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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 왕의 귀환
구주, 왕의 귀환
작가: 김원호

제1화

「애도하라! 애도하라!」

화진의 모든 서버는 묵념하며 구주왕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강성시의 한 해변가.

비키니를 입고 완벽한 몸매를 드러낸 소채은이 미간을 찌푸리고 핸드폰으로 묵념하는 장면을 쳐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뭐야?”

“벌건 대낮부터 무슨 애도람?”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애도한다고?”

“아, 미치겠네. 어떤 사람이 죽었길래 다들 이렇게 난리인 거지?”

핸드폰 화면을 5분동안 뚫어져라 지켜보고나서야 소채은은 헤드 메세지를 클릭했다.

빨간색으로 적힌 몇글자가 소채은의 눈에 들어왔다. 대형 사이트의 홈페이지마다 헤드라인으로 걸려 있었다.

「구주 군신이 어제 10개 나라에서 온 강자의 연합공세로 죽음의 바다에서 전사했습니다.」

「이 전쟁으로 파란 바다가 핏빛으로 물들었고 망망대해에 시체가 떠올랐습니다.」

「이 전쟁은 한 사람이 한 군을 이끌고 10개 나라의 백만 군사를 온힘을 다해 격파한 전쟁이었습니다.」

각 대형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보며 소채은의 앵두같은 입술이 동그랗게 오무려졌다.

‘구주 군신? 할아버지가 자주 말씀하시던 무패의 전설 아니었나? 그런데 전사했다니.’

“그래서 서버 전체가 묵념하고 있구나. 이 무패의 전설이 죽은 거였어?”

이 “구주 군신”의 사망 소식을 조금 더 검색해보다가 소채은은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구주왕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었고 화진의 레전드 히어로가 맞았다.

하지만 소채은과 같은 사람에게는 너무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 자신에게 벌어진 시끄러운 일도 아직 다 해결하지 못했다.

소채은은 바닷가에 누워 집안 일을 고민했다. 그러자 절세의 미모에 걱정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따르릉!”

그때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소채은은 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했다. 친구였다.

“여보세요?”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애하는 소채은 아가씨, 도대체 요즘 어디를 싸돌아 다니길래 연락이 안되는 거야?”

“란이야, 왜? 나 지금 옛 본가에서 휴가 중인데.”

소채은이 음료수를 마시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헐! 너 혹시 까먹은 거 아니지? 두날 뒤면 너 중해 그룹 도련님과 결혼하는 날이잖아. 지금 휴가 갈 기분이야?”

이 말을 들은 소채은은 스스로 자기를 비웃으며 말했다.

“결혼한다고 휴가를 못 와?”

“게다가 나를 도구처럼 정약 결혼에 쓰는데 나와서 바람 좀 쐬는 게 뭐 어때서?”

란이가 멈칫하더니 말했다.

“채은아, 너 중해 그룹 도련님과 결혼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지?”

“소문도 더러운데다가 바람둥이에, 3년이나 여학생을 성폭행했다고 지목 받은 사람인데 내가 결혼하고 싶겠니?”

수화기 너머는 다시 침묵이 흘렀다.

한참이 지나서야 란이가 입을 열었다.

“싫다면 너를 제일 아끼는 할아버지한테 부탁해보지 그래.”

“할아버지 쓰러지신지 이미 일년이 넘었어. 지금은 그 독한 큰아버지가 집안을 꽉 잡고 있어.”

“그런데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이 말을 들은 란이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채은아, 미안해. 너희 집안 상황이 이렇게 복잡한 줄 몰랐어.”

“괜찮아.”

“우리 집안에서 나는 원래 도구나 다름없는 존재라 이제 적응했어.”

소채은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럼 언제 돌아와?”

란이가 물었다.

“일단은 내일까지 여기 있으려고.”

“그래. 돌아오면 꼭 연락해. 끊을게.”

전화를 끊고 소채은은 침대식 의자에서 일어났다.

해빛이 그녀의 하얀 피부와 완벽한 몸매를 비춰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그녀는 맑은 눈망울로 눈앞에 펼쳐진 바다를 바라봤다.

“만약 내가 물고기가 되어 자유로워 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소채은은 한숨을 내쉬더니 샤워 타올을 벗었다. 그러자 완벽한 몸선이 드러났다.

그러더니 바다로 들어갔다.

바다 바람이 불어와 파도를 일으켰다. 소채은 그렇게 점점 더 깊은 곳으로 헤엄쳐 갔다.

파도가 멀리서 한겹 한겹 다가오고 있었다.

소채은이 아무런 목적없이 수영을 하고 있는데 멀리 떨어진 곳에 떠있는 까만 무언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잉? 저게 뭐지?”

소채은이 눈을 크게 뜨고 자세히 그쪽을 바라봤다.

“헐, 사람이야?”

“이렇게 깊은 바다에 왜 사람이 떠있지?”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채은은 바로 그 사람에게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소채은은 그 사람 옆에 도착했다.

가까이서 더 자세히 보니 바다 한가운데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둥둥 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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