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마친 염구준은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정형을 뒤로한 채, 손가을을 데리고 성큼성큼 출구 쪽으로 향했다. “염 부장님, 잠시만요. 잠시만요!”오정형이 땀을 뻘뻘 흘리며 다급하게 염구준과 손가을의 뒤를 쫓아갔다. 그리고는 얼굴에 비굴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제가 눈이 멀어 태산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다시 얘기 나눠 보시죠. 제가 안된다고 확정한 건 아니었잖아요. 오해가 있었던 거니, 일단 안에 들어가서 다시 대화 나누시죠.”오정형은 어떻게든 자신의 실수를 만회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앞으로 손씨 그룹과 관계를 잘 이어온다면 분명 이루 말할 수 없는 이익과 사람들의 부러움을 살게 뻔했다. 오정형은 황금알을 낳아줄 거위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든 다시 이들의 마음을 돌리고 화련상조회에 가입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자존심을 버리고 얼굴에 철판을 깔 때였다. “이제 와서 아쉽나? 하지만 이미 버스는 지나갔어.”염구준은 뻔히 보이는 수작에 넘어갈 위인이 아니었다. 그에겐 더 이상 갖춰야 할 예의따위 없었다.“비켜!”말이 떨어지는 동시에 염구준은 내공을 운용해 오정형을 옆으로 밀쳤다. 그리고는 망설임없이 손가을과 임명성을 데리고 화련장조회 본부를 떠났다. “손 대표님, 염 부장님!”오정형은 비틀거리는 몸을 이끌고 떠나가는 벤츠를 붙잡으려 몇 번이고 외쳤지만, 소용없었다. 상황이 끝났다는 것을 깨닫자, 그는 분노에 이를 뿌득뿌득 갈았다.이 빌어먹을 놈!오정형은 화련상조회의 책임자로 임명된 뒤로 남에게 아첨을 받으면 받았지, 이런 무시는 처음이었다. ‘감히 나를 거절해?’오정형은 반드시 이 굴욕을 갚아 주리라 마음먹었다!“아무리 대단한 기업이라도 화련상조회 전체가 힘을 합친다면, 상대나 될 것 같아? 손씨 그룹, 두고 봐!”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오정형은 염구준이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음에도 지치지 않고 고래고래 욕설을 퍼 부었다.“무례한 놈들, 어디 한번 날 무시한 대가를 톡톡히 치러 봐!”
손가을이 염구준의 팔을 붙잡으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이번엔 봉황국에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은데, 언제까지 호텔에 묵을 수는 없어. 해외발전팀 직원들이 올 때까지 반드시 제대로 된 사무실을 갖춰야 해.”그런 다음, 운전하고 있는 임명성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했다.“이사님, 우리 시간도 넉넉한데 저번에 연락했던 그 사무실 좀 가볼까요?”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망설였다. 회사 대표가 손가을이긴 했지만, 염구준이 실세라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이사님, 앞으로 무엇이든 망설이지 마시고 가을의 뜻을 따라주세요. 가을의 의견이 곧 제 의견이에요.”임명성이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염구준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럼 출발하시죠!”약 40분 후, 봉황국 상업 거리에 위치한 7층짜리 건물 앞에 벤츠 한 대가 멈춰 섰다. 바로 해외 발전팀이 사무실로 사용할 그 건물이었다. 임대료 3년에 12억 원, 임명주는 이미 전화로 건물주와 협상을 마친 상태였다. 누구는 3년이 다소 짧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경제 상황에 따라 시세가 변동하기 때문에 가장 적절한 기간이었다.“황 사장님!”임명성이 마침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건물주, 황종우를 발견하곤 인사를 건넸다.“이렇게 공교로울 데가! 마침 연락드리려고 했는데… 아, 참! 이 분들은 저희 본사 대표님과 부장님이십니다!”본사에서 사람이 왔다는 얘기를 들은 황종우는 눈을 번뜩였다. “귀한 손님들이 오셨군요. 어서 오세요. 환영합니다!”세 사람이 다가오는 것을 본 황종우가 다급히 담배를 끄며 악수를 건넸다. 그리고는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난감한 듯 말을 꺼냈다.“아이고, 그런데 어쩌죠? 사실 전에 임대해 드리기로 했던 사무실,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그 말을 들은 임명성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종이로 계약서를 쓰지 않았을 뿐, 이미 모든 협의를 끝낸 뒤였다. 사인만 하면 끝날 일에 갑자기 이런 봉변이라니, 그는 뒤통수가 얼얼했다. “제가 좀 계산을 잘못해서 임대 금액을 잘못
그러나 황종우는 전혀 자신의 생각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손가락을 비비며 왜 이러냐는 듯, 더 뻔뻔하게 굴었다. “다 아시면서, 사업하는 사람끼리 이러지 맙시다. 서로 상부상조하면 살아야지, 혼자서 좋은 거 다 해먹으려 들면 쓰나? 여기까지 힘들게 왔으면 이정도는 좀 부드럽게 넘어가요. 20억나, 12억이나, 여러분처럼 큰 사업하는 사람한테는 별 차이 없잖아요. 선심 써서 좀만 더 얹어줘요.”큰 차이 나지 않다니, 임명성은 기가 막혔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애먼 돈이 나가는 걸 좋아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처음부터 20억이면 몰라도, 갑작스레 8억이나 껑충 뛰어올랐는데, 이대로 넘어가줄 수는 없었다. “됐어요.”그런데 이때, 옆에 있던 염구준이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옆에서 지켜본 봐, 황종우는 한번 돈 냄새를 맡은 이상 쉽사리 물러설 인물로 보이지 않았다.“이 계약 없던 것으로 합시다!”그 말에 임명성은 물론 황종우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 당장 내일 팀원들이 내려와도 이상할 것이 없는 급박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건물 계약을 취소하고 새로 알아본다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황종우가 이 건물을 다른 데로 넘긴다면, 앞으로 올 직원들은 길바닥에서 일을 시작해야 할 지도 몰랐다.그런데 오히려 계약을 파기하려 들다니, 임명성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구준 씨?”마찬가지로 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손가을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12억이든 20억이든, 현재 손씨 그룹의 자산으로 본다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돈이었다. 지금은 감정적으로 구는 것보단, 건물을 얻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데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을 염구준이 이렇게 나오다니, 손가을은 혼란스러웠다.“아닌 건 아닌 거야.”염구준은 단호히 말하며 황종우가 보이지 않을 각도에서 손가을을 향해 눈짓했다. 그 표정을 본 손가을은 뭔가 깨달은 듯,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사님, 구준 씨 말대로 해요. 갑시다!”염구준과 손가을이 앞장서
염구준이 말한 친구는 다름 아닌, 요즘 새로 떠오르는 도박신인 고해와 삼죽문의 새 문주 왕종서였다.“설마 진짜 포기한 건 아니겠지?”황종우의 발 밑엔 담배 꽁초가 쌓여갔지만, 떠나간 벤츠는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점점 마음이 초조해졌다. ‘망했다! 어쩌지?’그의 건물은 확실히 좋은 위치에 있었다. 하지만 그게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독이었다. 이곳은 중심 상권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 한정적이었다. 그리고 이미 봉황국 내부에 있는 기업들은 이미 자리를 잡은 상태였다. 황종우가 기대할 수 있는 건 외부 기업뿐인데, 현재 상황에선 매우 제한적이었다. 즉, 염구준 쪽에서 건물 임대를 거절한다면 아예 건물 자체가 공실이 되어 처음 12억조차 받을 수 없을지도 몰랐다.“그쪽이 여기 건물주?”그런데 이때, 황조우의 귓가에 들려온 한 젊은 남자의 목소리.“봉황국 사람 중에 내 이름을 못 들어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박왕, 고해라고 한다!”‘요즘 봉황국에서 가장 핫하다는 도박신, 고해?’ 황종우는 눈이 휘둥그레졌다.“네, 접니다! 건물주!”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서둘러 고해 쪽으로 다가갔다.“아이고, 그 유명하신 고해 선생님을 제가 뵙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혹시 선생님께서도 이 건물을 빌리시려고요? 정말 잘됐네요. 마침 손씨 그룹에서도 연락이 왔는데, 제가 막 거절한 참이었어요!”고해는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며 속으로는 비웃었다. ‘네 놈이 거절한 사람이 누구인 줄은 알아? 멍청한 놈. 우리 무적의 전신전 전주, 손씨 그룹의 실세, 내 은인! 절대로 원한을 사지 말아야 할 분한테 원한을 샀구나!’“쓸데없는 소리는 이만하고 본론으로 들어가지.”고해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말했다.“봉황국에 사설 카지노를 오픈하려고 하는데, 그쪽 건물이 꽤 괜찮아 보여서 임대하려고. 계약기간은 3년, 매년 임대로 10억! 어때?”‘그렇다는 건 3년이면 30억? 예상보다 10억이나 더 받게 생겼네!’“그럼요! 저야 너무 감사
하지만 황종우는 전혀 그의 경고를 귀담아듣지 않았다. 위약금은 어차피 위반하지 않으면 발생하지 않을 일, 그의 눈엔 지금 계약금만 보였다.이 지역에, 이 정도 시세면 기껏 해봐야 연 4억이 최선이었다. 그런데 고해는 무려 그거의 2배 넘는 가격인 10억을 불렀다. 이런 호구가 다시 나올 리 없었다.이건 다시 올 수 없는 기회였다. 미치지 않고서야 계약 위반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여기 건물주 누구야?”고해가 떠나고 채 10분도 되지 않아, 또 험악한 분위기의 중년 남자가 허리춤에 검을 꽂은 채 건물 입구로 들어서는 모습이 보였다. “광고 그대로 있던데, 이 건물 안 나갔지?”황종우는 단번에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중년 남자의 정체는 바로 삼죽문의 새 문주, 왕종서였다. 재벌과 연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정체를 모를 수가 없었다. 맹월과 오대붕이 죽은 뒤로, 삼죽문도 대폭 물갈이되었다. 왕종서는 바로 그 새로 구축된 삼죽문도의 주인으로서 현재 봉황국에 가장 유명한 거물이었다.제호 카지노, 대붕분타, 청영분타… 삼죽문의 이천 제자까지 모두 왕종서의 휘하로 들어가 봉황국 최강 세력이 되었다!“왕 문주님께서 어쩐 일로, 어서 오세요! 제가 문 앞까지 모시러 갔어야 했는데, 아이고, 죄송합니다!”황종우는 겁에 질린 채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공손히 말했다.“문주님께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이 건물 좀 전에 계약 체결되었어요. 광고도 내릴 참이었는데….”그의 말을 들은 왕종서는 속으로 코웃음 쳤다. “누구한테 임대했어? 광고를 내리지 않았다는 건 아직 체결 전이라는 뜻이잖아! 누구한테 임대했던, 내게 넘겨!”황종우는 자리에 얼어붙은 채 울상지었다.평생 만날 일 없을 거라 생각했던 봉황국 넘버 원투를 하루 만에 만나버렸다. 심지어 자신의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건물을 노리고 있었다. 좀 전까지 운이 좋다며 속으로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기분이었다.“문주님, 제발… 노여움을 풀어주세요!”
드디어 왕종서가 기다리던 배상 얘기가 나왔다. 그는 속으로 만족하며 계속해서 연기를 이어갔다.“그깟 60억, 내가 없을 것 같으냐? 황종우, 이 건물은 내가 점찍었다고 고해에게 전해라! 내가 3년 임대료로 30억이 아니라, 100억을 주마!”‘100억, 100억이라니!’그 말을 들은 황종우는 벼락 맞은 듯 강력한 흥분에 휩싸였다. 12억이었던 것이 30억이 되었고, 30억이 100억이 되었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었다. 왕종서한테서 100억을 받게 된다면, 배상으로 60억을 낸다고 해도 40억이 남는 꼴이었다. 고해한테서 받았던 30억보다 10억이나 더 오른 셈이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비록 이렇게 되면 고해한테서 미움받을 수 있겠지만, 모든 원인을 왕종소에게 돌리면 그것도 해결이었다. 그 뒤에 둘이 치고받고 싸우던 알 바가 아니었다.“알겠습니다, 문주님! 제가 반드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 건물을 문주님께 임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황종우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적 같은 일이 오늘 연달아 두 번이나 일어나다니, 이런 기회 놓치는 건 바보나 할 짓이었다! “100억 맞죠? 제가 당장 가서 사람을 시켜 계약서를 만들어오라고 할게요. 거기, 너….”“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어!”왕종서가 손을 내저으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계약서가 필요해? 나 누구인지 잊었어? 아니면, 날 못 믿는 거야?”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밖에 세워져 있는 차를 향해 냉랭하게 소리쳤다.“일단 계약금으로 50억 보내줘. 고해와 상황을 마무리하면, 다시 인수하러 온다!”그러자 그 즉시 차에서 한 덩치가 내려 성큼성큼 황종우 앞에 다가와 이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해 쪽이 처리되면, 내게 연락해. 바로 사람 보낼 테니까!”하늘로 날듯한 기분에 휩싸인 황종우와 달리 왕종서는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 염구준이 원했던 대로, 덫은 놓아졌다.“만약 날 실망하게 한다면… 이 건물과 네 머리는 내가 가져간다!”이 말을 끝으로 왕종서는 부하
전화 너머로도 느껴지는 위협에 황종우는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는 원래 이 건물에서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도박 빚에 빠져 전 재산을 탕진하고 지금은 계좌에 겨우 4억이 전부였다. 여기에 고해가 지불한 30억에 왕종서가 준 50억을 더하면, 84억이 현 잔액이었다. 그런데 계약을 해지하려면 총 6억이 모자랐다. “고 선생님, 저 돈 있어요!”황종우가 침착한 목소리로 자신의 상황을 설명했다.“좀 전에 삼죽문 왕 문주님께서 100억에 무조건 이 사무실을 임대하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승낙했어요. 고 선생님께 너무 죄송하지만, 저에겐 다른 선택지가 없었어요. 대신 90억을 한 번에 드리진 못해도 84억은 바로 드릴 수 있어요. 나머지 6억은 왕 문주님이 잔금을 치르면 바로 보내드릴게요!”이 모든 것은 황종우의 욕심이 불러일으킨 화였다. 그가 염구준의 심기를 거스르지만 않았어도, 일은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자업자득, 고해는 속으로 황종우를 욕하며 콧방귀를 뀌었다.“흥!”그리고는 차갑게 쏘아붙였다.“왕종서가 끼어든 거면 너도 어쩔 수 없었을 테니, 일단은 넘어가 주도록 하지. 대신 지금 가지고 있는 84억은 바로 보내. 그리고 남은 6억도 30분 안에는 내 계좌에 찍혀야 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알지?”그 말을 들은 황종우는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허공에다 대고 연신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지체 없이 통화를 마무리하며 계좌에 있는 돈 84억을 곧바로 고해에게 이체했다. 이제 그의 계좌엔 나머지 자투리 돈 2천만 원이 전부였다.그리고 이어서 다급히 왕종서에게 연락을 넣었다. “왕 문주님, 제가 간신히 고해 선생님과 계약을 파기했어요. 이제 잔금 보내주셔도 돼요!”고해와 상황을 마무리했다는 얘기를 들은 왕종서는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건물 임대는 취소하도록 하겠다!”그는 애써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삼키며 차갑게 목소리를 내리깔았다.“우리가 언제 정식으로 계약한 적 있어? 설령 계약했다고 한들 어쩔 건데? 내
30분 이내에 고해에게 돈을 갚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몰랐다. 정말 잘못했다가 목숨이 날아갈 판이었다. 황종우는 다급해졌다.“맞다. 손씨 그룹! 손씨 그룹이 있었어!”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점점 더 초조해지며 몸에서 식은땀이 났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구명줄이 되어줄 손씨 그룹이 남아있었다! 원래 금액대로 임대해 주겠다고 한다면, 분명 그들도 거절할 수 없을 터! 12억을 받아 고해에게 6억을 갚으면 적어도 4억은 남는다! 돈이 적어진 건 안타깝지만, 적어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지 않는가?황종우는 곧바로 실행으로 옮기기로 했다.“임 이사님!”그는 곧바로 임명성에게 전화를 걸어 너그러운 척 말했다.“다시 생각해 봤는데, 역시 사람은 돈보다는 신용이죠! 20억은 안 된다고 해도 3년에 12억은 너무 적어요. 서로 양보해, 중간 가격인 16억으로 하시죠!”16억이라는 얘기를 들은 임명성은 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모든 것이 좀 전에 염구준이 말해준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황종우는 선심 쓰는 듯 말했지만, 임명성은 그의 목소리에 초조함을 읽었다. “대표님.”임명성이 핸드폰을 한 손으로 막으며 뒷좌석을 향해 공손히 물었다.“황종우가 16억을 불렀는데, 어떻게….”염구주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 지었다. 그는 이미 고해한테서 상황 전달을 받은 상태였다. 지금 황종우가 고해에게 빚진 금액이 6억인 이상, 그들이 불러야 할 금액도 정해진 거나 마찬가지였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황종우는 거절할 수 없을 터였다.“고해 씨, 제법이네.”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고해는 그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성과를 가져다주었다.“이사님, 가격 더 낮추세요. 무조건 6억까진 내릴 수 있을 테니까, 망설이지 마시고 저 믿고 밀어붙이세요. 황종우는 반드시 받아들이게 될 거예요.”6억이면 처음 황종우가 제안한 금액의 절반이었다. 이번엔 임명성뿐만 아니라 손가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손가을은 이미 옆에서 염구준이 고해에게 문자를 보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