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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소채은은 옷을 갈아입고 멍해서 쓰러진 남자 곁을 지켰다.

이 남자는 진짜 잘생겨도 너무 잘생겼다. 게다가 온몸으로 군주의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쓰러져 있지만 않으면 남신이 분명했다.

“이 사람 도대체 누구지?”

“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지?”

“그리고 왜 간단한 손놀림만으로 소씨 가문 보디가드를 쓰러뜨릴 수 있는 거지?”

무수히 많은 의문이 소채은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호기심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원인인지 소채은은 이 남자를 더 알아가고 싶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소채은은 침대맡에 누워 잠이 들었다.

그때 소채은은 작은 움직임을 느꼈다.

비몽사몽인 상태로 눈을 떴다가 이내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어느새 기절했던 남자가 깨어 있었다.

그리고 아주 올곧은 자세로 그녀 앞에 서 있었다.

이 광경을 보고 소채은 놀라서 뒷걸음질 쳤고 경계 태세로 물었다.

“당... 당신... 뭐하자는 거예요?”

남자는 막연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멍한 눈빛으로 다시 소채은을 쳐다봤다.

“당신은... 누구고... 여긴 어디죠?”

매력 있는 목소리였지만 의문으로 가득 찬 말투였다.

소채은이 얼른 대답했다.

“저는 소채은이라고 해요. 제가 바다에서 당신을 구한 거예요.”

“바다요?”

남자가 다시 막연한 표정을 지었다.

“맞아요. 바다에 떠 있었던 거 기억 안 나요?”

소채은이 귀띔했다.

남자는 바다라는 말을 듣더니 멈칫했다.

갑자기 머릿속에 수많은 죽음을 외치는 목소리가 들렸고 셀 수도 없는 시체들이 핏빛 바다에 둥둥 떠 있는 장면이 보였다.

매캐한 연기와 군함이 불바다 속에서 망가지고 있었고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에서 목 놓아 부르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방에서 까맣게 몰려오는 강자들이 그를 향해 달려오던 걸 떠올렸다.

최후의 최후에 그는 사람들이 그를 향해 “구주왕... 구주왕...”이라고 외쳐대는 걸 들었다.

“쿵”하는 소리와 함께 남자는 머리가 깨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 마치 칼로 가르고 침으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었다.

거센 통증에 그는 견딜 수 없다는 듯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고통스러워하는 남자를 보며 소채은이 다급하게 물었다.

“왜 그래요...”

한참이 지나서야 남자는 다시 안정을 찾으며 터질 듯한 머리를 문질렀다.

“머리가 너무 아파요. 너무.”

“머리가 아프다고요?”

“혹시 머리를 다친 거 아니에요?”

소채은이 얼른 되물었다.

“몰라요.”

남자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막연한 표정으로 답했다.

“왜 바다에 떠 있었던 거예요? 바다에 빠진 거예요? 그게 아니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소채은이 계속 질문을 던졌다.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했다.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를 보며 소채은이 다시 물었다.

“이름은 뭐예요? 이름은 기억나겠죠.”

남자는 이름이라는 단어를 듣더니 몇초 멍해 있다가 다시 고개를 저었다.

‘와, 큰일이네. 이 남자 지금 아무것도 기억 못 한다는 거 아니야.’

그러다 갑자기 소채은은 무언가 생각난 듯 한쪽으로 걸어가 전에 남자의 몸에서 떨어진 검은색 명령패를 그에게 건네주었다.

“여기요. 당신 몸에서 떨어진 명령패에요. 잘 봐봐요. 뭐 떠오르는 거 없어요?”

남자가 멈칫하더니 검은색 명령패를 건네받았다.

명령패에 쓰인 “9주”라는 두 글자를 보자 남자는 또 뭔가 확 기억난 듯싶었다.

“구주... 구주...”

“윤... 구... 주...”

“잉?”

“윤구주? 혹시 이름이 윤구주에요?”

남자가 이상한 이름을 읊조리자, 소채은이 이상해하며 물었다.

남자는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윤구주”라는 이름을 계속 되풀이 할 뿐이었다.

소채은은 지금 머리가 아팠다.

바다에서 건진 남자가 재수 없게도 기억을 잃었다.

이름 외에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가족들은 내가 이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고 오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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