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는 길을 안내하는 내내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만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이면 염구준의 주먹과 발길질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고 싶었기에, 어떻게든 견뎠다. 염구준도 마찬가지로 이 상황이 마냥 달갑지는 않았다. 그가 아무리 압도적인 무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지라도 아무때나 사람을 패는 취향은 없었다. 하지만 하도 천면진이 믿음이 가지 않는 태도를 보여왔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일행이 시장에 들어섰다. 굉장히 평범한, 이상할 거 하나 없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때, 꼬르륵 누군가의 배에서 공복의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저기 파는 맛있는 음식 냄새 때문에 허기를 느낀 것 같았다. 염구준의 시선이 소리의 근원지로 향했다. 수안이었다. 그녀가 민망한 듯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참을 수 있어요.”“아니야. 일단 허기부터 해결하고 보자.”염구준이 고개를 돌리며 적당해 보이는 작은 노점식당을 가리켰다. 사람은 뭐니뭐니해도 밥심이었다. 아무리 일정이 급하다고는 하지만, 굶길 수는 없었다. 그렇게 세 사람은 함께 노점 앞으로 다가갔다. 솔솔 맛있는 볶음밥 냄새가 맡아지자 배고픔이 물밀 듯 밀려왔다. “여기 볶음밥 얼마예요?”수안이 입안 가득 침이 고이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오천 원이요.”그러자 밥을 볶고 있던 아주머니가 손가락 다섯개 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그럼 여기 특색으로 20개 먼저 주세요.”수안이 돈을 지불하며 말했다. 그들은 일반인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많았기 때문에, 먹는 양도 많았다.“네?”아주머니가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다시 물었다.“뭘 되물어? 빨리 내오기나 하지 않고!”천면진이 짜증스럽게 소리치며 평소대로 거만하게 굴었다.퍽! 그러자 곧바로 염구준의 주먹이 날아왔다.그제야 천면진은 다시 수그러들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는 겁먹은 얼굴로 쭈그린 채 한쪽 구석으로 물러났다.“호오? 외지인들? 여긴 왜 왔
전방, 검은 물체가 물속에서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오라버니, 저게 뭐예요?”수안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물체를 가리키며 다급히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염구준이라고 해서 알 턱이 없었다. “글쎄. 뭔지 모르겠지만, 빠르긴 한데 강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아.”염구준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수안이 가리키고 있는 반향을 바라보며 답했다. 참 이상했다. 분명 기세는 대단했지만, 강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반면, 천면 가문 소년들은 달랐다. 이들의 얼굴엔 어느덧 의미심장한 미소가 맺혀 있었다. 촤라락! 검은 물체와의 거리가 가꿔질수록 거칠어지는 물결과 함께 배도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보이기 시작하는 물체의 윤곽. 그것은 마치 가오리 같은, 축구장 절반 정도 되는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뛰어올라!”검은 그림자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배를 향해 돌진해오고 있는 것을 본 염구준이 수안에게 외치며 허공으로 높이 뛰어올랐다. 수안도 얼른 그의 말에 따라 움직였다. 쾅! 그리고 두 사람이 뛰어오른 동시에, 굉음과 함께 배가 반으로 부서지며 뒤집어졌다. 천면 가문 소년들은 두 사람과 달리 배에 앉은 상태에 봉변을 당했지만, 물에 빠진 상황에도 이상하게 침착해 보였다. 오직 천면진만이 약간 놀란 얼굴로 힘겹게 다시 반파된 나무조각 위로 기어올랐다. 도대체 방금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어떻게 십 미터나 넘는 배를 이렇게 단번에 물속에서 부술 수 있었던 걸까? 염구준과 수안의 머리속에 온갖 추측들이 지나갔다. 두 사람은 남은 배 조각에 착지하며 유심히 그 검은 물체가 지나간 자리를 바라보았다. “천면진, 저건 뭐지?”염구준이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천면 가문 사람이니, 분명 알고 있을 거라 확신하는 듯한 목소리였다. “호수 수호어입니다. 외부인이 오면 무조건 공격해요.”천면진이 좀 전의 상황을 떠올리며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래? 그런데 넌 왜 겁억었어?”염구준은 좀 전에 천면진을 제외한 천면 가
“네!”수안은 대답 후 곧바로 기운을 펼쳐 공격을 시작했다. 호수 위에 붉은 색이 퍼졌다. 물 뒤로 떠오르는 피라냐의 숫자가 점점 늘어갔다. 그럴수록 검은 그림자의 크기도 작아졌다. 그렇게 한참, 이길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알아차린 것인지 살아남은 피라냐들이 도망치듯 사방으로 흩어졌다. 염구준은 그제야 공격을 멈추고 아직 물에 잠겨 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 “쓸데없는 짓 그만 하는 게 좋을 거야. 이런 시답지 않은 함정에 빠질 정도로 우리가 만만해 보여?”그러자 천면 가문 소년들의 얼굴이 어두워지며 분노가 차올랐다. “감히 호수를 수호하는 물고기들을 죽이다니, 가만두지 않겠어!”“아니, 이건 너희들이 죽인 거다. 만약 허튼수작을 부리지 않았다면, 이 물고기들은 살아있었을 것이다.”염구준은 정말 싸우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번 방문의 목적은 치료할 비법을 얻는 것이지 피라냐 학살 따위가 아니었다. “맞아. 쓸데없는데 시간 빼지 말고 얼른 섬으로 가자.”옆에 있던 천면진도 거들고 나섰다.“흥!”하지만 돌아온 것은 콧방귀였다. 이 상황을 통해 염구준은 다시 한번 천면진과 이들의 사이가 좋지 않음을 실감했다. “오라버니, 피라냐들이 돌아오고 있어요. 이전보다 수가 더 많아요.”수안이 무리 지어 다가오는 피라냐들을 보며 살짝 겁먹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좀 전에 공격으로 그녀는 이미 많은 기운을 소모한 상태였다. 다시 피라냐들이 공격해 온다면 버틸 수 없을 터였다. “아무리 죽여도, 여기 물고기들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아. 너희는 자신이 한 행동에 대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천면 가문 소년 중 한 명이 조소를 날리며 오만하게 말했다.그들에게 이 피라냐는 그냥 일반 물고기가 아니었다. 수호신 그 자체였다. “지금이라도 이 물고기들을 물러나게 할 방법이 있다면, 물러나게 해. 아니면 전보다 더 큰 희생이 따를 거야.”염구준이 경고하듯 천면 가문 사람들을 훑어본 후,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태도는 매우 완고했다. 어디 해보라는
피라냐의 공격은 점점 더 거세졌다. 염구준은 이제 앞을 내다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피라냐 무리는 이빨이 부러지는 것도 상관치 않고 끊임없이 염구준의 보호막을 갉아먹었다.우웅!염구준의 몸에서 진동이 일어났다. 온 몸에서 폭발적인 기운이 일어나면서 엄청난 기세로 주변을 초토화시켰다. 그 위력에 피라냐들이 죽으며 드디어 가려져 있던 시야가 트였다. 이때, 염구준의 시야에 뭉쳐진 수초 같은 것이 서서히 일어나는 것이 보였다. 역시나 그것은 사람이 맞았다. 수초로 만들어진 위장복을 입은 남자!염구준은 빠르게 물속을 갈라 남자에게 주먹을 날렸다. 남자는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주먹에 강타당해 코와 입에 피를 뿜으며 뒤로 밀려났다. 생각보다 실력이 강하지 않았다.하지만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던 남자가 갑자기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솟구치는 진흙이 염구준을 완전히 감싸 안아 버렸다. 염구준이 뒤늦게 진흙속에서 빠져나왔을 땐,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난 뒤였다. 남자는 물속에 있었음에도 평지를 거닐 듯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남자가 떠나자, 피라냐들도 함께 흩어졌다. 염구준의 추측대로 피라냐가 그토록 조직적으로 움직일 수 있었던 이유가 남자 때문이었다. 남자가 뒤에서 모든 것을 조종하고 있었던 것이다.촤르륵!염구준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강력한 기운을 담은 무언가가 그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퍽! 염구준은 머리로 생각하기도 전에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것을 막았다. “천면진, 지금 날 죽이려 해?”고개를 들어보니, 제일 먼저 보인 것은 천면진의 얼굴이었다. “아! 염 선생님이셨구나, 죄송합니다! 저는 당연히 어류술사인 줄 알고….”그러자 천면진이 다급하게 손사례를 치며 답했다. 그는 천면 가문의 일원으로서, 무슨 이유로 피라냐들이 자신들을 공격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밝히지 않았던 것은, 이 일을 통해 염구준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자신한테 오히려 이득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
“계속 쳐다보면 눈알 뽑아버릴 줄 알아.”수안이 이들을 노려보며 말하자, 그녀의 전갈도 함께 어깨 위로 올라와 꼬리를 치켜 세우며 위협했다. 그러자 겁먹은 얼굴로 재빠르게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하는 남자들, 수안은 속으로 혀를 찼다.“이상하네, 천면도에 모래사장이 있었나?”천면진이 주위를 둘러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가 여기서 생활한 건 겨우 어린 시절뿐, 제대로 기억날 리 없었다. 그러자 천면 가문 사람들이 그를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천면진, 이 배신자! 우리랑 같이 죽자!”“감히 외부인을 이곳으로 데리고 오다니, 용서할 수 없다!”“넌 몰랐겠지만, 여긴 황금사충의 번식지야!”그 말을 듣자, 천면진의 얼굴이 공포로 일그러졌다. “뭐? 미친놈들! 젠장, 뛰어!”천면진이 모래 밖, 숲을 향해 뛰며 말했다.“오라버니, 빨리 뛰어요! 최대한 빨리 모래를 벗어나야 해요!”수안이 다급히 외치며 경고했다. 확실히 이상한 모래사장이었다. 염구준은 제대로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경계를 늦추지 않은 수안을 따라 모래 밖으로 뛰었다.“이미 늦었어!”천면 가문 남자들이 평온한 얼굴로 조용히 말했다. 그 순간, 갑자기 들썩거리기 시작하는 모래 바닥! “악!”제일 먼저 앞서 달리던 천면진이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다. 동시에 그의 몸을 뒤덮기 시작한 모래! 그는 몸부림쳤지만, 모래가 닿은 곳마다 피가 철철 흘러나오고 있었다. “황금사충은 무리안에서 가장 기이하게 여겨지는 벌레입니다. 굉장히 작은 크기지만, 무리 지어 다녀 죽이기도 매우 까다롭죠. 하지만 멸종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 보게 될 줄이야!”수안이 물음표가 가득한 염구준의 얼굴을 보고 말했다. 황금사충에 대한 기록이 많은 편이 아니었기에, 수안도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았다.그 말을 들은 염구준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얼마나 기이한 벌레인가? 모래 알갱이만 것들이 이토록 쉽게 전사 경지 강자를 상처 입히다니!“떨어져! 떨어지라고!”천면진이 몸에서 전신 영역을 펼
“왜 우릴 구했어요?”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소년들의 태도였다.“구하다니? 지금은 여기서 살아남는 것만 생각해!”염구준이 좁혀오는 황금사충 포위망을 바라보며 얼굴을 굳혔다. 다루기 너무 까다로운 벌레였다. 벌써 향낭에 적응해 조금씩 다시 다가오고 있었다.무리안의 벌레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펑! 염구준이 기운을 밖으로 발산하며 황금사충들을 날려버렸다. 우수수 모래알처럼 떨어지며 죽어가는 벌레들, 하지만 죽는 족족 더 몰려들었다. 피라냐보다 더 상대하기 까다로웠다. 심지어 이 벌레는 발산된 기운에 겁먹기는커녕 흡수까지 하고 있었다. 벌레는 무엇이든 먹어 치우는 것 같았다. 물론 여기서 염구준이 진짜 실력을 보인다면 혼자서 빠져나가는 것쯤이야 별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다른 사람들도 벌레와 함께 같이 죽게 된다. 천면 가문 소년들은 구할 수 없다면 그만이지만, 수안은 꼭 데리고 나가야 했다. “수안아, 내가 널 좀 안아 올려야 할 것 같아.”염구준이 뜬금없이 말했다. 그녀를 구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수안이 놀라 반항하기라도 한다면 실패로 돌아갈 수도 있기 때문에 미리 경고한 것이다.“앗!”아니나 다를까 경고했음에도 수안의 입에서 탄성이 튀어나왔다. 공주님 안기라니, 그녀의 얼굴이 수줍은 소녀처럼 빨갛게 물들었다. 염구준은 그녀의 반응이 이해되지 않았지만, 급박한 상황이라 그냥 그러려니 넘어갔다.“아, 네. 알겠어요!”수안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녀는 염구준이 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물론 이런 상황에 이상한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은연중 그녀는 무언가를 기대하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나 그녀의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염구준이 그녀를 안은 채 순식간에 모래 밖으로 날아올랐다. 그제야 수안은 상황을 파악하고 이번엔 민망함으로 얼굴을 붉혔다. ‘창피해 죽겠네!’염구준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녀를 구하기 위해 끌어안은 것이었다
천면진은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그 전에 이미 황금사충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벌레에게 잡아 먹히다니, 처참한 죽음이었다. 어쩌면 그동안 해온 악행들의 대가였다.“당신들 도대체 누굽니까?”유일하게 아직 정신을 차리고 있던 소년이 물었다.행동을 보니 분명 나쁜 사람들 같지 않았지만, 천면진과 함께 나타난 것이 걸렸다. 하지만 천면진이 죽어가는 걸 방치한 것을 보니, 적어도 한패는 아닌 것 같았다.소년의 의문을 알아챈 염구준이 간단히 설명했다.“내 친척이 천면 가문 때문에 전괴가 되었어. 여기 족장이 그걸 풀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해서 찾아온 거야.”그 말에 소년은 그제야 표정이 풀어졌다. 소년도 자신이 알고 있는 과거에 대해 얘기해주었다. 천면진은 십여 년 전, 천면 가문 고서실에 몰래 들어가 전괴 만드는 비법을 훔치다 발각되어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한다. 그는 이미 천면 가문에 제적당한 상태인데, 쫓겨난 뒤로도 가문의 이름을 이용해 많은 악행을 저질러 왔다고 했다.염구준은 이제 모든 것이 이해되었다. 모든 것은 결국 천면진 부자가 가문과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벌인 짓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죽었으니, 이제 진짜 용필과 같은 전괴가 만들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아 참 다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전괴를 치료하는 비법은 필요했다.“너희 족장에게 데려다 줘. 비법만 얻으면 떠나도록 하마.”염구준이 섬 안 쪽, 산 중턱쯤 세워져 있는 건물들을 바라보며 말했다.“하아, 그래도 적이 아니라니, 다행이네요.”소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대로 기절했다. 황금사충에 물린 고통 때문에 다른 소년들처럼 당장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가문이 걱정돼 무리하게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소년까지 기절해버리자, 길을 안내할 사람이 없어졌다.“오라버니, 이제 어떻게 하죠?”수안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오해는 풀렸지만, 모두 기절해버려 상황을 전달한 사람이 없어졌다. “너는 여기서 일단 얘들을 지켜보고 있어. 나 혼자서 잠깐만
푸른 호수가에 도착한 염구준은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정말 적을 피해 호수 아래로 숨은 것이라면, 기발하지 않은가? 이어서 염구준도 호수 안으로 뛰어들었다.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확인해 보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직접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물속으로 들어간 염구준은 좀 전에 들어간 사람을 찾기 위해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어디에도 그 인영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놓치다니!’이런 환경속에서 사람을 추적하는 건 그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염구준은 계속해서 잠수를 반복하면서 호수 바닥을 살폈다. 특히 암초가 가득 자란 주변을 위주로. 사람이 숨을만한 장소라면 평범한 지형은 아닐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흔들리는 수조와 돌부리 사이로 입구로 보이는 작은 공간이 있는 지형이 눈에 밟혔다. 염구준은 좀 더 자세히 확인하기 위해 곧바로 그곳으로 헤엄쳐 갔다. 그리고 정말로 그곳이 입구였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섬 방향으로 파져 있는 작은 입구! 왠지 이곳이라면 그가 찾던 섬의 주민들을 찾을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그 통로 안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진짜로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야, 너 아까 몰래 나가서 뭐 했어?”한 중년 남자가 무릎을 꿇고 있는 한 젊은 남자를 꾸짖고 있었다. 몸집이 매우 건장한 이 중년 남자의 이름은 천면휘, 천면 가문 현 족장이었다.“휴대폰 배터리가 다 되어서, 잠시 충전기 가지러 갔었습니다!”말은 이렇게 했지만, 남자는 천면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었다. 젊은 남자는 바로 좀 전에 염구준이 쫓고 있던 도둑이었다. “이런, 망할 놈!”천면휘가 크게 화를 내며 도둑을 주먹으로 때렸다. “그까짓 거 하나 때문에 온 일족을 위험에 노출시켜? 오냐, 너 오늘 내 손에 죽어보자!”그리고는 다시 한번 젊은 남자를 향해 손을 들었다. “족장님, 진정하십시오!”옆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말리며 나섰다. 같은 가문 친척으로서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