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는 제가 작성하면 되지만, 저는 염구준에게 그 편지를 가져다줄 사람이 필요합니다.”“제가 가겠습니다!”고황호가 앞장서서 나섰다.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고, 염구준은 분명 거리낌 대상이니 이렇게 하면 화를 풀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좋습니다. 저희 고씨 가문이 배출한 인재, 소년 영웅. 이 일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고대강은 바로 결정했다.“절대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고황호는 흐뭇한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바닥에 꿇었다.하지만 고씨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은 이렇게 중요한 일을 어린아이에게 맞길 줄은 상상도 못해 모두 벙쪄있었다.“됐습니다. 이미 결정된 사안이니 그만 해산합시다. 각자 위치로 돌아가서 적의 습격을 막을 수 있도록 경비를 강화하세요.”고대강의 말이 떨어지자, 오늘의 회의도 그렇게 끝이 났다. 뭔가 엉성했지만 부 가주라는 지위 때문에 고위층 사람들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각자 자리를 떴다.사람들이 가고 난 뒤, 고대강은 옆 문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가주님, 일은 잘 처리했습니다.”“예, 그럼 편지는 누가 가지고 갑니까?” 조용한 방 안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고황호입니다. 스스로 자처했습니다.” 고대강은 사실대로 대답했다.“아주 좋다. 덜렁이가 가니 일은 더 잘 풀릴 것이야.”마치 방 안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이 이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한편, 염구준은 청해로 돌아왔다. “자, 사돈, 아침은 꼭 챙겨 먹어요!”손태석은 계란 프라이를 집어 염진의 밥그릇에 올려두었다. 쓸데없이 열정적이었다.“사돈, 진짜 배부릅니다.. 더 이상은 못 먹겠어요.” 염진은 젓가락을 들어 계란 프라이를 막았다.두 사람은 서로 양보하지 않고 밥상에서 다퉜다. 염진은 염구준이 청해로 오자, 민폐를 끼치기 싫은 마음에 원래는 호텔에서 지낼 생각이었다.손태석이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염구준을 혼내고 호텔로 가 염진을 집으로 모셔왔다.그리고 며칠 동안 두 사람은 계속 격식을 차리고 있었다.
“조심해, 다치지 말고.” 손가을은 자신의 남편이 대단한 사람이란건 알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걱정이 되었다.단지 입구, 고황호가 나타나 거들먹거리며 안으로 들어갔다.“뭐 하러 왔어?” 경비원이 잽싸게 나타나 그를 막아섰다.오늘도 용필이 근무하는 날이었다.‘진짜 빠르네, 언제 나타난 거야?’고황호는 속으로 놀랐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로 눈앞에 나타난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몸에서는 기운의 파동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마 방금 사람이 있다는 걸 몰랐을 거라며 자기 자신을 위로했다. “거기, 당신 말이야. 당신 바보야?” 용필은 그가 조금 멍청해 보였다.“칫, 네가 바보겠지. 사람 좀 찾으러 왔다.”고황호는 화가 났지만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분노를 억눌렀다.아무리 그래도 전신경지인데, 고작 경비원한테 비웃음을 당하다니, 이게 뭐야!“그래, 나 바보다!”용필은 화를 내지 않고 태연하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어쨌든 머리가 다친 건 사실이었으니 예전에 천면색용 부자에게 전형으로 단련되었던 것이 지금의 모습까지 회복된 것만 해도 이미 훌륭했다.“귀찮아 죽겠네.” 고황호는 앞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단지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는 정말 이 바보와 말다툼할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들어가려면 등록부터 해.” 하지만 용필은 그의 앞을 막고 서서 등기부를 건넸다.“흥!”고황호는 짜증을 내며 살짝 피해 돌아가려 했지만 용필은 마치 유령처럼 그가 어떻게 움직이던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개자식아, 나랑 지금 싸우자는 거야?”고황호는 화가 나서 손을 들어 주먹을 날렸다. 그 위력은 적지 않았고, 눈 앞의 용필은 그저 기운 없는 사람, 즉 실력이 뛰어난 보통 사람처럼 느껴졌다. “텅!”둔탁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리고, 용필은 꼼짝도 하지 않고 조용히 고황호를 보고 있다가 말했다.“때리지 마. 한 번만 더 때리면 나도 때린다.”“때려 봐!”고황호는 한 방이 먹히지 않자, 큰 소리로 화를 내며 전신 영역을 전개해
고황호가 아무리 쓸모없어도 고씨 가문이 보낸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양아치가 되었다.이 말을 듣자 그는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부릉부릉!”바로 그때, 엔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포르쉐 5대가 단지 안에서 천천히 모습을 보였는데 그중 3대는 보디가드 차였다.바로 캠핑을 가는 염구준 가족이 안에 타고 있었다.포르쉐 5대는 단지 주민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는데, 모두 부러움 아니면 질투의 눈빛을 보냈다.“매제, 내가 할 말이 좀 있는데!”용필은 입구에서 염구준 가족들이 나오는 것을 보고 소리쳤다.용필이 출근한 것을 보자, 손가을과 사람들은 예의를 갖춰 인사를 했다. 염구준이 차에서 내려 고황호를 보고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 차리고 차를 앞에 있는 모퉁이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이 새끼가 매제를 찾았어.” 용필이 고황호을 가리키며 말했다.“예.”염구준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침 궁금한 것들이 많았는데 물어보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염구준, 난 네 목숨을 가지러 왔다!”고황호는 드디어 원수를 만나자 순간 눈에 핏발을 세우며 갑자기 염구준을 향해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고대영의 죽음, 세 동료들의 죽음을 떠올리면 그는 화를 참을 수 없었다.“죽으려고 아주 기를 쓰네.”염구준이 손을 들기도 전에 용필이 바로 그를 쓰러뜨렸다.“죽일까?”염구준이 명령만 내리면 고황호는 즉사할게 분명했다. “진정해요.”염구준은 쪼그리고 앉아 몸부림치며 분노하는 고황호를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봐, 그날 염씨 가문에서 나가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당사자를 만났으니 분명히 이 일을 물어봐야 한다.그러자 고황호는 차갑게 웃으며 큰 소리로 화를 냈다.“좋아. 당신이 기억을 잃은 척을 한다면 내가 다시 기억나게 해줄게!”그는 이어서 그날의 일들을 전부 다 얘기하고 말을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는지 언성이 더 높여졌다. “대체 누가 누명을 씌우는 거야? 그 사람은 내가 아니야.” 염구준은 그의 말을 듣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앞
염구준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갑자기 돌아서서 고황호의 복부를 걷어찼다.“윽!”고황호는 한방에 뒤로 날라가 붉은 벽돌로 쌓은 담에 부딪혀 버렸다.와르르 무너진 담이 그의 몸을 깔아뭉개는 바람에 입에서 피가 흘러 나왔다.“고씨 가문에 가서 전달해. 고대영이 습격해도 상관없으니 불만이라면 얼마든지 찾아오라고. 나 염구준이 모두 받아주마!”염구준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며 가슴속의 분노를 계속 억눌렀다.그의 어머니의 성도 고씨이기 때문이다.그의 가족들이 멀지 않은 곳에 있어 피비린내 나는 장면을 보여주기 싫어서 일부러 고황호를 살려줬다.말을 마친 염구준은 바로 차에 탔고, 그렇게 5대 포르쉐가 줄을 지어 서서히 사라졌다.폐허에 묻힌 고황호는 아예 신경 쓰지도 않았다.3시간이나 달려서 인근 도시, 청수시의 거위호수에 도착했다.“와, 너무 아름다워요!”염희주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놀 생각에 신나 푸른 호수가로 신나게 달려갔다.두 경호원은 그녀의 주변을 경계하며 뒤를 따랐다.거위호수 주변 경치는 아름답고 초원이 넓어 캠핑하기에 적합했다.“먼저 텐트부터 치자.”염구준은 트렁크에서 물건을 내리고 경호원들을 향해 말했다.경호원들은 모두 그가 직접 키웠기에 야외 생존 능력이 강했다. 텐트 치는 일도 역시 그들에겐 식은 죽 먹기였다.“우린 이제 물 가지러 가자. 이따가 야채도 씻어야 하고 밥도 해야 하니까.”손가을도 쉬지 않고 차에서 물통을 꺼내 들고 진숙영, 한설과 함께 갔다.지금 그녀의 신분이라면 충분히 다른 사람에게 시킬 수 있었다.하지만 캠핑을 왔으니 직접 나서서 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윙윙!멀지 않은 공터에 헬기 한 대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착륙했다.거위호수 경치가 아름다운 것이 유명해져 적지 않은 부자들이 이곳에 헬기착륙장을 만들었다.요란한 소리가 모두의 시선을 끌었다.염구준이 힐끗 쳐다보며 한마디 했다.“기술이 참 개판이네. 추락했으면 바로 장례식장 행이였겠군.”“우웩.”그때 정장 차림을 한 남자가 헬기에
“퉷, 속물 같으니라고. 관리자는 체면이 깍히면서 저런 놈한테 아부하다니! 정말 개 같군.”놀러 온 관광객들 모두 투덜거리며 짐을 정리하고 떠났다.아무리 불만을 토로해도 무슨 소용인가?맞설 용기가 없으니 그냥 참을 수 밖에 없었다.하지만 염구준은 듣는 척도 안 하고 계속 텐트를 쳤다.“저기, 선생님. 저희 오늘은 영업 중단해서요.”한 직원이 와서 공손하게 말했다.“당신 말고 관리자한테 오라고 하세요.” 이 직원도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하러 온 것 뿐이니 염구준은 달리 책망하지 않고 똑같이 예의있게 답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관리자가 뒷짐을 지고 배를 내밀며 의기양양하게 걸어왔다.“무슨 할말이라도 있습니까?”지만백이 뒤를 봐주고 있었기에 관리자는 청수시에서 두려운 사람이 없었다.염구준은 그런 태도가 꼴도 보기 싫어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텐트를 쳤다.“당신들이 문을 열고 우린 돈을 내고 들어왔으니까 이용할 권리가 있지요. 저흰 나가지 않을 겁니다.”그 말에 관리자는 눈을 가늘게 뜨고 빤히 쳐다보았는데 단숨에 상대방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간파했다.“저기, 전액 환불해 드릴 테니 저를 도와준다 셈치고 제발 나가주시지요. 다음에 오시면 전액 무료로 해드리겠습니다.”관리자는 더는 일을 키우고 싶지 않아 손해보지 못할 이익을 내세웠다.‘하하하. 다음에?’염구준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 없이 거절했다.평소 가족들이 바빠서 오늘처럼 다 함께 나올 기회가 없었기에 오늘 취소하면 또 언제 모일지 모른다.“돈은 됐고, 캠핑은 무조건 할 겁니다.”염구준이 단호하게 말했다.“하, 말이 안 통하는 양반이네. 다들 끌어내!”관리자는 뒤로 물러나며 뒤에 있는 무리에게 큰 소리로 명령했다.상대방은 경호원이 있지만 이쪽은 머릿수가 많으니 무조건 이기는 싸움이라 여겼다.“가족들이 있으니까 피는 보이지 말거라.”염구준이 당부했다.그 무리는 다들 몸이 튼튼하지만 아무런 기류가 흐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그러니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었다.
눈앞에 있는 지씨 가문은 염구준에게는 물론 그의 눈에도 보잘것없는 가문이었다.“당신이 내보내라고 지시했나요?”“맞아. 내가 지시했어, 왜? 내겐 그럴 권리가 있거든.”지백만은 자신의 애인을 옆에 끼고 건방지게 턱을 치켜들었다.“하. 무슨 권력? 어디 대단한 인물이라도 되나 봐.”건방진 놈을 만났으니 염구준도 더는 좋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미친 놈을 이기려면 더 미쳐야 살아남는 세상이니까 말이다. “아주 좋아. 나한테 예의 없이 말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지백만은 침울한 얼굴로 이를 갈았다. 그동안 누구도 자신에게 토를 달지 않았는데 그는 달랐다. 염구준이 그 모습을 보고 조소했다.“우리 앞에서 잘난 척하는 인간은 너뿐이 아니라서 놀랍지도 않네.”“좋아. 해보자 이거지? 얼마든지 상대해 줄게.”지백만은 떡하니 서서 높은 소리로 제일 강력한 부하를 불렀다.“권우야. 이놈 잘 교육시켜라.”하지만 권우라는 사람은 한참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아 분위기가 썰렁해졌다.“제기랄! 대체 뭐 하는 거야?”“우웩!”지백만은 욕설을 퍼부으며 홱 돌아봤는데, 그 권우는 아직도 헬기 옆에 쭈그리고 앉아 토하고 있었다.“죽는 것도 아니고 와서 사람 좀 패라?”비행기 멀미로 고통스러워하는 부하를 보고 있으니 창피해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갑니다. 도련님… 우웩!”권우는 휘청거리며 다가오면서도 헛구역질을 해댔다.아직 멀미 증상이 사라진 게 아니였기에 위에 음식물은 물론 담즙까지 다 토해냈다.“저놈 당자 다리 부러트려!”지백만은 살짝 턱을 치켜들며 목표를 가리켰다.“알겠습니다.”그러자 권우의 힘들어 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사라져 있었고, 눈빛이 싸악 바뀌며 염구준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헤헤. 네가 먼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지백만의 경호를 맡은 이후로,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라 한 번도 진 적이 없었다.“아무리 개라도 상황을 잘 살피고 물어야지.”염구준은 아예 상대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나를 개라고 했어? 죽고 싶어?!’권
상대방 실력이 대단하지만 지백만은 본인의 체면이 깎였다는 것만 생각나 무조건 갚으려고 했다.‘또 있다고?’솔직히 염구준은 이 싸움이 지루했다.계속 싸워봤자 일방적으로 그를 괴롭히는 것이 된다.“아빠. 파이팅!”실컷 놀고 온 염희주는 할아버지의 곁에 앉아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그렇다면 무술 공연이라 치고 가족들에게 재미있는 구경거리나 선사하면 되겠다.’염구준은 이렇게 생각하고 상대방에게 의견을 물었다. “말해봐. 어떻게 겨룰 건지.”“누가 헬기를 조종하는 기술이 더 뛰어난지 겨루자. 진 사람은 옷을 홀딱 벗고 여기서 한 바퀴 뛰는 거야.”지백만은 다시 자신감을 되찾았다.“헬기를 조종하겠다고?”염구준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방금 지백만이 헬기를 조종하는 것을 분명히 다 봤는데 감히 자신에게 결투 신청을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못하겠으면 얘기해. 내기에도 졌는데 벗고 달리면 얼마나 창피하겠어.”지백만은 상대를 보며 이미 이긴 게임이라고 자신했다.하지만 그는 곧 자신이 착각했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그래 좋아. 조종 기술 평가 기준은 있어?”염구준은 바로 대답했다. 그리고 혹시라도 지백만이 졌는데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평가 기준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한 번씩 운전하고, 토하면 바로 지는 거야. 내가 먼저 할게.”그러자 지백만은 체면도 따지지 않고 뻔뻔스럽게 응했다.“그래. 그 말 꼭 지켜라.”평가 기준을 결정한 두 사람은 모두의 기대가 어린 시선을 받으며 헬기에 탔다.‘드디어 내가 실력을 보여줄 차례군. 너희들한테 본때를 보여주마!’지백만은 자신한테 질 염구준의 모습이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와 낄낄 거렸다.“이봐, 조종사. 날 웃겨 죽일 셈이야?”염구준의 뜬금없는 한마디에 그제서야 현실로 돌아왔다.“흥. 이따가 지면 억지나 부리지 마.”지백만은 정신을 차리고 천천히 레버를 당겼다.그의 진지한 표정만 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큰 소리와 함께 프로페럴가 빨리 돌아가며
지금은 50미터 정도의 낮은 높이에서 비행하고 있어 염구준은 뛰어내려도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었다.“큭, 이제 시작이야. 겁먹지 말고.”지백만은 그가 무서워하는 줄 알고 더 신나게 헬기를 흔들어댔다.헬기 조종이 아니라 완전히 놀이공원에 있는 범퍼카를 운전하는 것 같았다.구경꾼들은 당장이라도 헬기가 떨어질 것 같아 가슴을 졸이며 지켜봤다.허공에서 헬기 프로펠러는 지백만의 기분처럼 신나게 춤을 췄다. 그는 조종하면서 몇 번이나 옆자리에 앉은 염구준을 쳐다봤는데, 전혀 멀미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그 모습에 또 열이 받아서 자신의 실력에 의심을 하기 시작했다.“이봐. 할 말이 있어.”그때 염구준이 입을 열었다.“이제 와서 기권해도 늦었어.”아직 말도 하지 않았는데 지백만이 당당한 표정으로 말을 끊어버렸다.이런 상황에서 기권 외에 다른 할 말이 없다고 여겼다.“기름이 거의 다 떨어졌어.”염구준은 그의 말을 무시하고 본론부터 말했다. “기름?”그제야 반응한 지백만은 빨갛게 뜬 주유 경고등을 봤다.“아.. 씨! 왜 이제야 말해!”조금만 더 지체했다면 기름이 없어서 바로 추락했을 것이다. 운이 좋아 죽지 않아도 식물인간이 될뻔 했다. “난 괜찮아.”염구준은 두 손을 벌리며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했다.이 정도 높이에서 그는 쉽게 뛰어내릴 수 있었다.“…”열받은 지백만은 이를 갈면서 착륙하기 위해 다시 레버를 당겼다. 염구준이 아무리 해도 멀미하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진 경기는 아니였다. 이헬기는 순조롭게 착륙장에 도착했다.“거기, 예비 휘발유 반 통 있지 않았어?”지백만은 헬기에서 내리자마자 멀리 있는 부하에게 물었다.부하는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그의 말에 암시가 있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고 고개를 끄덕였다. “도련님, 3분의 1만 남았습니다.”“멍하니 서서 뭐해? 어서 그거라도 넣던가.”지백만은 부하의 영리함에 뿌듯해져 피식 웃었다.기름이 적을수록 비행 거리는 짧으니 단숨에 이기게 된다. 이것이 바로 그의 계획이였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