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97화

작가: 김원호
정태웅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엄청난 살기를 내뿜는 걸 보니 사람이라도 잡아먹을 것 같았다.

“지휘관님, 현재 저희 암부의 통신망은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본부와도, 지방에 있는 여단장 64명과도 전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지휘관님, 저희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일 앞에 서 있던 건장한 남자는 안색이 창백하게 질린 채 정태웅에게 물었다.

정태웅은 표정이 어두워져서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지금 바로 본부에 연락해. 규현 형님과 천현수에게 연락해야겠어!”

정태웅은 서둘러 말했다.

“지휘사님, 저희는 현재 서울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국방부에서 저희 통신망을 끊었거든요!”

한 부하가 말했다.

“젠장, 그럴 리가 없잖아. 우리 형님의 개인 폰에도 연락이 안 된다고?”

정태웅이 매섭게 소리를 지르며 물었다.

“정말 안 됩니다!”

부하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점점 더 걱정되었다.

‘규현 형님에게마저 연락할 수 없다니, 설마 서울 암부에 큰 문제가 생긴 걸까?’

그런 생각이 들자 정태웅은 안절부절못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당장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가고 싶었다.

정태웅이 무척 걱정하고 있을 때 주세호가 빠르게 다가가서 말했다.

“정태웅 씨, 암부에 문제가 생겼다는데 지금 바로 서울로 돌아가는 건 어떤가요? 만약 정태웅 씨가 돌아간다면 제가 바로 전용기를 불러오겠습니다.”

정태웅은 당연히 지금 당장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윤구주는 떠나기 전 무슨 일이 있든 꼭 소채은을 잘 보살펴야 한다고 그에게 당부했었다.

소채은의 상태가 좋지 않음을 떠올린 정태웅은 망설였다.

정태웅이 망설이고 있을 때 갑자기 건장한 남자의 가슴 쪽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남자는 서둘러 휴대전화를 꺼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전화 건너편에서 소음과 함께 다투는 소리, 총 쏘는 소리가 들려왔다.

“양 대장님, 큰일입니다. 저희 강성 암부가 공격받고 있습니다.”

‘뭐라고?’

강성 암부가 공격을 받고 있다는 말에 양 대장이라고 불린 건장한 남자는 곧바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누구야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구주, 왕의 귀환   제898화

    강성 암부 지휘소는 강성 외곽의 은밀한 건물 안에 있었다.하지만 이때 건물 외곽에는 실탄을 장착한 국방부 사람들이 그곳을 포위하고 있었다.그들은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있었다.그리고 건물 안에서는 이따금 총소리가 들려왔다.“아직도 다 해결하지 못했어?”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쾅 소리와 함께 검은색 지프 문이 열리고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차에서 내렸다.남자는 허리춤에 검은색 군용 대검을 차고 있었다.그가 입은 군복을 보니 국방부에서의 지위가 낮지 않은 듯했다.그의 뒤, 그리고 양옆에는 두 명의 강한 기운을 가진 노인이 있었다. 두 사람에게서는 짙은 기운이 느껴졌는데 한눈에 봐도 대가급 고수였다.남자가 말하자 옆에 있던 사람이 곧바로 말했다.“노 지휘관님, 강성 암부 구성원 중 7할이 지금 저희에게 통제되고 있습니다. 남은 사람들은 끝까지 저항하고 있습니다.”“흥! 우리 국방부의 명령을 감히 따르지 않는다고? 내 명령을 전해. 저항하는 놈들은 전부 그 자리에서 죽여버려!”“네!”국방부에서 건물 안에 남은 암부 구성원들을 전부 죽이려고 준비할 때, 분노에 찬 고함이 노경진의 귓가에 들렸다.“젠장! 어떤 놈이 감히 우리 암부 구성원들을 건드리는 거야?”분노에 찬 고함과 함께 살기등등한 남자가 빠르게 노경진을 향해 달려들었다.“지휘관님, 조심하세요!”옆에 있던 두 대가급 노인은 무시무시한 남자가 나타났을 때 곧바로 노경진의 앞에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곧바로 동시에 공격했다.한 명은 손바닥, 한 명은 주먹을 썼다.손바닥과 주먹이 엄청난 힘으로 그 무시무시한 남자를 막으려고 했다.그 무시무시한 남자는 쿵 소리와 함께 두 주먹을 뻗어 두 명의 대가급 노인을 상대했다.쿠구궁!파멸적인 힘이 사방으로 퍼져나갔고 그 일격에 2미터 넓이의 깊은 구덩이가 바닥에 생겼다. 노경진의 앞을 막았던 두 명의 대가급 5품 이상의 노인은 충격으로 인해 뒤로 10여 걸음 물러났다.그중 한 명은 충격 때문에 입에서 피를 토했다.“젠장! 너무 강해!

  • 구주, 왕의 귀환   제899화

    노경진이 자신의 신분을 밝히자마자 정태웅은 큰 목청으로 욕을 내뱉었다.“협조는 무슨! 너 같은 일개 국방부 교위 따위가 감히 우리 암부를 찾아와서 난동을 부려? 내가 물을게.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건방을 떠는 거지?”그렇게 말한 뒤 정태웅은 다시 한번 빠른 속도로 노경진에게 달려들었다.“노 지휘관님, 조심하세요!”옆에 있던 수십 명의 국방부 군인들은 정태웅이 다가오자 곧바로 총을 쐈다.총알이 정태웅을 향해 곧장 날아들었다.그러나 정태웅은 총알들을 피하지 않고 공중에서 빠르게 움직여 잔영을 남겼다. 그리고 곧 오른손을 움직였고 흰색의 서늘한 빛이 정태웅의 손에 나타났다.자세히 보니 그것은 비수였다.비수는 짙은 피비린내를 내뿜고 있었고 길이는 손바닥만큼 길었다. 그것은 정태웅의 유명한 무기 설인이었다.설인은 쇠와 금, 옥을 자를 수 있을 정도로 아주 날카로웠다.게다가 이 설인은 설국 황실의 보물이었는데 10개국 간의 전쟁에서 윤구주가 그들에게서 빼앗아 정태웅에게 준 것이었다.정태웅의 손에 들린 설인은 슉 소리와 함께 흰색 빛을 번쩍이면서 휘둘러졌다.무시무시한 흰색 빛과 함께 총을 쏘던 국방부의 십여명 되는 사람들은 처참한 비명을 지르면서 몸이 반으로 갈라졌다.단칼에 국방부 사람 10여 명을 죽인 뒤 정태웅은 곧장 국방부의 지휘관인 노경진을 향해 설인을 휘둘렀다.노경진은 그래도 국방부의 교위였다.정태웅이 설인을 휘두르자 노경진은 서둘러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검은색의 군용 대검을 빼냈다.쾅!그는 검은 대검으로 정태웅의 일격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 선택은 틀렸다.대검은 정태웅의 설인과 부딪히는 순간 바로 부러졌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엄청난 기운에 의해 노경진의 팔에 피가 흐르면서 날아갔다는 점이다.“노 지휘관님!”노경진이 정태웅의 공격을 한 번도 막지 못하자 두 명의 대가급 노인들은 곧바로 나서려고 했다.그러나 정태웅이 더 빨랐다. 그가 들고 있던 설인이 노경진의 목에 닿았다.옆에 있던 두 명의 대가는 그 광경을 보고 더는 움직이

  • 구주, 왕의 귀환   제900화

    “얘기해 봐. 서울 암부 본부 쪽에도 손을 썼어?”정태웅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서울 쪽이었다.민규현과 천현수가 서울에 있었기 때문이다.현재 국방부 전체가 대대적으로 암부를 상대하고 있었기에 정태웅은 몹시 걱정되었다.설인으로 위협당하고 있는 노경진은 잠깐 망설였다.“X발, 대답하지 않으면 죽일 줄 알아!”정태웅이 고함을 지르면서 노경진의 목에 설인을 더욱 깊이 댔다.“말할게요, 말할게요!”노경진은 정말로 겁이 났다.그는 소리를 지르면서 서둘러 말했다.“솔직히 얘기하자면 제가 강성에 오기 전, 서울 지휘소 쪽은 이미 국방부에 전부 포위당한 상태였어요. 게다가 이번에 국방부에서는 백여 명의 대가급 강자를 보냈어요. 그리고 신급 강자 여러 명도 있다고 들었어요!”그 말에 정태웅의 안색이 어두워졌다.대가 백여 명에 신급 강자까지 출동했다니.“젠장, 그 악랄한 여편네! 우리 암부를 일망타진할 생각인 건가?”정태웅의 눈빛이 분노의 불길로 활활 타올랐다. 그는 지금 당장 서울로 돌아가서 민규현과 천현수를 보고 싶었다.“지휘사님, 저희도 그냥 명령에 따르는 것뿐입니다. 제발 한 번만 살려주세요!”노경진은 살려달라고 애원하기 시작했다.국방부 교위인 노경진은 어렵게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이번에 강성 암부를 말살하라는 명령을 받은 노경진은 이곳에서 암부 3대 지휘사 중 한 명인 정태웅을 만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았다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이미 늦었다.그는 눈앞의 이 잔인한 사람이 자신을 한 번만 살려주길 바랐다.정태웅은 매정한 눈빛으로 노경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살려달라고? 미안하지만 우리 암부 형제들을 다치게 한 놈은 전부 죽어야 해. 너도 예외는 아니야!”그렇게 말한 뒤 정태웅은 손에 들고 있던 설인으로 노경진의 목을 찔렀다.노경진은 정태웅이 정말로 자신을 죽일 줄은 몰랐다. 그는 눈알이 튀어나오고 뭔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 것처럼 입을 벌렸지만 결국에는 피바다 위에 쓰러졌다.“감... 감히 노경진 지휘관님을

  • 구주, 왕의 귀환   제901화

    “지휘사님, 소문에 따르면 우리 암부가 반역죄를 저질렀다면서요? 심지어 서울에 있는 본부도 국방부에 포위당했다던데... 저희 이제 어떡합니까?”암부의 여자 구성원 한 명이 눈물을 머금고 정태웅에게 물었다.살아남은 다른 이들 또한 가련한 눈빛으로 정태웅을 바라보았다.정태웅은 마음이 칼에 베이는 것 같았다.암부의 지휘사로서 그는 당연히 형제들을 보호해야 했다.그러나 암부는 반역죄를 판결받았다.그것은 국내 각지에 있는 40만 명의 암부원 전원이 수배자 신분이 되었다는 걸 의미했다.그런 생각이 들자 정태웅은 고개를 들고 말했다.“다들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 테니까. 하지만 난 지금 당장 서울로 가서 큰형님과 셋째를 만나야 해.”정태웅이 말한 사람은 당연히 호존 민규현과 늑대 천현수였다.정태웅의 말을 들은 암부원들은 이내 자발적으로 나섰다.“지휘사님, 저희도 같이 가겠습니다. 하늘에 부끄럽지 않게 생사를 함께하는 것이 저희 암부의 철칙 아닙니까? 이번에 몸이 으스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꼭 지휘사님을 따르겠습니다!”현장에 있던 암부원들의 말을 들은 정태웅은 감동했다.그러나 그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 내 말대로 해. 너희는 일단 강성에 숨어 있어. 저하께서 돌아오신다면 우리 암부는 반드시 서울로 돌아가서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지휘사님...”암부원들은 뭐라고 더 말하고 싶었지만 정태웅이 말했다.“내 말대로 해!”결국 암부원들은 정태웅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정태웅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두 눈동자에서 분노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그는 서울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했다.“큰형님, 셋째야, 꼭 버텨야 해. 내가 곧 돌아갈게!”...화진, 서울.암부가 반역죄를 판결받은 뒤로 서울 전체에 계엄령이 떨어졌다.널따란 거리에는 군복 차림의 국방부 사람들이 도처에 깔려 있었다.같은 시각, 서울의 어느 고층 건물 밖에는 수십 대의 장갑차가 있었다. 그리고 장갑차 외에 탱크와 중무장한 군인들도 있었다.수많은 군인이 눈앞의

  • 구주, 왕의 귀환   제902화

    그 음산한 남자는 분위기가 남달랐다.그리고 그의 뒤에는 100여 명의 검은 복면을 한 고수들이 있었다.대충 봐도 전부 대무사 이상의 고수인 듯했다. 게다가 그중 20여 명은 대가급 강자였다.가장 무시무시한 것은 음산한 남자의 뒤에 서 있는, 각각 검은색 옷과 흰색 옷을 입은 괴짜 두 명이었다.두 사람은 표정이 없었다. 그들은 마치 지옥에서 나온 사람들처럼 생기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타난 순간, 그들에게 시선을 한 번이라도 준 사람들은 전부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그 둘은 유명전의 흑백무상이었다.음산한 남자가 유명전의 흑백무상, 그리고 100여 명의 검은 복면을 한 고수들과 함께 나타나자 성제현 장군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문연석 도련님, 갑자기 여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문연석이라고 불린 음산한 남자는 기괴하게 웃으며 말했다.“누나의 명령을 받고 여러분의 뒤처리를 해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성제현은 그 말을 듣더니 코웃음을 치면서 말했다.“괜찮습니다. 암부는 저희 국방부에서 처리할 겁니다.”“그래요? 제가 알기론 이미 몇 시간째 공격했는데 지금까지 건물 안으로 진입하지도 못하고 있잖아요. 정말 우습네요!”조롱당한 성제현은 눈을 부릅뜨고 반박하려고 했다.그런데 문연석이 갑자기 손을 들었고 검은색의 명령패가 성제현에게로 날아갔다.성제현은 명령패를 보았다. 그 위에는 이황왕이라고 적혀 있었다.“제 누나가 내린 명령인데 혹시 거역하실 생각인 건 아니겠죠?”명령패를 확인한 성제현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그는 곧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왕의 명령이라면 따라야죠.”말을 마친 뒤 그는 큰 손을 움직이며 모든 군인에게 말했다.“다들 내 명령에 따라 철수해!”그렇게 성제현의 명령에 따라 군인들은 질서 있게 철수하기 시작했다.다들 철수한 뒤 문연석은 그제야 음산한 눈빛으로 떠나는 군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쓸모없는 것들.”말을 마친 뒤 그는 고개를 돌려 흑백무상에게 말했다.“이곳은 여러분께 맡

  • 구주, 왕의 귀환   제903화

    선두에 선 사람은 유명전의 흑백무상이었다.괴상한 차림에 기운이 남다른 그들이 나타나자 민규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는 호된 목소리로 말했다.“너희들은 누구야? 죽고 싶어서 여기에 온 거야?”“킥킥, 우리의 이름을 몰라도 상관없어. 너희는 암부가 반역죄를 저질렀다는 것, 그거 하나만 알고 있으면 돼. 눈치가 있다면 순순히 항복하는 게 좋을 거야. 우리도 손을 쓰기 귀찮거든.”흰옷을 입은 백무상이 일그러진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네가 뭔데?”민규현은 호통을 치더니 온몸의 마기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손을 쓸 것 같았다.“형님, 잠시만요! 저 사람들 영문의 사람인 것 같아요.”이때 민규현의 곁에 있던 천현수가 입을 열었다.암부에서 가장 똑똑한 천현수는 흑백무상과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을 처음 봤을 때부터 수상한 낌새를 느꼈다.그는 칼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흑백무상 뒤에 있는 100여 명의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영문?”민규현은 그 말을 듣더니 차가운 얼굴로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을 바라보았다.“맞아요. 저 검은 복면을 쓴 사람들은 모두 영문의 킬러들이에요. 하지만 저 두 사람은 아니에요.”천현수는 그렇게 말하면서 흑백무상을 가리켰다.영문은 화진에서 유명한 신4대 문파로 천하회, 백화궁, 약왕곡과 나란히 국내의 신4대 문파로 불렸다.영문에는 킬러들만 있었다.민규현과 천현수는 영문이 문씨 일가에 편에 설 줄은 예상치 못했다.“킥킥, 역시 암부에서 가장 똑똑한 천현수다워. 맞아. 이자들은 모두 영문의 킬러야!”백무상이 기괴하게 웃었다.“그렇다면 당신과 저 사람은 정체가 뭐야?”천현수는 싸늘한 시선으로 흑백무상을 바라보았다.백무상이 말했다.“내가 말했을 텐데. 우리 이름을 몰라도 상관없다고.”천현수는 백무상의 말을 믿지 않았다.두 사람이 들어왔을 때 천현수는 두 사람에게서 엄청나게 위험한 기운을 느꼈다.그는 두 사람이 절대 예사 인물이 아닐 거로 생각했다.천현수는 암부에 왜 저 둘과 관련된

  • 구주, 왕의 귀환   제904화

    흑무상이 눈 깜짝할 사이에 암부 정예군 한 명을 죽이자 다른 암부원들은 깜짝 놀란 동시에 화가 났다.그들이 모두 공격하려고 할 때 민규현은 그 자리에서 뛰어올라 날아갔다.“내가 죽여버리겠어!”민규현이 나서자 무감정한 표정의 흑무상이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암부 호존의 명성은 익히 들었는데 오늘 한 번 그 실력 구경 좀 해야겠어!”그렇게 말한 뒤 오른손을 움켜쥐자 음산한 귀신의 손이 돌연 나타났다.귀신 손은 싸늘한 음기를 띠고 있었다. 그것이 나타나자 음산한 바람이 불면서 귀기가 퍼졌다.암부 3대 지휘사 중 최고인 호존 민규현은 흑무상의 귀신 손을 상대로 호마공을 시전했다.쿵!주먹에서 강기가 퍼져나갔고 거대한 호랑이 머리의 그림자가 주먹에서 뻗어져 나갔다.컹!호마권이 귀신 손에 부딪혔고 뒤이어 폭발음이 들려왔다. 곧 무시무시한 여파로 인해 주변 유리가 전부 부서졌다. 민규현의 주먹 한 방에 흑무상은 뒤로 연달아 세 걸음 물러나게 되었다.그가 물러나자 단단한 바닥에 깊은 구멍이 세 개 생겼다.“역시 암부 호존답네. 아주 훌륭한 권법이야!”흑무상은 충격으로 물러나면서도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기괴하게 웃었다.마치 강한 상대를 만나서 흥분한 듯 말이다.“자, 다시 싸우자고!”흑무상이 두 손을 움직이자 검은색의 사악한 기운이 그의 몸에서 폭발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그가 오른손을 드는 순간 검은색 낫이 그의 손에 나타났다.그 낫은 사신의 낫이었다.흑무상은 낫을 갑자기 휘둘렀고 쿵 소리와 함께 검은색의 기운이 퍼져나갔다.민규현은 물러서지 않고 다시 한번 호마권을 시전했다.순간 두 사람은 서로 뒤엉켰다.민규현의 주먹은 호랑이 같았다. 그의 호마권은 양기가 엄청난 권법이었다.반대로 흑무상은 사악한 기운에 둘러싸여 있었고 그가 들고 있는 사신의 낫은 매번 휘두를 때마다 엄청난 귀기가 뿜어졌다.두 사람의 전투를 지켜보던 암부원들과 천현수는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기운이 형태를 갖추게 하고 그 기운으로 힘을 쓴다니. 저 자식도 신급 강

  • 구주, 왕의 귀환   제905화

    백무상의 낫이 파괴되었다. 백무상이 몸을 움직이자 그 순간 네 명의 똑같은 사람이 나타났다.네 개의 분신이 나타나자 천현수는 경악했다.“이건... 금지술인 분신술? 이럴 수가!”화진의 금지술 중 일부는 예로부터 국고에 봉인되어 있었고 나머지 금지술은 곤륜에 봉인되어 있었다.금지술에 손을 대는 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했다.그런데 백무상은 오랫동안 숨겨져 있던 화진의 금지술을 사용하고 있었다. 설마 국고에서 몰래 훔친 걸까? 아니면 누군가 일부러 국고에 있던 금지술을 그들에게 준 걸까?그런 생각에 천현수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금지술, 사상환영살!”백무상이 차갑게 호통을 쳤다. 그가 만든 네 개의 분신이 민규현을 습격했다.오랫동안 전해지지 않은 금지술을 마주하게 된 민규현은 당당하게 서 있었다. 그의 뒤에 있던 호랑이가 갑자기 고개를 들며 울부짖었다.호랑이의 울음소리에 귀청이 떨어질 것 같았다.그 소리 때문에 수십 명의 암부원과 영문의 킬러들은 피를 토했다.호랑이의 울음소리가 멈추자 민규현의 몸이 빠르게 커지기 시작했다. 팔다리와 머리 모두 한배는 더 커졌고 동시에 그의 몸에서 청색의 모발이 자라기 시작했다. 민규현 본인이 호마가 된 듯했다.“형님이 호마의 형태를 시전했어... 이건...”호마의 형태를 띠게 된 민규현을 본 천현수는 심장이 철렁했다.호마 형태는 호마공의 궁극적인 오의였다.호마 형태를 띠게 되면 민규현은 피를 갈망하는 상태가 되어버린다. 더욱 무시무시한 것은 호마 형태를 띠는 순간부터 그에게는 아주 심각한 후유증이 남게 된다.그 후유증은 바로 앞으로 수십 일 동안 내공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내공을 썼다가는 기혈이 역행하며 오장육부가 파괴된다.호마 형태를 띠게 된 민규현은 몸이 한배 이상 커졌다. 백무상이 만들어낸 네 개의 환영 앞에서 그는 벌게진 두 눈으로 살벌한 기운을 내뿜었다.그리고 곧 호랑이처럼 네 개의 잔영을 향해 달려들었다.쿵쿵쿵쿵!네 번의 폭발음과 함께 백무상이 시전한 금지술인 분신환영술은 호마 형태

최신 챕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8화

    하지만 한 계단씩 갈수록 더욱 어려워지는 난관들도 이 평범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았다.만약 윤구주와 맞서야 하는 적의 입장이었다면 지금 이렇게 차분히 계단을 오르는 윤구주는 마치 깊은 심연 그 자체였을 것이다.그의 강력함은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고 오히려 그가 올라올수록 위에 있는 사람들은 엄청난 압박감에 휩싸였다.검종의 검객들이 잠시 정신을 놓은 사이 윤구주는 이미 사백 계단까지 올라와 있었다.하지만 사백 계단쯤으로는 아무도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화진의 또 다른 황자 구주왕의 후계자였으니까.윤구주가 오백 계단을 밟는 순간 모든 이들은 숨을 죽이고 그를 응시했다.눈길을 떼지 못한 채 그의 오름을 지켜보았다.오백일…… 오백이십! 오백오십! 오백구십구!“마침내 구구관에 도달했다.”“칠구는 수겁이요 구구는 극히 넘기기 어려운데.”진정한 고수들은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과연 윤구주가 이 한 걸음을 쉽게 넘을 수 있을지 모두가 궁금해했다.윤구주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산 아래를 바라보았다.그가 본 것은 단순한 산이 아니라 마치 화진의 온 세상 같았다.한눈에 화진의 대지와 산천이 모두 담겼다.눈앞에 펼쳐진 화진의 아름다운 대지는 숨 막히는 광경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이 끝없는 강산 곳곳에 묻혀 있는 수많은 해골도 함께 보였고 그의 마음은 순식간에 비장함과 슬픔으로 가득 찼다.윤구주의 내면을 감지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이 곧바로 그의 곁에 나타났다.“구주야 화진의 산천을 잘 살펴봐! 천하의 용맥은 모두 화진에서 비롯되었고 이 한 획 한 획은 백성의 척추와 같다! 눈에 비치는 물의 맑고 흐림은 중요하지 않아. 지나치게 눈 부신 빛은 우리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고 너무 어두운 밤은 희망을 앗아가기 마련이지. 하지만 어떤 변화가 있더라도 화진의 이 산천은 영원히 굳건히 서 있을 거야. 왜냐하면 푸른 산마다 묻혀 있는 충신의 뼈와 넋들이 이 나라를 지켜주고 있으니까.”서요산 검종 종주는 윤구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그 온

  • 구주, 왕의 귀환   제2027화

    진인들은 말했다. 임정설이 만약 집념을 내려놓는다면 육백 계단까지도 오를 수 있을 거라고.장인 대진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하지만 그가 진정으로 집념을 놓는다면 더 이상 화진의 국주가 아니지. 바로 이런 끈질긴 의지가 있기에 그분이 화진 백성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이다.”다른 진인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운명이란 그런 법이다. 아마도 집념을 놓았다면 임정설은 오백 계단조차 오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이때 임정설은 아직 남아 있는 절반의 계단을 바라보며 씁쓸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여기서 멈춰야겠구나.”임정설은 다시 뒤를 돌아 윤구주를 바라보았다. 그가 자기 자식이자 동료처럼 여기는 윤구주가 과연 몇 계단을 오를지 궁금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임정설이 곧바로 말을 꺼냈다.“구주야 이제 네가 올라서 봐! 화진의 구주왕다운 실력을 보여줘! 적어도 나보다는 못하면 안 되지 않겠냐?”아래에 서 있던 윤구주는 고개를 살짝 저었다. 원래 그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국주의 바람이라면 흔쾌히 도전할 마음이었다.“명 받들겠습니다!” 윤구주는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계단을 밟아 한 계단 한 계단 올라가기 시작했다.구주왕이 등천로에 도전했다는 소식에 서요산 검종 전체가 술렁였다.검객은 물론이고 잡일을 돕는 제자들까지 모두 금정에 모여들어 그의 모습을 보고자 했다.심지어 하늘 위 어둑한 구름 사이에서도 한 쌍의 법안이 열렸다. 바로 서요산 검종 종주의 법신 환영이었다.임정설이 먼저 정상에 올랐고 장인 대진인을 포함한 일곱 진인과 서요산의 모든 제자들은 화진의 황자를 향해 몸을 숙여 예를 갖추었다.“모두 일어나시오. 그대들이 없었다면 화진은 이미 혼란 속에 빠졌을 것이오. 진정 국가와 화진을 위해 헌신한 것은 바로 그대들입니다.” 임정설은 화진의 모든 백성을 대표할 순 없지만 왕실을 대표하여 임 씨 일족의 지도자로서 서요산 검종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뜻을 표했다.“국주께서 과찬입니다. 우리는 그저 각자의 방식대로 묵묵히 힘썼을 뿐입니다. 화진의 백

  • 구주, 왕의 귀환   제2026화

    일곱 진인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들은 국주가 이미 등황의 경지에 이르렀으니 사백 계단은 쉽게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연 그들의 예상대로 임정설은 멈추지 않고 계속 오르며 오백 계단을 가볍게 밟아 올랐다. “오백 계단을 밟으면 등황의 경지에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 일곱 진인 중에서도 오직 장인 대진인께서만 과거에 오백 계단에 오르셨고, 현재 서요산에 살아계신 유일한 오백 계단 수련자이십니다. ” 한 진인이 감탄하며 말했다.이 말을 듣자 옆에 있던 백호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선임 도사님 그러면 그 도사님도 황자란 말씀입니까? ”“하하! 우리 서요산에서는 외부의 그런 칭호를 쓰지 않아요. 우리 사이에서는 그를 반신이라고 부릅니다.” 진인들이 웃으며 말했다.청해가 옆에서 덧붙였다. “서요산 검종에서 말하는 반선이 황자를 뜻하는 거야. 근데 그 서요산 반선 진짜 어마어마하게 강한 인물이거든. 예전에 곤륜 구역에서 귀한 영약 찾으러 들어왔다가 우리 빙신전 전주랑 빙황 두 명이 같이 상대했는데도 둘 다 거의 죽을 뻔했어. 결국 아사 신전한테까지 도움 요청해서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지.”“뭐라고?”백호는 놀라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그렇게 강한지 의문이 들었다.일곱 진인 중 가장 나이 많은 그 진인은 백호의 단순한 반응에 웃음을 터트렸다. 사실 그가 바로 그 반선이었다. 다만 백호가 워낙 세상 물정에 둔감하여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놀라기만 하고 있었다.그사이 임정설은 이미 오백오십 계단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 단계에 이르자 임정설도 거의 극한에 도달했다.“역시 직접 올라와 봐야 이 압력을 제대로 실감하는구나! 오백사십 계단까진 무리 없었는데 오백오십 계단에서 도저히 버틸 수가 없구나.”지금 임정설을 압박하는 것은 단순한 술도의 압력만이 아니었다.과거의 온갖 기억들이 마장이 되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일곱 진인은 모두 임정설의 기운이 혼란스러워진 것을 느꼈다.“장인 사형, 국주님께서 심마에 걸리셨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5화

    청해의 눈길이 자주색 도포를 입은 진인에게로 향했다.서요산검종에서 종주를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의 진인이 가장 높은 수련을 가지고 있으며 평소 종문 내의 모든 일은 이들 일곱 명이 책임지고 있다.기세는 마치 대강의 파도가 넘실대듯 깊고 끝이 보이지 않는 산과 숲처럼 무한히 이어져 있었다. 그의 수련은 깊이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였다.“서요산 7대 진인의 수련이 극 신급 절정이라고 들었는데 지금 보니 그 말이 너무 가볍게 들리네요. 귀하의 수련은 적어도 극 신급 절정 후반에 다다랐군요.”청해는 세 명의 진인에게 경의를 표하며 몸을 굽혔다.“서요산의 전통은 천 년을 자랑하며 그 깊이는 변함없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반면 곤륜 구역은 스스로 신을 자처한 이후로 계속해서 내분을 일으켰습니다. 수련을 통해 세상을 떠난 후 도를 깨닫는다는 말처럼 곤륜 구역은 천하의 영기와 천물을 흡수했지만 제 생각에는 도를 얻지 못한 곳입니다. 지금 당신이 화진에게 올바른 수를 두는 것은 맞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노력하면 극 신급 절정 후반도 절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한 진인이 답례하며 말했다.그때 몇몇 사람들은 서요산 검객들의 함성에 이끌려 사방을 살폈다. 백호가 사백 계단을 올라갔다는 소식이었다.“대단한데요. 서요산이 전성기였을 때도 사백 계단을 오른 이는 드물었어요. 우리 몇몇 진인들도 입문 시에 사백 계단을 넘은 적은 없었죠.”몇몇 진인들이 칭찬했다.이는 백호가 미래에 매우 큰 가능성을 지녔음을 의미했고 적어도 극 진경 후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극 진경 후반은 곤륜 구역에서 신전의 전주가 될 수 있는 실력이다.지금 사백 계단에 오른 백호는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 완전히 의지로 버티며 강력한 정신력으로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강한 운명을 지녔다 해도 천지의 이치를 막을 수는 없다.사백오십 계단에 도달했을 때 백호는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의식을 잃은 것은 시험이 끝났다는 신호였고 백호는 곧 깨어났다.“겨우 사백오십 계단이라니

  • 구주, 왕의 귀환   제2024화

    서요산 검객들이 모두 그 무인의 정체를 궁금해하자 진인도 더 이상 뜸 들이지 않고 말했다.“저분은 구주왕 휘하의 화진 군신이자 국방부 대장 백호 장군이시다.”검객들은 모두 입이 벌어진 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군신의 명성은 당연히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나라를 지키고 백성을 보호하는 영웅이었으니까.“정말 구주왕 휘하의 군신이라니!”“역시 저런 굳센 의지가 그냥 나온 게 아니었어! 수많은 전장을 누빈 명장다운 모습이다!” 서요산 검객들은 백호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현재 백호는 이미 삼백이십 계단을 돌파한 상태였다. 백호가 혼자 주목을 독차지하는 걸 본 청해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고 계단에 발을 내디뎠다.처음 백 계단은 청해도 육신의 힘으로 버텼다. 하지만 백 계단을 넘자 육체만으로는 견디기 어려워졌다. 그는 술법으로 대응하려 했지만 평소 쓰던 빙신전의 신술이 계단 위 술법에는 통하지 않았다.“역시 화진의 서요산 검종은 보통이 아니구나. 이 등천로에선 일반 술법이 먹히지 않으니 천지 영기에 대한 깨달음으로 맞설 수밖에 없겠어.” 청해는 몸을 감싸고 있던 현빙을 거두고 오로지 자신의 속성 영기로만 버티며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막상 올라 보니 이 등천로가 얼마나 어려운지 제대로 실감했다. 이백 계단쯤 오르자 벌써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계단마다 한계를 시험하는 느낌이었다. 올려다보니 백호는 여전히 계단 위로 나아가고 있었다. 청해도 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다.서요산 검객들도 청해의 수준을 알아보고 속삭였다. “저 이역인은 정말 대단한 내력의 소유자다! 기운이 이미 진인 급에 가까워! 극 신급 절정의 수련자임이 분명해!”이에 대해 진인은 신비롭게 꾸미지 않고 솔직히 말했다. “저자는 곤륜 구역 빙신전의 부 전주 청해다. 경지가 매우 높지. 지금 빙신전은 우리 화진에 귀속되었고 청해 역시 구주왕 휘하의 부하가 되었다. 얼마 전 서울 방어전에서 청현과 목숨까지 걸고 사투를 벌인 끝에 죽을 고비를 넘겼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3화

    백호는 아직도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어느덧 이백오십 계단까지 올라왔다. 이 단계부터는 실체화된 술법이 몸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계단 하나를 오를 때마다 바람, 불 번개와 같은 속성의 영기가 점점 강해졌다. 여기서부터는 육신 횡련의 수련자는 강력한 체질로 버티고 술도 재능이 뛰어난 수련자는 천지 영기를 다루는 능력으로 버텨야 했다. 한마디로 각자의 능력에 따라 갈리는 구간이었다. 어느 한 분야라도 특출나지 않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백호는 술도에는 재능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강인한 육체 하나로 견디고 있었다.웅!성수의 피가 진동하며 백호의 몸을 지탱했다. 각종 속성의 영기가 몰아쳤지만 백호는 성수혈의 힘을 빌려 억지로 앞으로 나아갔다.수련자에게 있어서 성수의 혈맥이나 법보 등은 모두 신체 외적인 재능으로 간주하지만 그렇다고 이것들이 꼼수나 편법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천 가지 변화와 만 가지 신통력이 있어도 결국 만법은 한 가지로 귀결된다. 법기든 혈맥이든 이를 감당하는 것은 결국 본인의 몫이다. 천지 영기를 이용한 술법도 결국은 그 힘을 감당할 수 있어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감당하지 못하면 반드시 반작용을 맞게 된다. 따라서 수련의 길에는 애초에 편법이란 존재하지 않았다.성수 혈맥 같은 천지의 보물은 보통 사람이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윤구주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결국 이를 감당하는 건 백호 자신이었다. 성수 혈맥의 힘을 온전히 감당하며 백호는 결국 삼백 계단까지 올라섰다.계단의 꼭대기 근처에는 이미 서요산 검종의 검객들이 여럿 서 있었다. 서요산 검종은 근대에 들어 삼백 계단을 넘는 인재가 드물었다. 최근 백 년 동안 삼백 계단을 넘은 사람이 고작 열 명 남짓이었고 그중 대부분이 삼백여 계단에서 멈췄다. 그런데 지금 백호는 삼백이십 계단까지 올라선 것이다. 이 정도면 서요산 검종 전체가 떠들썩해질 만한 성과였다.이런 제자가 나타난다면 종문 전체가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래서 서요산의 진인들까

  • 구주, 왕의 귀환   제2022화

    “한 사람의 품성을 제대로 살피지도 않고 마구잡이로 그렇게 많은 수련자를 키워낸다면 결국 천하의 마인을 직접 만들어 내는 꼴이 아니겠어?”청현이 바로 그 실패한 예다. 서요산 검종 종주가 청현의 천재성을 아까워한 나머지 그의 인성을 무시하고 양성한 끝에 결국 역도를 만들어 낸 것이다.“그럼 저하 서요산에 입문한 무술 무인들은 평균적으로 몇 계단까지 오르는지 아십니까?” 백호가 호기심에 물었다. 윤구주는 잠시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무술 무인의 정확한 데이터는 모르지만 검종 종주와 잡담할 때 들어보니 검종 제자들의 수준이 갈수록 떨어져서 천 년 전만 해도 평균 삼백 계단 정도였는데 요즘엔 백 계단도 못 오른다고 하더구나. 가끔 삼백 계단을 오르는 자라도 나오면 검종 전체가 몇 년은 떠들썩할 정도라고 했어.”“구백구십구 계단까지 있는 시험인데 천 년 전 전성기에도 겨우 삼백 계단이요?” 백호는 입술을 삐죽이며 서요산 검종의 수준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다. “어때 한 번 도전해 볼 생각이야?” 윤구주는 흥미롭게 백호를 바라보았다. 백호는 당장이라도 도전하고 싶은 마음에 윤구주의 허락을 구한 뒤 바로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한 계단 두 계단... 오십 계단까지는 아무 어려움도 없었다. 백호는 오십 계단에 서서 사람들을 향해 서요산 검종이 별것 아니라며 놀려댔다. 하지만 육십 계단쯤 올랐을 때 처음으로 압력을 느꼈다. 마치 몸 위에 작은 차 한 대가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다. 물론 백호에게는 아무 문제도 되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백 계단에 도달하자 압력이 갑자기 커졌다. 등에 작은 승용차 대신 소형 트럭이 올라탄 듯한 느낌이었지만 아직 백호의 한계에도 가지 못했다.“근래 사람들의 평균이 백 계단도 못 넘는 이유가 이제야 이해가 되네요. 예전의 무인 횡련은 황제도 오를 수 있었지만 요즘 무인 횡련은 죽어라 노력해도 소형 트럭 하나 못 버티는 수준이니 말입니다.”백호는 농담을 던지며 계속해서 계단을 올라

  • 구주, 왕의 귀환   제2021화

    전에 임정설은 구오 지존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나라를 위해 힘쓰며 수모를 견뎌내고 살아남으려 했다.하지만 이제 황제가 된 그는 죽음을 생각하게 되었다.그 탓에 이번 관문 앞에서 그는 망설였다.살아 있는 자만이 통과할 수 있는 관문이었다.죽음을 마음에 품은 자는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관문이었다.그 자리에 있던 사람 중 청해만이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생각했다.‘황제가 되면 곤륜 구역에서 최고 경지에 도달하는 건데. 기뻐해도 모자랄 판에 왜 죽음을 택하려는 거지?’“저하, 국주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듯합니다. 저하도 사랑하던 이에게 배신당했어도 결국 극복해 나갔잖습니까.”백호도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여전히 국주보다는 왕이 더 낫다고 여겼다.“네가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함부로 내뱉느냐.” 윤구주가 단호하게 말했다.백호는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그는 어리숙하고 말솜씨도 없기에 생각나는 대로 말했을 뿐이다.“내가 문아름에게 배신당한 건 억울한 일이지만 나는 그녀에게 잘못한 게 없다. 오히려 그녀가 날 배신한 거다. 하지만 국주는 그 반대였지. 그가 그녀를 저버린 거야. 정이 깊으면 오래가지 못하고 지혜가 지나치면 오히려 상처를 입는다. 이 세상에서 가장 쓰라린 후회는 가진 뒤 잃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과 생사를 달리하게 되는 것이다.” 윤구주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만약 소채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도 제정신이 아닐 거라고 느꼈다.“그럼 복수하면 되지 않나요?” 백호가 어리둥절하게 물었다.이때 청해가 눈치를 채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상대가 너무 강해서 못 이기는 거지. 황제에 오르기 전까진 제대로 맞붙을 힘도 안 돼. 오르고 나서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 못 하고.”윤구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딱 그 말이 맞았다.“그럼 우리가 국주님 대신 복수해 드리면 되잖아요? 국주님은 제 왕이기도 하지만 제 윗사람이기도 하잖아요.”백호가 고개를 갸웃했다.“하하! 만약 세상 사람들이 다 너처럼 솔직하다면 이런

  • 구주, 왕의 귀환   제2020화

    인간이 나쁜 짓을 거듭해 양심을 잃으면 부끄러움도 사라진다. 예전 같으면 아무렇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윤구주를 따라 명예심이 생기면서 죄책감도 느끼게 된 청해에게 이 원한의 전법은 고통스럽기만 했다. 물론 곤륜역 한 신전의 부전주로서 정신이 붕괴할 정도는 아니었다.네 사람은 이 원한의 전법도 가볍게 넘어섰다.이때 전법에 관심을 가졌던 임정설이 무언가를 눈치챘다.“구주야, 서요산의 전법은 우연히 들어온 자를 쫓아내는 동시에 수련자의 의지를 시험하는 것이었어. 서요산은 의지력이 확고한 자들만 끌어들인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다. 이게 바로 서요산이 제자를 선발하는 방식인가 보구나.”“그렇습니다. 매년 화진 무도계 사람들이 서요산에 찾아오지만 성공한 자는 극히 드뭅니다. 실패자들 중 십중팔구는 산기슭에서 죽음을 맞이하죠. 어떤 문턱은 넘지 않는 것이 복이 될 때가 있습니다. 모르는 것이 약이죠. 현실을 알고도 바꾸지 못하는 것이 가장 괴로운 법이니까요. 이 관문을 넘는다고 해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면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윤구주의 말이 끝나자 세 번째 전법이 나타났다.첫 번째와 두 번째 전법은 이곳에 들어온 이들을 돌려보내려고 만든 것이지만 세 번째 전법은 달랐다. 이 전법은 살기로 가득 찬 죽음의 전법이었다.평범한 사람들은 여기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이곳까지 온 자들도 앞길의 위험을 보고 함부로 들어가려 하지 않을 것이다. 눈 앞에 펼쳐진 죽음의 길을 보고도 들어가는 자는 스스로 죽음을 원하는 자라서 그런 자들에게 죽음을 내리는 것은 오히려 덕을 쌓는 일이었다.하지만 무도로 도를 깨우치려는 수련자라면 이 관문을 넘기 위해 반드시 목숨을 걸어야 한다. 버텨내야만 수도의 길에 들 수 있고 실패하면 그 후과를 받아들여야 한다.전법 안은 살기로 가득했다. 생기와 영기가 세상을 이롭게 하지 못할지라도 살기와 죽음의 기운은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진법 내부에는 수많은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다. 무도계에 이름을 날렸던 강자들의 유해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