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약산시, 윤씨 고택!윤씨 가문 장손이 중상을 입고 목숨마저 잃을 뻔했으니 방계 친척들이 너도나도 병문안을 왔다.사실 관심을 주는 척은 하지만 모두 꿍꿍이를 품고 온게 분명했다. 윤기범이 폐인이 되면 얼마든지 일을 키워 그를 끌어내려 본인들의 자식들이 가주의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기 때문이다.“내 아들은 어떻게 됐어?”그때 문 밖에서 한 남자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며 쳐들어왔다.바로 윤씨 가문의 가주, 윤성호다.그는 똑똑한 두뇌가 있고 무술에도 어느 정도 실력을 갖췄다.유일하게 아쉬운 점은 그의 아들은 빈둥빈둥 놀기만 하고 장사에도 무술에도 아무런 재능이 없었다는 것이다.“가주님.”가주를 보자 모두 존경하는 투로 인사를 올렸다. 하나같이 윤성호를 두려워했다.“도련님은 지금 치료를 받고 있어요. 어르신이 나섰으니 분명 무사할 겁니다.”한 노인이 다급하게 마중 나가며 설명했다.퍽!그러자 윤성호는 화가 치밀어 올라 다가오는 노인을 발로 걷어차버렸다.“멍청한 것. 매년 그렇게 많은 돈을 줘도 한 사람도 보호하지 못하다니 널 둬서 어디에 써먹겠어.”이렇게 갑자기 폭행을 가하니 윽박질러서 다들 숨도 쉬기 힘들었다.닭을 잡아서 원숭이한테 보여주는 격이었다.“가주님 죄송합니다. 상대방 실력이 너무 강해서 저는 상대가 안 되었습니다.”노인은 재빨리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끼익!“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내가 조용하라고 하지 않았나?!”바로 그때, 문이 열리며 라텍스 장갑을 끼고 수술복 차림을 한 노인이 나왔다.“어르신.”윤대약이 온 것이다. 그의 의술 또한 몹시 뛰어나서 이제마와 견줄 수 있는 인물이였다.“아버지. 기범이는 어떻습니까?”윤성호가 다급하게 물었다. 그에겐 아들이 하나밖에 없어서 정말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전부 죽여버리겠다고 항상 다짐했었다.“상대가 봐줘서 죽지 않았어!”윤대약은 가볍게 대답하고는 다시 수술하러 들어갔다.그제서야 윤성호는 안심할 수 있었다.“대체 누구 짓이냐?”아들이
”중현은 아직 어리니 몇 년은 더 놀게 하세요.”윤성호는 일단 미루기로 했다.“가주님. 저는 가문에 힘을 보탤 준비가 되었습니다!”윤중현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정의롭게 말했다.그가 이렇게까지 말이 나온 이상 거절하기 쉽지 않아 가주는 껄껄 웃기만 했다.“하하하. 윤씨 가문에 너 같은 인재가 있다니 앞으로 분명 승승장구할 것이다. 내일 바로 회사에 나와. 내가 부 대표 자리를 안배하겠다.”그는 윤씨 가문의 가주로서 어쩔 수 없이 모든 일을 공평하게 처리해야 했다.“감사합니다. 가주님.”윤중현은 일이 순조롭게 진행 되는 것 같아 아주 기뻤다. 나머지 일은 천천히 진행하면 된다. 다른 사람들도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기뻐했다. 드디어 그들에게도 봄날이 올 거라고 믿었다.“가주님 보고합니다! 밖에 손님이 왔습니다.”경호원이 다급하게 뛰어들어와 보고했다.“가문에 처리할 일이 있으니 당분간 손님은 받지 않겠다.”윤성호는 지금 화가 치밀어 오른 상태라 손님을 접대할 기분이 아니었다.“근데 상대가… 손씨 그룹의 손가을입니다.”경호원은 상대방의 신분이 낮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감히 푸대접을 하지 못했다.그 말에 자리에 있던 사람들 또한 어리둥절했다.상대방이 먼저 찾아올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우리 가문이 아주 우습나 보구나.”윤성호는 도끼눈을 뜨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원래는 참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상대방이 찾아왔으니 성격상 이대로 넘어갈 수는 없었다.방계 친척들은 몰래 웃었다. 가주에게 귀찮은 일들이 많을수록 그들은 더 기뻐했다.윤씨 저택 입구에 염구준과 손가을이 적지 않은 약재를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백년 산 붉은 영지와 바꾸려고 챙겨온 것이다.발자국 소리가 들리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염구준운 자신을 환대하려고 수많은 사람이 나오는 줄 알았다.“누가 염구준이야?”윤성호가 나타나기 전에 먼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저입니다.”염구준이 손을 들었다.윤씨 가문 사람들은 입
"그럼 덤비든지."윤중현은 공격이 먹히지 않자 뒤로 후퇴하며 다음 공격을 할 기회를 노렸다.그의 노련한 실력에 윤씨 가문의 방계들은 박수를 치며 한껏 칭찬했다."강호에서 염구준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소문이 돈다길래 기대했건만 오늘 직접 보니 그냥 그런 것 같군.""윤중현은 공부도 잘하고 무술도 잘하네! 가문의 몇 안되는 천재야, 정말. 내 생각에는 윤씨 가문의 미래는 저 아이한테 달린 것 같아.""윤중현이 이제 크면 전 용하국의 제약업계가 다 우리 윤씨 가문의 것이 될 테지."그들의 뜻은 분명했다. 윤중현이 차기 가주로 제일 적합하다는 것.이에 윤성호는 차갑게 웃은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싸움을 지켜봤다.'반보천인 앞에서 저 정도의 실력으로 덤빈다는 거는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는 것이라 할 수 있지.'"하앗!"윤중현은 소리를 지르며 온몸의 기운을 주먹에 모아 다시 공격했다.'이번에는 분명히 쓰러뜨릴 수 있어!'이에 염구준은 방어할 때 쓰던 기운을 왼손에 거둬들이고 주먹을 세게 날렸다.쾅!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친 순간, 윤중현은 저항도 하지 못하고 뒤로 날아갔고, 골절된 팔은 한쪽으로 늘어졌다. 만약 오늘 약재를 구하러 온 게 아니었다면 염구준은 참지 않고 상대방을 반정도 죽여놨을 게 분명했다. "이게..."이를 본 방계들은 얼굴이 굳어진 채로 입을 다물었다. 조금 창피했기 때문에.그들은 자신이 조금 전에 윤중현을 너무 많이 칭찬한 것에 대해 조금 후회했다.그러나 그들과는 달리 윤성호는 아주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중현이가 재능이 있긴 하지만 단련이 부족하기 때문에 아직 의젓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그룹 부대표 자리는 나중에 다시 얘기하는 걸로 하죠."지금 자리에 있는 모두가 능구렁이들이기 때문에 일단 기회만 보이면 상대방을 놓아주지 않으려고 했다.이때 염구준이 윤씨 가문 사람들을 둘러보며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다시 절 공격하면 그땐 정말로 죽일 겁니다."영문도 모른 채 한바탕 싸운 그는
아들의 목숨만 건질 수 있다면 다른거는 중요하지 않았다. 윤성호는 아들을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것을 애써 참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괜찮..니, 아들아?""아빠, 나 온몸이 너무 아파."자신의 아빠를 보자마자 윤기범은 마취가 채 풀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척을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입은 큰 부상인데, 당연히 얻을 수 있는 건 최대로 얻어야지.'이 말을 들은 윤성호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눈물을 글썽거렸다."우리 가문에서 제일 좋은 특효약을 먹으면 안 아플 테니까 조금만 참아."윤기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허약한 어투로 대답했다. “응.. 그리고 아빠... 날 이렇게 만든 염구준한테 꼭 복수해줘야 해?"비록 힘 없는 목소리로 한 말이지만 그가 얼마나 상대방을 증오하는지는 똑똑히 들어낼 수 있었다.그러나 윤성호는 대답하지 않고 그저 옆 사람을 바라보았다. "은성아, 얼른 기범이를 데리고 가 쉬게 해라. 다른 일이 생기지 않게 조심하고."반보 천인을 상대하는 것은 큰 일이므로 신중히 고려하고 행동해야 하기 때문이었다."네."은성은 앞으로 걸어가 윤기범을 데리고 다른 방으로 향했다."염구준? 기범이를 저렇게 만든 놈이냐?" 윤대약은 담배를 피우며 대충 물었다. 그는 오랫동안 의술만 연구해 온 탓에 바깥 일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네.""하지만 강한 녀석이라 함부로 건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가문에게 피해를 끼치면 안 되니까요."윤성호는 공손히 대답했으나 그가 한 말의 절반에 거짓말이 섞여있어 진짜 속셈을 알 수 없게 했다. 윤씨 가문 같이 크고 복잡한 가문은 부자지간이라도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기 힘들었다. 툭툭.윤대약은 담뱃대를 뒤집어 안의 찌꺼기를 두드려 떨군 뒤 천천히 일어났다."주소를 알려주렴. 내가 직접 만나보마."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감정을 알 수 없을만큼 담담했다."제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같이 갈까요?" 윤성호가 다시 한번 공손하게 물었다.겨우 보여주기 식의 가주인 그와는 달리 윤대약은 실질적
윤대약은 담배를 몇 모금 빨면서 천천히 말했다."도대체 얼마나 다쳤길래 백년 산 붉은 영지가 필요한 거지?""심하게 다친 건 아니지만 그걸 쓰면 더욱 빨리 회복할 수 있어서요."염구준은 말하면서 소매를 걷어오른팔을 드러냈고 윤대약은 그 팔을 보자마자 놀란 얼굴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떻게 이렇게 터무니없이 건장한 오른팔이 있을 수가 있어?"의학을 배우는 사람은 인체 구조에 대해 매우 익숙하기 때문에 이렇게 비인간적인 팔을 보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만약 팔이 이렇게 건장하지 않았더라면 그 공포스러운 힘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본론부터 얘기하죠. 백년 산 붉은 영지 얼마에 파실래요?" 염구준은 다시 본론에 들어갔다. 상대방이 자신과 얘기나 하자고 여기까지 온 건 아니라고 여겼다.그러자 윤대약은 다시 담배를 두 모금 빨면서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것보다 먼저 기범이에 대해 얘기 해보지.""당신은 공정한 사람인가요?"염구준이 먼저 물었다. 아무리 똑똑히 말해도 상대방이 우기면 그만일 테니 그는 딱히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나이가 있는만큼 모든 일을 공정하게 처리하려고 하기는 해."윤대약이 선의의 미소를 지었다.상대방이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았기에 염구준은 그날 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전부 털어놓았다. "내가 왜 널 믿어야 하지?"어디까지나 일방적인 말이니 윤대약은 말을 끝까지 들은 뒤 바로 물었다. "제가 반보천인이니까요."염구준은 많은 이유를 말하지 않았다.믿든 안 믿든 모두 상대방이 결정할테니 아무리 많이 말해도 쓸모가 없을 것이다.잠시 침묵한 후 윤대약은 담배를 몇 모금 빨고 작은 붉은 영지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그래. 그럼 이 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고 다시 붉은 영지에 대해 얘기해보자."윤기범도 어차피 겉만 다쳤기 때문에 윤대약은 일을 크게 만들지 않았다."이 약재들은 당신의 백년 산 붉은 영지와 바꿀려고 가져온 것들입니다. 이것 외에도 더
"흐흠!"윤대약은 물건을 확인하고는 목을 가다듬고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확실히 귀하긴 하지만, 내 백년 산 붉은 영지와 바꾸기에는 양이 너무 적군.""하."염구준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하기는. 방금 전까지도 흥분했으면서.'"그럼 몇 병이 적당할 것 같나요?"염구준은 그가 얼마나 욕심을 부리는지 보고싶었다."적어도 열 병은 있어야하지."이에 윤대약은 손으로 숫자 10을 만들어 보였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가 많이 원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교활하기는.'그러나 성년 쌍두성사의 비늘로는 기껏해서 열 병의 약을 만들 수 있었다. 즉 상대방은 이미 이 점을 계산하고 말한 거라는 것이다. "너무 유감이네요. 저한테는 한 병밖에 없어서요."염구준은 손을 뻗어 받아 병마개를 닫고 도자기병을 치웠다.자기도 써야 하니 이런 진귀한 물건을 전부 줄리가 없었다. "백년 산 붉은 영지가 없으면 오른팔이 낫지 않을 텐데."윤대약은 얼른 상대방의 약점을 찔렀다."휴, 그래도 어쩔 수 없어요. 저한테는 한 병만 있는 걸요."염구준은 한숨을 쉬다가 고개를 돌려 손가을을 향해 눈짓을 했다."이제 그만 청해시로 돌아갈까? 왼손으로 검 휘두르는 거 연습해야겠어."부부답게 염구준의 말 뜻을 재빨리 알아차린 손가을은 아주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응. 준비할게."손에 다 들어온 걸 놓칠 수는 없으니 윤대약은 나가려는 염구준 부부를 향해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여덟 병!""한 병이요.""다섯병!"한 병이요.""두 병, 두 병이 내가 최대로 양보할 수 있는 양이야.""안돼요, 한 병.""그래. 한 병으로 하자."윤대약이 이를 갈며 승낙했다.'젠장, 이렇게 깎는 게 대체 어디 있어?'그는 살짝 언짢았지만 최고의 의사로서 희귀한 약물에 대한 갈망이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정도로 컸기 때문에 끝내 타협했다. "좋아요. 그럼 이렇게 서로 바꾸는 걸로 하죠."거래를 마친 후 염구준은 다시 미소를 지어 보였
슉!염구준은 순식간에 검 대신 왼손을 들어 윤대약을 향해 돌진했다. 속도가 너무 빠른 나머지 그의 몸 주위에는 작은 불꽃들도 피어올랐다.윤대약은 자신이 이길 수 없을 거라는 걸 눈치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막기 위해 손을 뻗었다.승패를 막론하고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기 때문이었다. 펑!염구준의 중지와 검지에 맞은 손바닥은 검게 그을려 그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비록 둘의 싸움은 비겼지만 윤대약은 이미 진 것과 다름이 없었다."내가 졌어.""양보해주셔서 감사해요."두 사람은 이 승부에 연연하지 않고 공손한 태도를 보였다.그들은 곧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이튿날의 거래를 준비했다."으흠흠..."윤대약은 기분이 좋아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윤씨 가문으로 돌아갔다. 이때 윤씨 가문의 대부분의 고위층들이 저택 안에 모여있었는데, 전부 그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걱정이 돼서 온 거였다."아버지, 어떻게 됐습니까?" 윤성호가 재빨리 다가가 물었다. “이야기 다 끝냈어. 그 기분 안 좋은 일은 둘 다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내일 청해시에 가서 염구준와 붉은 영지를 거래할 테니까 네가 준비 좀 해둬라."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틈을 타 그는 바로 모든 걸 이야기 했다. 어차피 붉은 영지는 그의 것이으므로 상의할 필요가 딱히 없기도 했다. 윤씨 가문의 암묵적인 실세가 이렇게 말하니 고위층들은 전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아부를 하기 시작했다. "전 가주님은 역시 다르시네요. 나서자마자 모든 일을 해결하시다니!""가주님이 있으시니 저희 윤씨 가문은 이제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니까요!""하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게 좋죠. 굳이 크게 싸울 필요도 없고요."오랫동안 사람들의 아부를 받아온 탓에 어느정도 면역이 생긴 윤대약은 대충 손을 저었다."그럼 이제 모두 흩어져. 가문의 일이 적지 않으니 가서 일이나 해."일이 그냥 이렇게 끝났다는 말을 들은 윤성호는 매우 불쾌했다. "아버지, 염구준은 저희 가문을 무시했습니다! 그냥 이렇
흑풍 존주는 신분이 다른 사람들에 비해 남다르기 때문에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낼 수 없었다."믿어야 할까?"윤성호는 허공에 대고 중얼거리며 또 술을 한 잔 마시고는 생각에 잠겼다.그렇게 얼마후, 성북공장 안에서는 이미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컴컴했다."정말 그 사람에게 대왕산삼이 있는게 맞지?" 윤대약이 무척 기뻐하며 물었다.그는 진귀한 약재가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것을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끅, 분명 있다고 했으니 저를 속이지는 않았을 거예요."윤성호가 트림을 하며 어눌한 발음으로 말했고, 아들이 고민이 있다는 걸 알아챈 윤대약은 조용히 한마디 했다."어떤 일들은 큰 그림을 고려하며 처리해야 해. 가문의 이익이 모든 것보다 중요하단다.""저도 알아요, 아버지." 윤성호가 건성건성 대답했다.'누가 있어?'"조심해!"윤대약은 반보천인이었기에 감지력이 약하지 않았다. 그는 곧바로 소리를 지르며 윤성호를 자신의 뒤에 숨겼다.슉슉슉.이때 어둠 속에서 희미한 소리와 함께 세 사람이 나타났다. "일찍 왔네요."희미한 달빛에 비친 얼굴을 본 순간, 윤대약은 표정을 굳히고는 큰 소리로 외쳤다."흑풍 존주, 네가 뭐라고 감히 여기에 나타나! 이씨 가문에서 현상금을 걸고 널 찾고있는데 말이야."전에 흑풍이 자신에게 속한 세력 한개를 전부 몰살한 것 때문에 이씨 가문에서는 매우 화가 난 상태였다."그럼 뭐 어때요. 그들은 어차피 절 잡지도 못할 텐데요."흑풍 존주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가자. 이 거래는 이제 없는 것이다."윤대약이 아들을 끌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상대방에게 정말 대왕산삼이 있더라도 그는 흑풍 존주와는 거래를 할 수 없었기에 그저 참고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죽여."바로 그때, 흑풍 존주의 서늘한 목소리와 함께 다른 두 사람이 순식간에 앞으로 돌진하며 윤대약을 공격했다. 그러자 윤대약은 단번에 그들으의 경지가 모두 반보천인이라는 걸 눈치챘다.'준비하고 왔다는 건가?'"내가 막고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