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들이 소라를 놔줄리가 없었다.방지형이 소라의 목을 꽉 쥐며 붉게 물든 눈으로 민규현과 소채은을 보았다.“놔줬으면 좋겠어? 그럼 네 목숨과 바꾸든가.”그 말을 들은 민규현이 포효하며 앞으로 뛰쳐나갔다.“죽어!”“지휘관 님, 당신이 신급에 도달했다는 건 잘 알겠어. 대단하다는 거 인정해. 하지만 한 발짜국만 더 움직이면 이 애는 죽게 될거야.”방지형이 그렇게 말하며 소라의 목을 더 꽉 쥐었다.“안돼...”“아이는 건드리지 마!”방지형에게 잡힌 소라가 거의 숨이 넘어가려고 하는 걸 본 소채은이 소리를 질렀다.“말했을 텐데? 아이를 살리고 싶으면 네 목숨과 바꾸라고!”방지현이 다시 한 번 말하자 소채은이 다급하게 대답했다.“알겠어, 바꿀게, 바꾼다고!”오늘, 그녀의 고모할머니가 돌아가셨고 남은 건 불쌍한 소라뿐이었다.만약 소라까지 잘 못된다면 그녀는 죄책감에 살아갈 수 없을 것이다.“형수님, 안됩니다!”민규현이 소채은의 팔을 잡으며 군형삼마를 노려보았다.“네 놈들 잘 들어, 이 분은 나 민규현의 형수님이야.”“오늘 이 분 털 끝이라도 건드렸다가는 내가 저승까지 쫓아가서 껍질을 벗겨줄테니까 잘 생각해.”군형삼마가 그 말을 듣고는 음험하게 웃었다.“어이구, 지휘과 님. 지금 협박하시는 거예요? 어쩌지, 우리한텐 안 통하는데. 예전이었다면 당신들 암부를 두려워했을 진 몰라도 지금은 아니야.”“오늘, 저 년은 죽게 될거야.”방지형이 말을 끝마치고는 소채은을 손가락으로 짚었다.예전이었다면 군형삼마도 화진의 암부라는 말만 들어도 두려움에 떨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그들은 문씨 가문에 귀속되었기에 든든한 뒷배를 둔 그 들은 더 이상 두려울 게 없었다.소채은이 눈물을 흘리며 방지형의 손에 잡힌 소라를 보았다.“소라야, 무서워하지마. 내가 곧 구해줄게.”말을 마친 그녀가 민규현을 보았다.“민규현 씨, 죄송해요. 저는 꼭 소라를 살려야겠어요. 만약 소라까지 잘 못되면 저는 살아갈 자신이 없어요.”“형수님!”민규현이 그녀를
방지형이 소채은의 목에 걸린 화정석 펜던트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펜던트는 여전히 강한 보호의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목에 있는 목걸이 빼고 와!”소채은이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내려 윤구주가 선물한 목걸이를 보고는 쓰게 웃으며 말했다.“그래.”그녀가 망설임 없이 목걸이를 잡아당기자 그녀의 몸에 둘려져있던 보호의 기운이 스르르 사라졌다.“그럼 이제 소라를 놓아주는 거지?”소채은이 군형 삼마에게로 천천히 다가오자 방지형이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너처럼 강인하고 마음씨 착한 여자는 나도 존경해. 하지만 임무는 임무인지라, 어쩔 수 없네.”말은 마친 그가 손을 휘두르더니 잡혀있던 소라를 공중에 멀리 내던졌다.“소라야...”작은 아이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걸 본 소채은이 멍하니 중얼거렸다.그때, 상황을 지켜보던 민규현이 날아오르더니 소라를 공중에서 가로챘고, 이어서 주먹을 내질러 소채은에게 공격을 가하려는 군형 삼마를 막으려 했다.하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군형 삼마는 소채은을 당장 죽일 생각이 없었다.비릿한 웃음을 흘린 방지형이 손바닥을 내밀더니 핏빛의 혈충을 그녀의 미간으로 날려보냈다.“형수님!”소채은이 혈충에게 당하는 걸 본 민규현이 순간적으로 힘을 폭발시키며 공중에서 날아가 착지했다. 그 맹호같은 기세에 군형삼마가 서있던 바닥이 순식간에 파괴되었다.혈충에 당한 소채은은 바닥에 쓰러져있었는데 자세히 보면 손톱 크기만한 혈충이 이미 그녀의 미간을 통해 몸 속으로 들어간 뒤였다.“개새끼!”“감히 형수님을 건드려? 곱게 죽을 생각은 하지 마!”민규현이 이성을 잃고 날뛰자 겁을 집어 먹은 군형 삼마가 뒷걸음 질 쳤다.그들도 신급의 능력자를 상대하기는 어렵다는 자각 정도는 있었다.하지만 군형 삼마가 도망치려는 그때, 하늘에서 순간 번개가 번쩍 내리치며 강한 폭풍이 불어닥쳤다.동시에 숨이 막힐 정도로 농후한 기운이 이쪽으로 빠르게 나가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느껴지는 기운과 분위기에서 패자의 향기가 짙게 풍겨왔다.민규현이 고개를 들
윤구주가 목소리를 떨며 소채은의 곁으로 왔다.“전하!”“죄송합니다.”“제 불찰로 형수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전부 저 때문에 형수님이 그 세 개자식들에게 이렇게 다쳤습니다...”민규현이 눈을 붉히며 윤구주 앞에 무릎을 꿇었다.윤구주는 민규현을 보지 않은 채 그저 그 세 사람때문에 소채은이 이렇게 되었다는 말만 듣고는 살기를 끌어올렸다.그의 눈동자는 지금 당장 세 사람을 죽이러 온 저승사자의 그것처럼 붉게 빛났다.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한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살기에 몸을 떨었다.“세상에, 저게 무슨 눈빛이야? 됐고, 저놈은 위험해 보이니까 빨리 도망가!”방지형이 놀라서 말했다.“이 윤구주의 여자를 다치게 해놓고, 도망?”윤구주의 포효가 하늘을 찔렀다.그가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갑자기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하더니 그의 팔뚝 쪽에 검은 낙뢰가 나타났다.거기서 그치지 않고 하늘에는 번개가 쉼없이 번쩍번쩍 터졌다.번개를 불러일으킨 윤구주의 입에서 하늘을 움직이는 주문이 터져나왔다.“8번째 기적의 힘, 뇌왕인!”“죽어!”말을 끝마친 윤구주가 오른손을 뒤집자 하늘에서 한줄기의 굵은 천둥 번개가 떨어지더니 군형 삼마에게로 날아갔다.화진에서 지명수배록의 9위를 차지하는 군형 삼마는 그 번개를 보며 그 자리에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한줄기 번개가 하늘에서 떨어지며 방지헌에게 떨어졌다. 그는 반항을 해보지도 못하고 번개에 맞아 순식간에 재로 변해 버렸다.방지헌이 즉사 당하는 걸 본 방지찬은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그러다가 정신을 차리고 오른손을 내밀어 수십장의 부적을 윤구주에게 날렸지만 부적들은 윤구주에게 닿기도 전에 번개에 맞아 재가루가 되었다.“형... 살려줘.”자신에게 빗발치는 번개를 보며 방지찬이 방지형에게 도와달라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순식간에 그에게 도달한 번개가 그의 몸도 재가루로 만들어 버렸다.몇 초도 안되는 시간 안에 군형삼마의 두 사람이 윤구주의 손에 죽었다.방지형은 자신의 두 형제의 시체를 보며 화가 머
윤구주가 소채은을 보고 있을 때, 멀리서부터 몇개의 인영이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왔다.창용 부대의 사령관, 박창용. 천하회의 원성일.주세호.그리고 암부의 나머지 두 지휘관, 정태웅과 천현수까지.화정석의 신호를 받자마자 윤구주가 먼저 달려왔고 그의 부하들이 그 뒤를 따른 것이었다.하지만 그들은 결국 늦어버리고 말았다.“형수님!”박창용, 정태웅과 천현수는 소채은이 쓰러진 걸 보고 놀라 소리 질렀다.“전하!”“신 민현규가 형수님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죽여주십시오!”“죽여주십시오!”민현규가 그말을 끝으로 윤구주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하지만 윤구주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품에 소채은을 안은 채 어둠 속으로 점점 멀어졌다.그 뒷모습을 보는 부하들은 누구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밤, 용인 빌리지.수백명의 천하회 소속 사람들이 일자로 정열해서 별장을 지키고 있었고 그들을 이끄는 자는 천하회의 노정연이었다.천하회 외에도 백여명의 암부원들이 실탄을 소지한 채 별장을 지켰다.오늘 밤, ‘신’이라 불리던 남자가 가장 사랑하는 여자가 공격을 당했다.그 누구도 잠에 들 수 없는 긴 밤이 될것이다.별장 위, 우람한 덩치의 민현규가 두 눈을 붉힌 채 윤구주의 방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암부의 지휘관 중 한명인 그는 지금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그의 곁에는 창용 부대의 사령관, 박창용과 천하회의 회장, 원성일, 그리고 나머지 두 지휘관, 정태웅과 천현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강성의 제1갑부, 주세호까지.“형님, 너무 자책하지 마시오. 형수님이 그렇게 된게 전부 형님 탓도 아니고...”“그 빌어먹을 군형 삼마가 거기 나타날 줄 누가 알았겠소.”민규현이 꿈쩍않고 윤구주의 방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걸 본 천현수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그래, 규현 씨. 빨리 일어나. 전하께서 꼭 형수님을 살리실 거야.”곁에 있던 박창용도 그를 말렸지만 민규현은 꿈쩍않고 석상처럼 계속 그 곳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말리지들 마시
”진정? 박 대표, 우리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소?”“지금 안에서 형수님이 생사를 헤매고 있는 데 어떻게 진정하오!”정태웅은 말을 하면 할 수록 더 격앙되어 눈동자가 벌겋게 달아올랐다.박창용은 그런 정태웅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이래서 내가 무지막지하다고 하는거요. 형수님이 당하셔서 원통한 마음인건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소. 그런데 이번에 왜 그렇게 당하게 되셨는지는 생각을 안해보셨소? 대체 누가 배후에 있는지. 그 군형 삼마까지 끌어들이며 우리 형수님을 해하려 했는지.”그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순간 멈칫했다. 박창용의 말은 틀린 구석이 없었다.군형 삼마는 현재 화진의 수배록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악인이었다.지난 몇년 동안 그들이 아무리 악랄하게 굴어도 그 실력이 너무 강해 처리하지 못했었다.그런 그들이 갑자기 강성이 나타나서 소채은을 노린데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박 대표, 그 말은?”원성일이 물었다.“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간단하오. 그저 군형 삼마의 뒤에 누군가 지시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거라는 거지. 그게 아니면 형수님과 아무런 연고도 없는 군형 삼마가 왜 갑자기 형수님을 공격하겠소.”박창용의 말을 들은 나머지 사람들이 침묵했다. 그들 모두 박창용의 말에 동의하고 있었다.박창용이 한숨을 쉬더니 굳게 닫힌 윤구주의 방문을 보았다.“그러니까 다들 일단 진정하시오.”“만약 조사 결과 진짜 군형 5대 가족이 형수님과 연관이 있는 게 맞다면 우리 창용 부대가 먼저 나서서 군형을 쓸어버릴거니 걱정하지 마시오!”“그러니 지금은 다들 전하의 지시를 기다리는게 좋을 것 같소.”“이 세상에서 형수님을 구할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전하뿐일 테니까.”박창용이 말을 마치고 방문을 바라보았다.그 시각, 굳게 닫힌 문 안에서는 숨 막힐 정도로 커다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윤구주가 정좌를 틀고 앉아 절세신공을 운기하며 소채은을 치료하고 있었다.소채은은 얼굴에 핏기가 하나도 없었는데 미간에는 방지형에게 당해서 생
윤구주가 봉왕팔기 중 하나인 소생술을 시전하자 한줄기 생명의 빛이 그의 손바닥에서 흘러나오더니 소채은의 몸으로 스며들었다.들리는 말에 의하면 이 소생술은 살을 만들고 피를 제공해 죽어가는 사람도 살릴수 있다고 한다.그리고 또 어떤 사람은 이 소생술이 화진 제일의 의원의 절학이라고도 했다.그리고 그 절학을 지금 윤구주가 소채은에게 시전하고 있었다.소생술을 비록 의술이었지만 강대한 현기를 필요로 하기에 윤구주가 아닌 다른 사람은 이 술법을 잘 다루지도 못했다.윤구주가 소생술을 시전함에 따라 거의 죽어가던 소채은의 얼굴에 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때, 손톱 크기만한 고충이 그녀의 심장쪽에서 꿈틀거렸고, 그걸 느낀 윤구주가 얼굴을 굳혔다.“이건... 군형 고충?”서남의 군형은 그 독한 고충으로 가장 유명한 곳이었다.고독술과 고충은 무려 천년의 역사를 거쳐 아직도 전승되고 있었다.윤구주는 소채은이 군형의 고충에 당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군형의 고충은 그 종류가 수천가지는 된다.뱀충, 금고충, 나비고충, 석화고충 등등...소채은을 치료하기 위해서 윤구주는 그녀의 몸속에 든 고충이 어떤 종류인지를 알아야 했다. 그걸 모르는 이상 화타가 와도 그녀를 살릴 수 없었다.하지만 그때, 윤구주가 두 손으로 힘을 모으자 그의 몸에서 천둥소리가 들려오는가 싶더니 한 줄기의 금빛이 그의 몸에서 솟아올랐다.그리고 그가 음산한 눈을 들어 소채은을 보며 손가락을 들어올리자 금빛이 정확히 고충 위에 떨어졌고 그에 고충은 자극을 받아 소채은의 몸속에서 빠르게 밖으로 기어 나왔다.심장에서 목으로, 이마까지...그러다가 마침내 소채은의 미간에서 기어 나왔다.벌레는 회갈색의 못생긴 벌레였는데 배에는 핏빛 반점이 빽빽이 들어차 있었다.그리고 회색 고충이 나타나자 윤구주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군형의 고충 뒤에 있는 핏빛 반점은 벌레의 수명을 나타내는데 한 반점이 10년을 대표한다. 그런데 눈앞의 이 고충에는 적어도 30여 개의 반점이 있었기에 이 고충은 적
대문 밖에는 한 남자가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는 암부의 지휘관 중 한 명인 민규현이었다.그는 자책하고 있었고, 분노하고 있었다. 이번에 소채은이 당하게 된 게 자신의 책임이라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윤구주가 벌을 내릴 때까지 이곳에서 계속 무릎꿇고 있을 생각이었다. 옆에 있던 박창용, 원성일, 정태웅과 천현수가 아무리 말려도 민규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윤구주의 문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렇게 얼마 동안 있었을까, 문이 열리며 윤구 주가 밖으로 나왔다."전하."밖으로 나서는 연구들을 보며 사람들이 일제히 그를 불렀다.민규현이 붉어 진 눈으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윤구주를 바라 보았다.윤구누는 밖에 나서자마자 땅에 무릎을 꿇고 있는 민규현을 발견하고는 말했다."왜 무릎꿇고 있어, 빨리 일어나.""아닙니다. 전하.""제가 형수님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벌을 내려 주십시오. "민현규가 자책하가 윤구주가 다시 1번 말했다."네 탓이 아니니까 빨리 일어나."그래도 민규현이 석상처럼 꼼짝도 하지 않자 곁에서 있던 정태웅과 천현수가 얼른 그를 일으켜 세웠다."형님, 전하께서 괜찮다고 하시잖아요. 그러니까 고집 그만 부리고 빨리 일어나요."그러자 민규현이 마지 못해 자리에서 일어났다."전하, 형수님은 지금 어떠십니까? "민규현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박창용이 윤구 주에게 물었고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걱정 어린 눈빛으로 윤구주를 보았다."상황이 썩 좋진 않아."윤구주가 침울한 목소리로 말하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가슴이 쿵 떨어지는 듯 했다."전하, 설마 전하의 의술로도 형수님을 살리지 못하는 건가요? "박창용이 믿기지 않을 듯 물었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윤구주가 무술에 뛰어 날 뿐만 아니라 그의 의술 또한 이 세상에 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예전에 곤륜에 있을 때 그의 사부님이 윤구주가 17살 때 이미 자신을 초월 했다는 걸
그 말을 들은 정태웅이 눈이 벌게져서 소리쳤다."저는 그딴거 신경 쓰지 않습니다. 화진이 혼란에 빠지든 말든 저는 형수님이 복수를 해야겠습니다. 형수님을 그렇게 만든 자식들을 제가 찢어 죽여야겠다고요."정태웅이 이성을 잃고 소리치자 곁에 있던 박창용이 그를 혼냈다."그만하시오! 전하의 지시에 따르시오.""박창용, 왜 이렇게 겁쟁이가 됐어? 형수님이 저렇게 됐는데 설마 하나도 화가 나지 않는다고? 예전에 천하를 호령하며 만명의 병사를 이끌고 전쟁에 나가던 그 패기는 다 어디로 간 거야?"정태웅이 박창용을 도발하자 그가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며 정태웅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자식 지금 나한테 겁쟁이라고 했어? 너 나한테 죽고 싶어?""왜, 한 번 해 볼래? 내가 널 무서워 할 것 같아?"정태웅과 박창용이 금방이라도 싸우려고 들자 윤구주가 크게 소리쳤다."다들 그만해!"그 말이 마치 어떤 주문이라도 되는 듯 금방이라도 검을 뽑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이 순간 자리에 멈췄다.윤구주가 두 사람을 매섭게 노려보더니 입을 열었다."나를 생각해서 그런다는 거 알아. 하지만 기억해. 내가 살아있는 이상 나는 이 화진의 왕이야.그러니까 나는 왕으로서 화진의 백성들을 돌 보지 않을 수 없어.""그리고 이 복수는 나 혼자서도 충분해.""군형은 말할 것도 없고 나라를 쓸어 버린다고 해도 나 혼자서 충분해."그 패기 어린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침묵했다.그래.윤구주가 어떤 사람인가? 열개의 나라를 상대로도 혼자서 싸울 수 있는 사람인데 겨우 군형 하나가 뭐 대수라고."그러니까 지금 당장 진정해.""특히 정태웅, 민규현 그리고 천현수. 너의 세 사람.""너희는 암부에 있는 사람들이니까 우리랑은 신분이 달라. 너희가 암부의 정예병들을 움직이면 국방부에서 난리가 나게 될 거야. 그래서 서로 전쟁이 일어나는 걸 정말 보고 싶은 건 아니겠지?"윤구주의 호통에 세 사람이 고개를 떨구었다."다들 똑똑히 기억해. 나 윤구주, 왕으로 태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