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구주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폭신한 침대 위에 은설아는 괴로운 얼굴로 누워있었다.그녀는 얼굴이 빨갰고 뜨거운 숨을 내뱉고 있었다.그 광경에 윤구주의 안색이 달라졌다. 그는 서둘러 은설아의 곁으로 다가갔다.침대 위 은설아는 이미 혼수상태였다. 윤구주는 서둘러 그녀의 곁으로 다가가서 손을 뻗어 그녀의 몸 상태를 살펴봤다. 그런데 그녀의 이마에 손이 닿자마자 엄청난 열기가 전해졌다.“엄청 뜨거워!”옆에 있던 정태웅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황급히 윤구주에게 물었다.“저하, 은설아 씨 어때요?”윤구주는 대답하지 않고 서둘러 그녀의 맥박을 짚었다. 순간 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은설아는 맥박이 아주 불안했고 무시무시한 에너지가 그녀의 복부 단전에서 전해지는 게 느껴졌다.온몸의 열감과 괴로운 상태가 복부에 있는 이상한 에너지 때문인 듯했다.“이럴 수가. 대체 복부가 어떻게 된 거지?”윤구주는 잠깐 고민하더니 두 손가락으로 눈을 쓱 만졌다.“신념술!”윤구주가 신념을 발동하자 은설아의 오장육부가 그의 시야에 들어왔다. 윤구주는 은설아의 복부에서 호두 크기의 에너지를 보았다.그 에너지는 아주 작았지만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그렇군.”윤구주의 신념술은 호두 크기의 에너지를 훑었고, 윤구주는 곧 눈에서 기이한 빛을 내뿜었다.옆에 있던 정태웅은 어떤 상황인지 몰라 궁금해서 물었다.“저하, 은설아 씨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은설아 씨는 타고난 진음지체야.”“진음지체가 뭔가요?”정태웅은 서둘러 물었다.윤구주가 말했다.“진음지체는 보기 드문 수련 성체야. 당시 곤륜에 있을 때 셋째 사부님이 그러셨지. 성체는 영음지체를 제외하고 진음지체도 있다고. 진음지체를 가진 사람이라면 일반인보다 열 배, 심지어 수십 배는 더 빨리 수련할 수 있어. 이런 체질은 아주 보기 드물어. 그런데 은설아 씨가 진음지체일 줄이야!”정태웅은 그 말을 듣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침대 위 은설아를 바라보았다.“저하, 저하 말씀은 은설아 씨가 타고난 수련 기
괴로워하는 은설아를 본 정태웅이 말했다.“그러면 은설아 씨는 어떡하죠?”윤구주는 말을 마치지 않고 은설아의 곁으로 다가가서 오른손으로 그녀의 이마를 살짝 눌렀다. 그리고 곧 현기 한 줄기가 그녀의 체내로 들어갔다.잠시 뒤, 괴로워하던 은설아는 그제야 다시 평정을 되찾았다. 동시에 온몸의 열기가 서서히 사라졌다.“난 이미 은설아 씨 체내의 에너지 파동을 잠재웠어. 당분간은 아무 일도 없을 거야.”윤구주는 말을 마친 뒤 방을 나섰다.점심때 은설아는 정신을 차렸다.그러나 은설아는 윤구주가 그녀를 구했고, 자신이 어떻게 나은 건지는 전혀 몰랐다.그녀는 그저 몸살인 줄 알았다.윤구주는 당연히 그녀가 진음지체라는 걸 그녀에게 알릴 생각이 없었다.윤구주의 말처럼 아무에게나 술법을 가르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오후가 되자 용인 빌리지에 비싼 차 몇 대가 도착했다.방 안에 있던 은설아는 전화를 받은 뒤 몇 마디 하고 나서는 곧바로 짐을 정리하고 윤구주를 찾으러 갔다.윤구주는 정태웅과 함께 홀에 있었다.“윤구주 씨!”은설아는 그를 불렀다.은설아가 커다란 캐리어에 큰 가방을 메고 오자 정태웅은 의아한 듯 물었다.“은설아 씨, 무슨 일이에요?”“미안해요, 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은설아가 말했다.“간다고요?”그 말에 정태웅과 윤구주는 당황했다.“네! 조금 전 회사에서 연락이 왔는데 아래에 차를 세웠대요. 이제 곧 콘서트가 있을 건데 미리 연습해야 해서요.”은설아의 말을 들은 윤구주는 곧바로 깨달았다.강성에 오기 전 은설아는 강성에서 콘서트를 할 거라고 했었다.그런데 이미 강성에 도착했으니 회사가 짜준 스케줄대로 바로 연습을 시작해야 했다.“일 때문이라면 우리도 만류하지 않을게요.”윤구주가 말했다.은설아는 싱긋 웃었다.“참, 제 콘서트 열흘 뒤인데 그때 꼭 와주세요! 그리고 채은 씨도 꼭 같이 와야 해요!”윤구주는 웃으며 말했다.“좋아요, 꼭 갈게요!”“네, 그러면 잘 있어요!”그렇게 은설아는 캐리어를 끌고 떠났다.은설아
부둣가에 도착한 크루즈 위에서 기모노 차림의 부성국 여자가 내렸다.여자는 부성국 특유의 아름다움을 지닌 절세 미녀였다. 바닷바람이 불자 그녀의 곧고 아름다운 다리가 더욱 매력적으로 보였다.그녀는 품 안에 기괴한 검은 고양이를 안고 있었다. 검은 고양이는 눈빛이 아주 요사스러웠는데 얌전히 부성국 여자의 품에 안겨 있었다.그리고 여자 뒤에는 부성국 남자가 한 명 있었다.남자는 무표정한 얼굴이었고 머리에는 검은색 천을 두르고 있었으면 검은색 천 위에는 기타가와라고 적혀 있었다.그가 품에 안고 있는 카타나에서는 살벌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다카야 씨, 이곳이 화진의 강성인가요?”말을 한 사람은 기모노를 입은 여자였다.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다소 차가웠다. 그녀는 부성국의 말로 옆에 있는 남자에게 말했다.다카야라고 불린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노아 씨.”“무사시 사형은 화진의 서남에서 죽었다던데 아버지께서는 왜 우리에게 강성에 오라고 한 걸까요?”노아가 물었고 다카야가 대답했다.“저희 첩보원이 전한 소식에 근거하면 무사시 사제를 죽인 놈이 서남을 떠나 강성에 왔다고 합니다.”“아, 그렇군요.”부성국의 여자는 말을 마친 뒤 시선을 들어 먼 곳의 불빛을 보았다. 그녀의 입가에 기괴한 미소가 걸렸다.노아와 다카야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왼쪽에서 술에 취한 남자 세 명이 그들 쪽으로 왔다.세 사람은 근처 부둣가의 어민인 듯했다.그중 상체를 드러내놓고 술 반병을 든 남자는 바닷가에 서 있는 아름다운 노아를 보더니 눈을 빛냈다.“와, 저기 봐. 아주 예쁜 여자야. 저기 가보자.”그렇게 세 취객은 노아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고, 세 사람은 기모노를 입은 야나가와 노아를 보았다.부성국의 여자는 확실히 아주 아름다웠다.얼굴이든 몸매든 모두 상급이었다.게다가 노아는 피부가 백옥처럼 하얬고 몸매도 좋아서 아주 매력적이었다.“왜 부성국 여자야?”취객은 제정신이 아닌 와중에도 야노가와 노아가 기모노를 입은 걸 보았다.“젠장
검은 고양이가 취객의 두 눈알을 파버리자 다른 두 명은 깜짝 놀랐다.“세상에, 사람 살려!”두 사람은 크게 소리 지르면서 도망치려 했다.그런데 바로 그때 검은 고양이가 두 사람을 향해 날아갔고 곧 날카로운 비명이 터졌다.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세 취객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숨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그중 한 명은 눈알이 없었고 다른 두 명은 목에 긁힌 흔적이 남아있었다.무시무시한 검은 고양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세 명의 취객을 죽였고 야옹 소리를 내면서 다시 여자의 품에 안겼다.부성국에서 온 야나가와 노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검은 고양이를 쓰다듬었다.“다카야 씨, 우리 사람은 왜 아직도 안 온 거예요?”노아가 갑자기 물었다.카타나를 품에 안은 다카야는 먼 곳의 어둠을 바라보며 말했다.“왔네요.”그가 말을 마치자마자 먼 곳에서 차 10여 대가 그곳을 향해 달려왔다.잠시 뒤, 긴 차 행렬이 노아와 다카야의 시야에 들어왔다.차가 멈췄고 20여 명의 정장을 입은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선두에 선 남자는 머리숱이 아주 적은 남자였다.그는 야나가와 노아와 다카야를 보더니 곧바로 그들에게 달려가서 유창한 부성국 말로 인사를 건넸다.“노아 씨와 다카야 씨를 뵙습ㄴ니다.”노아는 고개를 들어 그를 보더니 옆에 있는 다카야에게 물었다.“이분은 누구죠?”“화진에 십여 년간 잠복해 있던 우리 기타가와 신사의 첩보원 모리 렌이에요.”다카야가 말했다.그 말에 노아는 머리숱이 적은 남자를 힐끗 보았다.“우리 부성국 사람인가요?”남자는 서둘러 대답했다.“네, 노아 씨. 하지만 신분을 감추기 위해 몇 년 전 화진 국적으로 바꿨습니다.”“그래요.”노아는 기괴하게 웃었다.10개국 간의 전쟁 전, 화진이라는 동방의 거물에 대항하기 위해 10국은 거대한 대가를 치러서 수많은 첩보원을 파견했다.그러나 그중 대부분은 윤구주에게 죽임당했다.물론 전부는 아니었다. 예를 들면 머리숱이 적은 남자가 그랬다.그의 진짜 이름은 모리 렌이었지만 화진 국적으로
“갑자기 튀어나온 사람이 어떻게 우리 기타가와 신사의 가장 강한 사람을 죽일 수 있죠?”노아가 매서운 목소리로 말했다.모리 렌은 몸을 흠칫 떨더니 말했다.“노아 씨, 노여움을 푸세요. 제 말은 사실입니다. 전 이 일로 가장 실력 좋은 해커를 고용했는데도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습니다. 성이 윤씨고 여자 친구의 이름이 소채은이며 소씨 일가가 강성에서 SK 제약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만 알아냈습니다.”모리 렌의 말을 들은 노아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번에 화진에 온 건 복수를 위해서였는데 자기 사람이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윤구주의 정보를 얻지 못할 줄은 몰랐다.그들의 첩보원은 화진의 황실 인원까지 조사할 수 있었는데 겨우 윤구주 한 명을 조사해 내지 못했다.“젠장, 그 화진 사람이 그렇게 비밀스러운가요?”노아가 말했다.“노아 씨, 쓸데없는 생각을 하시네요. 그 사람의 정보를 알든 모르든 그는 어차피 죽게 될 테니까요.”옆에서 칼을 안고 있던 다카야가 말했다.노아는 일리 있는 말이라고 생각했다.그녀의 아버지까지 출관해서 화진으로 왔으니 윤구주는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화진, 이번에는 반드시 사형의 복수를 하겠어!”노아의 눈동자가 섬뜩하게 빛났다....용인 빌리지.대스타 은설아가 떠난 뒤 윤구주는 이따금 소씨 일가로 찾아가서 소채은을 만났다.그는 소채은의 상태가 걱정되기도 했고 그녀를 더 잘 보살펴주고 싶었다.이때 윤구주는 소채은과 같은 방에 있었다.“구주야, 이 옷들 너한테 다 잘 어울리는데? 이것도!”태블릿을 든 소채은은 윤구주의 옷을 인터넷에서 고르고 있었다.“채은아, 난 옷이 필요 없어.”윤구주가 말했다.“당연히 필요하지! 우리 구주 이렇게 얼굴도 잘생기고 몸도 좋은데 옷도 예쁜 걸로 입어야지!”소채은의 말에 윤구주는 쓴웃음을 지었다.잠시 뒤, 소채은은 인터넷에서 윤구주를 위해 아주 비싼 옷들을 주문했다.옷을 구매한 뒤 소채은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윤구주의 품에 기대어 말했다.“구주야, 저번에 우리 엄마 때문에 화가
SK 제약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소채은의 안색이 달라졌다.SK 제약은 소씨 일가의 핵심 산업이었는데 소채은이 독에 당한 뒤로 소청하가 회사를 관리했다.그런데 갑자기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니. 소채은은 서둘러 물었다.“아빠, 대체 무슨 일이에요?”소청하가 수화기 너머로 말했다.“경동 제약이 갑자기 우리 항생제가 자기 회사의 것을 카피했다고 하면서 우리를 고소할 거라고 했어.”“경동 제약이요?”그 이름에 소채은은 당황했다.“그래. 채은아, 얼른 와 봐. 경동 제약이 네가 오지 않는다면 지금 당장 고소할 거라고 했어.”소채은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말했다.“알겠어요, 아빠. 지금 당장 갈게요.”전화를 끊은 뒤 소채은은 고개를 돌려 윤구주에게 말했다.“구주야, 미안해. 회사 쪽에 문제가 생겨서 오늘은 같이 있을 수 없겠어.”“무슨 일이야?”윤구주가 물었다.“경동 제약이라는 곳에서 우리 회사가 자기네 회사 항생제를 카피했다면서 우리를 고소할 거래.”소채은은 가방을 들면서 말했다.윤구주가 말했다.“나랑 같이 회사에 가자.”“너도 가려고?”소채은은 멈칫했다.“응, 어차피 나 지금 할 일도 없거든. 같이 가자.”“그래, 내가 운전할게.”소채은은 말을 마친 뒤 곧바로 외출해서 운전했다.곧 윤구주와 소채은은 차에 타서 SK 제약으로 향했다.가는 길에 윤구주가 물었다.“채은아, 경동 제약을 알고 있어?”“들어 봤어. 다국적 제약 회사인데 규모가 클 거야. 자금도 많고.”소채은이 말했다.“그렇다면 너희 회사에서 그 회사 약을 카피한 적이 있어?”윤구주가 다시 물었고 소채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건 불가능해. 우리 SK 제약은 아주 정규적인 제약 회사야. 출시한 제품들도 전부 심사를 거친 것들인 데다가 항생제 쪽은 거의 손도 안 대. 틀림없이 오해일 거야.”윤구주는 더 묻지 않았다.30분 뒤, 소채은의 차가 SK 제약공장에 도착했다.공장에 도착한 뒤 소채은은 곧바로 윤구주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커다란 공장 안에서
안으로 들어간 뒤 소청하는 곧바로 장경동을 가리키면서 말했다.“채은아, 바로 저 사람들이야.”소채은은 아름다운 눈으로 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전 SK 제약의 책임자예요. 경동 제약의 대표는 누구시죠?”“안녕하세요, 접니다.”소채은은 눈앞의 머리숱이 적은 남자를 보았다.“당신은 누구시죠?”“저희 경동 제약의 회장님 장경동 회장님이십니다.”장경동 옆에 서 있던 안경을 낀 남자가 거만한 태도로 앞으로 나섰다.“장 회장님이시군요. 반가워요! 그런데 무슨 일로 갑자기 저희 SK 제약을 찾으신 거죠?”소채은이 물었다.안경을 낀 남자가 말했다.“SK 제약은 우리 경동 제약이 만든 항생제를 카피해서 우리의 권리를 침해했을 뿐만 아니라 사적으로 생산했으니까요. 당연한 걸 물으시네요.”“하하, 장 회장님. 말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에요. 이렇게 아무런 근거도 없이 누명을 씌운다면 법적 책임을 지셔야 합니다.”소채은이 말했다.“하하하하!”안경을 쓴 남자가 크게 웃었다.“법적 책임이요? 저는 강성의 법무법인 명인의 변호사예요. 제 앞에서 지금 법을 논하시는 건가요? 우리 경동 제약의 제품을 모조한 것만으로도 SK 제약은 파산할 수 있어요.”자기가 변호사라는 안경을 낀 남자는 거만하게 말했다.소청하는 그 말을 듣자 겁을 먹어 안색이 어두워졌다.법무법인 명인은 강성의 가장 유명한 로펌이었다.강성의 거의 모든 금융 관련 문제는 명인에서 책임졌다. 그리고 그들은 매번 승소했다.안경을 낀 남자가 SK 제약을 고소하겠다고 하니 소청하는 당연히 두려웠다.소채은은 두려워하지 않고 말했다.“당신이 변호사면 뭐가 달라지나요? 저희 SK 제약은 그쪽 제품을 카피한 적 없습니다. 카피한 적이 있다면 아마도 누군가 저희를 모함하려고 꾸민 짓이겠죠. 고소하고 싶으면 하세요.”“SK 제약 따위가 감히 우리 경동 제약의 항생제를 카피해 놓고 이렇게 거만을 떨어? 미친 X, 두고 봐. SK 제약은 곧 파산하게 될 테니까!”변호사가 말을 마치자마자 뒤에서 갑자기 목
장경동은 말을 마친 뒤 소채은을 바라보았다.“소채은 씨, 조금 전에는 제 사람이 잘못했습니다. 제가 사과드리죠.”장경동은 그렇게 말하면서 소채은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소채은은 살짝 당황했다.그녀가 알기로 경동 제약은 다국적 대기업이었고 자금도 많았다.그런데 그런 경동 제약의 회장이 자신을 향해 사과할 줄은 몰랐다.“소채은 씨, 전 사업하는 사람입니다. 이번 항생제 건은 저희가 제대로 조사하겠습니다. 만약 경동 제약이 정말로 소채은 씨를 오해한 거라면 제가 직접 찾아와서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SK 제약이 정말로 저희 제품을 카피했다면 법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겁니다.”소채은은 장경동의 말을 듣고 말했다.“편하게 조사해 주세요. 정말로 저희 SK 제약이 경동 제약의 제품을 카피했다면 법적 책임을 지겠습니다.”“소채은 씨를 믿겠습니다.”장경동이 말했다.“그러면 전 먼저 가보겠습니다.”말을 마친 뒤 장경동은 뒤에 있던 사람들을 데리고 떠났다.그는 떠나기 전 고개를 돌려 윤구주를 힐끔 보았다.경동 제약의 사람들이 떠나자 소청하는 기쁜 얼굴로 나서며 말했다.“채은아, 저 장 회장님 사람이 꽤 좋은데? 부하들보다 훨씬 나아.”소채은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장경동이 꽤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아뇨, 틀렸어요. 저 장경동이라는 사람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에요.”윤구주가 갑자기 나섰다.‘응?’“구주야, 그게 무슨 말이야? 장 회장님 꽤 예의 있으시잖아.”소청하는 이해가 가지 않는 얼굴로 윤구주에게 물었다.윤구주는 경동 제약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전 사람 중 반 이상이 우리 화진 사람이 아닐 거야.”“뭐라고? 화진 사람이 아니라고?”소청하와 소채은은 깜짝 놀랐다.“그래. 내 짐작이 옳다면 아마 부성국 사람들일 거야. 그리고 모두 무인이야.”‘뭐?’윤구주가 장경동 일행이 부성국 사람이며 무인이라고 하자 소청하는 경악했다.윤구주는 경동 제약 사람들을 본 순간, 그들에게서 사무라이의 기운을 느꼈다.윤구주
“저하,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그를 죽여야 합니까? 저자의 기운이 이토록 흉악한데 성수의 혈기로 진압할 순 없습니까?” 백호는 이미 싸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안 된다. 너희 네 명이 함께라면 잠시나마 억누를 수는 있겠지만, 너희는 그저 성수의 정혈을 가졌을 뿐이니 마인을 완전히 없애려면 성수가 직접 나타나야 한다. 지금 이 세상에 성수가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스럽다.”윤구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말을 마친 윤구주는 곧장 진요탑 쪽으로 향했다.백호와 임정설, 청해가 함께 가서 돕고자 했으나 장인 대진인이 그들을 가로막았다.“이 마인은 오직 구주만이 상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다른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국주님, 곧 전투가 시작될 터인데 서요산의 진법을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이 호법의 중임을 몇 분께 맡기겠습니다.”장인 대진인이 임정설에게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말했다.“좋다. 오늘 이 자리에서 목숨을 바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저 마인을 죽이고야 말겠다.” 임정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황자의 위엄을 한껏 드높였다.화진의 존망이 걸린 일이라면 임정설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하지만 마기가 몰려와 서요산 전체를 뒤덮고 세상이 오직 흑백 두 가지 색깔만으로 변해버리며 그 끔찍한 살기가 강림했을 때 임정설마저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떨렸다.“이 마인의 기운이 이렇게까지 무서울 줄이야.” 임정설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마기로 가득 찼고 윤구주마저 그 기세에 눌리고 있었다.진요탑에서 흘러나온 마기는 실체가 되어 넘쳐흘렀다. 마기가 나타나자 서요산을 지키는 모든 검종 제자의 얼굴이 어두워졌고 어떤 제자는 순간적으로 십여 년을 늙어버렸다.수련이 부족하면 수명으로라도 채워야 하는 참혹한 상황이었다.웅웅.하늘에는 먹구름이 밀집했고 그 안에서 요괴의 번개가 끊임없이 터졌다.“이젠 영기조차 요기로 변하고 있다. 풍수 비술로 보건대 머지않아 이곳에서 요마가 출현하겠구나.” 임정설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서요산 외부에서 짙은 요기
도가는 인연이라는 두 글자를 대단히 중히 여긴다.그의 한 번의 인연, 한 번의 생각은 곧 만백성의 생사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윤구주가 정상에 오르자 앞서 온 다른 이들과는 달리 서요산 검종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허리를 숙여 깊은 존경을 표했다. 그들이 경배한 대상은 단순한 한 인간이 아니라 구주의 저하, 화진의 인황, 오방 천지의 주재자였다.“모두 일어나십시오. 제가 오늘 서요산에 온 이유는 오직 진요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입니다. 진요탑 안의 마인을 제거하지 않는 한 문 씨 세가의 역심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직 마인을 죽여야만 문 씨 세가의 야심도 함께 근절할 수 있습니다.”윤구주는 서요산 검종의 모든 제자를 향해 엄숙하게 말했다.이번 서요산 행차의 목적은 바로 문 씨 세가의 역심을 뿌리째 뽑는 것이었다.검종 제자들이 앞장서 일행을 이끌었고 모두가 금정을 지나 뒷산으로 향했다.뒷산에 막 들어서자마자 음산한 기운이 얼굴을 스쳤다.후산 중앙에는 높이 오백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산이 서 있었는데 그 산은 무려 구백구십구 개의 쇠사슬로 단단히 봉인되어 있었다.이 쇠사슬은 그저 평범한 사슬이 아니었다. 절반은 땅속의 지맥과 연결되어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하늘 높이 떠올라 천지의 영기를 끌어모으고 있었다.이런 수준의 봉인이라면 설령 윤구주 자신이 여기에 갇혀 있다고 해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처럼 견고한 고진마저 지금은 마인의 사기로 조금씩 부식되어 가고 있었다. 본래는 영기가 흘러넘치는 명산이었으나 지금은 온 서요산이 마인의 기운에 물들어 음침하고 괴이한 분위기를 자아냈다.이 강렬한 악기운을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모두 얼굴을 찌푸렸다.솟구치는 사기를 바라보며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찌푸렸다.최근 몇 대에 걸쳐 입종한 서요산의 제자들은 이런 마인의 사기와 요마의 위협 속에서 수련해야 했다.천지의 영기조차 마인의 기운에 오염되어 수련에 큰 지장을 주었지만 그럼에도 끝까지 남은 현
이 말을 듣자 모든 이들은 천 년 전 마지막으로 나타난 그 성인이 바로 서요산 검종에서 나왔음을 깨달았다.“짐은 서요산 검종의 선대 종주께서 우화등선하셨다고만 들었는데 그저 떠도는 신화 속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더니 은 성인의 경지에 이르신 것이었군.” 임정설이 깊은 감탄과 함께 말했다.구백 계단 윤구주는 이미 전설을 써 내려가고 있었다.하지만 그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백삼십 계단 사십 계단을 오르면서 윤구주의 발걸음은 오히려 더욱 가벼워졌고 그가 세우는 기록은 사람들의 상식을 계속해서 뒤흔들었다.구백팔십 계단을 지나 정상까지 겨우 십여 계단만 남은 그 순간 윤구주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지기 시작했다.구백구십구 계단에 이르러 결국 완전히 멈추었다.드디어 한계에 도달한 것인가?모두가 숨을 죽이고 윤구주를 지켜봤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분명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시험일 터였다.윤구주는 미간을 찌푸린 채 그 자리에 가만히 서서 십여 분을 견뎌냈다. 사람들은 그가 언제 다시 계단을 오를지 초조하게 기다렸다.마침내 윤구주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됐습니다. 이 마지막 한 걸음은 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시험을 포기하지요.”말을 마치고 계단에서 내려서는 순간 청석 계단 아래에서 강력한 영기가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쳤고 곧바로 서요산을 감싸던 어둠의 기운을 깨끗이 몰아냈다.오랫동안 음울했던 서요산 상공은 순식간에 환해졌고 수백 킬로미터에 걸쳐 맑은 하늘이 펼쳐졌다.서요산의 모든 이들은 충격에 빠져 넋을 잃었다.그제야 그들은 윤구주가 왜 그토록 여유롭게 올라올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처음부터 서요산의 청석 계단이 가진 진법의 힘을 계속해서 억누르고 있었다.“참으로 대단하신 신위군요! 우리 서요산의 청석 진법마저 제압하셨다니! 마지막 한 걸음을 분명 넘으실 수 있었을 텐데 혹시 강제로 넘었다가 진법이 견디지 못해 영기가 새 나가고 진법이 무너져 진요탑까지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신 건 아닌가요?” 장인 대진인이
도법의 깊이는 워낙 심오해서 임정설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었다.“쉽게 말씀드리자면 구주는 천지의 운기를 완전히 장악한 데다가 하늘이 직접 영광을 내리신 거죠.” 장인 대진인이 말했다.임정설은 이 말을 듣고 비로소 이해한 듯 말했다.“대진인의 말은 윤구주가 바로 하늘이 점지한 사람이라는 뜻인가?”“맞습니다. 우리 화진 사람들은 운명의 갈림길에 서면 본심에 따라 도법을 선택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깁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사는 다하고 하늘의 뜻을 따르라는 말의 의미입니다. 윤구주는 분명 큰 복을 타고났지만 그 엄청난 복을 감당할 힘도 필요합니다.”대진인이 설명했다.말이 끝날 무렵 윤구주는 이미 육백삼십 계단을 거뜬히 올라와 있었다.한 걸음도 멈추지 않고 더욱 확고한 걸음으로 계속 전진했다.그의 발걸음마다 천지의 기운이 응축되었다.어느 순간 서요산의 계단조차 윤구주의 기세를 가두지 못했다. 그는 마치 천지를 밟으며 오르는 듯했다.곧이어 그는 칠백 계단마저 돌파했다.칠백 계단이란 천 년 전 서요산의 전성기에도 극소수만이 도달할 수 있었던 경지였다. 지금 만약 윤구주가 구주왕이 아니라 일반 수련자였다면 이 기록만으로 서요산 전체가 들썩였을 것이다. 만일 윤구주가 서요산에 입문을 원했다면 서요산은 모든 자원을 쏟아부어 그를 키웠을 것이며 서요산 검종의 다음 종주 자리는 당연히 그에게 돌아갔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칠백 계단에 이르렀음에도 윤구주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았다.칠백오십 계단 팔백 계단 팔백오십 계단!그는 끊임없이 정상의 기록을 깨며 전설을 써 내려갔다.서요산 검종의 제자들은 윤구주 앞에 당장이라도 무릎을 꿇을 것 같았다. 이쯤 되자 장인 대진인조차 감히 그를 함부로 평가할 수 없었다.왜냐하면 자신도 과거에 겨우 칠백 계단에 그쳤으니 팔백 계단을 오른 사람을 감히 평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윤구주는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갔다. 마치 천지를 흔들어 이 강산을 뒤엎어버리겠다는 기세였다.그리고 마침내 구백 계단에 이르렀다.“구백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