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채은이 소개를 마치자마자 오소룡이 빠르게 걸어왔다.그는 비록 윤구주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왠지 모르게 매번 윤구주를 마주할 때마다 엄청난 압박을 느꼈다.그것은 지휘사의 최고 권력자를 마주했을 때도 느끼지 못한 기분이었다.“안녕하세요, 전 오소룡이라고 합니다.”오소룡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윤구주에게서 느껴지는 압박을 견디며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윤구주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안녕하세요, 전 윤구주라고 합니다.”그 이름을 듣는 순간, 오소룡은 저도 모르게 몸을 흠칫 떨었다.어쩐지 그 이름에서 어떠한 마력이 느껴지는 것만 같았다.두 개의 큰 손이 맞닿았다. 오소룡은 윤구주의 정체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윤구주가 오소룡과 악수를 나누고 있을 때 소청하가 어디선가 모습을 드러냈다.그는 화가 난 얼굴로 윤구주를 멀리서 노려보고 있었다. 비록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눈빛에서 느껴지는 혐오는 단번에 눈치챌 수 있을 정도로 뚜렷했다.그러나 윤구주는 소청하를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윤구주의 눈에는 오로지 소채은뿐이었으니 말이다.“채은아, 내가 오늘 널 찾아온 이유는 너에게 주고 싶은 게 있어서야!”윤구주가 말했다.“뭐? 나한테 줄 게 있다고? 구주야,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소채은이 기쁜 얼굴로 말했다.“당연하지. 우리 만난 지도 꽤 됐는데 그동안 네게 진짜 선물다운 선물은 해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너에게 아주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어!”그 말을 들은 소채은은 더욱 기뻤다.“무슨 선물인데? 얼른 보여줘!”소채은이 들뜬 얼굴로 손을 뻗었다.옆에 있던 소청하와 오소룡은 윤구주가 소채은에게 선물을 주겠다고 하자 저도 모르게 윤구주를 바라보았다.그들은 윤구주가 소채은에게 대체 무엇을 선물로 주려는 건지 궁금했다.윤구주는 품속으로 손을 뻗어 화정석으로 만든 펜던트를 꺼냈다.작은 화정석은 마치 유리구슬 같아서 아주 평범해 보였다.그러나 윤구주는 그 속에 81개의 부적 문양을 새겨 넣었고 그것은 현재 화정석 안에서 감돌고
소청하가 윤구주가 선물로 준 호신용 펜던트를 모욕하자 백경재는 너무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그러나 윤구주와 소채은의 관계를 고려해서 그는 어쩔 수 없이 화를 억눌렀다.소채은은 아버지의 모습에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며 말했다.“아빠, 입 좀 다물면 안 돼요? 구주가 내게 뭘 주든 난 다 좋다고요!”“너, 너, 너 왜 이렇게 바보 같아?”“남이 준 쓰레기를 왜 보물처럼 여기는 거야?”“화가 나 죽겠어. 화가 나 죽겠다고!”소청하는 악다구니를 썼다.옆에 있던 오소룡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서 그를 말렸다.“이모부, 저는 이 펜던트 꽤 좋은 것 같아요. 그러니까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좋긴 뭐가 좋아?”“이딴 쓰레기가 뭐가 좋다는 거야?”“쓰레기통에 버렸어도 난 거들떠보지 않았을 거야!”소청하가 계속해 말했다.소청하가 윤구주가 선물로 준 호신용 펜던트를 계속해 모욕하자 백경재는 결국 참지 못했다.“빌어먹을, 당신 처맞고 싶어요?”“우리 저하께서 주신 보물이 얼마나 귀한지도 모르면서!”“솔직히 얘기할게요. 이 호신용 펜던트는 당신이 몇십억을 줘도 사지 못하는 거라고요! 눈이 삐었나, 감히 이걸 얕보다니!”백경재가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자 온몸에서 음산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가 기세등등하게 앞으로 나섰다.“뭘 어쩌려고요? 날 때리기라도 하게요?”백경재가 호통을 치자 소청하는 깜짝 놀랐다. 그는 서둘러 뒤로 물러서면서 두려움 가득한 얼굴로 백경재를 바라보았다.“때리면 뭐가 어때서요? 당신처럼 보는 눈 없는 사람이 감히 우리 저하께서 주신 선물을 얕봤잖아요!”백경재가 사납게 몰아붙였다.그가 손을 쓰려는데 결국 윤구주가 앞으로 나섰다.그는 소청하에게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부드러운 눈길로 앞에 있는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채은아, 이 펜던트 마음에 들어?”소채은은 화정석 펜던트를 손에 꼭 쥐고 말했다.“그럼! 네가 주는 거라면 뭐든 좋아!”“좋으면 됐어.”“앞으로 이걸 꼭 하고 다녀. 절대 빼면 안 돼
도시 전체에 계엄령이 내려지고 나서 일반인들은 감히 집 밖을 나서지 못했다.그런데 텅 빈 거리에서 백경재가 욕지거리를 하고 있었다.“젠장, 너무 화가 나네요!”“저하, 그 늙은이가 그렇게 건방을 떠는데 왜 가만히 놔둔 겁니까?”“저하를 존경하지 않는 건 둘째 치고 저하를 대놓고 모욕하다뇨? 제기랄, 저하만 아니었어도 전 그놈을 그 자리에서 죽였을 겁니다!”윤구주는 백경재가 원통해하는 걸 보면서 웃었다.“쓰레기에게 왜 그리 화를 내?”“그리고 떠나기 직전에 따끔한 맛을 보여줬잖아?”‘어?’“저하, 설마 눈치채신 겁니까?”백경재는 자신이 떠나기 전 부렸던 작은 술수를 아무도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윤구주는 차갑게 웃었다.“그런 자잘한 수법을 내가 모를 리가 있을까?”백경재는 그제야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헤헤, 역시 저하십니다!”“그 빌어먹을 놈이 너무 괘씸해서 약간 벌을 주고 싶었을 뿐입니다!”윤구주는 백경재가 좋은 마음으로 그랬다는 걸 알았기에 별말 하지 않았다.재수가 없는 소청하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백경재의 귀기를 빨아들였으니 아마 5, 6일은 앓을 것이다.윤구주가 백경재를 데리고 떠날 때 갑자기 누군가 그들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윤구주 씨, 잠시만요!”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린 윤구주는 암부의 오소룡이 달려오는 걸 보았다.윤구주는 사실 오소룡의 인상이 좋게 느껴졌다.그는 소채은의 사촌오빠일 뿐만 아니라 예전의 그처럼 암부의 조직원이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오소룡은 그를 본 적이 없었기에 서로 모르는 사이였다.오소룡이 쫓아오는 걸 본 윤구주는 멈춰 섰다.“무슨 일로 절 찾으시는 거죠?”윤구주가 물었다.그를 쫓아온 오소룡은 웃으면서 말했다.“방해하게 돼서 미안해요. 전에 이모부에게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런 거니 이해해 주길 바라요.”“괜찮습니다.”윤구주가 말했다.“윤구주 씨는 마음이 넓으시네요. 역시 제가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어요!”오소룡이 말했다.“만약 제게 아부하려 온 거라면 그
“큰일이군!”경보기 위의 글자를 본 오소룡은 순간 안색이 확 달라졌다.그는 서둘러 고개를 들고 윤구주를 바라보았다.“윤구주 씨, 미안해요. 갑자기 긴급한 임무가 생겨서요. 다음번에 또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오소룡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떠나려고 했다.“잠깐만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얘기해줄 수 있나요?”윤구주가 물었다.오소룡이 대답했다.“누군가 강성 제1교도소를 공격하고 있대요. 그래서 지금 당장 가봐야 해요!”그 한마디를 남긴 뒤 오소룡은 서둘러 떠났다.오소룡의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윤구주는 미간을 구겼다.누군가 감히 강성 제1교도소를 공격하다니?윤구주는 암부 경보기가 울릴 정도라면 아주 긴급한, 중요한 임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누군가 감히 대놓고 교도소를 공격하다니?잠깐 고민하던 윤구주는 고개를 들었다. 그는 문득 민규현이 말했던 강성에 잠입한 판인국의 A급 강자를 떠올렸다.설마 그 어중이떠중이들일까?“백 선생, 나랑 같이 강성 제1교도소로 가지!”백경재는 비록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했지만 윤구주의 말에 서둘러 대답했다.“네, 저하!”...강성 제1교도소는 강성의 주요 범죄자들을 가둬놓은 곳이다.그곳에는 살인범, 노역을 하는 범죄자들, 그리고 저번에 암부에서 잡은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의 구성원들도 있었다.같은 시각, 제1교도소 외곽 철조망이 있는 높은 담 위에 폭탄의 폭발로 인해 커다란 틈이 생겼다.문가에는 제복을 입은 십여 명의 교도관의 시체가 바닥에 누워있었고 바깥에는 수십 명은 될 법한 검은 옷에 복면을 쓴 사람들이 음산하게 서 있었다.그들은 손에 독보적인 판인국의 나이프를 들고 있었고, 총과 탄알도 지니고 있었다.선두에 선 사람은 머리숱이 많고 눈빛이 강렬한 남자였다.그는 온몸에서 혈기를 뿜어대고 있었는데 피에 굶주린 사람처럼 그에게서 심한 압박감이 느껴졌다.그리고 그의 곁에는 붉은 머리의 거인과 속이 검은 남자가 있었다.거인은 거의 2미터 가까
“난... 난...”홍마는 말문이 막혔다.“됐어!”“쓸데없는 얘기는 집어치워. 우리는 이번에 비밀리에 화진에 잠입했지만 이미 화진의 암부에게 존재를 들켰어. 하지만 다행히도 암부에서는 민도살만 왔지. 만약 다른 3대 살수들까지 전부 왔더라면 우리는 한 명도 빠짐없이 잡혔을 거야!”줄곧 조용히 있던 피에 굶주린 남자 울라타가 갑자기 차갑게 입을 열었다.그가 입을 열자 홍마와 속인 검은 남자 모두 말을 아꼈다.“공격하지!”“화진의 땅은 세상의 모든 무인들이 꺼리는 곳이니까 우리는 꼭 조심해야 해!”울라타는 말을 마치자마자 큰 손을 휘둘렀고 이내 그의 뒤에 있던 30여 명의 판인국 비밀 살수들이 마치 그림자처럼 제1교도소를 공격하기 시작했다.교도소 내부에서는 경보가 시끄럽게 울리고 있었다.거대한 철문 뒤에 20여 명의 사람들이 부들부들 떨면서 서 있었다.그들 중 반은 제1교도소의 교도관이었고 나머지 반은 오늘 마침 제1교도소를 참관하러 왔던 강성의 대단한 인물들이었다.그중 관직이 가장 높은 사람은 강성의 시장 임기준이었다.“얼른 얘기해.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인 거야?”임기준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서 놀란 목소리로 옆에 있던 소장에게 물었다.“시장님, 저희... 포위당한 것 같습니다!”‘뭐라고?’“포위당했다고?”“빌어먹을, 조사는 어떻게 됐어? 대체 어떤 놈이 감히 강성시에서 이런 짓을 벌이는 거야?”임기준이 화를 내며 말했다.소장이 대답했다.“CCTV를 봤는데 전에 비밀리에 저희 화진 내부로 잠입했던 판인국 첩보조직의 조직원들 같습니다!”“제기랄, 또 판인국이야?”“암부 사람들은?”“그들이 판인국 놈들을 상대했던 거 아냐?”임기준이 말했다.“시장님, 판인국 사람들은 아주 교활합니다. 그들은 일부만 파견해 암부 본부를 습격했고 또 일부를 파견해 저희를 공격하라고 한 것 같습니다. 지금 암부 사람들이 빠르게 오고 있습니다.”“빨리, 빨리 민규현 지휘사에게 연락해서 날 구하러 오라고 해!”임기준은 두려움에 떨며 말했다.
쾅! 쾅!폭탄이 터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밖에서 들려왔다.교도소에 가장 두꺼운 강철로 만든 대문이 폭발음과 함께 부서지기 시작했다.그러자 철판 뒤에 있던 교도관들은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이 문이 터지기만 하면 그들은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이제 그들의 유일한 희망은 자신의 생사를 암부원들에게 맡기는 것이었다. 오직 암부원들만이 그들을 구할 수 있었다.교도소 밖.울라타를 비롯한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원들이 계속하여 교도소를 공격하고 있었다.교도소가 거의 파괴되려 할 때, 승합차 세 대가 쏜살같이 달려왔다.승합차가 나타나자 판인국의 블랙 첩보 조직원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돌렸다.“어쩌지! 화진 암부 사람들이 왔어!”가면을 쓴 블랙 첩보 조직원이 소리를 질렀다.살의가 가득한 올라타, 그리고 홍마, 속이 검은 남자는 모두 판인국 블랙 첩보 조직의 A급 강자들이었다!그들의 실력은 화진에서 무도 대가 수준이었다.그중에서 울라타의 실력이 제일 강했다!화진 암부원들이 온 것을 보자 이 세 사람의 얼굴빛도 조금 변했다.교도소 안.얼굴색이 안 좋던 교도소장도 암부원들이 오자 격동에 찬 어조로 소리쳤다.“왔어! 왔어! 암부가 마침내 우리를 구하러 왔어!”“시장님,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있어요!”그러자 강성시 시장인 임기준도 부하들을 데리고 달려왔다.보안 카메라로 암부의 차가 도착한 것을 본 후에야 임기준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끝내 우리를 구하러 왔구나!”암부의 승합차 세 대가 모두 멈춰 서자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차 문이 열렸다. 그리고 손에 무기를 든 암부원 10여 명이 잽싼 몸놀림으로 차에서 뛰어 내렸다.그 선두에 서 있는 사람은 바로 오소룡이었다.“암부의 명령이다! 화진에 함부로 침입한 타국의 무인, 죽여라!”죽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암부원들은 즉시 공격에 나섰다.그들은 역시 화진의 최정예 부대였다.암부원들은 무기를 다루는 능력이나 무술 능력이나 전부 무사 이상의 실력이었다.그리고 오소룡은 심지어
판인국 A급 강자인 홍마의 실력은 화진에서 대가 일품 경지와 비슷했다!홍마는 거대한 도끼를 번쩍 들었다.쨍그랑하는 소리와 함께 도끼가 암부원의 칼에 부딪히자 암부원의 손에 쥐어있던 칼이 그대로 부러졌다. 그러자 암부원은 입에서 피를 토하며 거꾸로 튕겨 나갔다.다른 한 명의 암부원은 뒤에서 홍마를 공격하려 했으나 홍마는 마치 등에 눈이 달린 것처럼 손에 든 거대한 도끼를 뒤로 힘껏 휘둘렀다!무서운 도끼가 그 암부원의 가슴을 찔렀고 비명과 함께 암부원은 바로 목숨을 잃었다!홍마가 덮치자마자 암부원을 죽인 것을 보고 다른 암부원들은 모두 그를 향해 돌진했다.“하하! 이 쓸모없는 새끼들아! 다 같이 덤벼봐, 모조리 죽여 줄게!”홍마는 거대한 도끼를 휘두르며 암부원들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잠시 후, 또 몇 명의 암부원들이 그의 손에 죽었다.교도소 안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강성시 시장 임기준과 교도소장 등 사람들의 표정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그들은 암부원들이 자신을 구해줄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판인국의 자객들이 생각 밖으로 너무 강했다.“끝났어!”“시장님, 보세요. 저 판인국 자객들은 정말 강해요! 암부원들도 그들의 상대가 되지 않는 것 같아요!”교도소장은 보안 카메라 화면으로부터 홍마가 마치 야인처럼 암부원들을 죽이는 것을 보고 말했다.임기준도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이럴 수가? 이 빌어먹을 판인국... 어쩌면 이런 강자들을 보낼 수 있어?”교도소 밖!싸움은 계속되었다.홍마가 계속하여 암부원들을 죽이고 있을 때, 오소룡은 결국 참을 수 없어서 단칼에 판인국 자객을 해결한 후 몸을 날려서 홍마에게 덮쳤다.등으로부터 강한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감지한 홍마는 팔을 벌려 뒤로 내밀었다!윙윙하는 장풍이 오소룡의 손에 쥐어있는 칼 위에 닿자 팍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오소룡의 몸은 그 진동 때문에 몇 걸음 뒤로 밀려났고 입가에는 피가 가늘게 흘러나왔다.홍마는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오소룡을 바라보았다.“이 새끼가, 감히 네 이
윤구주가 두 손가락으로 홍마의 손에 있는 거대한 도끼를 집어버리자, 모든 사람은 잠시 놀래서 어리둥절해졌다.암부원들이든 판인국 자객들이든 전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심지어 교도소 안에서 지켜보고 있던 강성시 시장 임기준과 교도소장 등도 몹시 놀랐다!전부 할 말을 잃었다!윤구주가 여기에 갑자기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다.“맙소사, 저 사람은 누구지? 손가락 두 개로 판인국의 저 붉은 머리 괴물의 도끼를 막다니!”임기준이 눈을 크게 뜨고 보안 카메라를 보며 놀라움에 차서 말했다.다른 시청 간부들과 기타 교도관들도 모두 멍하니 서있었다.하지만!제일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사람들은 판인국의 첩보 조직의 자객들이었다!그들은 홍마가 손에 꼽히는 자객일 뿐만 아니라 판인국의 A급 강자인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상대방이 손가락 두 개로 홍마의 거대한 도끼를 공중에 잡고 있다니!홍마의 거대한 도끼가 윤구주의 손가락 사이에 끼이자 홍마 자신도 멍해져 있었다.그는 화가 치밀어 올라 눈을 크게 부릅뜨고 앞에 있는 윤구주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윤구주의 손가락 사이에 끼인 도끼를 빼내려 했다. 하지만 그가 안간힘을 써가며 빼내려 했지만, 도끼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개자식!”거대한 도끼를 뽑아내지 못하자 분노에 찬 홍마는 미친 듯이 큰 소리로 외쳤고 그의 몸에는 붉은 혈기가 치솟았다. 그는 주먹을 쥐었던 오른손을 펴자 붉은 피로 물든 손바닥이 보였고 홍마는 온 힘을 다해 윤구주를 향해 덮쳤다.홍마가 혈영 장법으로 윤구주를 향해 공격을 펼칠 때 왕의 위엄 같은 소리가 윤구주의 몸으로부터 크게 들려왔다.이런 위엄은 마치 높은 산과 같았다.하늘에서 내려온 위엄 같았다.나타나자마자 사면팔방의 공기마저 혼란스럽게 변했다!하지만 제일 무서운 것은 윤구주가 홍마를 본 체도 하지 않고 입에서 단 한마디 말만 내뱉었다.“죽어!”이 말이 윤구주의 입에서 나오자, 그의 몸에서는 한 줄기 찬란한 금색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 금빛이 나타난 바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