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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65화

Author: 김원호
수라전 전주는 현존하는 세상에서 최고의 살수였다.

살인의 세계를 200년 넘게 지배해온 그는 온갖 괴물들과 도적들, 심지어 신급 수련자들의 피까지 손에 묻혔다.

그런 수라전 전주에게 윤구주는 그저 하찮은 존재에 불과했다.

“윤구주, 죽어라.”

수라전 전주가 일격에 날아들었다.

몸보다 두 배나 긴 검은 대낫이 윤구주의 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윤구주는 단 한 손으로 그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콰아앙!

전력을 다한 공격임에도 대낫은 윤구주의 팔뚝에 닿자마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수라전 전주의 눈빛에 당혹감이 스쳤다.

방금의 일격은 분명 온 힘을 다한 공격이었건만, 통하지 않았다.

첫 일격 후 수라전 전주의 자신감은 깡그리 사라졌다.

윤구주의 육체는 자신을 압도했고, 힘으로는 이길 수 없음을 깨달은 수라전 전주는 대낫을 거두고 백 보 후퇴했다.

하지만 윤구주는 가소롭다는 듯 웃고 있었다.

‘힘으로 나를 누르려 했다니, 도대체 얼마나 나를 얕보았단 말인가.’

수련자의 체력만으로는 그들 사이의 격차를 도저히 뛰어넘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생라지옥인, 수라참!”

수라전 전주의 입에서 얼음 같은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부적마다 묵직한 살기가 가득했고 대낫에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순식간에 모든 것들을 얼려버릴 기세였다.

숨쉬기도 버거울 정도의 냉기였다.

“윤구주, 이번엔 이걸로 널 찢어주마!”

기법을 완성한 수라전 전주는 다시 한번 돌진했다.

이번에도 체술과 함께 일격에 승부를 보려는 전술이었다.

콰직! 콰앙!’

대낫은 쉴 새 없이 윤구주를 향해 내리꽂혔다.

하지만 윤구주는 이를 손쉽게 막아냈다.

열다섯 차례가 넘는 연타 끝에 그의 팔에 서릿발이 맺히기 시작했다.

그걸 본 수라전 전주는 크게 방긋 웃었다.

“통했다! 윤구주, 이건 평범한 현빙이 아니다. 이건...”

쿠직!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팔을 가볍게 흔들었다.

그 순간 팔을 감싸고 있던 얼음은 그대로 산산조각 났다.

“뭐야?”

수라전 전주는 할 말을 잃었다.

“이 자식... 진짜 보통 인간이 아니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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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주, 왕의 귀환   제2076화

    하지만 이 술법은 하필 그에게 완전히 제압당하는 속성이어서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이제 남은 희망은 단 하나, 바로 봉왕팔기 뿐이었다.봉왕팔기는 실로 강력한 비술이다. 아무리 평범한 수련자라도 그중 하나만 성공하면 황제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하지만 그는 용이었고 황제 따위는 그의 눈에는 개미만도 못한 존재다.오직 극 대원만 경지에 도달한 자들만이 겨우 그와 겨룰 수 있다지만 그나마도 겨우 한두 수 버티는 수준일 뿐이다.용이란 결코 평범한 존재가 아니며 구중현천을 뛰어넘는 신물이다.천 년에 걸친 수련과 하늘의 운과 땅의 기운 이 모든 것이 맞물려야만 비로소 용문을 뛰어넘어 교룡이 될 수 있다.비록 그의 수련은 극 대원만 경지에 머물러 있었지만 진신과 인간과는 본질적으로 차원이 달랐다.흑교룡은 인간계의 어떤 수련자도 두려워한 적이 없었고 대원만 경지의 고수가 한둘이 아니라 백 명이 달려들어도 전혀 겁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그의 눈 앞에 펼쳐진 봉왕팔기는 성술이다.“젠장! 설마 문씨 가문이 나한테 뭔가 숨기고 있었던 건가? 만약 저 녀석이 정말 성술을 다룰 수 있다면... 이거 꽤 골치 아픈 상황인데.”흑교룡은 흘러나오는 백기가 자신이 뿜어낸 용기를 잠식하며 점점 커지는 것을 보고 더는 억지로 눌러둘 수 없다고 판단했다.흑교룡은 망설임 없이 용기를 거둬들이고 동시에 흑옥을 폭파시켰다.“흑옥은 폭발하라! 어떤 술법이든 상관없다. 흑옥이 터지면 만물이 소멸하리라.”흑기가 안쪽으로 급속히 수축하였고 그 기세는 이제 선기조차 막지 못할 만큼 흉포해졌다.곧 있으면 폭발할 것 같았고 그 힘은 한순간에 산 전체를 평지로 만들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이었다.“아쉬운 건 지하 용맥이지. 아직 절반이나 남은 음룡기도 정제하지 못했는데... 하지만 그것보다 지금은 윤구주를 제거하는 게 우선이다.”흑교룡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 힘이 용맥까지 파괴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결국 판단을 내렸다.용맥이란것은 원래 무척 연약해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본래의 풍

  • 구주, 왕의 귀환   제2075화

    백호는 요승을 처리한 후 곧바로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한발 늦은 상태였다.지하로 돌아왔을 때 그의 왕은 이미 삼켜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현모를 한 번 바라보았다.“바보들! 천하의 쓰레기들!”백호는 분노에 차 몸속의 성수정혈을 활성화되었고 그는 교룡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고 그냥 흑교룡에게 돌진했다.“응?”흑교룡은 한 번 쳐다보자 백호는 이미 달려와 강력한 주먹을 용기에 내려쳤다.그 한 주먹은 흑교룡에게 실질적인 상처를 입히지 못했고 용기에도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지만, 그 충격에 흑교룡은 매우 놀랐다. 흑교룡은 곧바로 용기로 백호를 속박하고는 물었다.“네가 바로 윤구주의 부하 전신 백호냐?”“이 자식! 너희 백호 할아버지, 내가 바로 그 백호다. 내 왕을 죽이려 했다면 나는 너를 산채로 삼켜버릴 거다.”백호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고 몇 번이나 속박에서 벗어날 뻔했다.“흥미롭군. 네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 용위 아래에서도 성수정혈을 끌어낼 수 있다니.”“그럼 나중에 너를 자세히 연구해봐야겠군. 너의 상대를 찾아줄게. 둘이 놀고 있어.”흑교룡은 웃으며 멀리 전음을 보내자 푸른 불꽃이 몸을 휘감고 있는 한 남자가 날아오며 백호를 한주먹으로 날리자 백호를 감싸고 있던 용기도 끊어졌다.“슉!”푸른 불꽃을 휘감은 남자는 즉시 백호에게 달려들었고 싸움을 시작했다. 두 사람은 서로 충돌하며 지표로 올라갔고 수산의 숲속에서 치열한 결투를 벌였다.지면의 움직임을 감지한 흑교룡은 감탄하며 말했다.“백호 진짜 미친놈이야. 자신보다 훨씬 강한 청룡과도 죽기 살기로 싸우고 있잖아.”맞다. 그 푸른 불꽃을 뿜는 남자는 바로 윤구주가 찾고 있던 청룡이었다. 윤구주와 그의 일행들이 이곳에 온 목적이 바로 이 청룡을 찾기 위해서였다.흑교룡은 시선을 다시 흑기로 돌렸다. 지금 그가 바쁜 이유는 윤구주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아직도 버티고 있군! 화진의 인황이 과연 정말 만만치 않네.””흑교룡은 동공을 좁히며 생각했다. 상황이

  • 구주, 왕의 귀환   제2074화

    “그래, 이게 바로 용문 비술이다. 진룡의 힘은 선인도 멸할 수 있다. 신불도 내 앞에서는 개미에 불과하다. 윤구주! 네게 아직 남은 실력이 또 뭐가 있지?”용문 비술이 응집되며 백 장 규모의 검은 옥구슬이 그들 앞에 나타났다. 마치 검은 구멍처럼 모든 것을 삼키는 듯한 모습이었다.황보웅은 그 힘이 얼마나 강력할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인간의 힘으로는 저 비술을 막을 수 없을 것이다.“재밌군! 내가 너보고 교룡이라고 했지. 내가 사는 화진 고대에서는 너 정도 존재는 작은 연못 속 용왕에 불과해. 그게 전부다.”윤구주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만 떠들어라! 허세는 누구나 부릴 수 있지. 교룡이 너 정도는 충분히 처리할 수 있다.”원래 윤구주가 항복할 거로 생각했지만 이렇게 끈질기게 버티는 모습에 흑교룡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이제는 비술을 사용해 무조건 끝내버리겠다고 결심했다.“윤구주, 네 입이 얼마나 단단한지 한번 보지.”흑교룡은 검은 옥구슬을 윤구주를 향해 던졌다.용문에서 솟아오른 엄청난 힘이 마치 세상을 무너뜨릴 것처럼 울리며 수산 전체에 퍼졌다.검은 옥구슬은 마치 공간을 찢을 듯이 하늘을 가로질러 윤구주를 향해 돌진했다.검은 옥구슬이 채 도달하지 않았는데 윤구주 앞에 있던 천 미터 크기의 용암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졌다.흑염은 수십 미터 아래로 눌렸고 모든 사람은 순식간에 수십 미터씩 떨어져 나갔다.이건 더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용술이었다.황보웅은 공황에 빠졌다.윤구주가 이를 막을 수 있을지 아니면 윤구주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지 조차 모를 일이다.자신은 더는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이 확실했다.뒤에 있는 현모와 주작도 마찬가지였고 그들도 역시 모두 죽을 위기에 처해 있었다.이 비술의 압박 속에서 세 사람은 도망칠 수도 벗어날 수도 없는 상황에 놓여있었다.“이럴 수가! 성수 정혈이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청룡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사성수가 모인다면 왕을 도울 수 있을 텐

  • 구주, 왕의 귀환   제2073화

    용간봉수. 선조들의 만찬이라니 흑교룡에게는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윤구주! 감히 이렇게 무례하다니. 이 하늘과 땅보다 위대한 존재가 바로 나다. 나는 세상을 다스리는 진룡. 너 같은 화진의 인황 따위가 감히 나를 논할 자격이나 있느냐?!”흑교룡이 포효했다.호랑이 같은 용의 포효가 울려 퍼지며 용의 위엄이 하늘과 대지를 뒤흔들었다.황보웅, 주작, 현모 세 사람은 용위에 눌려 제대로 서 있기도 힘겨웠다.진짜 진룡의 힘은 과연 범접할 수 없는 위압이었다.“윤구주! 감히 내 용위를 막아보겠다고?”흑교룡이 하늘을 선회하며 외쳤고 그 아래로 천 겹의 흑염이 소용돌이쳤다.세상을 집어삼킬 듯 몰아치는 그 광경은 지켜보는 이들의 등골을 오싹하게 했다.“용위가 두렵다고? 웃기지 마라. 이미 말했듯이 넌 진룡이 아니다. 고작 교룡일 뿐이다. 설령 오늘 네가 오조 신룡으로 거듭났다고 해도 화진을 거스르는 순간 기다리는 건 오직 죽음뿐이다.”“구양진룡결! 어용도! 진용현신!”윤구주가 법결을 펼치자 아홉 마리 적금신용이 하늘을 가르며 강림했다.아홉 마리 신룡은 그 거대한 몸집으로 흑교룡을 압도했다.다섯 개의 발톱과 황금빛 비늘 그리고 빛나는 금색 뿔은 화진의 위엄을 그대로 담은 듯한 모습이었다.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화진의 신룡이었다.전설에 따르면 화진의 인왕이 황제로 등극하면 하나의 진룡을 얻는다고 했다.그렇다면 임정설 역시 황제의 자리에 오르고 나서 황도 기운을 진룡으로 승화시켰지만, 그의 진룡은 어디까지나 신화 속 화신에 불과했다.하지만 윤구주의 신룡은 달랐다.그것은 명백히 실체를 가진 진룡이었다.구룡현신하자 흑교룡은 즉시 강하게 억눌리기 시작했다.그 강렬했던 눈빛마저 흔들리며 움찔거렸다.윤구주의 구룡에 대해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지 아직 두려움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다.“구룡화신? 하하, 웃기고 있군!”“네 구룡이 융합 법결과 화진의 국운과 화진 사람들의 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개인 기운을 더한 것은 대단하다.”“하지만 가짜는

  • 구주, 왕의 귀환   제2072화

    하늘의 영기가 내려오지 않고 음용맥의 기운마저 흡수할 수 없으니 여전히 불리한 상황이었다.“말했잖아. 여긴 용맥이라고. 성수가 이곳에 와서 수련한다 해도 절대 쉽지 않아.오직 수련을 성공한 자만이 가능하겠지만 그런 자들은 이미 구중현천으로 비상할 능력이 있으니 굳이 이곳에 머물 이유가 없지.”“결국 이곳에 남아 있는 건, 교룡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된 자들뿐이다.”윤구주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그의 말이 끝나자 저 멀리서 거대한 용암층이 폭발하듯 터져 나오며 검은 비늘을 가진가가 한 마리 진룡이 하늘을 가르며 솟아올랐다.그 모습은 윤구주가 변신한 금룡과 꽤 닮아 있었다.크기는 다소 작은 편이었고 발톱도 세 개뿐이었다.“이게 바로 흑교룡이군. 전설 속 묘사 그대로야. 머리에는 뿔이 솟아 있고 발톱은 세 개에 겉모습은 삼 할이 용 같고 칠 할은 뱀 같구나.”윤구주가 낮게 중얼거리며 평가했다.“그렇다면... 왕께서도 아직 진룡을 본 적이 없다는 말씀입니까?”황보웅이 의아하다는 눈빛으로 물었다.“너는 본 적이 있냐?”윤구주가 그를 무심히 흘겨보았다.황보웅은 순간 말문이 막혔고 고개를 저었다.그는 당연히 봤을 리 없었다.“넌 곤륜 지역에서 천지의 정화를 흡수하고 얼음 신전의 전주라 불리면서도 본 적이 없는데 내가 어디서 보겠냐.”윤구주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사실 윤구주는 과거 진룡의 화신이나 진룡의 유골은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살아 숨 쉬는 진룡을 눈으로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다만, 아쉬운 것은 진룡이 아니라 겨우 한 마리 교룡에 불과했다.“윤구주, 네가 감히 나를 업신여겨? 진룡은 너희 화진의 도템이 아니더냐! 화진의 전통에 따라 너희 천자는 반드시 나에게 예를 갖춰야만 화진을 다스릴 수 있는 법.”흑교룡이 눈을 번뜩이며 포효했다.냉광이 번쩍 스치자 황보웅 및 세 사람은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과연, 용기가 만물을 압도한다는 말이 틀리지 않았다. “천자라고? 웃기지 마라. 나는 화진의 인황이다.”“너

  • 구주, 왕의 귀환   제2071화

    흑교룡의 말은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구주의 절반이 멸망하고 생명이 끊어진다니, 과연 그만한 힘을 지닌 자가 존재한다는 말인가?’“쾅!”흑교룡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윤구주는 손바닥으로 한 번 내리쳐 흑교룡을 산산이 부수었다.“죽었어?”주작이 멍하니 물었다.‘세간의 진룡이 이렇게 허망하게 사라질 수 있다고?’“그리 간단할 리가 없지. 방금 저자는 본체가 아닌 법신으로 만들어진 환영일 뿐이다.”“저런 요수가 인간으로 환신할 수 있다면 이미 정귀수준에 다다른 것이다.”“게다가 지금 저자는 정귀 수준을 넘어 룡문을 뛰어넘고 진정한 진룡이 된 상태이다.”황보웅이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아무리 교룡이라 할지라도 진룡은 진룡일 뿐이라고 말이다.그때 현모가 깨어났다.비록 기절해 있는 동안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지 못했지만, 의식적으로 영기가 요동쳤음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자신이 의식을 잃은 사이에 큰 싸움이 벌어졌음을 틀림없이 알 수 있었다.“왕이시여!”현모는 죄책감에 고개를 숙였다.그는 정작 가장 중요한 순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자책할 필요 없다. 문아름이 모은 고수들은 당대 최고의 인물들이다. 그중 한 명만 나서도 나라 하나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다. 너희뿐만 아니라 몇 년 전의 나를 데려다 놓아도 겨우 목숨만 부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윤구주는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몇 년 전이라면 오늘 같은 상황에서 겨우 살아남거나 아니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했을 것이다.“문아름은 청룡을 미끼로 삼아 함정을 파서 나를 끌어들였다. 서남 제국의 최고 고수들을 모으고 몇백 년을 수련한 교룡까지 불러내 나와 싸우게 했다.”“큰 판을 짠 것은 맞지만 내 눈에는 그녀는 그저 별 볼 일 없는 존재이다. 실력은 이미 다 소진된 상태일 뿐이다.”윤구주가 거만하게 말했다.그는 뒤돌아 자신을 따라오라 명하며 동시에 백호에게 전음을 전했다.“저 요승들을 모두 정리하고 나한테 와. 꾸물대지 말고. 중요한 일에 있어 너를

  • 구주, 왕의 귀환   제2070화

    윤구주의 검의 기운이 번뜩이며 하늘을 찢는 순간, 불만루의 음혼이 그대로 뚫렸다. 붕!수라전 전주는 말 그대로 얼이 빠졌다. 천시와 지리, 인화까지 거머쥔 불만루가 윤구주 손에 이토록 허무하게 사라질 줄이야. 뒤늦게 돌아보니, 윤구주는 제대로 힘조차 쓰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이건 도대체 뭐였던 거지? 이 싸움, 장터에서 장난질도 아니고.수라전 전주는 그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홱 돌려 죽자 살자 도망쳤다. 지금은 그저, 추산만 벗어나면 살 수 있다는 생각 하나뿐이었다.그는 달리며 길길이 소리쳤다. “문씨 가문, 이 개자식들아! 화진의 인황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잖아! 애초에 우릴 함정에 빠뜨릴 생각이었지! 서남 제국을 죽이고 화진이 이 지역을 장악하려는 수작이었어! 언젠가는 반드시 갚아주마!”그는 점점 확신했다. 이 모든 건 문씨 가문과 윤구주의 공작이었다. 목표는 명확했다. 서남 제국의 국운을 베어내고, 화진이 남서 지역을 완전히 제패하는 것.그는 문씨 가문에 대한 증오를 키웠고, 화진에 대한 원한을 품었다. 그러나 단 하나 윤구주에게만큼은 복수하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그런데, 그 순간.그가 가장 두려워하던 사내, 윤구주가 마치 유령처럼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귀신이야...! 이건 말도 안 돼! 네가 어떻게 이렇게 빨리!” 수라전 전주는 기절할 듯이 경악했다.윤구주는 비웃듯 말했다. “멍청아, 네 주변이나 잘 봐. 그냥 제자리에서 빙빙 돌다가 다시 돌아온 거야.”그는 황급히 주위를 둘러봤다. 정말이었다. 아무리 달려도 결국 원점이었다.‘이게... 어떻게 된 거지? 달렸는데도 되돌아왔다고?’그때, 인간의 모습을 한 교룡이 조용히 말했다. “이미 말했잖아. 윤구주는 도를 이룬 자라고. 황자가 되면 풍수 격국조차 바꿀 수 있어. 그 정도로 너를 꾀는 건 어렵지도 않아. ”“큭... 알았어. 인제야 모든 게 맞아떨어지네. 처음부터 이 자식이랑 짜고 있었던 거였지? 그래서 천년대진이 아무 효과도

  • 구주, 왕의 귀환   제2069화

    수라전 전주는 승리에 도취해 있었다.“윤구주! 네놈도 결국 이 꼴이 됐군! 화진에서야 네가 날뛰며 함부로 굴었겠지! 하지만 여긴 화진이 아니야! 오늘, 이 수산이 바로 너 윤구주의 무덤이 될 거다!”불만루 역시 격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곤륜 구역 전체를 떨게 만든 윤구주를, 바로 그가 불교 교단의 힘으로 처단할 수 있다니.이 순간, 역사가 그의 손으로 새로 써지는 듯했다.지금부터 세상은 그 불만루의 이름으로 다스려질 것 같았다.흥분에 들뜬 그는 거만하게 외쳤다.“윤구주! 이 하늘 가득한 신불을 어찌 막을 셈인가! 지금 당장 항복해라! 어쩌면 살려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하늘 가득한 신불의 살기가 일제히 윤구주를 향해 내리꽂혔다.그건 단순한 위압이 아니었다.윤구주의 의지를 꺾고, 저항을 포기하게 만들려는 의도였다.하지만, 윤구주는 단 한 번도 그들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았다.“서천극락? 하늘 가득한 신불? 내 눈엔 그냥 개미 떼일 뿐이다. 호랑이 가죽 걸쳤다고 여우가 맹수인 줄 아느냐? 불의 껍데기 하나 뒤집어썼다고 날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나? 한심하군.”윤구주는 싸늘한 웃음을 띤 채 입을 열었다.“허풍도 작작 떨어라! 그렇게 자신 있으면 실력이나 보여봐라! 어디 한번 보자고, 네놈 윤구주의 진짜 실력!”불만루가 외쳤다.이쯤 되면 윤구주도 제정신이 아니라고밖에 할 수 없었다.“좋다. 네가 그렇게 원한다면 눈 똑바로 뜨고 잘 봐라. 이 만불귀술이 어떻게 박살 나는지.”윤구주는 자신의 전신에 기운을 운용했고, 이념과 함께 천기가 움직였다.그의 일념에 바람이 일었고, 바람이 검을 불렀다.사방에서 몰려든 수천수만의 검의가 윤구주의 두 손가락 사이로 응축되었다.그는 손가락을 검처럼 세우고, 일념에 도를 담아 천검을 베었다.“팔기성기, 어검검파무극!”광풍이 불어오고, 만검이 몰아쳤다.만법은 한뜻에 수렴하고, 만검은 하나로 융합된다.하늘을 가르는 거대한 천검이 내려 찍혔고, 그 기세는 온 하늘을 흔들었다.그토록 찬란했던

  • 구주, 왕의 귀환   제2068화

    바로 그 순간, 불만루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치솟는 살기가 하늘을 찔렀다.그 살기가 구름을 뚫고 솟구쳐 하늘을 뒤덮더니, 먹구름을 물들여 네 존의 흉불로 변해버렸다.“사목금강! 만불호법, 서천불조여 개천하라!”불만루가 정원을 끌어 올리자 하늘에서 검은 불력이 쏟아지며 윤구주의 도법을 정면으로 깨뜨렸다.그 순간 하늘엔 기이한 이변이 일어났고, 수많은 불타들이 상계에 나타났다.그중 단 한 존, 하늘의 절반을 가리고 태양 빛마저 삼켜버린 서천의 부처가 강림했다.그 위엄과 성스러운 기운은 그저 마주보기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진짜 지랄 맞네.”주작이 이를 악물고 욕을 내뱉었다.눈 앞에 펼쳐진 신불의 위용은 그럴싸했지만, 느껴지는 기운은 오히려 사람을 얼어붙게 할 만큼 음침했다.“망할, 까먹고 있었네. 여기가 불만루의 세상이라는걸. 저 자식, 본래 수라전 전주보다도 수련이 강한 놈이다. 게다가 지금은 여러 국가의 교단 수장이야.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진짜 부처로 믿고 있어. 믿는 사람이 많아지면, 가짜도 결국 진짜가 되는 거라고!”황보웅이 이를 갈며 숨을 들이켰다.등골이 오싹해질 만큼, 이번엔 정말 상황이 나쁘다.주작은 잘 이해하지 못했다.“가짜가 어떻게 진짜가 돼?”“그게 바로 신앙이라는 거야. 보통 사람도 귀인이 도와주면 일이 풀리지 않냐? 고대의 왕후장상도 결국 사람이 떠받들었을 뿐인 것처럼 황제들이 받들어진 것도 다 백성들의 신앙 때문이지. 그런 믿음이 쌓이면, 그 자체가 실체가 돼. 여기에 여러 나라의 국운이 덧붙여지면 그건 사람 힘으로는 못 막는다.”황보웅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자리에 윤구주가 아닌 자신이 섰다면, 무슨 수를 써도 이 국면을 뒤집지 못했을 것이다.윤구주가 강한 이유는 그가 ‘구주의 왕’이기 때문이다.그 칭호는 화진 전역에서 공인된 권위였고, 그래서 그는 대전마다 군심을 잡고 기세를 압도할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화진이 아니다. 이곳은 외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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