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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01화

Author: 김원호
“지진이야?”

“정말 땅이 흔들렸어!”

“모두 얼른 도망가요!”

요성 시민들은 진동을 감지하자마자 즉시 사방으로 흩어져 숨기 시작했다.

다행히 진동은 오래가지 않았고 일 분 정도 지나자 완전히 잠잠해졌다.

“지진이 멈춘 건가?”

거리에서 웅크리고 있던 행인들은 진동이 사라진 것을 보고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빌어먹을! 왜 갑자기 지진이 난 거야? 기상청은 왜 아무 경고도 안 했지?”

“그러게!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우리 기산에서는 지진이 난 적이 없는데, 방금 어떻게 지진이 났지?”

여진이 사라지자 시민들은 참지 못하고 거리로 나와 서로 말들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요성은 기산 바로 옆에 있는 도시이지만 그들의 말처럼 이곳에서는 한 번도 지진이 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오늘 대체 무슨 이유로 지진이 난 걸까?

“뭔가 이상해!”

“이 진동, 기산 쪽에서 온 것 같은데!”

귀가 밝은 몇몇 시민들이 멀리 기산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설마. 기산이라고? 기산에 지진이 날 수가 있나?”

“나도 잘 모르겠지만 이 여진의 진동은 분명 기산 쪽에서 온 게 확실해!”

그 말이 나오자 시민들은 일제히 고개를 들어 기산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산에서 왜 이렇게 큰 진동이 발생한 것인지는 아무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

모든 시민이 놀란 얼굴로 기산을 바라보는 그 순간, 왼쪽 도로에 세 명의 커다란 그림자가 차갑게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건장한 체격과 하얀 피부를 지녔는데 옷차림을 보아 화진 사람은 아닌듯했다.

또한 그들의 몸에서는 강렬한 무도 기운이 스며 나왔다.

이 괴이한 세 사람은 기산 쪽에서 전해오는 진동을 감지한 뒤, 차가운 표정으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아저씨, 아저씨! 우리 엄마 좀 찾아주세요!”

그때, 길가에서 일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어린 소녀가 세 사람에게 다가와 물었다. 소녀는 아마도 방금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까 여진의 충격으로 엄마와 떨어지게 된 소녀는 겁에 질린 눈으로 애처롭게 세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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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ugnay na kabanata

  • 구주, 왕의 귀환   제1402화

    “에? 지진이 아니라니, 그럼 무엇이란 말입니까?”거구의 투타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물었다.그러자 파마는 천천히 눈을 치켜떴는데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놀라운 녹색 광채가 뿜어져 나왔다.“내 추측이 틀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화진의 강자가 일으킨 기의 파동일 것이다.”뭐라?파마 제사장의 말에 투타와 다른 설국 사내는 놀라 말을 잃었다.“제사장님, 그게 어찌 가능하단 말입니까? 어떤 강자가 그리 엄청난 파동을 일으킬 수 있단 말입니까? 그리고 이곳은 기산에서 백여 리나 떨어져 있지 않습니까?”두 설국 사내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화진 놈들을 우습게 보지 마라! 십 국 전쟁의 치욕을 잊었느냐?”파마 제사장의 말에 투타와 다른 사내는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십 국 전쟁 당시 화진은 십 국을 상대로 외로운 싸움을 벌였고 설국을 비롯한 십 국을 국경에서 만 리나 몰아낸 후 영토와 배상금을 받아내고서야 전쟁을 끝냈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린 투타는 분노에 차 주먹을 꽉 쥐었다.“우리 설국의 원한, 우리 세대가 반드시 갚을 겁니다!”투타의 분노에 찬 외침에 파마는 차분하게 말했다.“원한을 갚는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느냐? 화진의 무적 장수 구주왕을 떠올려 보거라. 6년 전, 그놈 혼자서 우리 설국에 저지른 짓들은 아직도 백성들의 뇌리에 깊이 새겨져 있지 않느냐?”설국의 노인은 육 년 전 참상을 떠올리며 침통한 목소리를 냈다. 그들은 과거 윤구주의 살육에 겁을 잔뜩 먹은 게 분명했다.“흥! 구주왕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파마 제사장님, 너무 적을 과대평가하고 아군의 사기를 꺾는 것이 아닙니까?”옆에 있던 투타가 불만스럽게 말했다.“투타 말이 맞습니다! 구주왕이 아무리 천하무적이라고 해도 이미 죽었잖습니까? 지금의 화진은 문씨 성을 가진 여자가 왕입니다! 만약 십 국 전쟁이 다시 일어난다면 우리 설국은 반드시 그 치욕을 씻어낼 수 있을 겁니다!”다른 설국 사내도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두 사람의 말에 파마 제사장은

  • 구주, 왕의 귀환   제1403화

    기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이었으나 주변에는 울창한 숲이 펼쳐져 있었다.끝없이 펼쳐진 원시림 속에서 설국에서 온 세 사람은 마궁을 향해 빠르게 이동하고 있었다.세 사람 모두 상당한 고수였기에 앞에 놓인 험준한 산길도 그들에게는 평지를 걷는 것처럼 거침없었다.“거의 다 왔군! 이 물건들을 국경지대로 가져가면 세나스 장군께서 우리에게 후한 상을 내리실 거야.”설국 사내 중 두 장이 넘는 거구를 자랑하는 투타가 말했다.그는 마치 야생 늑대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멀리 마궁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투타의 말이 맞아! 이것들만 운반해 간다면 우리 설국 병사들도 화진의 무공을 수련할 수 있게 될 것이야!”다른 설국 사내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가자, 마씨 가문에 거의 다 왔다!”선두에 선 파마 제사장의 말과 함께 세 사람은 다시 길을 재촉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숲을 빠져나온 그들은 마궁 아래에 도착했다.그러나 마궁 아래 다다른 순간,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세 사람 모두 할 말을 잃었다.웅장했던 마궁은 폐허로 변해 있었고 땅에는 수장너비의 거대한 균열이 발아래에서 기산 꼭대기까지 이어져 있었다.마치 신선이 칼로 내려친 듯한 깊고 넓은 골짜기였다.더욱 놀라운 것은 트럭 크기만 한 거대한 바위들이 마궁의 폐허 위를 뒤덮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씨 가문의 궁전들이 완전히 폐허가 되어버린 것이었다.이 광경을 처음 목격한 투타가 경악하며 소리쳤다.“이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마씨 가문이 왜 이 지경이 된 거야?”투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뜨고 처참하게 파괴된 마씨 가문의 궁전들을 바라보았다.보아하니 세 명의 설국인은 마씨 가문을 처음 방문한 것이 아닌 듯했다.그들은 이미 여러 차례 마씨 가문과 내통해 왔던 것이다.다만 지금 마궁이 이렇게 폐허가 된 것을 본 세 사람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마궁이 모두 파괴되다니.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마씨 가문의 고수들은 다 어디 간 거야?”다른 설국 사내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 구주, 왕의 귀환   제1404화

    “마씨 가문이 정말로 멸망했어! 맙소사, 이게 무슨 일이야!”투타는 경악하며 외쳤다.“마씨 가문이 멸망했는데 우리 첩보원들은 왜 아무런 소식도 전하지 않은 거지?”다른 설국 사내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설국은 오랫동안 마씨 가문과 내통해 왔다. 그런데 마씨 가문에 이런 큰일이 벌어졌는데도 첩보원들이 전혀 알지 못했다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다.“이는 한 가지를 의미한다. 마씨 가문 사람들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거지!”파마 제사장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니요?”투타는 어리둥절했다.“그렇다. 시신의 부패 정도를 보아하니, 며칠 전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구나.”파마 제사장은 땅에 쓰러진 마씨 가문 제자들의 시신을 가리키며 말했다.투타와 다른 사내는 그의 말에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괘씸한 놈들! 마씨 가문이 멸망했다면 우리에게 약속한 물건은 어찌 되는 것입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막대한 황금과 재물을 주었잖습니까!!”투타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마씨 가문은 이미 설국으로부터 엄청난 양의 금은보화와 각종 대가를 받았다.그러나 지금 마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렸으니 설국은 원하는 것을 얻을 길이 없었다.“큰일이야! 약속된 물건을 가져가지 못한다면 세나스 장군께서는 분명 크게 노하실 텐데.”다른 설국 사내도 걱정스럽게 말했다.화진의 무공 비급을 얻기 위해 설국은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마씨 가문과 거래를 했다.그러나 마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린 지금, 그들은 원하는 물건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세 명의 설국인은 깊은 절망에 빠졌다.“찾아라! 이곳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우리 설국의 것을 찾아내야 한다!”파마 제사장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세 명의 설국인이 물건을 찾기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천둥 같은 호령이 그들의 귓가를 울렸다. “설국의 미물들아, 더 찾을 필요 없다! 네놈들이 찾는 건 내가 다 부숴버렸다!”그 위엄 넘치는 목소리에 세 명의 설국인은 경악하며 외쳤

  • 구주, 왕의 귀환   제1405화

    설국 광전사의 맹렬한 공격에 윤구주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서 세상을 멸할 듯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곧 주변의 기운이 형체 없는 사슬로 변하여 투타의 몸을 꽁꽁 묶었다.“이런! 무슨 일이지?”투타는 공포에 질려 본능적으로 주먹을 거두려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죽음을 자초하는구나!”윤구주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짐과 동시에, 그의 오른손 손가락에서 눈부신 기운이 발사되어 투타의 미간을 관통했다.퍽!설국 최강의 광전사라 불리던 투타의 2미터 넘는 거구는 허공에서 폭발하며 핏덩이로 산산조각이 났다.“투타!”윤구주가 손가락 하나로 투타를 죽이는 모습을 본 파마 제사장과 다른 설국 사내는 공포에 질려 넋을 잃었다.“네... 네... 네놈은 대체 누구냐? 감히 설국인을 죽이다니!”다른 사내가 윤구주에게 묻자 윤구주는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설국이라? 좁쌀만 한 나라가 감히 화진 땅에서 설쳐대?”윤구주는 다시 한번 손가락으로 짚었다.퍽!조금 전까지 큰소리치던 설국 사내 또한 몸이 폭발하며 처참하게 죽었다.윤구주가 순식간에 두 명의 부하를 죽이는 모습을 본 파마 제사장은 공포에 질려 땅바닥에 주저앉았다.“이제 네 차례다.”윤구주의 차가운 시선이 파마 제사장에게 향했다.설국의 제사장은 대부분 대가 구 품 이상의 실력을 지녔는데 눈앞의 파마 또한 엄청난 고수였다.설국에서 제사장의 지위는 매우 높았다.제사장은 설국 신전의 특별한 보호를 받을 뿐만 아니라 왕족과 같은 대우를 받았다.하지만 두 부하가 처참하게 죽는 모습을 본 파마는 온몸을 떨며 윤구주에게 물었다.“대체 누구시기에 감히 설국인을 죽이는 것이오?”“네놈 따위가 감히 내게 묻느냐?”윤구주는 차갑게 코웃음 치며 온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파마의 몸에 그대로 내리꽂았다.쿵!파마는 그 압력을 도저히 견딜 수 없었고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며 그대로 땅에 꿇어앉았다.무릎에서 뼈가 부스러지는 듯한 격렬한 고통이 밀려왔고 순식간에 두

  • 구주, 왕의 귀환   제1406화

    흑여산맥 전투에서 윤구주는 백만이 넘는 설국 정예 병사들을 도륙했고 그 결과 흑여산맥은 설국 병사들의 시체로 산을 이루고 피로 강을 이루었다.그 전투로 설국은 국력이 오십 년이나 후퇴하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그런데 지금, 설국인들이 흑여산맥을 지키는 장군들과 내통했다는 말을 들은 윤구주는 분노를 금할 길이 없었다.“내통한 자들의 이름을 모두 대라!”윤구주가 차갑게 명령했다.파마는 감히 거역하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들을 말했다.“기병 교위 원호산, 진부대장 진추해, 좌익국방장군 강문정!”...설국 제사장이 흑여산맥 장수 일여덟 명의 이름을 대자 윤구주는 그 이름들을 모두 기억했다.설국과 내통하는 장수들의 이름을 기억한 뒤 윤구주는 다시 차갑게 물었다.“현재 흑여산맥을 지키는 설국 장수는 누구냐?”“세... 세나스 장군입니다...”파마가 사실대로 답했다.“세나스라... 한쪽 눈이 없는 그 영감탱이 말이냐?”윤구주가 차갑게 웃으며 묻자 파마는 경악하며 되물었다.“대체 누구십니까? 어찌 세나스 장군을 아시는 것이옵니까?”“내 발밑에 꿇어앉았던 놈을 내가 어찌 모르겠느냐?”윤구주는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뭐? 말도 안 돼!”파마 제사장은 순간 소리를 질렀다.그는 눈을 부릅뜨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설국에서 군신이라 불리는 세나스 장군이 그의 발아래 꿇어앉았다니,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설국, 네놈들은 죽음을 자초하고 있구나! 과거 금전에서 너희 설국 미물들과 황실 전원을 없애버리지 않은 게 내 잘못이었다! 지금 너희들이 감히 화진의 무학 정수를 훔쳐 전쟁을 도모하다니, 좋다! 네놈들이 전쟁을 원한다면, 윤구주 내가 다시 한번 설국을 피로 물들여 주겠다!”윤구주의 입에서 서릿발 같은 말이 쏟아져 나왔다.설국 제사장은 윤구주가 '금전'을 언급하는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설국의 금전은 화진의 황성과 같은 곳으로 설국의 수도이자 국왕이 거주하는 곳이었다.그런데 윤구주는 과거 설국 금전에 나타나 왕족들을 거

  • 구주, 왕의 귀환   제1407화

    윤구주를 알아본 설국 제사장은 공포에 떨었다.“내가 누구인지 알았으니 너도 이제 죽어야 할 것이다.”윤구주는 손을 가볍게 휘둘렀다. 천지의 기운에 짓눌린 파마 제사장은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윤구주의 손바닥에 맞아 핏덩이로 변했다.설국 제사장을 죽인 윤구주는 차가운 눈빛으로 국경을 향해 바라보았다. “설국, 네놈들이 자멸을 재촉하는구나!”화진의 진국지왕으로 윤구주는 백성들을 수호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여겼다.그런데 미천한 설국이 감히 화진의 무학 정수를 훔쳐 병사들을 훈련시키다니! 화진의 호국 군신으로서 윤구주가 어찌 이를 용납할 수 있겠는가?“6년이다! 설국이 스스로 멸망을 택했으니 내 다시 한번 그들을 도륙할 것이다!”윤구주는 살기등등하게 말하고 설국으로 가려고 했다.그는 현재 화진의 수도를 걱정하지 않았다.마씨 가문을 쓸어버렸으니 제자백가가 아무리 불만이 있을지라도 감히 그와 대적할 자는 없을 것이다.더욱이 공수이와 그의 형제들이 수도를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것이 없었다.지금 그가 해야 할 일은 흑여산맥을 거쳐 설국으로 향하는 것이었다.집안일은 뒤로 미룰 수 있으나 나랏일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다.하물며 화진의 인왕으로서 나라를 지키는 것은 그의 책무였다.다만 설국에 가려면 반드시 흑여산맥을 지나야 했다.방금 윤구주는 파마에게서 현재 흑여산맥을 지키는 자가 설국의 세나스 장군이라고 들었다.한쪽 눈이 없는 그 노장은 설국에서 군신으로 불리는 자였으나 육 년 전 윤구주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세나스? 흥! 먼저 그놈부터 죽이고 설국을 쓸어버릴 것이다!”윤구주는 차갑게 말하며 흑여산맥으로 떠날 채비를 했다.다만 흑여산맥으로 가기 전, 그는 수도에 있는 형제들에게 연락해야 했다.윤구주는 전자 기기를 휴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기에 도시로 가서 전화를 빌려야 했다.그는 요성 쪽을 바라본 후, 순식간에 몸을 날려 요성으로 향했다....요성.조금 전에 있었던 지진 여파에도 불구하고 요성은 빠르게 원래의 활기와 번화함

  • 구주, 왕의 귀환   제1408화

    개코라고 불린 불량배는 입에 담뱃대를 물고 목에는 금 도금된 굵은 구리 목걸이를 걸치고 있었다.그도 이홍연을 보자 눈빛이 반짝였다.“대박, 진짜 끝내주네! 홍이 노래방의 마돈나보다 백 배는 더 예쁘잖아!”“그러니까 말이야!”“봐봐, 저 여자 완전 연예인 아니냐? 아니, 연예인보다 더 예쁜 것 같은데?”“맞아 맞아!”“야, 이 바보들아, 뭐 해! 빨리 가서 꼬셔 봐! 오늘 밤 우리 셋 뜨겁게 놀 수 있을지도 몰라!”세 명의 불량배는 음흉하게 웃으며 이홍연에게 다가갔다.거리 모퉁이 음식점.이홍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주문하려 했다.바로 그때, 세 명의 음흉한 그림자가 그녀 앞에 나타났다.“안녕, 예쁜 아가씨! 혹시 이름이...?”이홍연은 고개를 들어 그들을 쳐다보았다. 불량스럽게 옷을 걸친 세 명의 불량배들이었다.황성에서 자라며 사회의 밑바닥과 교류할 일이 거의 없었던 이홍연이었지만 그들의 차림새를 한 번 스윽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상황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그녀는 그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여기서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이홍연의 냉정한 반응에 불량배들은 물러나기는커녕 오히려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아가씨, 성격도 끝내주네!”“배낭을 들고 있는 거 보니 우리 요성에는 처음이지?”목에 굵은 금목걸이를 두른 개코가 음흉하게 웃으며 그녀의 가방을 힐끔거렸다.“니들이랑 무슨 상관인데?”이홍연이 차갑게 받아쳤다.그러나 개코는 여전히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아가씨, 우리 요성에는 볼 것도 많고 재밌는 곳도 많은데 우리가 안내해줄까? 요성을 제대로 경험하게 해줄게.”옆에 있던 두 불량배도 거들며 말했다.“맞아!”“다시 한번 말하지만 썩 꺼져! 안 그럼 가만 안 둬!”이홍연이 싸늘하게 말했다.“오호? 설마 우리를 때리려고? 하하!”개코가 비웃으며 웃음을 터뜨리던 바로 그 순간, 짝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이 그의 얼굴에 꽂혔다!운이 나쁘게도 개코는 이홍연의 싸대기에 순간 몇 개의 앞니

  • 구주, 왕의 귀환   제1409화

    두 불량배가 나가떨어지는 것을 본 이홍연은 차갑게 웃으며 개코를 바라보았다.“너도 더 맞고 싶냐?”개코는 이홍연이 싸움을 잘하는 걸 보고 겁먹었다.그는 서둘러 음식점 밖으로 뛰쳐나가 이홍연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너 이년, 어디 두고 보자!”말을 마친 그는 부하들을 데리고 황급히 도망쳤다.불량배들이 사라지자 이홍연은 다시 음식을 주문하기 시작했다.그때, 음식점 주인아주머니가 주방에서 나와 이홍연에게 말했다.“아가씨, 어서 이곳을 떠나세요.”이홍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왜요?”“저 불량배는 요성에서 유명한 깡패예요. 게다가 패거리도 많으니 분명히 다른 놈들을 데리고 올 거예요!”주인아줌마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이홍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염려해 주셔서 고마워요. 근데 걱정 마세요. 저런 쓰레기들은 아무것도 아니니까.”화진 황실의 육 공주인 이홍연이 깡패들한테 겁먹을 리가 없었다. 그런 모습을 다른 이들이 본다면 웃음거리가 될 게 뻔했다.이홍연의 태도를 본 주인아주머니는 더 이상 만류하지 않고 말했다.“그래요, 알겠어요. 어쨌든 말할 건 다 했으니 알아서 하세요.”말을 마친 주인아주머니는 다시 주방으로 가서 하던 일을 이어갔고 이홍연은 식사를 계속했다.십여 분쯤 지났을까.멀리서부터 갑자기 오토바이 엔진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그 소리는 개조된 대형 배기량 오토바이에서 나는 굉음이었고 소리가 가까워지면서 마침내 스무 대가 넘는 오토바이가 식당 앞까지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은 각자 손에 강철 파이프, 쇠사슬, 야구 방망이를 들고 있었다.“백호 형! 그년 지금 저기 식당에 있어요!”선두의 개조된 오토바이에서 방금 얻어맞은 개코가 대머리 놈한테 말했다.백호라고 불리는 사내는 우람한 체격에 얼굴에는 흉터가 가득했다.요성에서 백호의 악명을 모르는 자는 없었다.그는 무예에 능통했고 한때 남쪽에서 한 가닥 했다는 놈이었다.지금 요성의 유흥가 절반은 모두 백호가 봐주고 있었다.“못난 놈! 계집 하나도 제대로 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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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32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 구주, 왕의 귀환   제2031화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 구주, 왕의 귀환   제2030화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29화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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