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끄러워.”루카는 악마 같은 염구준을 건드리지 않으려고 목소리를 잔뜩 낮추었다.하루아침에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이렇게 비참한 결과를 초래했으니 자업자득이나 마찬가지였다.염구준은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드는지 첫 번째 질문을 던졌다.“너희들은 왜 아타가 옥패를 가졌다고 우기는 거지?”루카가 그를 힐끗 쳐다보니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황계웅의 손에 옥패 하나가 있었어. 마지막에 아타 장로가 장례를 치러줬으니 당연히 갖고 있다고 생각한 거야.”그 말에 아타는 당황하기 그지없었다.지금까지 큰 소동을 일으킨 것이 오직 의심 때문이라니, 옥패가 이토록 중요한 물건인 줄은 생각도 못했다.“황계웅이 정말 이런 옥패를 갖고 있단 말이야?”염구준은 호주머니에서 옥패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상대방이 아무런 근거도 없이 괜히 일을 크게 벌인 것이 아닌가 싶었다.‘옥패야!’모든 사람들의 눈이 염구준의 손에 쏠렸다.그들도 옥패를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스텔라성에서도 염구준의 손에 옥패가 있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고 있었지만 감히 빼앗지 못했다.전신전의 실력이 그들보다 훨씬 강했기 때문이었다.염구준이 옥패를 거두며 말했다.“잘 봤으면 내 질문에 대답해.”옥패를 보여줘도 감히 빼앗을 사람은 없을 거라 자신했다.황계웅이 그의 옥패를 탐한 대가로 지금 한 줌의 유골이 된 것을 모두가 알기 때문이었다.루카는 망설이지 않고 전부 말했다.“우리는 옥패를 본 적이 없어. 황계웅이 자기한테 옥패 하나가 있다고만 말했지. 며칠 전에 스텔라성에 와서 사람을 빌려주면 나중에 자기 옥패를 주겠다고 했거든. 근데 지금 죽고 없어서 우린 옥패를 찾으러 왔을 뿐이야. 그러니까 염 선생과 적이 될 생각이 없어.”그의 말투는 점점 누그러 들면서 호의적인 태도를 보였다.염구준이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지금까지 상대방의 입에서 믿을 만한 정보를 하나도 얻지 못했다.그냥 황계웅의 손에 옥패가 있다는 말만 했을 뿐, 아무도 직접 확인하지 않았다.“이 사람 가두고 비휴산장으로
끼익!차가 산장 입구에 멈추고 염구준과 아타는 다시 대전으로 들어가 옥패의 단서를 찾았다.황계웅의 재력으로 밀실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산장 입구는 생각보다 시끌벅적했다.공터에 대형 트럭 몇 대가 세워져 있고 내부에서 사람들이 무거워 보이는 상자들을 나르면서 흥얼거리고 있었다.바라해에서 황계웅의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어서 지금 그들의 표정은 큰 수확을 거둔 것으로 마냥 기뻤다.비휴산장에 있는 귀중한 꽃과 화분마저도 가격이 엄청났다.“염 선생님!”그때 누군가 염구준을 발견하더니 뭐가 찔리는지 그 자리에 얼어버렸다.순식간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리더니 하나같이 겁을 먹은 표정을 지었다.그들이 나르는 물건은 엄격하게 말해서 염구준의 전리품이었다.“들어가서 보시죠.”염구준은 얌체처럼 공짜 이득을 챙기려는 일행을 무시하고 곧장 산장 내부로 들어갔다.솔직히 그 물건들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하지만 상자를 나르던 일행은 염구준이 사라져도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그들은 10대 가문의 소속으로 그날 현장에 없었지만 수소문으로 다 들었었다.방금 봤던 사람이 황계웅을 죽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오금이 저렸다.별장 안에는 치고박는 소리와 욕하는 소리가 섞여서 현장이 난장판이 따로없었다.“이거 내가 먼저 발견했어. 그 손 놔.”“잘 들어. 먼저 손찌검하는 사람은 바로 죽여버려! 의리고 나발이고 생각할 것도 없어.”“뭐라고? 얼마든지 덤벼. 누가 무서워할 줄 알아?”원래 의리가 굳건하던 10대 가문은 지금 이익을 위해 서로 싸우는 지경까지 이르렀다.현장은 어제 염구준이 싸웠던 것만큼 참담했다.“여기 시끌벅적한데.”염구준은 이미 예상했는지 서로 물건을 빼앗는 그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엊저녁에 10대 가문에서 황계웅을 설득하러 왔었다.그런데 24시간도 안 되어서 남의 재산을 차지하려 들다니, 정말 아이러니했다.“염구준! 황금 산을 너한테 줬는데, 그걸로 부족해?”한 가문의 수
일정이 변경되어서 아내에게 알려야 했다.“구준 씨, 무슨 일이 생겼어?”전화를 받자마자 손가을이 본능적으로 물었다.오랫동안 부부로 살았으니 말하지 않아도 서로가 어떤 말을 하려는지 무슨 마음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손가을의 질문에 염구준은 대답하기 곤란했다.“여보, 여기… 돌발 상황이 생겨서 이틀을 더 머물러야 할 거 같아.”아침까지만 해도 오늘 돌아간다고 말했는데 갑자기 옥패에 관한 단서가 나타나는 바람에 도저히 돌아갈 수가 없었다.“알았어. 집은 걱정 말고 안전에 주의해.”손가을은 사려 깊게 염구준을 이해하고 지지했다.어떤 일들은 그녀가 도와줄 수 없으니 묵묵히 격려하는 수밖에 없었다.“알았어. 최대한 빨리 돌아갈게.”염구준은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졌다.이렇게 훌륭한 아내가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었다.그리고 손씨 그룹에서 신에너지 프로젝트가 정식으로 시작되어서 안정되었고 가족들은 모두 무사하다는 등 얘기도 나누었다.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더니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결국 손가을이 회의에 참석해야 해서 아쉬운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저마다 수근거렸다.“염구준이 악마라고 하지 않았어? 악마가 웃을 줄도 아네.”“그냥 소문이겠지. 나는 염구준이 좋은 사람인 거 같아.”“떠들지 말고 물건이나 찾아. 수 틀리기 전에 입 다물어.”하지만 염구준은 예리한 통찰력으로 그들의 대화를 전부 듣고 있었다.“뭐가 나왔어? 옥패와 관련 있는 거라도 상을 줄게.”그 말에 다들 얼굴이 굳어졌다.한 시간이나 넘게 찾았는데도 옥기조차 보이지 않았다.그보다 심각한 것은 옥패가 어떻게 생겼는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것이다.10억 현상금을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염 선생님, 여기 뭐가 있는 거 같습니다.”“망했어. 무슨 짐승이 저렇게 강해. 얼른 철수해!”스스슥!갑자기 무전기에서 다급한 아타의 목소리가 들리더니 멀리서 빨간 신호탄이 하늘로 치솟았다.무슨 변고가 생긴 것이었다.부하들은 저마다
황금 구렁이는 상체를 올려서 휠체어에 타고 있는 아타를 내려다보았다.“에휴.”죽음 앞에서 아타는 한숨을 내쉬며 두 눈을 감았다.그는 죽음이 두려운 게 아니라 소원을 이루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스스슥!황금 구렁이가 큰 아가리를 벌리고 맹렬하게 공격했다.“응?”그런데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아타가 마음을 추스르고 눈꺼풀을 슬며시 뜨고 봤떠니, 눈앞에 누군가 황금 구렁이의 꼬리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그 사람이 바로 염구준이었다.황금 구렁이는 안간힘을 쓰면서 발버둥을 치더니 전략을 바꿔 염구준을 물려고 달려들었다.날카로운 이빨은 쳐다만 봐도 간담이 서늘했다.“하, 전신지상에 도달한 구렁이구나.”염구준은 짐승의 실력을 판단하고는 위로 번쩍 뛰어올라 주먹으로 머리를 내리쳤다.구렁이는 단번에 큰 타격을 입었다.“염 선생님은 신 같은 존재입니다.”아타는 저도 모르게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아직도 몸이 떨리지만 죽음을 면해서 참 다행이었다.자신에게 아첨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염구준은 주의력을 구렁이에게 집중했다.“황계웅이 참 특이한 취향을 갖고 있네요. 구렁이를 키우다니.”황금 구렁이는 장독대만큼 굵고 온몸에 황금빛이 감돌고 있으며 정수리가 살짝 뾰족한 것이 아주 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마치 구렁이 무리에서 왕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아쉽게도 구렁이의 가장 약한 부위에 침이 달린 목줄을 걸어놓은 탓에 침이 침투하면서 애완동물처럼 제압하고 있었다.아타는 흥분한 염구준을 보며 앞으로 다가가 설명했다.“황계웅은 구렁이를 기르기 좋아했어요. 염 선생님이 마음에 든다면 아랫것들 시켜 구렁이를 보내줄게요.”그는 시기를 봐가면서 계속 아첨했지만 염구준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구렁이는 원래 이곳에 속하지 않는데 뭐 하러 강제로 묶어두는 거죠?”왠지 구렁이에게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눈앞에 있는 황금 구렁이는 황계웅의 사리사욕 때문에 이곳에 갇혔을 뿐이었다.그 말에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체 무슨 뜻인지 갈피를 잡지
구렁이는 피의 양이 줄어들자 혀를 날름거리며 멀리 가버렸다.이렇게 세상 만물들은 각자 타고난 지혜가 있었다.염구준은 구렁이의 피로 육신을 강화하여 극한 경지를 돌파하려고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다들 조용히 물러가거라.”아타도 무술인이라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잘 알고 조용히 부하들에게 일렀다.만약 염구준의 수련에 방해가 된다면 그의 목숨을 내놓아도 배상할 수 없을 것이다.온실 내에서 염구준은 모든 세포를 열고 혈액 속에 정수를 흡수했다.한 번씩 흡수할 때마다 전신이 바늘로 콕콕 찌르는 것처럼 아팠지만 극한 육신을 위해 참았다.난폭한 에너지가 황금 구렁이의 피와 섞이면서 몸속에서 기승을 부리는 바람에 몸에서 땀이 줄줄 흘렀다.그렇게 시간이 가는 줄을 모르고 수련에 집중했다.신기한 장면을 본 일행은 궁금해서 온실 입구에 모여들더니 점점 무료했는지 하나둘씩 흩어지기 시작했다.타인이 수련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 역시나 현상금 10억이 더 유혹적이었다.그들에 비해 아타는 인내심 있게 곁을 지켰다.그는 염구준이 도와주든 아니든 진심을 보여줘서 감동시키려고 마음먹었다.“습격이다!”바로 그때, 조용하던 비휴산장에 고함소리가 울려 퍼졌다.인기척은 사방에서 들리고 무전기를 통해 시끄러운 욕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렸다.“아타 장로님, 산장 북쪽에 습격자가 나타났는데 저희 실력으로 막을 수 없습니다.”“남쪽에 쳐들어온 놈들은 이미 해결했습니다. 스텔라성 사람들입니다.”상대방이 대체 얼마나 왔는지 몰라 대처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아타의 곁에 있던 측근들은 바로 경각심을 높여 주변을 살펴보았다.그들 중에서도 실력이 가장 강한 사람은 단진 무성밖에 되지 않아 스텔라성을 상대하기 한참이나 부족했다.“아타 장로님, 염 선생님을 깨울까요?”마음이 급한 한 측근이 입을 열었다.“안 된다. 이 경지에 도달한 반보천인은 실력을 제고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와 같아서 어떤 기회도 놓치면 안 돼.”아타가 단호하게 거부하자 측근들은 차마 반박하지 못했다.아직 산
예전에 싸울 때 스텔라성의 사람들은 계속 숨어서 무엇을 하려는지 몰랐었다. 그래서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염 선생님, 조심하세요.”아타는 어쩔 수 없이 주의를 주었다.“하하하. 부성주는 이제 내 거야!”앞장선 대장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두 손에 비수를 들고 염구준에게 돌진했다.그는 단번에 죽이려는 생각이었다.쿵!그런데 비수가 염구준의 이마를 공격했지만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부러져버렸다.“어떻게 이럴 수가.”대장은 염구준의 육신이 이 정도로 단단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역시 수련을 하면서도 만단의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계속 공격할까 망설이던 대장은 미련을 버리고 단호하게 돌아서서 떠났다.윙!바로 그때, 염구준이 두 눈을 번쩍 뜨고는 주먹으로 대장의 등을 내리쳐서 죽였다.“도망쳐!”뒤를 쫓아오던 전신 경지의 부하들은 염구준이 일어선 것을 보고 깜짝 놀라 고함을 질렀다.상대방이 움직이지 않는 틈을 타 죽이려고 했을 뿐, 이제 일어났으니 싸울 용기가 없었다.“도망치려고?”염구준은 오로지 육신의 힘으로 힌 명씩 죽였다.고작 전신 경지의 실력으로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했다.“실력이 너무 약해서 제대로 시험하지도 못하겠네.”그는 자신의 몸이 아직도 실력을 올릴 여유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극한 반보천인의 육신은 아니지만 돌파 지경까지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아버지, 저 왔습니다.”마침 도착한 그레이는 실력이 강한 부하들을 이끌고 온실로 들어왔다.갑자기 열세에 처한 스텔라성의 사람들은 더는 싸움에 미련을 두지 않고 각자 흩어졌다.그 상황을 살펴보던 염구준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잠깐 수련하는 사이에 적들의 계략에 말려든 것 같았다.“그레이, 루카는 어디 있어?”염구준이 물었다.그 사람에게 아직 물어볼 게 많아서 꽤 신경이 쓰였다.“루카요?”그레이는 그제야 반응하고 전화를 걸었다.통화를 마친 그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염 선생님, 제가 떠난 사이에 누군가 구해서 도망쳤답니다.”이것은 전형적인 성동
“우와!!”“야호!”현장에서 다들 부러운 시선을 보내며 환호성을 쳤다.녹이 쓴 상자를 찾았다고 2000만 원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었다.시간으로 따지면 3시간도 안 되는데 말이다.지금 그들은 상자 안에 꼭 옥패가 있길 간절히 기도했다.염구준은 모든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철제 상자로 다가갔다.단단한 철제 상자에 쓰레기를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니 열어봐야 알 수 있었다.염구준은 자물쇠를 잡더니 갑자기 힘을 주면서 강제로 떼어내려고 했다.바로 그때 누군가 나서서 바로 제지했다.“염 선생님, 안 됩니다.”긴장한 분위기를 깨트린 사람은 바로 아타였다.“왜 안 됩니까?”염구준은 손을 떼며 되물었다.타인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관찰해 보니 이 자물쇠는 바라해에서 잃어버린 천기폭이네요. 일단 강제로 열면 기관이 작동되면서 안에 물건이 전부 타게 됩니다.”휠체어에 앉은 아타가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차분하게 설명했다.염구준은 상자를 발견한 일행에게 물었다.“열쇠는 있어?”“없습니다.”아타의 말을 듣던 일행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면서 염구준이 돈을 내놓으라 할까 봐 걱정했다.‘열쇠가 없어도 무조건 열어야 해.’염구준은 호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초상비에게 연락했다.그는 문따기 고수라 분명 방법이 있다고 생각했다.“세상의 기관, 자물쇠 90% 이상은 열 자신이 있는데 천기폭은 열지 못 하겠어. 그 물건은 노 문주의 보물이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극히 드물거든.”휴대폰 너머로 초상비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그러고 보면 이 상자에 보물이 들어 있는 것은 확실했다.아무런 대책이 없어서 막막할 때 아타가 웃으면서 해결 방법을 말했다.“염 선생님, 바라해에 천기문이라는 세력이 있는데 여기서 멀지 않아요. 그 사람들이 천기폭을 열 수 있을 겁니다.”염구준은 어이가 없어서 인상을 찌푸렸다.이 늙은이가 방법이 있으면서 지금까지 말하지 않은 것이었다.“그럼 길을 안내하세요. 자물쇠를 열면 신
천기문 안에서 피비린 냄새가 확 풍기는 것이었다.예민한 코로 냄새를 맡은 염구준은 마음 속에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설마 누가 먼저 다녀갔나?’같은 반보천인인 그레이도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염구준을 돌아보았다.지금 그는 염구준의 지휘를 따르고 있어서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나머지는 밖에서 대기하고 우리 둘이 들어가서 보자.”염구준은 곁눈질로 천기문의 담벽을 훑어보았다.왠지 그곳에서 위험한 기운이 빠른 속도로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이곳의 구조는 용하 고택의 규격대로 만들어져서 비휴산장보다 작지는 않을 것이다.염구준이 지시한 후, 그는 정문으로 그레이는 후문으로 들어갔다.두 사람은 아무리 반보천인 고수지만 그래도 방심하지 않았다.스스슥!정문에 도착한 염구준은 발끝을 가볍게 들어 문턱을 건너서 마당으로 들어갔다.그러자 눈앞에 화살에 맞은 시체들이 즐비하게 누워 있었다.누군지 몰라도 죽은 모습은 차마 두 눈을 뜨고 볼 수 없었다.‘살기야.’염구준은 갑자기 위험한 기운을 감지했다.기운은 한 곳이 아니라 사방에서 느껴졌는데, 왠지 자신들이 포위된 것 같았다.촤아아악!그가 막 일어섰을 때 주변에서 허공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적들이 얼마나 많은 화살을 쏘았는지 사방에서 동시에 그를 향해 날아왔다.수많은 화살들이 몰려오는 바람에 하늘의 태양마저 가려서 밀집 공포증이 재발할 것 같았다.“특이한 기관이네.”화살 끝에서 기운을 느낀 그는 감탄을 금지 못했다.이 수법은 황계웅이 주로 사용했던 암기와 같은 맥락이었다.슥! 슥!순식간에 화살들이 염구준의 몸을 공격하며 맑은 소리를 내더니 이내 부러지고 말았다.그렇게 10분쯤 지났을 때 화살 공격은 멈추고 염구준은 아예 화살 더미에 묻히고 말았다.기다렸는지 주변에서 매복한 사람들이 나타났다.“염구준은 강철로 만들진 거야? 이렇게 많은 화살에 맞았는데도 죽지 않잖아.”“대단한 방탄 옷이라도 입었겠지. 그런데 움직이지 않은 걸 보니까 죽은 거 같은데?”천기문의 후대로서 조상들이 만든
염구준은 피식하며 비웃을 뿐, 두려운 기색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수백 명의 무리는 그런 염구준을 멍청이를 보는 것처럼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이렇게 많은 깡패들이 모였는데 한 명이 한 대만 쳐도 상대방을 쉽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헤르빈은 단단히 뚜껑이 열렸다.평소 타인이 벌벌 떠는 모습을 제일 좋아했는데 염구준이 그를 무시해서 몹시 불쾌했다.“저놈의 사지를 잘라내고 숨만 쉬게 만들어!”“사지를 잘라!”한 무리 오합지졸이 고함을 지르며 기세등등하게 몰려왔다.순식간에 벌떼처럼 달려들자 부두와 선박에서 지켜보던 행인들이 수근거리면서 탄식했다.“에휴, 저 병신은 뭐 하러 건드렸어.”“이 부두에서 또 망령이 한 명 늘어났네.”“헤르빈에게 용감하게 맞서는 걸 봐서 이따가 시체를 수습해 주자.”이런 상황에서 누구도 염구준이 살아남지 못한다고 확신했다.왜냐면 염구준이 움직이지 않고 기운도 끌어올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곧 도착하겠네.”쿵!그 순간, 갑자기 여러 사람이 무리에서 튀어나와 닥치는 대로 깡패들을 공격했다.최전방에 나서서 공을 세우려던 깡패들은 어느 하나 살아남지 않았다.“한 발짝만 나오면 바로 죽는다!”“감히 염 선생을 공격해? 죽고 싶어?”몇몇 무술인이 염구준의 앞을 막으며 단번에 상황을 통제했다.만약 그들이 협박하지 않고 진짜로 싸운다면 이 깡패들은 한 명도 살아남지 않을 것이다.“때마침 잘 오셨어요.”염구준은 앞에 나타난 일행을 보며 한마디했다.뜻밖에도 아타와 노신기 외에 대어당, 안설홍, 레온의 가주까지 나설 줄은 몰랐다.솔직히 그들과 친한 사이도 아닌데 나선 것이 조금 의아했다.“염 선생, 부디 우리 가문을 위해 복수해 주십시오!”일행은 갑자기 돌아서서 무릎을 꿇었다.염구준은 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증오가 가득한 것을 보았다.“스텔라성이 공격했어요?”그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유동심연에서 스텔라성이 큰 손해를 보았지만 우두머리 성주가 나타나지 않았다.노신기는 두 눈을 붉히며 주먹을 꽉 쥐
맨 앞에 선 남자는 눈 한쪽만 안대를 하고 왼손에 쇠고리를 낀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였다.“헤르빈! 담배 한 대 피우시죠.”그 남자를 본 선장은 흠칫 놀라더니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담배를 건넸다.이곳의 부두는 크지 않지만 헤르빈의 말이라면 아무도 반항하지 않았다.“형님, 벌써 돌아왔어? 큰 돈을 벌 좋은 일이 생겼나 보네. 나도 껴줘.”헤르빈은 담배를 받으면서 다정하게 불렀다.솔직히 말해서 중간에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었다.“무슨 말씀입니까? 선박이 고장 나서 수리하려고 일직 돌아왔어요. 정말 재수없기도 하죠.”촤아악!그런데 선장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헤르빈이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그는 가식적인 웃음을 거두고 싸늘하게 협박했다.“영감탱이, 좋게 말할 때 다 불어. 절반씩 이윤을 나누면 용서해 줄게. 아니면… 흥!”이 구역은 각 세력들이 관리하고 있기에 제도나 규칙 같은 것은 없고, 주먹이 강한 것이 일인자였다.헤르빈이 날뛰고 있을 때 누군가 앞에서 짜증스럽게 말했다.“비켜. 길을 막았잖아!”“이 자식이 죽고 싶어? 감히 헤르빈 님한테 그 따위로 말해?”청자켓을 입은 부하가 칼을 들고 염구준을 찌르려고 달려들었다.그들은 평소 나약한 어부들을 괴롭히는 것이 습관이 되어서, 이 부두에서 자신들이 일인자이고 자신들의 말이 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반보천인 무술인 앞에서 이렇게 나댄다면 바로 모가지가 날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쿵!아니나 다를까, 칼이 닿기 전에 염구준은 기운을 발사해 상대방을 살해했다.“헤… 헤르빈 님, 이 자식 죽었어요.”다른 부하가 앞으로 나와 살펴보더니 벌벌 떨며 소리를 질렀다.지금까지 온갖 횡포를 일삼던 그들은 처음으로 살해당하자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짝!“무슨 개소리야?”헤르빈은 부하의 뺨을 쳐서 경고하고는 염구준을 바라보며 고개를 쳐들었다.“내 사람을 죽였으니까 10억 달러 배상하고 한쪽 손을 잘라.”그는 눈앞의 남자가 전주라 확신하고 노골적으로 협박했다.염구준이 시큰둥하게 대답
염구준은 검갑을 메고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그의 몸에서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데 방금 어떻게 복면인을 죽였는지 누구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다, 당신은 누구야?”우두머리는 버벅거리며 물었다.분명 상대방에게서 아무런 기운도 없는데, 압도적인 기세에 눌려 저절로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알 거 없고, 했던 말은 다시 반복하지 않아.”염구준이 주변을 빙 둘러보며 복면인을 째려보았더니, 대장 외에 전부 주먹질만 할 줄 아는 평범한 사람이었다.“비켜. 아니면 바로 죽일 거야.”우두머리는 떨리는 손으로 칼을 로사의 목에 겨누었다.“하.”쿵!염구준은 피식 웃고는 갑자기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살해했다.뒤로 날아간 우두머리는 무공 실력이 조금 있다고 간신히 목숨이 붙어 있었다.“당신 반보천인이야?”이제야 등골이 오싹해지는 기운을 감지한 우두머리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었다.“맞아. 나 반보천인이야!”솔직히 염구준은 그들과의 싸움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가볍게 대처했을 뿐이었다.원래 기운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복면인들이 기어코 죽음을 자초했다.“악!”중상을 입은 우두머리는 갑자기 충격을 먹고 기절했다.난생 처음으로 반보천인을 봤는데 그것도 괜히 건드려서 죽음을 당했으니 심정이 참 아이러니했다.염구준이 손도 대지 않았는데 복면인들은 전부 죽고 싸움은 끝났다.선장과 선원들은 대체 무슨 일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다.“여기 정리하세요.”염구준은 태연하게 뱃머리 쪽으로 올라가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부두를 쳐다보았다.곧 육지에 오르게 되니 더는 귀찮은 일이 발생하지 않길 바랐다.로사는 고통을 참으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선배님, 감사합니다!”아직 무술계에 발을 들이지 않아 반보천인이 어떤 레벨인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아주 강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내 이름은 염구준이야. 용하 청해에 살아.”방금 소녀의 절묘한 싸움 실력을 보고 염구준은 자신의 이름을 알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만약 무술계에서 성장한다
선박이 부두에 도착할 무렵, 갑자기 검정 옷 차림에 복면을 쓴 일행이 갑판 위에 나타났다.염구준은 그들의 기운을 감지했다.가장 강한 우두머리는 종사 경지에 도달했는데 한 주먹거리도 안 되었다.이런 실력이라면 뒤에 있는 세력도 강하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저희 선박에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선장이 억지로 웃으면서 다가가 물었다.저들의 옷차림새만 봐도 좋은 일로 찾아온 것 같지 않아 감히 건드리지 못했다.스윽!복면인이 번쩍이는 칼을 선장의 목에 겨누면서 나지막하게 물었다.“암살녀는 어디 있어? 당장 내놔.”곁에 있던 염구준은 일단 나서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역시 그의 예상대로 일행은 로사를 찾으러 온 것이었다.“누구요?”선장은 처음 듣는 말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잔뜩 당황했다.“죽고 싶어?”일행은 더는 묻지 않고 칼로 선장의 목을 베려고 했다.위기의 찰나에 염구준이 나서려고 할 때, 마침 로사가 갑판에 나타나 소리를 질렀다.“나 여기 있어. 무고한 사람들은 해치지 마!”자발적으로 나서서 혼자 상대하려고 하다니, 염구준은 소녀의 용기에 속으로 감탄했다.우두머리는 목표물이 나타나자 단호하게 명령을 내리며 선장을 옆으로 내팽개쳤다.“저 년을 생포해!”열 명 넘는 남자가 몽둥이를 꺼내더니 서로 동선을 맞추며 빠른 속도로 공격했다.하지만 3분도 되지 않아서 로사의 손에 전부 살해당했다.소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염구준이 한마디 평가했다.“무술인이 된다면 로사는 아마 무적의 존재가 되겠네.”거의 완벽한 소녀의 동작에 칭찬을 안 할 수가 없었다.“병신 같은 놈들!”뚜껑이 열린 우두머리는 욕을 하고는 직접 칼을 들고 공격했다.탁!하지만 강력한 남자의 힘으로 로사는 단번에 패배하고 말았다.일반인과 무술인은 힘부터 차원이 달랐다.잇따른 공격에 로사는 구석으로 몰려 피할 길이 없었다.“죽어!”로사가 갑자기 고함을 지르더니 몸을 특별한 모양으로 비틀고 맹렬하게 비수를 무찔렀다.그런데 비수는 우두머리의 가슴을
스스로 조소하던 로사는 카트 아래에서 가운을 꺼내 몸을 감쌌다.상대방이 이런 취향이 아닌데 계속 이러고 있으면 오히려 반감만 생긴다.솔직히 처음으로 당당하게 남자를 유혹하려 하는데 단번에 거절당해서 매우 부끄러웠다.한참이 지나도 말을 하지 않자 염구준이 소녀의 생각을 추측했다.“내가 대신 복수해줘? 탈출시켜줘, 아니면 무공을 알려줘?”“전부 다요!”로사는 그가 전부 맞힐 줄은 상상도 못했다.염구준은 별로 놀라는 기색이 없이 미리 쓴 원고를 던지며 말했다.“거기에 적힌 대로 하면 무공을 터득할 수 있어. 나머지는 너를 도와줄 의무가 없어.”그가 이렇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소녀가 정말 무공을 배우기에 적합한 인재이기 때문이었다.로사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강요하지 않고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그럼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어요?”“말해.”마침 염구준도 시간이 있기에 로사의 말을 들어주고 나중에 복수하는 것을 포기시킬 생각이었다.그러면서 음식을 먹는 것을 한 번도 멈추지 않았다.로사는 일단 생각을 정리하고 조리 있게 말하기 시작했다.“난 고아예요. 아주 어릴 때 고아원에 들어갔었죠. 그곳은 낙원일 줄 알았는데 원장이 나를 신비한 조직에 팔아버렸어요. 나랑 함께 그곳에 간 아이들은 혹독하고 잔인한 훈련을 받으면서 피비린내 진동하는 살인 도구로 살았어요.”“그러다 반 년 전에 내가 조직의 두목을 죽이고 도망쳤어요. 그곳을 이가 갈리도록 원망해요. 선배님은 실력이 강한 무술인이란 걸 처음 봤을 때부터 알았어요. 나를 가엽게 여기고 옆에 하인으로 있게 해주면 안 돼요?”예상하지 못한 말에 염구준은 흠칫 놀라더니 젓가락을 내려놓았다.“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사정이 딱하긴 해. 그렇다고 난 도와주지 않아.”그게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지만 로사는 용하인이 아니기에 더더욱 도와줄 이유가 없었다.그리고 곁에 하인을 두면 귀찮은 일만 생기기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무공 수련법 한 장을 준 것도 의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래도 나를 구
염구준은 육신이 극한에 도달한 이후로 공격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너… 악!”촤아악!바다의 유령은 말도 제대로 못하고 비수를 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순식간에 뒷목에 서늘한 것이 스치는 것을 느끼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나머지 여섯 명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른 채, 피바다에 고꾸라졌다.“내가 준 기회를 소중히 여기지 않은 자신을 탓해.”염구준은 검을 한바퀴 돌려 피를 털어버리고 검갑에 집어넣었다.그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깔끔했다.“다… 당신 사람을 죽였어.”먼 발치에서 사람이 죽는 장면을 본 선장은 너무 놀라 주저앉았다.로사는 그나마 무덤덤하고 나머지 선원들도 많이 놀랐는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솔직히 일곱 명의 무술인이 어떻게 죽었는지 제대로 보지 못했다.“은혜도 모르는 놈들 죽어 마땅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의아해하며 되물었다.이런 악당들이 죽으면 아무도 자신들을 해치지 않아서 기뻐해야 할 마당에 선장은 바닥에 쓰러진 시체를 보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그… 그래도 사람이잖아요.”이제 보니 선장은 그동안 잔인하게 고래를 잡았으면서 사람에게 관대했다.만약 염구준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로사는 비참하게 당했을 거고, 선장 일행은 비참하게 죽었을 것이다.그때 독수리가 기회를 잡고 맞장구를 쳤다.“저 사람들은 당신을 노리고 왔어요. 그러니까 오히려 우리가 억울하게 당한 거라고요. 당장 우리 선박에서 내려요!”“…”독수리의 말에 선원들은 경악하며 쳐다보았다.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고, 정말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았다.촤아악!염구준이 인상을 찌푸리며 날카로운 검기를 내리치자 다들 너무 무서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안 돼요. 아직 아이란 말이에요.”분위기가 살벌해지자 로사가 반쯤 드러난 가슴을 감싸고 독수리의 앞을 막았다.구자검의 검기는 소녀의 옆을 스쳐 바다 표면에 물보라를 일으켰다.염구준은 공격하지 않고 협박투로 말했다.“또 나한테
드디어 구명보트를 탄 일행이 선장의 도움으로 선박으로 올라왔다.모두 여덟 명으로 그동안 먹지를 못했는지 몸은 수척해지고 탈수 증상이 있었다.“주방에서 음식들 갖고 와. 그리고 링겔을 놔줘.”선장은 일행은 관찰한 후 응급처치를 하기 시작했다.“그런데 음식은 그분한테 줘야 하는데요.”염구준을 무서워하는 선원 한 명이 작은 소리로 일깨워주었다.그러자 선장이 엄숙한 표정으로 손사래를 쳤다.“일단 이 사람들 주고, 다시 만들어서 보내면 돼.”만약 염구준이 있었다면 일행을 전부 알아보았을 것이다.두 시간의 응급처치를 거쳐서 여덟 명은 드디어 혈색이 돌아왔다.아직 몸이 많이 허약하지만 그래도 목숨을 부지해서 참 다행이었다.“큰일은 없으니까 한동안 쉬면 괜찮아질 겁니다.”선장은 웃으면서 선원들에게 안으로 모셔서 쉬게 하라 일렀다.모두 마음이 어진 어부들이라 바다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들을 보고도 구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지금이야!”바로 그때, 돌변상황이 발생했다.구조된 일행 중에서 누군가 소리치자 여덟 명이 동시에 기운을 끌어올려 선원들을 공격했다.평범한 선원들은 저항하지도 못하고 단번에 제압당하고 말았다.“악!”로사는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 종사지경에도 도달하지 못한 무술인의 목을 베었다.그런데 방금 공격으로 이미 기진맥진했다.“대장, 여자가 있어.”“가만히 있어. 내가 상대할게.”그들은 동료가 죽은 것도 개의치 않고 모두 로사의 몸매만 쳐다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쿵!대장이라는 무술인이 기운을 폭발시키더니 갑자기 덮쳐서 로사를 제압했다.“발버둥쳐. 반항해 봐. 그럴수록 더 흥분되니까. 하하하.”이렇게 혈기왕성한 모습이라니, 방금 전에 죽을 것처럼 시들시들하던 인간 같지 않았다.그 장면을 본 선장은 가슴이 칼로 에이는 것 같았다.지금까지 어부생활을 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악당들을 만났다.“너희들 뭐하는 짓이야? 방금 우리가 너희를 살렸어.”선장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놈들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았다.“우리를 구했다고?
“맞아.”염구준은 소녀의 몸에서 악한 기운을 느꼈지만 덤덤하게 말했다.기운만 보아도 사람 몇 명을 살해한 것 같았다.“날 잡으러 왔어요?”로사는 비수를 꽉 쥐고 또 물었다.“아니야. 길이나 안내해.”염구준이 그 사이 소녀를 관찰한 결과, 무술을 배우기에 좋은 재목이었지만 아쉽게도 인도할 스승이 없었다.두 사람은 오늘 처음 만났으니 더는 소녀의 일에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휴, 무례하게 대해서 죄송해요.”그제야 로사는 비수를 넣으며 사과했다.소녀는 앞장서 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방금 싸우려는 자세만 봐도 건장한 남자를 상대하는 것은 문제없어 보였다.선장 침실에 도착하자 로사는 이불을 바꾸고는 한마디만 하고 떠났다.“쉬세요. 음식이 되면 여기로 가져다 줄게요.”“그래. 볼일 봐.”쿵!염구준은 문을 닫고 침대에 쓰러져서 잠들었다.이런 포근함을 오랜만에 느끼는 것 같았다.그리고 머릿속에 그동안 발생했던 일들을 정리했다.황계웅에게서 옥패의 단서를 발견하고, 유동심연에 도착했을 때 나머지 세력이 따라온 덕에 비슷한 정보를 얻었다는 것을 알아냈다.이 정보는 어쩌면 같은 사람이 흘렸을 수도 있다.그리고 심해에서 봤던 가짜 옥패는 흑풍의 표식을 남긴 것을 보아 틀림없이 그놈의 짓이다.이 모든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상황은 이랬을 것이다.몇 년 전에 흑풍이 심해에서 진짜 옥패를 찾았는데 위험한 곳이란 걸 알고 적을 죽이려고 함정을 판 것이다.마침 강적을 만난 그는 시기가 되자 일부러 고대 옥패의 단서를 남겨 죽이려고 했는데, 계획과 다르게 적의 육신이 극한 경지에 도달하게 만들었다.…이런 생각을 하다가 염구준은 잠에 빠졌다.밖에 날씨가 화창하고 바람도 적게 불어 항행하기 딱 좋았다.이번은 선장이 직접 나서서 전속으로 달리고 있었다.지금 그는 빨리 부두에 도착하여 염구준의 돈을 받는 즉시 선박에서 내보낼 생각이었다.어쩐지 그는 사람이 아니라 핵폭탄 같았다.조종석에서 할 일이 없는 몇몇 선원은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