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을은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 그녀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렇게 큰일이니, 그녀는 피해 갈 수 없었다.사무실의 문이 열렸고 염구준이 마치 신처럼 문 앞에 나타났다. 손가을은 순간 마음이 놓였다."청해 상회의 회장은 용성우 아닌가요? 언제부터 흑풍이라는 사람이 생긴 거죠?"염구준은 두 사람의 의아한 눈빛 속에, 그들을 향해 한 걸음씩 다가갔다. 두 사람의 기운은 아주 이상했고 절대 일반적인 상회 직원이 아니다."구준 씨!"손가을은 놀란 아이처럼 염구준의 품에 안겼다."큰일이다 보니 상황을 봐서 이해해 주세요."직원은 몸을 곧게 세우고 고집 있게 말했다."조사라니요? 작은 상회에서 무슨 권리로 조사에 협조할 것을 요구하죠?"염구준은 말을 마치고 매서운 눈빛을 뿜었다. 청해 상회뿐만 아니라 국주가 사람을 파겮도 손가을을 데려갈 수 없다."당신도 손씨 그룹 사람이에요?"손씨 그룹은 손가의 기업인데 왜 갑자기 살기등등한 사람이 나타난 건지 두 사람은 아리송했다."용성우 씨? 청해 상회 대체 무슨 상황이죠? 흑풍은 또 뭐죠?"염구준은 직접 용성우에게 연락했고, 상대는 우물쭈물했다."주군, 은둔 세가에서 청해를 인수하려 합니다. 용국의 경제적 지주인 것을 아시잖아요?"용성우가 난처하게 답했다. 그는 양쪽 모두 미움을 살 수 없었다."은둔 세가요?"염구준은 무언가 깨달은 듯 미간을 찌푸렸다.용국의 일곱 가문에 대해 다른 사람은 잘 모르지만, 그는 아주 잘 알고 있다. 국주는 몇 가문의 세력이 곳곳에 집중되어 있어 늘 제거하려 했다."내가 알아볼 테니 끼어들지 말아요!"염구준도 예의를 차리지 않고 바로 그들을 내쫓았다."흑풍 회장께서는...""꺼져요!"염구준은 더 이상 참지 않았고 강한 억압에 두 사람은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구준 씨, 무슨 일이야?"손가을은 풀이 죽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걱정하지 마. 청해 부두에 가볼 테니 내 소식 기다려."염구준은 손가을의 이마에 진하게 키스를 한 뒤
대목이 설명했다."무슨 일이지?"염구준도 체내의 힘이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그는 오랜만에 이렇게 강한 힘을 느껴보았다.그가 직감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마침 두 사람과 시선을 마주했다. 대목은 저도 몰래 살짝 후퇴했다."뭐가 무서워? 우리도 합일 전신의 실력이야. 흑풍 형님의 가장 자랑스러운 조수라고!"근육질 남자는 대목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본 적 없어 조금 가소로웠다."철호야, 방심하지 마. 상대는 적어도 전신보다 강해."대목은 염구준의 눈빛을 살짝 피하며 엄숙하게 말했다."쳇! 다음엔 무슨 계획이야?"근육질 남자는 기다림에 흥미가 없다. 용국의 여름은 흑주보다 훨씬 더워 그는 일찍 임무를 완수하고 싶었다.염구준도 눈빛을 옮겼다.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은 손가을의 걱정을 해결하는 것이다.두 낯선 힘을 가진 사람을 조사하는 것은 이미 전용 핸드폰을 통해 주작과 현무에게 연락을 보냈다."선생님, 잠깐만요!"화물선 앞에서 용병 차림의 두 사람이 염구준을 막았다."비켜요, 내 화물선이에요!"염구준은 조금도 예의를 차리지 않고 두 용병을 밀어냈다. 용국에 나타나 그가 죽이지 않은 것도 이미 많이 봐준 것이다.염구준의 손이 두 용병에게 닿자 익숙한 힘이 그의 손끝을 따라 전해졌다."당신들 용국 황실의 호위대에요?"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두 용병을 보며 물었다. 그는 왜 황실 호위대 사람들이 청해에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황실 호위대요?"두 용병은 염구준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분명 황실 호위대를 안중에 두지 않는 듯했다."아니에요? 그럼 죽어도 되겠네."염구준은 싸늘하게 웃으며 두 사람의 목을 부러뜨렸다. 그가 청해에서 사람을 죽이는 데에 다른 사람의 승낙은 필요 없었다.쓸데없는 두 사람을 처리하고 염구준은 화물선에 뛰어올랐다. 그의 마음은 어딘가 불안했다.황실 호위대는 전문적인 수련을 거치고 있는데 왜 저 두 용병이 그런 수련을 거친 걸까? 이것은 분명 함정이다.이미 왔으니, 확인을 하려는 마음으로 염구준은 선실
킬러는 여전히 싸늘하게 웃었다. 갑자기 큰 소리와 함께 킬러는 자폭하여 피로 물든 안개가 되었다.염구준은 방어할 겨를도 없었다. 비린내 나는 핏물이 그의 온몸에 튀었고 강대한 충격파에 그는 여러 걸음 비틀거렸다."삭골저주!"얼굴의 가려운 느낌에 염구준은 심상치 않음을 알아차렸다. 이 킬러는 산 사람이 아니라 저주 무당에 의해 통제된 시체다."날 함정에 빠뜨릴 수 있는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염구준은 콧방귀를 뀌며 체내의 힘을 촉진해 고독을 천천히 체외로 빼내려 했다."그만해. 이 고독은 특별히 강화된 거야!"염구준이 반쯤 진기를 움직일 때 두 사람이 선실에 나타났다. 바로 대목과 철호였다."당신을 함정에 빠뜨릴 사람은 태어나지 않았어도 당신 가족과 손씨 그룹을 해칠 사람은 널렸어!"철호가 건방진 말투로 말했다. 그는 자신이 상처를 받은 전신보다 못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조심해, 반보 천인이야..."대목은 앞으로 나아가려는 철호를 잡아당겼다. 그는 자신이 눈앞의 사람의 실력을 과소평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저 사람이 무슨 실력이든 난 저 사람의 머리를 깨뜨릴 거야!"피를 좋아하는 철호는 대목을 뿌리치고 몸을 돌려 염구준을 향해 돌진했다. 싸움을 즐기는 것과 멍청한 것은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수식어였다."꺼져!"염구준은 호통을 치며 힘을 모아 가장 강한 일격을 가했다. 줄곧 안하무인이었던 철호는 그의 호통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패기! 용의 패기!"대목 역시 속으로 겁을 먹고 중얼중얼 혼잣말했다.철호와 염구준의 두 주먹이 충돌했다. 그는 팔이 약간 저리게 느껴졌고 오랜만에 느껴보는 충격에 염구준의 전의가 불타올랐다.철호가 다시 손을 쓰기 전 염구준은 이미 연이어 두 주먹을 날렸고 철호는 당황하여 몇 걸음 물러서서 비틀거리고서야 멈추었다."너도 같이 덤벼!"염구준은 대목을 바라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강자의 대결은 기세에 달려 있었다.대목도 합일 전신 급의 고수였지만 염구준을 상대하니 저도 몰래 후퇴했고 염
"어서 전주의 뒤에서 눌러, 전주는 지금 생명을 태우고 있어!"주작은 염구준의 수라 형태를 본 적 있기에 말을 하며 이미 손을 쓰기 시작했다.현무도 바짝 따라붙어 온 힘을 다해 염구준의 등을 눌렀다.두 지존이 동시에 손을 써서 겨우 염구준 체내의 끓어오른 피를 진정시켰다.숨 돌릴 기회를 얻은 철호는 바로 뛰어올라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구준 씨 왜 아직도 안 오지?"손씨 그룹 본사, 손가을은 사무실에서 초조하고 불안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이미 해가 질 무렵이지만 세관 쪽에는 아직 아무런 소식이 없었고 염구준의 핸드폰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그녀는 이미 시계를 몇 번이나 봤는지 모른다. 하마터면 경찰에 신고해 사람을 찾을 뻔했다. 하지만 그녀는 염구준을 찾으려 한다고 해서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화물선의 싸움 사건은 일찍이 전신전에 의해 봉쇄되었기에 아무도 알지 못했다. 염구준의 존재는 마치 사라진 것과도 같았다."아직도 이 힘을 통제할 수 없는 건가?"전신전 안에서 염구준은 병상에서 일어나 관자놀이를 눌렀다."전주님, 알아냈습니다. 그들은 흑주에서 온 상인입니다."주작은 서류 한 묶음을 안고 병상 옆에 서서 보고했다. 그녀의 두 손은 붕대를 감고 있었다. 염구준의 진기로 인해 화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상인? 전신급 무술 자들이 이젠 상인도 하는 거야?"염구준이 차갑게 웃었다. 흑주는 가장 낙후한 대륙으로서 각종 악한 세력의 천국이다."전주님, 흑주 쪽은 정권이 복잡합니다..."주작도 이 보고가 다소 경솔하다고 생각했지만, 용국의 정보망은 그쪽까지 침투되지 않았다."8대 전신은 모두 청해로 갔어? 손씨 그룹 쪽은 어때?"염구준은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는 지금 큰 계획을 하고 있기에 부하에게 가족을 보호하게 할 수밖에 없었다."손씨 그룹 임원 중 세 명이 살해되었습니다. 사모님과 가족들은 당분간 안전합니다."주작은 조금 겁에 질려 말했다. 이번 일은 일 처리를 제대로 못 한 것에 속했다."
손가을은 최선을 다해 자신의 감정을 조절했지만, 여전히 무기력했다. 며칠 동안 각계의 압력은 이미 그녀를 마비시켰다."염... 그게..."이설은 염구준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며 말했다."구준 씨!"손가을은 바로 알아차리고 태블릿을 빼앗았다. 그녀의 두손은 끊임없이 떨려왔다.툭 하는 소리와 함께 태블릿은 바닥에 떨어졌고 손가을의 마지막 이성도 끊어져 단번에 쓰러지고 말았다."사장님!""어서! 구급차 불러요!"이설도 넋을 잃은 채 손가을을 안고 큰 소리로 외쳤다.검은 그림자가 스쳐와 손가을을 안고 사무실에서 사라졌다. 이설은 깜짝 놀라 제자리에 굳어 있었다.사무실의 시간은 마치 정지된 것 같았다. 태블릿의 뉴스 화면만 여전히 자동으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손씨 그룹 배후의 사장님이 기괴하게 사망했다’. 라는 뉴스가 청해의 각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염구준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용국 황실 회의실에서 황실 멤버들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사실입니까?""용국은 또 무슨 꿍꿍이지?"세계 각국도 난리가 났다. 그들은 머릿속이 착잡했다. 기뻐할 때 살신이 갑자기 나타날까 봐 무서웠다."신비로운 사람이라니? 나에게는 그저 쓸데없는 개미와도 같아."청해 호텔에서 검은색 트렌치코트를 입은 젊은 남자가 천천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그가 바로 흑풍이다. 은둔 세가에서 쫓겨난 위험한 인물이다.용국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소유의 회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장이 빠른 손씨 그룹이 그의 목표가 되었다."청해, 신기한 곳이야!"흑풍이 차갑게 웃으며 손바닥을 폈다. 그의 손바닥에는 파손된 팔황옥패가 있었다."전주님, 사모님께서..."전신전, 주작은 염구준에게 8대 전신이 보낸 소식을 보고했다.염구준은 손을 흔들어 주작의 말을 멈추었다. 그는 아내의 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동서남북 4대 전신을 소환하여 설웅국을 막고, 너와 다른 세 명의 지존은 시시각각 해영국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어!"염구준은 직접 배치 명령을
"혹시 옥패의 비밀을 아는 사람이 있는 건가?"염구준은 다소 의아했지만 그래도 이해는 했다. 용국은 유일하게 문명이 끊이지 않은 천년의 나라로서 모든 비밀은 독점 비밀이 아니다."그럼, 흑주에도 전신전이 있을까?"염구준은 이렇게 생각하자 못내 두려웠다. 만약 이 세력이 해영국과 설웅국, 심지어 상해국과 결탁하면 용국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될 것이다.삑-잠수함의 목적지 알람이 염구준의 생각을 멈추었다. 시간을 보자 마침 밤이 되었을 때였다.잠수함의 계획 노선은 청해 해변의 절벽으로, 아무도 염구준이 온 것을 알 수 없었다."전주님!"염구준은 숨을 죽이고 절벽으로 뛰어올랐다. 4대 전왕 중의 동방 전왕이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업무를 인계하고 흩어졌다. 동방 전왕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고, 염구준은 병원으로 달려갔다."엄마, 희주 두고 가지 마. 아빠는 죽지 않을 거야!"청해 병원, 희주는 병상 옆에서 울고 있었다. 손가을은 딸을 보면서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가을아, 구준이 괜찮을 것이다. 희주도 그렇고, 우리도 네가 필요해!"손태진 부부도 침대 옆에서 눈물을 훔쳤다. 손가을은 반드시 강해져야 한다고 자신에게 말했지만, 마음속의 힘이 사라진 것 같았다.염구준은 병원에서 의료복을 입고 아내의 병실로 들어갔다.초췌한 아내를 보니 저도 몰래 가슴이 아팠다. 그는 천천히 병상 옆으로 걸어갔다."난 영원히 네 옆에 있어, 쉿, 비밀이야!"염구준이 손가을의 손목을 잡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진기가 손목을 따라 손가을의 몸으로 들어갔다."그럴 줄 알았어..."손가을의 낮고 흥분된 목소리가 염구준에 의해 끊어졌다. 염구준은 ‘쉿’ 하고 동작을 했다.손가을은 바로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냥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힘내야 해. 희주와 아버님, 어머님은 네가 필요해. 나는 꼭 배후를 찾아낼 거야."염구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것은 아내와 그의 특별한 텔레파시다."이틀
일부 사람들이 다시 반응하며, 물건을 꺼내 안으로 돌진하려 했다."누가 보낸 거야? 단진 무성!"이미 경호원으로 위장한 염구준은 소동을 일으킨 사람을 가로막고 낮게 말했다.소동을 일으킨 사람은 경호원이 이렇게 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고, 즉시 전략을 바꾸었다."손씨 그룹이 사람을 때렸어요!"그는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누웠고, 순식간에 수많은 카메라가 따라왔다."손씨 그룹과 싸우자!"돈으로 매수한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우르르 몰려들었다.염구준은 손에 조금 힘을 주었고, 소동을 일으킨 사람의 팔뼈는 순간 가루가 되어 바닥에 누워 울부짖었다."스스로 지옥으로 오다니!"염구준은 콧방귀를 뀌고 능력을 잃은 상대를 사람들 틈으로 밀어 넣었고, 몇 명의 강자도 부딪쳐 날아갔다.또 두 명의 경호원이 앞으로 나와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소동을 피우던 사람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언론인들이 언제 이런 전투를 본 적 있겠는가? 그들은 모두 놀라 뒤로 물러섰고, 어떤 작은 신문사는 바로 도망갔다.두 경호원이 소동을 일으킨 사람을 잡고 흔들어대자, 그들이 몰래 숨긴 총기가 전부 떨어졌다.권리를 수호하려는 주식투자자들은 침을 삼켰다. 이익과 안전 사이에서 힘겨운 선택을 해야 한다."우리 손씨 그룹은 아무도 해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누가 악의적으로 소란을 피운다면..."염구준은 말을 하며 상대의 다리를 밟았고, ‘콰직’ 소리가 울려 퍼졌다. 투자자들은 벌벌 떨며 쥐 죽은 듯 있었다."우리는 최선을 다해 시장을 구할 것입니다. 일주일 안에 주가가 다시 오를 것이라 장담합니다."용성우도 최선을 다해 장담했다. 염구준의 사업이니, 그는 감히 태만한 태도를 보이지 못했다. 다시 살아난 염구준을 보며 그도 순간 마음이 놓였다.손씨 그룹의 위기는 홀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청해에서 용성우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을 얕보아서는 안 된다.염구준은 흑풍이라는 녀석을 먼저 만나러 가기로 했다. 그가 왜 손씨 그룹을 겨냥했는지 곰곰이 생각하다,
"역시 바뀌었네!"염구준은 한눈에 다른 점을 발견했다. 그는 처음 청해의 상회에 왔다. 문어귀의 경호원은 모두 고수였다. 실력은 전신전의 친위대 수준과 비슷했다. 특히 그들의 짙은 피부색은 흑주 같은 곳에서만 볼 수 있다."뱃지를 보여주세요!"경호원 한 명이 염구준을 가로막았다."뱃지? 난 손씨 그룹 대외무역 전무야, 들어갈 자격 없다고?"염구준은 경호원이 무슨 용기로 막아서는지 가소롭고 놀라웠다. 상회를 아주 국회 건물처럼 여기다니."아, 이쪽은 손씨 그룹의 염 전무야. 손씨 그룹 주주기도 하지."용성우는 사람 좋게 웃으며 염구준을 도왔다. 염구준은 용성우가 아부를 하는 모습을 본 적 없어 다소 의아하게 그를 힐긋 보았다.용사해는 청해에서 막강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대체 왜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한테 비굴하게 구는 것인지 염구준은 알 수 없었다."안 됩니다. 흑풍 회장님께서 새 상회 뱃지가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고 했습니다!"경호원은 용성우의 체면을 봐주지 않았다. 분위기는 아주 어색했고 염구준은 바로 화가 치솟았다."이 자식이, 어디서 감히 날 막아?"그는 경호원의 뺨을 한 대 때렸다. 경호원은 바닥에 쓰러져 피가 섞인 이빨 하나가 떨어졌다."죽고 싶어?"나머지 경호원들이 욕설을 퍼부으며 달려왔다. 그들이 몽둥이를 드는 수법은 모두 외국인 용병의 수법과 같았다."역시!"염구준은 콧방귀를 뀌며 그림자만 남긴 채 빠르게 움직여 주먹으로 몇몇 경비원들을 날려버렸다."염... 염 전무!"용성우는 울먹였다. 이제 흑풍이 따지면 큰 화를 입는 것은 그일 것이다."이 자식!"염구준은 뒤따르는 용병을 발로 차고, 곧장 건물로 들어섰다. 용성우가 다급히 앞으로 걸어가 길을 안내했다."뭐가 무서워요?"염구준은 땀을 뻘뻘 흘리는 용성우를 보고 의아한 듯 물었다."무섭지 않습니다. 주군이 여기 있잖아요..."용성우는 억지웃음을 지었다."당신이 흑풍이에요?"회장 사무실로 다가가자, 염구준은 각진 얼굴의 남자가 비수로 손톱을 다듬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염구준을 향해 날아오는 것은 엄청난 기운을 내뿜고 있는 금강 방망이 한 개 뿐이었다. 기운의 량으로 보아 세 명의 힘이 전부 들어있는 게 분명했다.이건 베르 일행이 전력을 건 최후의 일격이었다.쾅!한 자루의 검과 한 개의 방망이가 충돌하며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폭발적인 에너지가 주변에 퍼져나가며 양측은 잠시 균형을 이루었다.세 사람의 실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막았다! 얼른 보트 준비해, 후퇴한다!”베르의 창백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비틀거리며 일어나 부하들에게 소리쳤다.루카와 슈카 역시 서로 부축하며 일어섰다.이미 힘이 고갈된 지라 그들의 얼굴엔 혈색도 없었고, 기운조차 미약했다.더 이상의 싸움은 무리였다.“하압!”염구준은 팔에 힘을 주어 금강 방망이를 밀어내려 했지만, 방망이가 꼼짝도 하지 않는 걸 발견했다. 이 전법은 오묘했다. 상대방이 시전하고 조종하지 않아도 타겟을 쫓아 움직이는 것처럼 홀로 움직였으니까 말이다.이대로라면, 몸이 먼저 나가떨어질 판이었다.베르는 떠나기 전에 염구준을 보며 독한 말을 남겼다.“염구준, 자만하지 마라. 스텔라성은 아직 남아 있으니까. 돌아가서 강자들을 전부 불러와 널 죽여주지.”“돌아갈 수 없을 겁니다.”얼음처럼 차가운 염구준의 목소리에 모두가 몸을 살짝 떨었다.이미 흑풍의 사태로 배운 바가 있었기 때문에 염구준은 적을 쉽게 놓아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흥, 말은 누구나 하지. 하지만 나중에 지키지 못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꼴이 될 걸?”베르는 비웃으며 염구준의 말을 맘 속에 담아두지 않았다. 자신의 필살기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염구준은 검을 쥔 양손을 살짝 옆으로 움직이며, 손을 놓았다.우웅!그러자 구자검은 더 이상 금강 방망이와 대치하지 않고, 잔상을 남기며 쏜살같이 전방을 향해 날아갔다.같은 시각에 금강 방망이 역시 미친 듯한 속도로 염구준의 왼쪽 가슴을 향해 돌진했다.이건 자신의 목숨으로 적의 목숨을 바꾸는 방식이었다.꽈악!염구준
“염 선생님, 저희가 가서 막을까요?”노신기는 갈등하며 조심스레 물었다.비록 상대가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염구준 덕분에 얻은 것이 많았기에 돕고 싶어서였다.“아니요.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됩니다.”염구준은 단호하게 거절하며 대형 방패를 계속 내리쳤다.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노신기 일행의 실력으로는 개입해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염구준은 잘 알고 있었다. 가봤자 죽을 게 분명하다는 것도 말이다.한편, 전장의 중심에 선 세 사람은 자신들이 고립무원의 상황에 처해있으며, 살려면 스스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죽을 각오로 덤벼!”쾅!베르의 눈엔 살기가 가득했다. 손에 쥔 대형 방패는 마침내 한계에 도달하며 산산이 부서졌다.그의 피로 물든 두 손에는 어느새 짧은 단검이 들려 있었고, 그는 그것으로 염구준의 가슴을 향해 휘둘렀다.하지만 날카로운 칼날이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건 얕은 두 줄의 상처뿐, 역시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일반적인 공격은 염구준에게 통하지 않았다. 과거, 염구준이 육체의 한계를 돌파한 리아성전의 전주를 쓰러뜨린 것도 필살기와 정제된 진기 덕분이었었다. 심지어 한 번에 쓰러뜨린 것도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싸웠었다.육체가 극한으로 강해진 상대를 쉽게 이긴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염구준은 베르를 걷어차 밀어낸 뒤, 곧바로 루카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세 명을 상대할 때 가장 확실한 방식은, 하나씩 쓰러뜨리는 것이었다.“젠장!”염구준이 갑자기 타겟을 바꿀 줄 몰랐던 루카는 급히 막아섰지만 한 칼에 밀려났고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부상을 입고 말았다.강자들의 승부는 한 수, 한 수가 치명상이라 조금의 방심도 용납되지 않았다. 자칫하다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베르는 상황이 좋지 않음을 직감하고 이를 악물며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삼절진을 쓰자!”두 형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빠르게 베르 뒤로 이동한 뒤, 손을 그의 등에 얹었다.이 필살기에 승패가
베르 세 사람을 포함해 이 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조차 염구준이 쓰는 게 무슨 전술인줄 몰라 어리둥절해졌다.방어를 완전히 포기하고 정면으로 달려드는 행위는 자살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건방지긴!”“내가 막을 테니 너희는 죽을 힘을 다해 공격해!”이에 베르의 일그러진 얼굴에는 약간의 기쁨이 섞였다. 그는 달려오는 염구준을 보며 포효하듯이 명령을 내렸다. 해저에서의 전투 경험에 의하면, 그는 자신이 특별히 제작한 대형 방패로 염구준의 공격을 최소 서른 번은 막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쾅!그러나 시작에 불과한 염구준의 첫 공격에 베르는 몇 걸음이나 밀려났고, 방패엔 반 치 정도 깊이의 칼자국이 선명히 새겨졌다.이 방패는 염구준의 공격을 막기 위해 베르가 특별히 주문 제작한 거라 다른 것보다 더욱 단단하고 두꺼웠다.텅텅!루카와 슈카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동시에 염구준의 옆구리를 향해 칼을 박아넣었다.손목에 힘을 잔뜩 실은 터라 염구준의 호체진기를 가뿐히 뚫었지만 몸에는 옅은 상처밖에 내지 못했다.아무리 힘을 더 실어도, 더 깊숙이 찌를 수가 없었다.“육체의 극한까지 도달했다고?”싸움을 지켜보던 반보천인들은 일제히 감탄을 내뱉었다.두 명의 최강 반보천인의 공격을 오직 맨몸으로 버텼다는 것부터 염구준의 육체가 이미 극한까지 도달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쾅! 쾅!염구준은 루카 형제의 공격을 거의 무시한 채, 계속해서 베르에게 맹공을 퍼부었다.공격이 계속 되면서 방패에는 칼자국이 점점 더 많아졌고, 베르도 연달아 밀려났다. 이 엄청난 충격력에 그의 손바닥은 결국 찢어져 버렸고, 상처에서는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공격 안 해? 밥 안 먹었어?”베르는 체내의 기혈이 요동치는 것을 느끼며 방패를 들고 소리쳤다.그제야 그는 그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 했음을 깨달았다.‘방패가 30번의 공격을 버틴다고 해도 내가 버티지 못해.’염구준의 몸이 반보천인의 극한에 다다른 이후, 방어력 뿐만 아니라 힘도 강해져서 전보다 공격이
모두가 향유고래의 위를 보고 눈이 커졌다.기뻐하는 사람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었다.사람과 고래가 마음을 합쳐 수많은 고난을 뚫고 마침내 위험천만한 해저 심연에서 빠져나온 거다.그 과정의 험난함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노신기는 드디어 마음이 놓였다는 듯,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 “염 선생님, 돌아가시지 않으셨군요?”말을 내뱉은 후, 그도 이상함을 느꼈지만, 이미 말을 마친 후라 뭐라고 바꿀 수도 없었다. “어... 네, 살아있긴 합니다.”염구준은 대수롭지 않게 답하며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냈다.솔직히, 좀 웃긴 질문이었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완전히 멀쩡한 염구준을 본 베르는 숨이 턱 막혔다.“염구준, 너...”깊고 깊은 바다 밑에서 화산 폭발과 함께 대지진이 일어난 상황에, 잠수 장비도 없다는 건 그냥 죽음을 의미했다.하지만 염구준은 그 위기 속에서 향유고래를 몰아 드라마처럼 살아 돌아왔다.베르로선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었다.“진정해, 나이도 있는데 괜히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와서 그 자리에서 죽으면 곤란하잖아.”염구준은 베르를 바라보며 말했다. 진짜로 열받아서 죽어버리길 바라는 눈치였다.서로 죽이려 드는 사이끼리 예의는 사치일 뿐이었다.“흥! 바다 밑에선 겨우 살아남았을지 몰라도, 여기선 끝이다.”“루카, 슈카! 저 녀석을 죽여라!”베르는 참지 못하고 이를 악물고 염구준을 가리켰다.휙휙.하지만 그 두 형제는 어깨를 으쓱이더니 빠르게 몸을 뒤로 빼며 보트를 밟고 전함 위로 훌쩍 올라가 버렸다.“부성주님, 저 녀석은 강하니 부성주님께서 직접 나서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입에 발린 소리로 한껏 띄워주니 베르도 그들에게 화를 낼 수 없었다.셋이 하나를 상대하는 상황임에도 정작 그의 마음속엔 불안감만이 가득했다.염구준의 강함이, 그에게 공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염구준은 검을 들고 베르를 향해 겨누었다.“이제 끝을 보자.”이제 거의 모든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갚을 원한은 갚고, 끝낼 일은 끝낼 때였다.“
비록 인수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베르 일행이 드디어 수면 위로 올라왔다.여러 가문을 합쳐서 겨우 20명이 살아서 돌아오고 나머지는 심해에서 전사했다.신비한 생물체가 공격하는 바람에 또 한 번 참담한 손해를 보았다.“빨리 출발해!”베르는 선박에 올라오자마자 부하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지금 그의 안색은 보기 흉할 정도로 일그러졌다.정예병들을 잃고 강력한 조력자 세라까지 잃었는데, 고작 가짜 옥패를 찾다가 죽을 뻔했다.“출발해. 바다 화산이 곧 폭발할 거야!”“우리도 스텔라성이 복수하기 전에 이곳을 떠나야 한다!”다른 가문에서도 각자 선박과 잠수함을 타고 먼 곳으로 향했다.바다 밑의 움직임이 너무 커서 그들도 휘말릴까 봐 너무 무서웠다.지금 해수면에 남은 사람은 노신기와 아타의 선박뿐이었다.그들은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렸다.저런 인간들도 살아서 돌아오는데 대단한 실력을 가진 염구준은 무조건 살아서 돌아올 거라 굳게 믿었다.“문주님, 소용돌이가 나타났어요.”선박에서 누군가 소리를 쳤다.“소용돌이?”모두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소용돌이가 점점 거세게 번지는데 이러다 선박 세 척까지 삼켜버릴 것 같았다.또 위기가 닥치자 그들은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아타 장로님, 저기…!”노신기가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뒷말을 흘렸다.솔직히 그도 염구준이 살아서 돌아오길 기다리고 싶지만 이러다가 백 명의 부하들이 전부 죽을까 봐 걱정되었다.“일단 철수하고 소용돌이가 사라지면 보트로 찾으러 오죠.”아타도 급속하게 퍼지는 소용돌이를 보고 일단 명령을 내렸다.해수면이 올라오면서 작은 섬들을 완전히 삼키고, 멀지 않은 곳에서 소용돌이가 미친듯이 주변을 삼켜 버리기에 이러다 정말 전멸할 것 같았다.노신기가 베르에게 다가가 나지막하게 물었다.“염 선생님은 어떻게 되었습니까?”“하하하, 당연히 내가 죽였지!”베르는 바다에 쩌렁쩌렁 울리도록 웃으면서 빌어먹을 허영심 때문에 또 허풍을 떨었다.당시 현장은 난장판이라 제대로 본 사람은 얼마되지 않
밖에서 보면, 절벽이 곧 무너질 것처럼 거세게 흔들렸다.게다가 바닥에서 진흙과 모래가 일면서 시야까지 가려, 앞에 무엇이 있는지 어느 방향인지 알아보기조차 힘들었다.“하하하, 염구준이 동굴에 묻혔으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야.”이미 추동 장치로 수십 미터 올라간 베르가 유난히 신나게 웃고 있었다.염구준이 이곳에서 뼈가 부서지고 연기처럼 사라지길 바랬다.촤아아!그런데 기뻐한 지 10초도 되지 않아, 한 그림자가 혼탁한 바닷물을 뚫고 나타난 것이었다.염구준이 아니면 누구일까?“흥, 추동 장치도 없는데 수천 미터나 되는 심해에서 어떻게 올라오나 보자.”베르는 화가 나서 씩씩거리더니 더는 염구준을 상관하지 않고 위로 올라갔다.동굴 밖으로 나온 염구준은 마치 지옥에 온 것 같았다.검붉은 암장이 소용돌이치고 모래벌레들이 꿈틀거리며 사방을 헤엄치고 대왕 오징어도 균열을 뚫고 심연으로 빠져나왔다.이곳의 기괴한 생물체들도 도망치느라 인간을 봐도 공격하지 않았다.염구준은 동굴 밖에 나와서도 바다의 화산이 폭발하는 위기에 처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지금 잠수 장비와 추동 장치는 없고 산소통만 남는데 몇 숨만 쉬면 바닥날 것 같았다.갑작스러운 변고로 아래로 흡수하는 암류가 사라져서 올라가기 쉬웠지만 그래도 시간이 한참이나 필요했다.어쩌면 해수면으로 올라가기 전에 암장에 삼키거나 익사해 죽을 것 같았다.‘방법이 있어.’문뜩 좋은 방법이 생각난 그는 빠른 속도로 심해 모래벌레의 둥지로 향했다.그곳에 죽은 무술인들의 잠수 장비를 찾아볼 생각이었다.슈우웅!얼마 가지 못하고 지면이 점점 격렬하게 움직이며 대량의 암장이 사방으로 흘러나왔다.바다의 화산이 제대로 폭발한 것이다.분화점에서 가장 가까운 모래벌레 둥지는 순식간에 암장이 덮쳐버렸다.“뭐야. 나랑 해보자는 거야?”왠지 모든 불리한 요소들이 전부 염구준을 향하는 것 같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심해에서 알 수 없는 에너지에 의해 놀아나다가 죽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웠다.방금 전에 심해 눈물의 덕
신비한 생물체는 춤을 추듯 물속을 떠다니더니 공의 명령을 받았는지 우르르 몰려서 베르 일행을 공격했다.“공격을 멈추지 마세요!”두통이 밀려온 베르는 명령을 내리고 곧장 동굴로 도망쳤다.일부 무술인들도 그와 똑같은 생각을 하고 각자 도망치기에 바빴다.생물의 정체와 아직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기에 일단 도망치는 것이었다.“살려줘요!”간신히 숨이 붙어 있는 세라는 베르가 도망치는 것을 보고 자신도 데려가길 바랐다.그런데 본인만 챙기느라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일단 한 걸음만 뒤처져도 바로 죽기 때문에 누구를 도울 여력이 없었다.“아악!”운이 나쁜 무술인들은 대량의 생물체에 공격당해 비명을 지르다 백골이 되어버렸다.그리고 몸에 한두 마리씩 들어간 무술인들은 경련을 일으키다 바로 기절했다.기괴한 생물체는 공격력은 약하지만 일단 몸에 닿으면 방어할 틈도 없이 살해했다.곧 도망친 사람들은 살아남고 늦게 움직이는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다.지금 심해에 염구준이 혼자 남았으니, 반투명한 생물체들이 모두 그에게 쏠렸다.“조금만 더!”염구준은 천천히 흐르는 심해의 눈물을 초조하게 바라보면서 여러 번이나 검기를 휘둘러 생물체를 제거했다.아무리 극한 반보천인이라고 해도 이름도 모르는 생물과 억지로 맞서고 싶지 않았다.그러다가 감당하지 못하면 백골이 되는 것은 한순간이니까.슈슈슝!신비한 생물체가 죽는 족족 살아 있는 생물체들이 계속 헤엄치며 다가왔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죽일 때마다 더 많은 생물들이 나타나는 것 같았다.마치 그의 피와 살을 모조리 먹어 치울 기세였다.그래도 염구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검을 휘둘러 자신을 보호했다.그때 일부 생물체는 그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몸으로 스며들었다.“이것들이 정말 끈질기네.”염구준은 체내의 불 원소의 힘으로 몸 겉면에 황금색 화염을 형성했다.심해에서 불 원소의 힘은 압박을 받아 제대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생물체를 제거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치지직!그에게 접근한 생물체는 엄청
베르는 동시에 방어한다면 염구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작 하나씩 파괴되는 것을 보고 괴성을 질렀다.“아아아악!”염구준의 검은 여전히 날카롭게 베르의 방어벽까지 쉽게 깨 부셨다.갑자기 대량의 에너지를 사용했더니 구자검이 전처럼 날카롭게 움직이지 않았다.“반격!”이때다 싶어 베르는 다섯 명과 함께 기운을 끌어올려 반격에 나섰다.쿵!맹렬한 공격으로 쌍방은 각자 뒤로 물러서고 그 충격으로 수중에 회오리바람을 만들어 동굴이 심하게 흔들렸다.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미처 방어벽으로 막지 못해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잠수 장비가 깨지고 심해의 수압에 경련을 일으키다 익사했다.그 장면을 본 일부 무술인들은 괜히 끼어들다 죽을까 봐 한참 뒤로 물러섰다.돌기둥에 돌아온 염구준은 아직도 심해의 눈물이 흐르는 것을 발견했다.이렇게 귀한 물건을 낭비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산소통을 빼앗아 검으로 자르고는 거기에 담기 시작했다.심해의 눈물이 워낙 밀도가 강해서 산소통의 물이 알아서 흘러나왔다.그때 전체 동굴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곳곳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아아악!”또 갑작스럽게 닥친 변고에 다들 주변을 경계했다.베르의 표정은 가관이었다.눈앞의 강적도 죽이지 못했는데 또 알 수 없는 위험이 닥쳐서 미치고 팔짝 뛸 것만 같았다.“불꽃으로 비춰!”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몇몇 불꽃이 위를 비추었다.대부분 부하들은 가방에 보물을 하나라도 더 쑤셔 넣으려고 전등이나 불꽃을 만드는 장비를 전부 던졌다.불꽃이 이동할 때마다 주변을 비추었는데 위험한 생물체는 보이지 않았다.대신 아무런 상처도 없는 죽은 시체가 모두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그것을 본 순간 불길한 느낌이 몸을 감싸는 것 같았다.적의 정체를 모르니 아무리 힘이 있어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응?”염구준도 수상한 기운을 느끼다 갑자기 누군가 숨통이 끊어지는 것을 감지했다.죽은 모습은 전에 보물을 찾으러 왔던 무술인들의 시체와 증상이 똑같았다.‘엄청난 생명이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