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포위 공격에도 염구준은 싸움에 집착하지 않고 하나의 틈을 만든 후, 측면으로 빠르게 돌파했다.최상급 전력들이 포함되지 않은 상태에서, 리아성전의 병력은 그들을 막을 수 없었다.곧 포위 구역을 완전히 돌파하고 나온 염구준은 리아 성산의 위에 우뚝 서 있는 궁전을 볼 수 있었다.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이 바로 앞에 있었다.“내가 준 좌표를 타겟으로 전력으로 포화 공격을 퍼부어라.”염구준은 리아 성산의 경도와 위도를 말하며 분부했다.그는 리아성전의 강자들이 전부 이곳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콰앙! 콰앙!곧, 첫 번째 공격이 발사되었고, 수많은 탄두가 리아 성산에 떨어져 리아 성산을 활활 불태웠다. 하늘엔 검은 연기들이 자욱하게 피어올랐다.궁전들 역시 순식간에 폐허로 변했다.몇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강력한 세력인 리아성전은 이번만큼 처참하게 공격당한 적이 없었다. 이처럼 본거지가 완전히 파괴된 적은 없단 말이다.“드디어 끝난 건가?”불타는 궁전을 보며 염구준의 뒤를 따르던 이들은 모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싸움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었다.“아마도 방폭 비밀 통로를 갖추고 있을 거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염구준은 경고를 남기고는 불길이 사그라진 리아성전을 향해 돌진했다.이 모든 일도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가 왔다.타버린 땅 위를 걸으며 염구준은 잔해만 남은 벽들을 발견했다. 주위는 모두 검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이 주위의 건물은 이제 완전히 파괴되었다.‘용하국을 건드렸을 때부터, 이런 일이 있을 거라는 걸 생각했었어야지.’우뚝.염구준이 걸음을 멈춘 뒤, 예리한 기운을 내뿜으며 큰 소리로 외쳤다. “여기서 매복을 할 줄은 몰랐는데. 이미 들켰으니 나와.”지하에서부터 적지 않은 기운들이 흘러나오는 걸 그는 느낄 수 있었다.그 중 몇몇 기운은 반보천인급으로, 리아성전의 최고 전력인 게 틀림없었다. 슈슉.순식간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지하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왔다. 리아성전의 정예병들이 전부
윙!염구준은 혼신의 힘을 다해 검기를 사방으로 발사했다.혼자서 다섯 명을 상대하고 있어도 짧은 시간에 우세를 차지했다.리아성전의 반보천인 고수들은 모두 전통 무술을 계승했어도 염구준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그만 놀고 칠절진법을 펼쳐!”옆에서 관전하던 라누엘은 더는 지체하지 않고 전투에 참여했다.이렇게 되면 일곱 명이서 한 명을 상대하는 셈이다.심지어 전주 라누엘의 실력은 막강했다.변태 같은 몸매만 봐도 혼자서 거뜬히 염구준을 상대할 수 있었다.“얼마든지 덤벼!”염구준이 고함을 지르며 전의를 고조로 불태웠다.이번 싸움을 통해 무공을 단련하여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고 싶었다.그러나 일곱 명의 공격을 막아내느라 아직 반격할 여유가 없었다.라누엘 일행은 수백 번도 넘게 공격했는데도 염구준이 쓰러지지 않자 조바심이 났다.“내가 정면으로 저놈을 잡을 테니까, 너희들은 기회를 노려서 공격해. 강력한 초식이 있다면 전부 사용하도록!”그는 돌진하면서 몸으로 염구준의 검술에 맞섰다.검이 그의 몸을 벨 때마다 한 줄기 자국이 나더니 이내 원래대로 회복되었다.‘육체 강도가 이미 극한에 도달했나?’염구준은 속으로 경악하고 말았다.하지만 리아성전의 고수들이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공격해서 계속 맞서야 했다.상대방의 칠절진법은 꽤 효과과 있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염구준에게 경상을 입힌 것이었다.“하하하, 염구준. 내년 오늘은 너의 제삿날일 거다. 그만 발악해.”우세를 차지하자 라누엘은 금세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었다.이번 전투에서 무조건 리아성전이 승리할 거라고 확신했다.윙! 쿵!염구준은 그가 말하는 틈을 타 검을 허공에 휘두른 후, 칠권합일로 뒤로 물러나며 거리를 확보했다.칠절진법의 폭발력은 그의 상상을 뛰어넘어서 위력을 탐색하느라 시간을 조금 지체했었다.“하하, 전신전의 주인이 이대로 도망치는 건가?”라누엘이 일부러 신경을 자극했다.‘내가 도망친다고?’그 말에 염구준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이제부터 내 진법을 보여줄게.”
염구준은 흑풍에게 숨 쉴 틈도 없이 검을 휘둘러대더니 수상함 낌새를 느끼고 추격을 멈추었다.흑풍이 실력을 숨기는지 실력이 강해졌는지 기운을 숨기는 수법이 특별했다.“예전의 내가 아니야. 더는 너한테 당하지 않아.”염구준의 검을 막아내던 흑풍이 거만하게 말했다.정면으로 그의 공격을 막아내서 본인도 놀란 모양이었다.그런데 좋아할 것만 같은 라누엘의 안색이 굳어졌다.이번 습격에서 반보천인이 11명이나 협력했는데 손발이 맞지 않아 실패하고 말았다.작전이 실패한 이상 어쩔 수 없이 힘든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갑작스러운 변고에 상황이 조금 미묘하게 흘러갔다.반보천인 11명 앞에서 염구준의 전력이 하늘을 찔러도 전신전은 열세에 처했다.멀리서 관전하던 성조국의 고수들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염구준이 아무리 강해도 반보천인이야. 이번은 저놈을 죽일 절호의 기회야!”성조국에서 어느 은세가문의 가주가 운기를 끌어올리며 말했다.“성녀가 설득하러 갔는데 너희들이 납치했어. 도저히 용납할 수 없어.”리아성전의 고수들은 저마다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공격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염구준의 실력으로 얼마든지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수 있어. 그 전에 제거해야 해.”은세가문의 가주가 전투장에 접근하며 공격하려고 했다.멀리 있는 염구준은 그들의 말을 듣지 못했지만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고 있었다.예전에 타국에서 싸울 때 일단 열세에 처하기만 하면 적들이 떼로 몰려들어 공격했었다.이쪽 전투장에서 잠시 조정 시간을 가졌을 때 사상진법은 다시 형성되었다.“먼저 흑풍부터 처단한다!”염구준의 명령이 떨어지자 4대 전존은 동시에 공격을 흑풍에게 돌렸다.진법에서 강력한 에너지 파동을 느낀 흑풍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의 실력으로 혼자서 막을 자신이 없었다.만약 다섯이 협공한다면 그는 저항도 못하고 바로 죽을 것이다.“라누엘 전주, 뭐 하고 계십니까?”겁에 질린 흑풍이 소리를 질렀다.그런데 라누엘은 여전히 칠절진법을 유지하면서 교활하게 옆에서
서로 공격과 방어를 반복하던 라누엘과 염구준은 몇 시간의 싸움을 거쳐 드디어 마지막 단계에 이르렀다.“라누엘 대인, 제가 돕겠습니다.”그때 리아성전의 고수가 외치면서 힘을 보태려고 나섰다.그런데 접근하기 전에 미처 공격도 못하고 한 줄기 기운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대규모 전투에 오직 고수들만이 대결할 자격이 있고 전신지상의 고수는 끼어들 실력이 되지 못했다.이어서 쌍방은 상대를 경계하면서 전심전력으로 싸움에 몰두했다.윙!“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겨우 기회를 잡아 가장 강력한 검초식으로 라누엘의 가슴을 찔렀다.피가 사방으로 튕기자 두 사람 모두 경악했다.염구준은 상대방의 단단한 몸뚱이에 속으로 감탄했다.가장 강력한 검초식에 찔렸는데도 경미한 부상만 입혔기 때문이었다.그리고 라누엘은 상대방의 검이 자신의 방어를 뚫었다는 것이 놀라웠다.두 사람은 아직도 서로의 실력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지는 건가?”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수근거렸다.하지만 라누엘의 몸으로 볼 때, 이 정도 부상은 모기에 물린 것과 같았다.“염구준의 검술은 까다롭고 날카롭다. 더는 지체하지 말고 최강 공격을 개시한다!”라누엘은 왠지 방금 검초식에 중상을 입지 않은 것이 수상하게 느껴졌다.단단한 방어가 뚫렸으니 더 많은 검이 공격해 올 것이다.“내가 바라던 바야. 빨리 끝내자!”염구준은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기운을 모으기 시작했다.그러자 두 진법은 주변의 원소 힘을 흡수하면서 작은 소용돌이를 일으켰다.마지막 일격으로 승부를 가릴 셈이었다.지금 염구준은 온몸에 황금빛 화염으로 뒤덮이고 타인이 질식할 정도로 충분히 검기를 모았다.진법과 일체가 된 순간, 라누엘도 불 원소 힘을 끌어내 먼저 공격했다.“칠절분천.”꿈틀거리는 화염은 마치 거대한 용처럼 사납게 돌진했다.염구준도 진법의 힘을 전부 구자검에 주입하자 두 줄기 검의가 절정에 도달하면서 화염에 휩싸인 거대한 검의 환영이 희미하게 반짝거렸다.그 장면을 본 구경꾼들은 곧 펼칠 막강한 공격에 휩
“날 과대평가하지 마. 진짜 극한 반보천인에 도달했다면 네 검에 찔리지도 않았어.”아무리 같은 경지인 반보천인이라도 각자 실력에 따라서 경지가 달랐다.대략적으로 초보 반보천인, 평범한 반보천인, 초강력 반보천인 그리고 극한 반보천인으로 나뉘었다.위로 올라갈수록 어떤 극한 반보천인은 천인 경지를 돌파하는 경우도 있었다.그런데 최근 100년 동안, 천인 경지에 도달하지 못한 고수들은 위천인경에 도달할 뿐 앞으로 더 나가지는 못했다.그래서 어떤 고수들은 육신, 의경, 기운의 숙련도가 극한에 도달한 극한 반보천인만 추구했다.염구준과 라누엘은 모두 극한 반보천인을 추구하는 무술인이었다.물론 염구준도 천인 경지를 돌파하려고 여러 번이나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위천인경에도 도달하지 못했다.드디어 싸움이 막을 내렸다.염구준과 4대 전존은 최선을 다해 아슬아슬하게 승리했다.그리고 라누엘 일행은 반보천인 고수 세 명이 죽고 나머지는 중상을 입거나 기절했다.“에빈과 용하의 재무 총괄을 살해한 놈을 넘겨!”승전한 염구준은 당당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요구했다.리아성전에서 이렇게 많은 일을 벌이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어떻게 보면 그들이 일을 너무 크게 벌인 탓이었다.“꿈… 깨!”하지만 라누엘은 간신히 말하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했다.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고 해도 리아성전의 전주로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컥!”염구준은 그의 기개에 탄복하지만 적인 이상 봐주지 않고 검을 앞으로 무찔렀다.이미 체력이 바닥난 라누엘의 몸에 또 구멍이 생기고 피가 줄줄 흘렀다.“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끝까지 싸울 거야. 시간이 걸려도 언제든 찾아낼 수 있어.”염구준은 검으로 찌르면서 협박했다.라누엘의 입장에서 그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면 굴복하는 거나 다름없었다.“라누엘 전주!”리아성전의 부하들이 고함을 지르며 미친듯이 염구준에게 달려들었다.“여길 넘는 사람은 바로 죽일 것이다.”염구준이 검을 휘둘러 바닥에 경계선을 긋자 날카로운 기세
“한마디만 더 하면 주둥이를 찢어버릴 거야.”언제나 당당했던 염구준은 이 정도 협박에 꼬리를 내리고 떠날 사람이 아니었다.지금 떠난다면 저들이 항복한 줄 알고 무리를 지어 공격할 것이다.“젠장!”서양 권투 고수는 두 주먹을 꽉 쥐면서도 나서지 않았다.전에 염구준이 싸웠던 장면을 회상해 보면 자신의 평범한 반보천인 실력으로 볼품없이 당할 것이 뻔했다.“그럴 용기가 없으면 찌그러져 있어. 쓸데없는 허세만 부리지 말고.”염구준은 누구도 두렵지 않다는 듯 거침없이 비난했다.체면이 깎인 서양 권투 고수는 인상을 구기며 분노를 억누를 뿐 감히 나서지 못했다.괜히 먼저 상대방의 비위에 거슬리는 말을 한 자신을 탓할 수밖에 없었다.“테이, 저 녀석의 허세를 무서워할 필요 없어.”그때 한 노인이 나서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진퇴양난에 처한 테이는 어쩔 수 없이 목숨과 체면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주변의 끊임없는 부추김 속에서 테이는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내 주먹 맛을 봐라!”그는 갑자기 주먹에 혼신의 힘을 모아 앞으로 찔렀다.“칠상권종종극오의, 칠권합일!”염구준은 예리한 운동 신경으로 검을 바닥에 꽂고는 오른 주먹을 불끈 쥐고 앞으로 무찔렀다.이 권법은 체력 소모가 많지 않지만 파괴력이 강해서 충분히 상대방에게 부상을 입힐 수 있었다.쿵!두 주먹이 둔탁한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충격에 튕겨 나간 테이는 뒤로 물러나며 체내에서 올라오는 기혈을 간신히 억눌렀다.지금까지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권법인데 이렇게 쉽게 패배당하다니 속으로 그 충격을 감당하기 힘들었다.“또 누구 없어?”염구준이 주변을 둘러보며 큰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지금 그의 상태로 강력한 초식을 사용할 수 없었다.그것을 알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은 그의 검에 찔려 죽을까 봐 몸을 움츠리며 대답하지 못했다.“리아성전의 고위층 임원을 데리고 돌아간다!”염구준은 더는 머물지 않고 다른 명령을 내렸다.일단 적들이 체력이 바닥난 것을 눈치채게 된다면 아주 번거롭게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반보천인 고수들이 강력한 기운을 발사하며 우르르 달려들었다.염구준의 실력이 초절정에 도달했어도 이렇게 많은 숫자를 상대하기 버거운데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결판을 내리자!”그래도 염구준은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한 손에 검을 들고 다른 손에 약을 움켜쥐었다.곁에 있는 4대 전존도 궁지에 몰리게 되었으니 오로지 생사를 걸고 싸워야 살아남을 희망이 있었다.“말로는 전신전과 리아성전의 일이라고 하면서 왜 당신들이 함부로 끼어드는 겁니까? 우리 용하에 고수가 없는 줄 알아요?”일촉즉발의 순간, 숲에서 누군가 강력한 기운을 내뿜으며 나타났다.그 사람은 반보천인 경지에 도달한 용하의 무술인이자 염구준의 오랜 지인인 고대영이었다. “외적들 앞에서 예전의 원한은 잠시 내려놓겠다. 먼저 여기 애송이들을 제거하고 나중에 우리 원한을 따지자!”그리고 무적의 반보천인이라 자칭하는 공무적까지 나타났다.“손 대표님이 걱정된다면서 저를 보냈습니다.”호찬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그렇게 용하의 반보천인 무술인들이 열 명 넘게 나타났다.대부분 은세가문의 무술인들이고 몇몇 고수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은세가문의 큰 조력자들을 동원한 사람은 아마 국주일 것이다.용하의 무술인들이 등장하자 성조국의 무술인들은 주춤하면서 공격하지 못했다.여기서 정말 싸운다면 누구도 이득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었다.게다가 공무적 일행의 기운은 브루니의 기운과 못지 않게 강력했다.윙!염구준은 그들과 회포를 풀지 않고 검을 바닥에 꽂더니 눈을 감고 조용히 기운을 회복했다.어차피 기운이 바닥난 것이 들통났으니 감출 필요도 없었다.4대 전존도 눈치 빠르게 기운을 회복하기 시작했다.이따가 또 싸울 수 있으니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기운을 회복하는 것이 나았다.…적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군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렇게 쌍방은 먼저 공격하려 들지 않았다.반보천인 무술인끼리 싸우다가 방심한 사이에 목숨을 잃을 수 있으니 득실을 따져야 했다.
모두가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누군가 미친듯이 웃는 소리가 사방에 울리더니 한 그림자가 숲에서 뛰쳐나왔다.“염구준의 목은 내가 따겠다!”그는 오래 전부터 숲에 숨어서 이 기회만을 노리고 있었다.“염 선생, 위험해!”고대영이 반보천인의 기운을 감지했어도 방어하기에 이미 늦어 주의를 줄 수밖에 없었다.당황한 4대 전존도 불청객과 맞설 여력이 없었다.습격자의 비수가 빠른 속도로 염구준의 목을 겨누며 가까이 다가왔다.그대로 목을 베면 아무리 대단한 반보천인이라도 죽게 된다.위험한 순간에 염구준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면서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푸악!”그는 재빠르게 검을 뽑아 습격자의 비수를 막으며 뒤로 물리쳤다.“하, 이제 반보천인에 도달했으면서 나를 죽이겠다고? 주제를 알고 덤벼!”방금 염구준은 조기운식하면서도 주변 상황을 계속 주시했었다.“음흉한 놈! 날 일부러 유인했지?”그제야 무슨 상황인지 알아챈 습격자가 입가에 묻은 피를 쓱 닦으며 물었다.“유인이랄 것도 없어. 네가 자처한 거야.”염구준은 기운을 조금밖에 회복되지 않았지만 놈을 상대하기에 충분했다.‘도망쳐!’그와 정면 승부할 자신이 없는 습격자는 고개를 돌리자마자 줄행랑을 쳤다.하지만 도망치게 내버려둘 염구준이 아니었다.염구준은 이내 뒤를 쫓아가 몇 초식만에 습격자를 깔끔하게 살해했다.그 장면을 본 성조국의 고수는 순간 당황했다.“염구준이 기운을 회복했어. 이제 어떡해?”지금 라누엘이 없어서 염구준과 정면으로 맞설 고수가 없었다.스스슥!습격자를 제거한 염구준은 이내 전투에 참여하여 가까이 있는 리아성전의 수천 명의 정예병들을 무참하게 학살했다.멀리 떨어진 정영병들은 죽을까 두려워 뒤로 물러나기 바빴다.누가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는지 멱살을 잡고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리아성전의 정영병을 물리친 후, 염구준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반보천인 무술인들이 싸우는 곳으로 달려갔다.성조국의 무술인들은 그의 기운이 바닥 났을 때 각종 협박으로 윽박질렀다.지금 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