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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신의 귀환
군신의 귀환
Author: 잔영

제1화

Author: 잔영
“아빠야? 나 너무 배고파. 우리한테 밥도 안 주고... 무서운 개랑 같은 데 가둬두고... 개한테 여러 군데 물리기까지 했어. 나 너무 아프고 무서워. 흑...”

극북빙양, 거대한 전장에서 수많은 함선들이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중 붉은색 드래곤이 코팅된 함선의 지휘실 수화기에서 이 상황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아이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애절한 목소리에도 염구준의 표정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잘못 거셨습니다.”

“아니야! 우리 엄마가 날 속였을 리가 없어. 내 이름은 염희주야. 염구준의 딸 염희주라고! 엄마가 그렇게 말해 줬단 말이야.”

쿠궁!

행여라도 전화를 끊을가 싶어 다급하게 내뱉는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염구준의 눈동자가 드디어 흔들리기 시작한다.

염희주?

“정... 정말 내 딸이라고?”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 대신 들려오는 건 찢어질 듯한 따귀 소리와 여자아이의 처참한 비명소리였다.

“이 계집애가, 발칙하게 몰래 전화를 걸어?”

“아,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러니까 때리지만 말아주세요!”

여자아이의 애원을 마지막으로 전화는 끊겨버리고 다시 걸어봐도 묵묵부답.

딸이 위기에 처했음을 인지한 염구준은 다급한 마음에 붉은 피를 왈칵 쏟아냈다.

“주군!”

깔끔한 군복차림의 여자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

하지만 거칠게 그 손을 뿌리친 염구준이 포효했다.

“어서 전세기 준비해. 지금 당장 청해로 돌아간다!”

“알겠습니다!”

잠시 후, 거대한 전세기가 하늘을 뚫고 사라지고... 수많은 병사들이 수십 척의 함선갑판을 가득 메운 채 무릎을 꿇었다.

“안녕히 가십시오, 주군!”

다음 날, 청해 교외, 손씨 가문 저택.

저택 밖에 선 염구준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5년 전, 가문에서 쫓겨나고 킬러들에게 쫓기다 교통사고까지 당했던 순간, 우연히 길을 지나던 소녀 한 명이 활활 타오르는 불길을 헤치고 중상을 입은 그를 구해냈었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손씨 가문의 딸, 목숨을 구해 준 은혜를 갚기 위해 염구준은 기꺼이 데릴사위가 되는 조건으로 그녀와 결혼했고 결혼식을 올린 다음 날, 단 한 치의 망설임없이 용병단에 가입했다.

그리고 5년간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거쳐 염구준은 세계 최고의 용병단 전신전의 주인이 되었고 구주를 이끄는 전쟁의 신이 되었다.

“음. 으음...”

고요한 저택의 적막을 뚫은 건 바로 야릇한 신음소리였다.

2층 안방, 럭셔리한 침대 위를 두 남녀가 뒹굴고 있다.

“재원 오빠, 뭐가 이렇게 급해. 정말 나랑 결혼해 줄 거지?”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는데.”

남자의 호흡이 점점 더 거칠어진다.

“혜린아, 너도 나한테 끌리잖아. 네 마음이 흘러가는대로 움직여봐. 그 자식이랑 이혼하고 나면 바로 너랑 결혼할 거니까.”

“만나야 이혼을 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서재원의 폭풍 같은 스킨십에 손혜린의 목소리도 점점 더 에로틱해진다.

“그 자식 분명 전쟁터에서 죽었을 거야. 안 그럼 5년 동안 연락 한 번 없는 게 말이 돼. 그리고 계집애까지 하나 남겨두고. 귀찮아!”

“아, 걔는 내가 개장에 집어넣었어. 지금쯤 아마 투견들 먹이가 되어버렸을걸?”

충격적인 대화에 조심스레 저택을 들어가려던 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5년 전, 누구보다 착하고 용감하던 아름다운 소녀, 그를 위기의 순간에서 구해 낸 그 소녀가... 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거지?

‘자기 딸은 투견장에 버려두고 다른 남자와 몸을 섞는다고?’

이에 염구준은 망설임없이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그 몰래 바람을 피운 것도 괘씸했지만 정말 딸아이가 개에게 물려서 잘못되는 건 아닌 건가 싶어서였다.

‘손혜린, 절대 용서 못해. 우리 딸, 조금만 더 버텨. 아빠가 곧 갈 테니까.”

광풍투견장

관객석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이 든든한 철장으로 둘러진 링을 향해 고함을 지르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배불뚝이 중년 남자가 으르렁대는 불독 세 마리를 목줄로 통제하고 있다.

그리고 큰 체구의 불독 사이로 이제 겨우 세,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대로 먹지 못한 건지 깡마른 몸에 성한 데 하나 없이 상처투성이인 몸, 철사슬에 몸이 묶인 불독 세 마리가 여자아이를 향해 뾰족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으르렁댄다.

그들의 목을 묶은 철사슬마저 없었다면 아마 진작 아이를 덮쳐버렸으리라.

그리고 투견 대회의 스페셜 경기, 인간 대 투견의 대결 구경을 앞둔 관객들의 눈은 이미 스릴로 미쳐버린 상태였다.

“어서 시작해! 사슬부터 풀라고!”

“자, 3분안에 먹혀버린다에 5000만 원 건다.”

“받고 2000 추가!”

한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철장을 꼭 쥔 여자아이의 얼굴은 이미 눈물로 얼룩진 지 오래다.

“아저씨, 제발요. 앞으로 주는 건 뭐든 잘 먹고 간식 사달라고 조르지도 않을게요. 그러니까 제발... 엄마, 아빠 도대체 어디 있는 거야...”

하지만 아이의 애원에도 아저씨라고 불리는 남자는 전혀 동요치 않았다.

“그러게 왜 우리 아가씨 눈 밖에 났어. 아저씨도 이러고 싶은 줄 알아? 조금만 참자. 곧 편해질 거야...”

말을 마친 남자가 철 사슬을 놓아버리고 불독은 이때만을 기다린 듯 미친듯이 염희주를 향해 달려든다.

정말 이대로 죽는 건가 싶어 아이가 눈을 질끈 감던 그때...!

번개처럼 빠른 스피드로 나타난 남자가 합금 재료로 된 금속 철창을 단번에 부숴버리고 아이를 향해 달려드는 개들을 향해 킥을 날린다.

퍽퍽퍽!

오직 투견을 위해 키워진 불독, 보통의 인간은 싸울 엄두 조차 낼 수 없는 악견들이 단 한 번의 킥에 그대로 나가떨어지고...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관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남자는 뭐지? 특별 이벤트인가?’

물론 가장 당황한 건 투견장 주인 강성태.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발 물러선 그는 말을 더듬거리면서도 일단 목소리부터 높였다.

“너, 너 뭐야!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

하지만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 강성태의 표정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염... 염구준?”

“그래, 익숙한 얼굴이네.”

염구준의 눈빛이 예리한 비수처럼 강성태의 얼굴을 스쳤다.

“손씨 가문 집사, 강성태 맞지?”

평소 얌전하게만 보이던 강성태가 이런 악취미를 가지고 있을 줄이야.

게다가 이제 겨우 4살도 안 된 애한테...

“네가... 염희주야?”

강성태를 노려보던 염구준의 시선이 철장 구석에서 울고 있는 여자아이에게로 향했다.

온몸에 성한 구석 하나 없는 상처투성이 몸을 보고 있자니 그 상처 하나하나가 비수가 되어 그의 가슴에 꽂히는 듯했다.

순간, 세계 최고 용병단 단장이라고, 세계 최강의 남자라고 추앙받으며 수많은 용병들을 거느리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나뿐인 딸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한편 염구준의 얼굴을 알아본 강성태가 피식 웃었다.

“난 또 누구라고. 어느 전쟁터에서 비명횡사했을 줄 알았는데. 용케 살아있네? 운 좋게 살아남았으면 곱게 다시 집으로 기어들어올 것이지. 어디서 감히. 밖에서 싸움 좀 배웠다고 뭐라도 된 것 같아? 감히 우리 아가씨 투견을 때려죽여?”

바로 그때, 홱 돌아선 염구준은 강성태가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의 멱살을 부여잡았다.

그리고 강성태의 뚱뚱한 몸이 중력을 거슬로 허공에 부웅 뜨기 시작했다.

목덜미를 잡힌 강성태의 얼굴은 순식간에 빨개졌다.

“너 이 자식...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뭐 하는 짓이냐고?”

염구준의 눈동자에 순간 살기가 번뜩였다.

“감히 내 딸을 개 먹이 취급을 해?”

단 한 손으로 거구의 강성태를 들어올린 염구준은 그것도 모자라 투견 대기구역으로 터벅터벅 걸어가기까지 했다.

백 마리는 족히 되어 보이는 투견들.

독기를 키우기 위해 일부러 먹이도 제대로 주지 않은 탓에 이미 광기로 눈이 돌아버린 짐승 그 자체.

바로 그들을 가둔 우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린 강성태는 드디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듯 발버둥을 치기 시작했다.

“야, 우리 아가씨가 아시면...”

하지만 염구준은 귀찮다는 듯 강성태를 우리 안으로 던져버리고 차마 끝마치지 못한 말은 투견들의 광기 어린 울음소리에 묻혀 점차 사라져갔다.

‘감히 내 딸을...’

“희주... 라고 했지?”

그리고 천천히 염희주 앞으로 다가간 염구준이 여자아이를 꼭 끌어안았다.

날카로운 이빨에 강성태의 살갗이 산산조각 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염구준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던 그의 목소리가 감격스러움으로 살짝 떨려왔다.

“미안... 아빠가 너무 늦었지?”

그 동안 서러움이 터져나오며 한참을 그의 품에서 오열하던 염희주는 그 와중에도 고사리 같은 손으로 아빠의 눈가에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아빠... 아빠 맞아? 진짜 아빠야? 이상하다... 엄마는 아빠가 전사했다고 했어.”

고개를 푹 숙인 염희주가 말을 이어갔다.

“전사라는 단어는 전장에서 용감하게 싸운 영웅들에게만 쓸 수 있는 단어라고 그랬는데... 아저씨 우리 아빠 아니지! 거짓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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