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옥루는 당황하지 않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흥! 무지하네요.”“제가 짠 이 판은 빈틈이 없습니다. 당신이 죽지 않고는 안 멈춘단 얘기죠.”그 순간, 저택 밖에서 세 명의 그림자가 날아들오며 철창 속에 있는 염구준을 둘러싸고 만옥루와 함께 원거리에서 공격을 퍼부었다.곧이어 우뢰소리와 같은 소리와 함께 각양각색의 진기가 날아들며 염구준을 한순간에 휩쓸었다.그러나 염구준은 철창에 갇힌터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어 온몸으로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이에 네 명의 반보천인들은 무척 기뻐했다. 다른 건 고려하지 않고 그저 죽어라 공격만 하면 되니까 말이다.잠시 후, 몇몇이 공격을 멈추려고 입을 열었다. “이쯤이면 되지 않았어? 나 같았으면 이미 죽고도 남았을 거야.”그러나 만옥루는 동의하지 않고 상대방을 재촉했다. “멈추지 말고 계속 밀어붙여! 필살기까지 쓰면 더 좋고.”이 말을 들은 세 사람은 만옥루를 흘겨보았다.정작 본인은 필살기를 안 쓰면서 자신들한테만 강요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필살기란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목숨을 지키기 위해 남겨두는 것이었다.“후우.”“됐어. 이쯤이면 가루가 되었겠지.”마침내 8분 정도가 지나고, 만옥루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는 이미 상당한 진기를 소모한 상태였다.나머지 세 사람도 이 말을 듣자마자 공격을 멈추며 더 이상 진기를 쓰지 않았다. 만옥루는 먼지가 흩날리는 곳을 바라보며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활짝 웃었다. 오늘 염구준을 죽인다면, 40억의 현상금을 손에 넣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용하국의 강호 전체에 만능 전당포의 위세를 떨칠 수 있으니까 말이다.상대방을 죽임으로 하여 그는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아직도 숨이 남아있네?’흙먼지가 가라앉고 얽혀있던 진기가 사라지자 염구준의 기운을 느낀 만옥루는 얼굴이 빠르게 굳어졌다.이 결과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퉷. 이건 뭐, 그냥 살살 긁는 수준이잖아?”이윽고 피를 뱉어내며 말을
이 대화를 들은 염구준은 우스워서 그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별것도 아닌 것들이 벌써부터 나로 이익을 얻으려고 하네? 너무 성급한 거 아니야?”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기운이 폭등하며 진기가 사납게 소용돌이쳤다.방금 전에 부상을 입은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굉장한 광경이었다.“공격해!”만옥루가 소리치자 네 명이 동시에 염구준을 향해 덤벼들었다. 진기와 함께 느껴지는 원소의 힘으로 보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 중에서 두 명은 목이고 한 명은 금,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물이었다.“어이, 영감, 내 주먹 맛 좀 보시지!”염구준은 주먹을 불끈 쥐고는 강렬한 기세로 만옥루를 향해 돌진했다.지금 네 사람이 전부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 한꺼번에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에 일단 먼저 타겟을 정하고 공격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막을 테니 너희들은 공격해!”그러나 만옥루는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 자신도 약하지 않은 반보천인이기에 잠시 버티는 것 쯤이야 쉬울 거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곧바로 그는 자신과 염구준 사이의 격차를 알게 되었다. “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이 외치는 동시에 대량의 진기가 그의 오른손에 모였는데, 기세가 말도 안 될 정도로 엄청 강했다. 쾅!!!만옥루는 두 손을 교차해 방어했지만, 온전히 받아낼 수 없어 뒤로 후퇴하면서 힘을 흘렸다.강대한 충격에 내장까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염구준의 제일 강한 한 수는 역시나 무서울 정도로 강했다.공포에 사로잡힌 나머지 세 명은 서로를 쳐다보더니, 곧장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벌렸다.염구준에게 붙잡혀 그 자리에서 죽을까 봐 걱정이 되어서였다. “겁 먹지 마! 매번 저 위력으로 공격할 건 아닐 게 아니야? 어서 덤벼!”이 모습을 본 만옥루는 답답해서 이를 악물고 소리쳤고, 다른 세 사람도 반응이 왔지만 시기가 맞지 않아 당장 공격을 하진 않았다.염구준은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신경 쓰지 않고 계속해서 만옥루를 향해 공격
“조심해!”누군가가 일깨워 주었지만, 상황은 이미 돌이킬 수가 없었다.“칠상권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재차 최강의 권법으로 상대방의 가슴을 때렸고, 이 주먹에 맞은 사람은 피를 토하면서 후퇴하더니 결국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비록 오른팔이 백년산 붉은 영지를 복용한 탓에 강화되고, 육체도 강해지긴 했지만, 짧은 시간내에 강력한 필살기를 두 번이나 쓴 탓에 팔이 조금씩 아파왔다.이런 싸움 방식은 오른팔에게 부담이 너무 컸다.이 모습을 본 다른 두 사람은 당황하며 더 이상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필사적으로 방어만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또 그들을 무시하고는 이미 부상을 입은 만옥루를 처리하기 위해 다시 그를 공격하려고 했다. 슉.그러나 만옥루는 염구준이 몸을 돌리는 틈을 잡아 재빨리 후퇴하여 별장밖으로 돌진했다.그는 다시 싸울 용기가 없었기에 결국 도망치기로 결심했다.이를 본 염구준은 두 발로 땅을 박차고 앞으로 돌진하며 만옥루의 뒤를 바짝 따랐다. 그는 이대로 상대방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쿵쿵.만옥루가 별장을 뛰쳐나오는 순간, 기관이 가동되며 두꺼운 철판이 솟아올라 문을 막았고, 곧이어 창문, 베란다 등도 전부 봉쇄되었다.나머지 세 사람 역시 어느새 모두 별장에서 나가버렸다.‘이것도 만옥루가 짠 플랜인 것 같네.’염구준은 그가 제이든을 미끼로 썼을 때부터, 상대방의 계산대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별장 전체의 배치가 바로 그를 겨냥한 것 같았으니까 말이다.“하하, 안에서 죽기를 기다리시죠.”만옥루는 크게 웃으며 사람들을 데리고 거래소로 가버렸다.‘이곳을 폭발 시켜서 날 죽일 셈인가 보군. 미친 영감 같으니.’쾅!염구준은 생각을 마친 뒤, 벽 쪽으로 가서 힘껏 주먹을 날렸고, 곧 블록이 떨어지며 변형된 금속판이 모습을 드러냈다.이건 단순한 금속이 아니라 깨려면 칠권합일을 써야만 했다. 그러나 그는 굳이 오른손으로 모험을 하고 싶진 않았다.“죽을 때까지 가둬놓을 셈이야?”철수한 네 사람 중 한 명이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아요. 저희 삼촌은 천하무적이니까요. 죽는 건 그쪽이야, 아니, 그쪽 가족들이야!”제이든은 초조한 표정으로 말했다.“허, 너는 값이 적지 않게 나가니 죽이긴 아까워.”만옥루는 화를 내지 않고 사타와 음양쌍살을 싸늘하게 쳐다보았다.“너희들은 만능 전당포에서 일하면서 전당포를 배신했으니 죽어 마땅해.”이 말을 들은 그들은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큰 일이야.’‘도망쳐야 해!’그러나 비록 두 명이 중상을 입긴 했으나 네 명의 반보천인이 있는 상황에서 도망치는 건 불가능이었다.그들은 곧 상대방이 날린 진기에 맞아 날아가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염구준, 날 지켜주겠다고 했잖아!”음양쌍살 중의 남자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는 이런 분쟁은 그들이 끼어들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한 번 끼어들면 발을 쉽게 빼지 못하니까 말이다.“울지 마, 너희들도 곧 그 녀석을 만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말하자면 너희들에게도 고마워해야 해. 너희들이 아니었으면 염구준도 단서를 찾아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테니 말이야. 안타깝게도 너희들은 앞으로 만능 전당포가 강해지는 걸 못 보겠군.”만옥루는 그의 계획에 자부심을 느끼며 생각했다. ‘공무적에게 중상을 입힌 반보천인이면 뭐 어때? 머리에서 졌잖아.’“맞아, 왜 울어? 내가 왔잖아.”‘염구준?’이때, 지하에서 목소리가 들려오더니 곧 누군가 나와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을 향해 돌진했다. 처리를 확실히 하는 건 좋은 습관이었다.“빨리 막아!”불바다에 묻혀야 할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자 사람들은 무척이나 당황해 했다.그러나 염구준은 순식간에 열몇 대의 주먹을 날려 중상을 입은 반보천인의 목숨을 앗아갔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이번 임무를 통해 받은 거액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고 있었던 사람이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는 게 안타까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나머지 몇 명은 빠르게 범위를 줄이며 방어진형을 만들어 염구준을 주시하면서 꾸짖었다.“만옥루, 염구
예상대로 전력을 다한 염구준은 두 사람 따위는 쉽게 짓눌렀다. 두 사람은 반격을 하려 했지만 방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했다. 쾅!격렬한 싸움 끝에, 염구준에 의해 지하 통로 밖으로 내쳐진 두 명은 부상을 당했고, 염구준은 그들을 무시한 채 바로 만옥루가 도망친 방향을 따라 달려갔다.그야말로 염구준의 진정한 타겟이었으니까 말이다.두 반보천인에게 부상을 입히고도 계속 맞붙지 않은 이유는 그들이 목숨을 걸고 싸우느라 숨겨둔 비장의 카드까지 사용한다면 짧은 시간내에 처리하기 힘들어서도 있었다.구자검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도 하고, 오른팔로 칠권합일을 두 번이나 써 무리가 가기도 했기에 염구준은 현재 필살기를 자유자재로 쓸 수가 없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칠권합일을 한 번 더 쓸 필요는 없지.’“가자!”눈을 마주친 두 반보천인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는 반대방향으로 도망쳤다. 한편, 밀림속에서 만옥루는 이미 아주 멀리 도망친 상태였는데,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보고서야 나무에 기대어 한숨을 돌렸다.“후...”“이번에는 실패했네. 저렇게 강할 줄이야. 몇 명의 탑 반보천인들만이 저 녀석을 한 번 상대해 볼 수 있겠어.”오랫동안 강호를 떠돌면서 그가 만났던 강한 반보천인들은 적지 않았는데, 염구준도 그 중 하나였다.그는 지금 마음이 매우 아팠다. 용하국에서 만능 전당포를 순리롭게 운행하기 위해 많은 심혈을 기울여서였다.바스락.바로 이때, 미세한 소리가 그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다시 고개를 돌린 그는 곧 눈을 크게 뜨며 식은땀을 흘렸다.염구준이 시야에 나타나서였다.‘도망쳐야 해!’만옥루는 쉬고 있던 자리가 따뜻해지기도 전에 다시 앞으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속으로 상대방이 자신을 발견하지 못했기를 빌면서 말이다.“도망치지 말고 그냥 죽음을 받아 들여.”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의 목소리가 울렸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가까워졌다. 육체의 차이 때문에 만옥루의 속도는 염구준보다 조금 많이 느렸다.‘망했어. 어
그는 더 이상 이 일을 고민하지 않고 또 다른 문제를 물었다.“언제부터 날 노린거야?”이렇게 다양한 사살 방식과 행동들이 단시간내에 계획한 것일 리가 없었다.‘임시로 한 것들은 더욱 아니고.’“당연히 만능 전당포를 설립할 때지. 내 사업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방해되는 요소가 너였거든.”“네가 이곳으로 온 건 계기에 불과해.”만옥루는 이 일을 숨기지 않고 뿌듯해하며 전부 털어놓았다.이런 강한 반보천인을 이 정도까지 속일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도 몇 안 되니까 말이다. 이 계획에서 유일한 변수는 염구준이 너무 강하다는 거였다.“됐어.”“넌 네 방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용하국엔 오지 말았어야 했어.”염구준은 말을 마치고는 검기로 상대방의 머리를 뚫어 죽였다.이렇게 바로 죽게 하는 것도 일종의 배려였다. 만능 전당포에서 내린 임무 중에 극악한 게 적지 않으니까 말이다.우두머리가 없어졌으니 이제 용하국의 만능 전당포도 존재할 수가 없었다.그 후 염구준은 일찍이 외곽에서 포위하고 있던 백호에게 연락했다.“상황 보고 해.”“방금 전에 적지 않은 무인들이 포위망을 뚫고 도망가려 했습니다. 한 명을 놓치긴 했는데, 저로는 안 될 것 같아요.”현재 백호의 목소리는 무척 허약했다.“지금 갈게.”염구준은 휴대폰을 꺼내 위치를 켜 백호의 위치를 향해 달려갔다.이곳에서 백호를 다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아까 도망쳤던 두 명의 반보천인들 밖에 없었다.‘그런데 한 명만 도망쳤다니.’백호가 있는 곳에 도착한 염구준은 상대방이 나무 옆에 기대앉은 채로 의료진에 의해 구멍 뚫린 오른쪽 어깨를 치료받고 있는 걸 발견했다. 그의 옆에는 시체 하나가 누워 있었는데, 바로 아까 도망간 반보천인 중 한 명이었다.“제가 임무에 실패했습니다. 두 명 다 붙잡지 못했어요.”백호는 피를 토하며 참담한 미소를 지어보였다.그는 지금 부상이 심각해서 살 수 있는지도 미지수였다.염구준은 빠르게 앞으로 걸어가 한손으로는 그의 등을 누르며 진기를 불어넣으면서 상
백호는 몸을 약간 떨더니 곧 이를 악물고 약물이 체내에서 천천히 흐르도록 유도했다.일단 약효가 폭주하면, 그는 죽을 수밖에 없었다. 염구준도 가만히 있지 않고 두 손으로 백호의 등을 누르며 온몸의 기운을 일사불란하게 불어넣어 날뛰는 약효를 제지했다.만약 컨디션이 최고조였다면 이런 것쯤은 염구준에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겠지만 지금은 부상을 입고 있어 기운이 많이 소모되었기 때문에 약효를 억누르는게 매우 힘들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포기하지 않고 억지로 버텼다. 주위의 전신전 성원들은 모두 두 사람에게 시선을 집중하고는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두 사람 모두 무사하기를 기도했다. 시간이 조금씩 지남에 따라 백호는 얼굴색이 많이 붉어졌으나 염구준은 되려 창백해져만 갔다.“쿨럭!”결국 그는 피가 올라오는 걸 참지 못하고 피를 토했으나 기운을 주입하는 건 멈추지 않았다.생사를 함께한 전우를 위해서라면 죽는 것도 괜찮기 때문이었다.직위에는 높고 낮음이 있다지만 생명에는 귀천이 없었다.“주상, 그만하세요.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백호는 이상함을 감지하고 바로 제지했다.“조용히 하고 마음을 가다듬어. 이건 명령이야!”중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그는 강경한 태도로 말했다. ‘오늘 백호는 살리고야 만다. 염라대왕이 와도 못 데려 가.’“네!”백호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건 명령이었다. 명령이라고만 하면 무작정 따른다고 할 수도 있을 만큼 말이다. 그는 다시 염구준의 지시대로 마음을 가다듬기 시작했다. 한편, 옆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전신전 성원들은 전부 가슴을 졸였다. 그러나 그들의 실력으로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 때문에 그저 조급해하는 수박에 없었다. “후.”또 30분이 지난 후, 백호의 상태가 어느정도 안정되자 염구준은 손을 떼고 숨을 길게 내쉰 뒤, 자아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에 원기가 크게 상한 탓에 그는 최소 몇 달은 걸려야 다시 컨디션이 최고조로 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주상!”백호는 무릎을 꿇고 울부짖
“주상께 보고합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체포했습니다.”백호는 상황을 보고하다 잠시 사색하더니 계속 말을 이었다.“근데 여자 한 명이 너무 시끄럽게 굽니다. 공을 세워 죄를 갚겠다면서 주상께 중요한 일로 보고할 것이 있답니다.”나무가 무너지면 원숭이들도 흩어진다고, 만옥루가 멸망하니 아랫사람들은 자기 살길을 도모하기 시작했다.염구준은 이미 누군지 짐작하고 있었다.“데리고 와. 일단 들어보고 다시 처리해도 늦지 않아.”한참 뒤, 진희는 두 손이 묶인 채 부하들에게 끌려왔다.헝클어진 머리와 얼굴에 먼지가 묻은 것을 보아 체포할 때 어지간히 반항한 것 같았다.도도하고 기품이 흐르던 화장이 지워지니 평범한 여자의 얼굴로 돌아왔다.“시간이 없으니까 쓸데없는 말은 말고 본론만 말해.”염구준은 먼저 경고했다.그런데 진희는 말 뜻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오자마자 조건부터 내세웠다.“내가 아는 걸 전부 말할게요. 날 보내줘요.”“끌고 가!”염구준은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기도 귀찮아 바로 손을 휘저었다.이미 죄인 신세가 되었는데도 아직도 사태가 파악되지 않은 모양이었다.“말할게요. 만능 전당포의 세력은 막강하다는 것만 알고 있어요. 만옥루는 용하에 시장을 개척하러 왔을 뿐이에요. 그리고 제이든을 납치하라고 지시한 사람은 해외에서 왔어요. 그들 세력도 만만치 않아요.”진희는 끌려갈 때 두 가지 조건을 제기했지만 염구준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이런 말들은 너무 포괄적이라 들을 가치가 없었다.염구준이 원하는 것은 구체적인 세력이나 개인의 이름이었다.그래야 상대방을 찾을 수 있으니까.나중에 진희는 심문을 받으면서 죽지는 않았지만 평생 전신전에 갇혀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으로 속죄했다고 전해졌다.그때 사타가 히죽거리며 면상을 들이댔다.“염 선생님, 일이 끝났는데 저희 가도 됩니까?”그 말에 염구준이 되물었다.“어디로 가는데?”“집에 가죠. 보내준다고 약속했잖아요.”음양쌍살 중 남자가 다급하게 입을 열었다.“그래. 너희들 죽이지 않는다고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