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325화

Author: 잔영
염구준 부부는 본래 마 대표를 설득하러 왔는데 이미 회사를 매각한 이상 더는 상의할 것도 없었다.

두 사람이 행사장에서 나가려고 할 때 마 대표가 생각에 잠기더니 결심을 한 듯 입을 열었다.

“두 분, 잠시만요.”

“사과라면 됐어요. 더는 듣고 싶지 않습니다.”

염구준이 돌아서서 나지막하게 말했다.

마 대표는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제 손에 원재료가 조금 있습니다. 많지는 않고 1톤밖에 없는데 괜찮으시다면 손씨 그룹에 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최선이었다.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원재료 가격은 시가에 따라 계산해 드릴게요.”

마 대표의 성의 가득한 말에 손가을의 얼굴에 화색이 띄었다.

그렇다고 공짜로 가질 그녀가 아니었다.

광열 신에너지 프로젝트는 워낙 방대해서 원재료 1톤이라도 새 발의 피에 불과했다.

“손 대표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제가 아랫것들에게 시켜서 청해에 보내 드리겠습니다.”

마 대표는 사양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원하는 것은 바로 이 원재료이니 작은 돈에 전혀 신경 쓸 사람들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옆에 있던 문성은 큰 손해를 본 것처럼 당황했다.

“안 돼요. 1그램도 줄 수 없어요.”

마 대표는 그의 말을 따르지 않고 싸늘하게 말했다.

“문 대표님, 이것은 내 개인 소유입니다. 당신은 간섭할 권리도 없어요. 게다가 이 원재료는 계약상에서 언급하지 않았어요.”

“그 따위 몰라요. 마 대표는 회사를 내게 매매했으니 1톤 원재료도 당연히 내 몫이에요.”

문성은 억지를 부리며 손씨 그룹에 원재료를 주는 것을 막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주변 사람들은 문성이 계약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것을 알아챘다.

세상에서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장악하기 쉬운 법이었다.

하지만 염구준보다 더 많이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원재료에 대해 말하면 예민하게 구네. 설마 손씨 그룹을 겨냥하려고 원청광산을 매수한 건가?”

그 말에 주변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다.

감히 손씨 그룹을 겨냥하는 사람은 멍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군신의 귀환   제2326화

    지금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아도 해서 피할 문제는 아니었다.“원재료 공급사들이 시가 2배 되는 가격으로 다른 그룹에 싹 다 팔았어요.”“작은 규모로 운영하는 공급사들 돌아다니면서 끌어 모았는데 60킬로그램밖에 안 됩니다.”“원래 계획대로라면 3일 후에 신형 태양전지패널을 생산해야 하는데 1톤으로 어림도 없습니다.”…열 명이 넘는 담당자가 연달아 보고하는데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었다.이렇게 가다면 어렵게 시작한 신에너지 프로젝트가 무산될 것이다.그동안 염구준의 친분으로 국주는 한 번도 프로젝트 진행에 대해 재촉한 적이 없었다.그러나 이 일은 용하의 국민과 연결된 일이라 더는 미루면 안 되었다.손가을은 정 안 되면 능력 있는 기업에게 넘길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휴. 좋은 대안이라도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해 보세요.”그녀가 주변을 둘려보며 물었다.지금 당장 좋은 대책이 떠오르지 않고 염구준도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담당자들은 고개만 푹 숙일 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했다.아무리 재주가 있어도 재료가 없으면 무용지물인데 그렇다고 해서 마술을 부려서 만들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끼익!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이 만면에 미소를 띄고 노트북을 들고 들어온 것이었다.“가을아, 원재료 독점에 대해 내가 알아냈어.”“고생했어. 어떻게 된 일이야?”그제야 손가을의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그녀는 이것이 돌파구가 되길 바라며 남편의 말을 기다렸다.염구준이 곁에 다가가 홀로그램을 켜더니 사진들을 가리키며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저희가 필요한 원재료를 천맹그룹에서 전부 매수했어요. 저들은 창고에 쌓아 놓기만 하고 외부에 어떤 용도로 사들였는지 밝히지 않았어요. 이러는 이유는 저희 회사 혹은 신에너지 프로젝트를 겨냥하기 위해서일 겁니다.”그 말에 누군가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였다.“천맹그룹의 정체가 뭡니까?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염구준은 사진을 바꿔서 계속 설명했다.“천맹그룹의 법인 대표는 진천

  • 군신의 귀환   제2327화

    “아가씨, 몇 살이야? 건강한지 내가 건강검진 해줄까?”“예쁘게도 생겼네. 우리 회사 여직원들은 이만큼 예쁘지 않은데.”“오늘 저녁에 나랑 호텔 가자. 가격은 얼마든지 불러도 돼.”일행은 비싼 양복을 입어서 어엿한 신사처럼 보이지만 그 속은 부패하고 더러운 피가 흐르는 깡패들이었다.깡패들에게 권력이 생기면 이렇게 제멋대로 생동했다.“자중하세요!”접대 직원은 수치스러워서 얼굴이 벌개졌다.그래도 바로 폭발하지 않고 꾹 참았다.상대방이 천맹그룹에서 높은 분이라 괜히 찍힐까 봐 두려웠던 것이었다.“여기서 왜 미친개들이 짖고 있어?”마침 염구준이 대기실에 들어오며 일행을 힐끗 노려봤다.그들의 꼬락서니만 봐도 진정한 배후처럼 보이지 않았다.“들어올 때는 사람 얼굴이었는데.”뒤에서 경호원 부대를 데리고 온 용필이 맞장구를 쳤다.깡패들은 자신을 비웃는 것을 알고 불쾌함을 토로했다.“손가을은 어디 있어? 왜 접대하러 오지 않아? 원재료 갖기 싫어?”그들은 꼭두각시 주제에 서슴없이 입을 놀렸다.아마도 배후는 용하의 상업계에 잘 모르고 두려움을 모르는 놈들의 이런 점을 노리고 보낸 것 같았다.“죽지 않을 정도로만 처리하세요.”염구준은 이런 쓰레기들과 말도 섞기 싫어서 경호원들에게 지시했다.깡패들을 상대하려면 그들 수준에 맞게 주먹으로 정복할 것이다.“하하하, 졸개들 주제에 감히 우리한테 덤벼?”몇몇 ‘깡패’들은 피식 웃으면서 휴대용 막대기를 꺼내 들고 맞섰다.백전백승을 거둔 그들은 주먹 싸움에서 누구도 두려워한 적이 없었다.“썩은 주둥이를 나불대지 말고 얼마든지 덤벼.”용필이 조롱을 날리더니 제일 먼저 달려들어 단번에 몇 사람을 쓰러트렸다.깡패들은 자랑스럽게 여기던 싸움 실력을 발휘하기 전에 꼴 좋게 당하고 말았다.퍽퍽!이어서 용필과 염구준, 접대 직원은 옆에서 구경하고 경호원들이 나서서 그들을 제압했다.“손씨 그룹에서 폭행하는 거야?”“그만 때려. 아프잖아! 우리 좋게 얘기로 하자고!”“그만해. 내가 돈 줄게.”경호원들은

  • 군신의 귀환   제2328화

    대기실에 오는 길에 손가을은 도중에 볼일이 생겨서 처리하러 갔고, 염구준이 먼저 온 것이었다.패거리에서 우두머리로 보이는 사람이 시비를 걸지 않고 힘겹게 입을 열었다.“조훈이라 합니다. 저는 천맹그룹 부대표이자 청해 지사 총책임자이기도 합니다. 저희는 정말 손씨 그룹과 계약하러 왔어요. 방금은 오해였습니다.”중요한 사업을 위해서 왔는데 접대 직원이 너무 예뻐서 그만 본성을 드러내고 말았다.조훈 패거리는 한바탕 얻어 맞고서야 정신을 차렸다.“계약하러 왔다고요?”염구준은 코웃음을 쳤다.이것은 손씨 그룹을 경계하면서 거짓 호의를 베푸는 짓이란 걸 바로 알아챘다.조훈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손씨 그룹에서 원재료가 필요하다는 걸 알고 저희가 무상으로 공급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쌍방의 우호적인 관계를 위해서예요. 방금 그쪽이 오해하고 사람을 잘못 때린 겁니다.”손씨 그룹의 경호원들은 진짜인 줄 알고 미안한 표정까지 지었다.그런데 염구준은 피식 웃으면서 그 말을 믿지 않았다.“잘못 때리지 않았어요. 우린 무상으로 공급하는 원재료 따위 필요 없어요.”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게다가 천맹그룹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여 원재료를 독점했는데 이제 와서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니 분명 무슨 꿍꿍이가 있을 것이다.이런 허접한 수법에 넘어갈 염구준이 아니었다.상대방이 단호하게 거절하자 조훈은 조급한 마음에 계속 설명했다.“정말 진심입니다. 손씨 그룹과 손을 잡고 상업계를 이끌어가고 싶습니다.”본인이 말하고도 이런 임기응변 능력이 있었는지 믿을 수 없었다.그래도 염구준은 손을 내저으며 마음에도 없는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됐어요. 내가 모를 줄 알아요? 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당신들 말에 넘어갔다가 나중에 중요한 시기에 공급을 중단하면 당신들이 좌지우지할 텐데, 아닌가요?”조훈 패거리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작전이 빈틈없이 흘러갔는데 상대방이 단번에 속셈을 간파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래도 계속 설명해야

  • 군신의 귀환   제2329화

    탁!대기실 문이 닫히자 경호원들이 손가락 관절과 목을 양쪽으로 꺾으면서 앞으로 다가갔다.살벌한 모습을 본 조훈 패거리는 불길한 예감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방금 쌍코피 터지도록 맞아서 아직도 온몸이 욱신거리는데 또 폭행을 당해야 한다니 너무 두려웠다.“우린 손님이야. 당신들 이렇게 폭력을 행사해도 돼?”조훈은 뜬금없이 시비도리를 따졌다.천맹그룹의 지시를 받고 임무를 행사하러 왔다가 예쁜 여자를 보고 본성을 드러내서 벌을 받는 것 같았다.“손님? 그럴 자격이나 있나?”염구준은 따지기도 귀찮아 의자에 앉아 구경했다.이제 천맹그룹과 완전히 틀어졌으니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가까이 오지 마. 돈을 추가할게요. 1억 어때요?”공포에 질린 조훈은 급기야 10배 가격을 내세웠다.하지만 1억도 염구준의 흥미를 일으키지 못했다.촤아악!조훈은 상대방의 대답대신 뺨을 맞고 말았다.그런데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경호원들이 소매를 걷어붙이면서 다가오는 것이었다.“10억 줄게!”“100억 줄게!”…“1000억!”조훈은 일단 이 고비를 넘길 생각으로 염구준이 대답할 때까지 계속 배상금을 올렸다.이것이 최선의 방법이라 생각했던 것이었다.“당신이 천억을 주겠다고 했어요. 내가 강요한 게 아니에요.”염구준은 이때다 싶어 자리에서 일어섰다.“맞습니다. 제가 원해서 드리는 겁니다.”조훈은 목숨을 건진 것을 다행이라 여기며 속으로 안심했다.그러면서 싸움꾼들을 더 많이 데리고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그럼 계좌로 이체하세요.”염구준은 사양하지 않고 용필에게 계좌를 주라고 시켰다.“지금은 그렇게 많은 현금이 없어요. 며칠만 시간을 주면 안 될까요?”조훈은 상의하는 척하면서 또 발뺌하는 재주로 자기만의 꿍꿍이를 꾸미고 있었다.터무니없는 배상금을 부를 때부터 이러기로 작정했던 것이었다.촤아악!그러자 용필이 버럭 화를 내며 뺨을 날렸다.“이 새끼, 돈도 없으면서 천억을 불렀어? 죽고 싶어? 이 새끼 죽도록 패!”퍽퍽!쾅쾅!경호원들은

  • 군신의 귀환   제2330화

    탁!용필은 차용증을 테이블 위에 탁 치면서 올려놓았다.깜짝 놀란 조훈은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만 바지에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알겠습니다.”그 와중에도 혹시나 당하지 않을까 계약서를 들고 자세히 읽어 보았다.촤아악!그런데 조훈은 또 뺨을 맞고 말았다.지금 그의 얼굴은 자주색 멍이 들고 입과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렀다.“차용증에 사인하라는데 뭘 꾸물거려?”용필은 못마땅해서 목소리를 높였다.“습관돼서 그래요. 죄송해요.”조훈은 고개를 숙여 사과하고는 펜을 들고 사인했다.그리고 도장을 꺼내 인장을 찍으려고 할 때 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물었다.“잠깐만. 정말 돈은 갚을 수 있어요?”“그… 그럼요. 갚을 수 있어요.”조훈은 무슨 이유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정말 솔직하게 대답했다.“돈이 없다면 당신 인장을 찍을 필요가 없잖아요. 천맹그룹의 도장을 찍어요.”염구준은 대놓고 힌트를 주었다.천맹그룹의 도장이라는 말에 조훈은 큰 충격을 받았다.어느 정도 염구준의 의도를 파악한 거 같아 안색이 좋지 않았다.그렇게 되면 조훈이라는 사람이 아니라 천맹그룹에서 빚을 진 것이 된다.그러면 차용증을 작성하고 끝까지 잡아떼려는 계획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아니요. 제 도장을 찍을게요.”그런데 용필이 또 손을 드는 바람에 망설이지 않고 천맹그룹 청해 지사의 도장을 꺼내고 말았다.천억이라는 거금을 빚지면 위에서 절대 용서하지 않겠지만 지금으로서 어쩔 수 없었다.탁!용필은 도장을 찍은 차용증을 가져와 염구준에게 건넸다.“됐어요. 병원으로 이송하세요. 다들 돈줄이니 잘 모셔요.”염구준은 계약서를 힐끗 쳐다보고 밖으로 나갔다.고작 천억을 떼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수중의 차용증이 큰 쓸모가 있기 때문이었다.필경 천맹그룹에서 원재료를 구입한 절차가 합법이고 배후 사장도 얼굴을 내밀지 않아서 지금 바로 뿌리를 뽑는 것은 현실적이지 못했다.그래서 천천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저 인간 완전히 악마야!’조훈은 웅장한 그의 어깨를 보며 몸

  • 군신의 귀환   제2331화

    “알았어. 뭘 또 신비스럽게 그래.”손가을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어차피 때가 되면 남편이 말해줄 거라 믿고 있었다.오늘 손씨 그룹은 간만에 시끌벅적했다.천맹그룹에서 소란을 피운 대가로 거액의 배상금을 준 것 외에 손중석이 원재료를 대체할 물건을 연구했다는 소식이 퍼졌다.그런데 정작 손중석 본인은 어리둥절했다.소문을 퍼트린 장본인이 염구준이라는 것을 알고서야 지금 조정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나중에 염구준이 그를 찾아가 본인이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너무 부담을 갖지 말라고 일렀다.그런데 뜻밖에도 그의 거짓말로 인해 손씨 그룹의 직원들이 다시 의욕을 불살랐다.신에너지 프로젝트를 위해서 몇 달 동안 바쁘게 지냈으니 그럴 만도 했다.어느 날 거짓말이 들통나면 어마어마한 위기에 닥치겠지만 염구준은 그런 날이 올 때까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한편, 조훈 패거리는 병원에 도착하고 나서 간단한 처치를 한 후에 회사로 돌아갔다.천맹그룹의 청해 지사도 규모가 꽤 커서 개인 의사가 있었다.조훈을 비롯한 패거리 다섯 명은 천억이라는 빚을 지고 치료할 겨를도 없이 회의를 열었다.각자 머리에 붕대를 감고 팔에 링겔을 꽂은 채로 회의실에 앉아 이 일에 대해 토론했다.“사장님이 너무 충동적으로 처리했어요. 천억은 천문학적인 숫자예요.”한 사람이 조훈을 책망하기 시작했다.“무슨 개소리야? 내가 대답하지 않았다면 우리 다 죽었어.”조훈은 버럭 화를 내며 그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반박했다.평소에 보기 좋게 몰려다니다가 정작 심각한 문제에 닥치면 관계가 틀어지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었다.그때 한 사람이 일어서서 중재했다.“다들 그만하세요. 우리 한 배를 탄 사이인데 천억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세요.”그것은 천맹그룹에서 진 빚이라 위에서 책임을 묻는다면 다섯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그제야 회의실이 조용해졌다.거액의 배상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너무나 막막했다.솔직히 천억을 갚는 것은 절대 불가능했다.그들은 으리으리한 회사에 다니는 것 같

  • 군신의 귀환   제2332화

    조훈 패거리는 회의를 끝내고 각자 치료하러 갔다.각종 치료를 받으면서도 마음은 여전히 불안했다.만약 손중석의 곁에 붙어 있는 에빈이라는 여자가 그의 아내이자 반보천인 고수라는 것을 안다면 지금보다 더 불안해할 것이다.이튿날 점심, 염구준 부부는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가을아, 곧 주말인데 어디 가서 놀지 생각해 봤어?”“원재료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놀러갈 기분이 아니야. 걱정돼 죽겠어. 당신이 도와줘서 다행이야.”“잘 해결될 거야. 걱정 마. 내가 있잖아.”…두 사람은 업무와 일상에 관한 자질구레한 얘기들을 하면서 긴장을 풀었다.아내의 긴장을 풀어주는데 염구준의 공이 더 컸다.최근 원재료 때문에 손가을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아 밤에 잘 때도 잠꼬대를 했었다.그때 두 사람이 급히 사무실로 들어왔다.바로 손중석과 에빈이었다.“방금 공원에서 누가 우리를 습격했어.”손중석이 들어오자마자 방금 겪었던 상황을 말했다.“괜찮아요?”손가을이 벌떡 일어서서 물었다.그녀는 팔자가 사나운 부부를 엄청 걱정하고 있었다.그러고 보니 아직 에빈이 반보천인 고수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괜찮아. 다들 애송이들이라 에빈이 다 쫓아냈어. 그런데 벌건 대낮에 사람을 습격하다니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손중석은 용하의 치안을 굳게 믿었는데 이런 일이 발생하여 몹시 화가 났다.“무사하면 됐어요.”손가을은 그제야 진정이 되었다.그러다 문뜩 뭔가 떠올라 에빈을 쳐다보았다.“혹시 에빈 씨도 무술인이에요?”한 여자가 맨주먹으로 패거리를 쫓아냈다는 것은 무술인만 가능했다.“네. 예전에 조금 배웠어요.”에빈이 의아한 표정을 짓더니 겸손하게 대답했다.그 모습은 전혀 반보천인 고수 같지 않았다.“그렇군요.”손가을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왠지 앞으로 에빈과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너무 기뻤다.남편 외에 적합한 반보천인 무술인인 친구가 없어서 가끔 주작과 얘기를 나누기도 했었다.그녀의 표정과 대비되게

  • 군신의 귀환   제2333화

    “가을 씨, 내가 도와줄게요.”에빈이 컴퓨터 앞에 앉으며 말했다.그녀는 경영에 대해 배우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싶었다.그렇게 사무실에서 두 여자가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염구준은 차용증을 챙기고 용필과 함께 천맹그룹으로 향했다.청해 지사의 빌딩은 7층짜리 건물이면서 개업식 규모가 작지 않았다.천맹이라는 간판 덕분에 꽃바구니와 현수막이 거리에 쫙 걸려 있었다.최근 일주일이라는 짧은 시간에 갑자기 부상한 그룹 때문에 용하의 사업계가 떠들썩했다.그래서 일반 중소기업은 방대한 세력을 갖춘 천맹그룹을 건드리지 못했다.오늘 지사가 개업하는 날, 적지 않은 사람들이 선물을 들고 아부하러 온 것이었다.무대 위에 조훈 패거리가 헐렁한 정장으로 붕대를 감추고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이런 몰골로 개업 행사에 참가하고 싶지 않았는데 이미 정해진 날짜를 바꿀 수도 없었다.“빨리 시작하세요. 12시까지 기다릴 필요 없어요.”조훈이 짜증을 부리며 사회자를 독촉했다.사회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가운데로 가더니 개업식을 주최하기 시작했다.“오늘…”그런데 무대 아래에서 조훈의 이름을 언급하며 소란을 피우는 일행이 나타났다.“조훈, 이 나쁜 새끼야. 돈도 갚지 못했으면서 회사를 차렸어?”“퉷! 겉만 반지르르하고 인피가면을 쓴 짐승 같은 새끼. 우리를 속였어?”…빚을 독촉하러 온 일행의 깔끔한 차림새를 보아 다들 사업하는 사람들 같았다.개업식에서 이런 구경거리를 하게 된 주변 사람들은 흥미진진했다.“저 사람을 쫓아내세요!”조훈은 하마터면 참지 못하고 일어나서 주먹을 날릴 뻔했지만 보는 사람들이 많아 꾹 참았다.오늘 아침부터 기분이 별로였는데 이런 일까지 발생해서 뚜껑이 열릴 지경이었다.지시를 받은 경호원은 고무 막대기를 들고 소란을 피운 채권자들을 폭행하기 시작했다.돈이 없어도 주먹만 살아 있다면 무엇도 두렵지 않았다.촤아악!그가 뻔뻔한 면상을 쳐들고 기고만장해 있을 때 갑자기 뺨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염구준이 나타난 것이었다.“조 사장, 너

Latest chapter

  • 군신의 귀환   제2503화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 군신의 귀환   제2502화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 군신의 귀환   제2501화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 군신의 귀환   제2500화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 군신의 귀환   제2499화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 군신의 귀환   제2498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 군신의 귀환   제2497화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 군신의 귀환   제2496화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 군신의 귀환   제2495화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