이 나왔으니. 화진은 연달아 두 명의 인황을 배출했다. 임정설이 인황에 등극한 지금 쇠락하던 이씨 가문의 국운이 다시 살아났다. 그가 천지의
마인이 출현하면 곤륜 구역조차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서요산 검종의 진요탑은 이미 오백 년 동안 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다.이는 곧 그 마인이 오백 년 동안 진요탑 안에 봉인되어 있었음을 의미했다.“우리가 가진 유일한 이점은 저 마인이 지난 오백 년간 수련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오백 년 동안 분명 무언가를 '깨달았을' 가능성도 있겠지요. 정도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사도가 존재하는 법입니다. 만약 그가 이곳을 벗어나 다시 한번 돌파에 성공하여 진정한 성인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누구도 그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예전 우리 종문의 선대 종주께서 이 마인을 직접 봉인하셨습니다. 하지만 선대 종주께서는 진요탑만으로는 그를 완전히 봉쇄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일찍이 아셨지요. 그래서 마침내 구천으로 비상하셔서 바깥 세계에 존재한다는 신기를 찾기 위해 떠나신 것입니다.”장인 대진인이 비밀을 털어놓자 임정설은 왜 그 옛날 서요산 검종을 창립한 선조가 갑자기 사라졌는지 이해했다.“구천을 비상했다고? 전설 속 그 이야기 설마 전부 사실이었단 말인가? 이 세상 위에 더 위대한 세계가 있다는 건가?” 임정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들은 바로는 성인이란 육지에서 신선이 된 자를 이르는 말이고 준성은 그보다 한 단계 아래 반쯤 신선이 된 존재라 하더군요. 우리보다 더 풍부한 영기의 세계가 과연 존재하는지는 이 몸 역시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장인 대진인은 고개를 저었다.그때였다.진요탑이 거칠게 흔들렸고 모든 호법 제자의 얼굴이 딱딱해졌다.수련이 부족한 제자 몇몇은 그 자리에서 마기의 침식으로 피를 토했다.“모든 제자에게 고한다. 나와 함께 현문을 수호하라.” 장인 대진인이 친히 자리에 앉아 온 종문의 기운을 모아 마인을 억제하기 시작했다.마인은 일시적으로 제압되었지만 산 밖의 요괴들과 악귀들은 마기의 부름을 받아 사방팔방에서 서요산으로 몰려들고 있었다.임정설은 이제 자신이 이곳에 온 진짜 이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