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도 죽지 않았다!“젠장… 날 때리다니!”바닥에서 한참 경련을 일으키던 박군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는 염구준과 손가을을 노려보았다.“여태껏 감히 나를 때리는 사람이 없었어! 오늘 너희를 가만두지 않겠어!”손가을은 겁에 질려 하얘진 얼굴로 염구준을 쳐다보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구준, 우리…”손가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박군!”VIP룸에 있던 동창들이 드디어 복도의 상황을 눈치채고 달려 나왔다. 그들은 바닥에 넘어진 박군을 보더니 경악한 표정으로 달려갔다. 복도에서 일어난 상황을 본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바닥과 벽은 핏자국으로 물들었고 깨진 치아들이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다… 박군은 누군가에게 맞아서 피투성이가 되었다! 얼마 뒤에 동창들은 바닥에 쓰러진 박군을 부축하였다.“박군, 괜찮아?”동창 한 명이 휴지를 꺼내 박군의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주었다. 그리고 다른 동창들을 향해 소리쳤다.“서 있지만 말고 얼른 구급차 불러! 경찰도 불러!”“됐어!”평소 헬스장에 자주 다니는 박군은 잠깐 원기 회복이 된 듯 염구준을 노려보며 이를 꽉 깨물었다.“동창인 걸 봐서라도, 손가을의 체면을 봐서라도! 염구준이 날 때린 거야. 가을과 상관없어!”“그건…”동창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끝내는 박군의 말대로 핸드폰을 도로 넣었다.후! 박군은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 동창들이 하도 착하니까 망정이지 경찰을 불렀으면 정말 골치 아파질 것이다! 복도에 CCTV가 설치되었고 경찰이 CCTV를 검사하면 박군은 성폭행 미수죄로 붙잡힐 것이다. 차라리 맞는 것이 더 나을 정도였다!“가을!”눈치 빠른 동창들이 기회를 봐서 박군의 비위를 맞춰주면서 손가을을 욕했다.“대체 뭐 하는 거야? 박군이 돈 내서 동창회를 마련하고 함께 노래하면서 즐겁게 보내는 중인데 너희 남편이 박군을 때리다니? 이게 말이 돼?”“맞아, 박군에게 사과하라고 해!”복도에서 몇몇 여자 동창들이 박군을 부축해 주었다. 그러면서 박군의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동창들의 표정을 본 손가을은 조급한 나머지 얼굴이 빨개지기까지 하였다. 그녀는 곁눈질로 복도 위에 설치한 CCTV를 발견했다.“증거 있어. 박군이 거짓말한 증거 말이야! 난…”손가을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갑자기 조용해졌다!복도 끝에서 경비원 2명이 소리를 듣고 봉을 들고 달려왔다. 두 경비원은 사람들을 쳐다보더니 차가운 말투로 꾸짖었다.“뭐 하세요? 다른 손님들께 민폐 끼치지 말아 주세요!”“몇번 방 손님이시죠? 노래 안 하면 당장 꺼져요! 크라운 노래방에서 이러시면 안 돼요!”손가을의 낯빛이 변했고 심장이 쿵쿵 뛰었다.크라운 노래방!이곳은 홍 어르신의 관리 범위였고 홍 어르신은 청해 어두운 세상의 황제였다! 오래전에 은퇴하기는 했지만 해동성에서 홍 어르신은 아직도 전설이었다!크라운 노래방에서 사건 사고를 일으키는 사람들은 홍 어르신을 건드리는 것과 같았다!“두 분.”박군은 겨우 일어났고 치아가 빠져서 말할 때마다 바람이 샜다. 그는 아주 지독한 표정으로 염구준을 힐끗 쳐다보고는 두 경비원한테 손짓했다.“난 박군이라고 해요. VIP룸은 제가 예약한 거고요! 조 매니저를 불러주세요!”VIP룸?두 경비원이 서로 쳐다보았다. 두 사람 다 가슴이 철렁했다!VIP룸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비록 홍 어르신의 부하지만 두 경비원은 경비원일 뿐이어서 함부로 태만할 수 없었다!“박 선생님.”한 경비원이 머뭇거리더니 애써 웃음을 지었다.“조 매니저랑 무슨 사이신지요? 오늘 조 매니저가 당직 서느라 바쁘셔서…”“잔소리하지 마!”화를 참고 참던 박군은 그제야 폭발했다. 그는 염구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조 매니저한테 내가 맞았다고 전달해 드려!”“조 매니저보고 와서 염구준을 죽여버리라고 해!”박군이 윽박지르자 두 경비원은 더는 거절하지 않고 허리춤에서 무전기를 꺼내 빠른 속도로 말했다.“조 사장님, 여긴 맨 위층인데요. VIP룸의 박군 씨가 엄청 맞아서 위급하세요…”“뭐라고? 누가
조재현은 박군을 알고 있었다. 박군은 늘 헬스장에 다녔으며 몸이 튼튼하여 5, 6명의 성인 남자랑 싸워서 이기는 건 식은 죽 먹기였다.박군을 이 정도로 때린 거면 염구준의 실력을 절대 무시할 수 없었다!“싸움 잘한다고? 기다려 봐!”조재현은 염구준을 노려보더니 갑자기 무전기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아주 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여긴 맨 위층이야. 경비원들 전부 올려보내. 지금 당장!”2분도 안 되어 복도 맨 끝으로부터 20여 명의 경비원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우람한 체격의 경비원들은 봉을 들고 있었고 조재현에게 일제히 인사하였다.“조 사장님!”“마침 잘 왔어!”조재현이 경비원들을 보다가 고개를 돌려 염구준을 보며 의기양양한 말투로 말했다.“이봐, 여긴 크라운 노래방이야. 홍 어르신이 관리하시는 곳이라고! 감히 여기서 사달을 일으키다니? 말해, 어디서 사는 누구야? 기회를 줄 테니까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기 전에 빨리 말해!”다른 사람들을 불러온다고?염구준이 미소 지으며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찰나.“잔소리하지 마!”멀지 않은 곳에서 박군이 염구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피 섞인 침을 뱉었다.“조 매니저, 난 이 자식의 정체를 알아. 이 자식은 청해시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야!”조재현의 표정은 아까보다 더 의기양양해졌다. 그는 염구준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큰 보스가 왔나 했더니 데릴사위였군! 손씨 가문? 손씨 그룹? 내일 당장 손씨 집안을 없애 버릴 테다!”“안 믿어.”염구주은 담담한 눈빛으로 계속 말했다.“손씨 그룹은 이제 수도권으로 진입할 거야. 만약 네가 손씨 그룹을 당장 없앨 수 있다면 한 번 해봐!”“조 매니저, 조급해할 것 없어!”박군은 측은한 눈빛으로 염구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옆에 있는 당황한 표정의 손가을을 쳐다보더니 쓴웃음을 지었다.“저 자식의 아내가 바로 내 동창 손가을이야! 동창의 체면을 봐서 손씨 집안 말고 염구준만 혼낼 거야!”“구준 씨!”옆에 있던 손가을이 깜짝 놀라 염구준의
“염구준 씨.”홍 어르신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펜트하우스 복도에 갔다. 염구준을 만나자 그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웃음 지으며 말했다.“미리 얘기하고 오시지 그러셨어요. 예의에 어긋난 게 있으면 용서해 주세요.”홍 어르신의 친절함은 거짓이 아니었다!지난번 염구준이 귀검을 쉽게 이기던 장면은 뭇사람들을 경악하게 하였다. 손태산을 포함한 모든 이가 염구준이 얼마나 무시무시한지 알게 되었다.운해시 지하 세력은 다시는 염구준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홍 어르신이 염구준에게 존칭 쓴다고?!”복도에 있던 조재현, 박군 그리고 20여 명의 경비원과 박군, 손가을의 동창들이 이 장면을 지켜보면서 아주 놀랐다.‘전설 같은 홍 어르신이 염구준 앞에서 이렇게 겸손하다니? 대체 왜? 대체 무엇 때문일까!’현장에 있는 많은 이는 홍 어르신이 대체 어떤 인물인지 잘 몰랐다. 다만 지하 세계의 보스라는 명성만 들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조재현과 박군은 한 명은 크라운 노래방의 총지배인이고 한 명은 운해시 상류 사회에 겨우 속한 사람이라서 홍 어르신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듣기로는 홍 어르신의 지위는 수단뿐만 아니라 큰 배후 세력이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보스급인 홍 어르신이 염구준에게 깍듯이 인사한다고? 염구준… 그는 손씨 가문의 데릴사위, 기둥서방이 아니었던가?!’“홍 어르신, 아닙니다.”염구준은 다른 사람들을 죄다 무시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홍 어르신을 쳐다보았다.“오늘 홍 어르신을 시끄럽게 할 마음은 없었는데요…”여기까지 말한 염구준은 손가락으로 옆에 있는 조재현을 가리키며 낮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저자한테 물어보세요.”응?홍 어르신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조재현을 쳐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갑자기 어두워졌다.“대체 무슨 일인가? 누가 염구준 씨를 화나게 했나? 당장 말해!”그 말을 들은 조재현이 깜짝 놀랐다!총지배인 위치에 오른 조재현은 눈치 백단이다. 그는 염구준이 절대 무능한 남자가 아니라 홍 어르신의 친구인 걸 대번에 알
홍 어르신 옆에 있던 귀검이 손을 들고 위세 당당하게 소리 질렀다.“세게 때려. 죽을 때까지!”화라락!가까이에 있던 십몇 명의 놀란 경비원들이 귀검의 분부를 듣고 박군에게로 달려갔다. 3명의 경비원은 박군을 눌러 넘어뜨렸고 나머지는 박군의 따귀를 때렸다.짝짝짝짝…십몇 초 만에 박군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었고 치아도 다 빠졌다. 그는 바닥에 엎드려 비참하게 울부짖었다.“염구준 씨, 죄송해요. 제가 정말 잘할게요!”그리고 힘겹게 고개를 들고 염구준 옆에 있는 손가을에게 살려달라고 빌었다.“가을, 우리는 동창이잖아! 날 한 번만 용서해 줘. 제발!”손가을은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온통 염구준 뿐이었기에. 박군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손가을은 염구준이 대단하고 무예가 뛰어나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맞춤형 G.J 은행카드가 있는 것도 알았고 염구준이 평범한 퇴역 군인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렇지만 지금 상황은 그녀가 상상하는 그 이상이었다!많은 사람이 그녀의 남편을 “쓰레기”, “데릴사위”라고 하지만 이번에 또 한 번 염구준을 다시 보게 되었다.수도의 일인자마저 염구준 앞에서 공손해야 하였다!“박… 박군…”복도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동창들은 남자든 여자든, 잘 지내든 잘 못 지내든… 죄다 두려움에 떨었다.지금 상황은 현실, 심지어 티브이에서도 본 적이 없었다!이 순간 손가을은…그녀이 남편은 절대 쓰레기가 아니라 대단한 강자라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홍 어르신, 저희 장인어른을 아시겠죠? 곽씨 가문의 어르신입니다. 크라운 노래방의 VIP이기도 하며 홍 어르신의 친구이기도 하세요!”한편 박군은 아직도 경비원에게 따귀를 맞고 있었는데 목이 쉴 정도로 울부짖었다.“장인어른을 봐서라도 염구준 씨에게 잘 말씀해 주세요. 그리고 저를 제발 용서해 주세요!”“다시는 그러지 않을게요!”박군의 장인어른인 곽씨 가문 어르신의 이름은 곽병훈이었고 요즘 급부상하는 중이었다. 곽씨 메디컬 그룹은 나스닥에 상장
홍 어르신이 갑자기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귀검에게 낮은 소리로 명령을 내렸다.“귀검, 곽씨 가문에 통지해. 당장 사람을 파견하라고. 10분 안에 오라고 해!”“10분 안에 오지 못하면 박군을 시체로 만들어버리겠다고 해!”귀검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했다.운해시의 뉴리치인 곽씨 가문의 어르신 곽병훈!……약 10분 뒤.“여보, 박군이?!”누군가의 미친 듯한 목소리가 복도에서 울려 퍼졌다. “홍영, 눈이 멀었어? 너의 세력 범위에서 우리 남편을 건드리다니? 누가 한 거야? 죽여버리겠어!”샤샤샥!복도에 있던 사람들이 일제히 목소리의 주인공을 쳐다보았다.박군의 아내, 곽병훈의 딸, 곽미나다!곽미나는 마사지를 받다가 막 온 것 같은 가운 차림이었다. 얼굴에는 마스크 팩을 한 흔적이 남아있었다. 그녀는 청의 노인 한 명과 검은색 옷차림의 보디가드 4명을 데리고 부랴부랴 달려왔다.박군을 쳐다본 그녀는 화를 냈다.박군이 너무 비참했기 때문이다!경비원들에게 둘러싸여 따귀를 10분 동안 맞았으니 아무리 자주 헬스하고 튼튼한 몸이어도 더는 버틸 수 없을 정도였다. 박군의 얼굴은 피범벅이 되어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홍 어르신.”곽미나의 뒤에 있던 곽병훈은 회색 정장을 입었는데 50대 같아 보였다. 박군이 있는 방향을 힐끗 본 곽병훈의 낯빛이 어두워졌다.“우리 사위가 저렇게 심하게 다쳤는데 설명 좀 해봐요!”홍 어르신은 곽병훈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았다. 그의 눈길은 곽씨 가문의 부녀 뒤에 있는 보디가드 4명과 청의 노인한테 향했다!곽씨 가문이 흥하기 전에 홍 어르신의 부하인 귀검은 수도 일인자였다. 그러나 곽병훈이 갑자기 흥하면서부터 신비한 청의 노인이 등장하였다.그의 실력을 잘 알 수는 없었지만 수도의 비합법적인 영역에서는 청의 노인의 실력이 화경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입을 모았다!“당신이 박군의 장인어른 곽병훈이에요?”염구준은 손가을의 손을 잡으며 덤덤한 표정으로 곽씨 가문의 두 부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감정 없는
청의 노자의 위력은 사람을 놀랍게 강하다.이 걸음은 마치 움직이는 큰 산이 무너지는 것처럼 모두의 가슴을 무겁게 내리쳤다.손가을의 많은 옛 동창들이, 20 여 명 경호원들이, 얼굴에 겁에 질린 당직 경리 조재현 등...홍 어르신과 귀검까지도 얼굴이 하얗게 졌고 청의 노자의 위력에서 못 이겨 반 보를 후퇴했다.“구, 구준......”손가을은 염구준 옆에 서서 청의 노자의 위력을 느꼈고 마음이 슬슬 떨기 시작했다.이런 경우인데도 염구준과 잡은 손바닥이 뜻밖에 따뜻하고 손가을에게 용기를 준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나는 기회가 줬는데 너희들이 소중함을 모르는 것 같구나.”염구준은 고개를 돌아서 손가을을 보고 위로의 눈빛을 전했다. 곽빙군과 청의 노자에게 말했다. “이제 결과를 내렸어, 곽씨 가문은 전부 재산을 걸 뿐만 아니라 박군의 시체까지 데리고 싶지도 마!” 염구준의 말을 끝내자, 청의 노자와 곽빙군은 동시에 어리둥절했다.‘전부 재산을 배상하고 박군도 죽어야 하고?’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아빠, 청의 노자!”박군은 이미 보안들에게 얻어맞은 몰골이 되었고 바닥에서 누워서 소리를 치면서 염구준을 손가락질했다. “빈말 하지 마, 바로 그 남자를 죽여라, 반드시!!”박군의 와이프 곽여도 옆에서 미친 듯이“청의 노자, 어른 죽여라!”라고 외쳤다.청의 노자는 곽빙군과 서로 눈을 마주치고 찬웃음으로 말했다. “노부의 위력에서 변색하지 않는다면, 염구준, 너가 화경일 거야.” “이렇게 젊은데도 이런 뛰어난 무예는 훌륭하지만 너가 진짜 발칙하고 사람을 잘못 건드렸다!”한 걸음을 앞으로 움직이고 눈동자까지 힘을 쓰고 염구준을 죽도록 주시했다.화경력이 엄청난 강자로서 기혈의 힘과 내공이 하나로 되고 정기가 고도로 응집되어 있었다.이 눈빛이 마치 칼로 사람을 죽듯이 안목에서 살의가 넘쳤고 보통 화경 무예 자의 의지를 쉽게 무너뜨릴 수 있었다.단......“이런 작은 잔꾀를 부리지 마, 창피하지 않아요?”염구준은 안색이
’청의 노인은 온 운해 시의 사람을 겁먹게 할 수 있는 화경 강자였다, 뇌어혈을 걸려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죽었다니? 어디 이런 우연한 일이 있을까? 앞의 이 염씨 남자가 도대체 무엇을 했을까?’"내가 말을 했잖아"염구준은 청의 노인의 시체를 쳐다보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곽씨 가문은 전부 재산을 걸 뿐만 아니라 박군도 반드시 죽어야 해, 곽씨 주인은 이제 또 다른 질문이 있으세요?"곽빙군은 몸이 움찔하고 땅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입술도 자발적으로 떨며 아무 소리도 나오지 못했다.가슴이 아팠다.청의 노인은 갑작스럽게 죽었고, 곽빙군의 후원자는 순식간에 무너져 버렸다.그리고 멀리 북쪽에 있는 어르신에게 만약 청의 노인이 사망 소식을 접한다면, 아마노여움을 금치 못할 것이고, 곽씨 가문을 결코 쉽게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이 개새끼 박군은 누구한테 미움을 사는 게 나쁜 건지, 왜 하필 엽구주에게 미움을 사는 것인지?!’"혹시, 제가 세력을 믿고 남을 업신여긴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염구준은 손가을의 옥손을 잡고 복도에 떨고 있는 옛 동창들을 돌아보고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가 말씀을 드리는데 당신들이 생각하는 것을 틀렸다고 확실했다!”하고 손을 들어 살살 흔들며"홍 어르신, 모니터링하세요.”홍 어르신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순간적으로 반응하여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여보세요, CCTV를 즉시 보내라!”쓱쓱쓱쓱!경비원 몇 명이 서둘러 뛰쳐나가더니 불과 5분도 안 돼 USB와 태블릿PC를 들고 달려와 재생 버튼을 클릭했다.화면에는 이전 복도에서 발생한 장면이 바로 재생되기 시작했다."아, 빨리 보세요!”"박군이다, 정말 박군이다”"그는 가을을 괴롭히고 있었다......”동영상이 재생되면서 박군은 룸을 뒤쫓아 손가을을 괴롭혔고, 염구준은 소리를 듣고 달려와 박군을 혼내주었다...... 모든 과정이 일목요연하며, 전혀 논박할 수 없였다!"박군, 이 개 같은 놈!"손가을의 오랜 동창들
그의 재력이라면 대형 수영장을 만들어 향유고래를 키울 수도 있지만 바다가 고래의 고향이라 그러지 않았다.“선장, 고래가 엄청난데 잡지 않아요?”갑판에서 몸이 건장한 흑인 선원이 불만을 토로했다.눈앞에서 헤엄치며 돌아다니는 것이 전부 돈이니 그럴만했다.“독수리, 주둥이 닥쳐!”선장은 아직도 누군가 향유고래에 미련을 두자 버럭 화를 냈다.염구준이 어디 출신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발산하는 기운은 보는 사람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었다.독수리가 염구준을 힐끗 보고는 어쩔 수 없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나머지 선원들도 감히 반박하지 못하고 선장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저기, 아직 볼일이 남았어요?”선장은 염구준이 조용히 앉아 있자 조심스럽게 물었다.“여기서 가까운 부두로 데려다줘요.”염구준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이곳은 바닷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일단 상륙한 후에 어떻게 할지 계획을 세울 생각이었다.“그게…”선장은 난처한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어려우면 말씀하세요. 그렇다고 폭행을 휘두르면서 강요하지 않으니까.”염구준은 선장의 태도가 이상한 걸 눈치채고 분명하게 말했다.선박은 어부들 것이니 강제로 빼앗지 않을 것이다.그의 말에 선장은 솔직하게 말했다.“우리는 고래를 잡아서 생계를 유지해요. 이제 나와서 한 마리도 잡지 못했는데, 이대로 돌아가면 손해가 엄청납니다.”그들은 염구준이 무섭지만 돈을 벌지 못해 가족들이 굶는 것이 더 무서웠다.“그런 거라면 어렵지 않아요. 얼마를 원하세요? 육지에 도착하면 내가 줄게요.”염구준에게 있어 돈으로 해결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100만 달러. 약속을 지켜야 합니다.”선장은 믿지 않는지 거액의 가격을 부르면서 떠보았다.듣기에 높은 가격이지만 따져보면 수리비용, 연료, 인건비 등등 모두 제외하면 얼마 남지 않으니 합리적인 가격이었다.“이걸로 담보할게요. 어차피 당신네 선박에 있으니까 도망치지 않아요.”염구준은 상대방이 걱정하는 걸 알아차리고 딸에게 선물하려고 주은 주먹
이튿날, 미지의 바다에서 향유고래 한 마리가 헤엄치고, 등에 한 사람이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그 사람은 바로 염구준이었다.사방에 온통 푸른 바다라 지금 어느 곳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다.지금은 고래가 바닷가로 데려가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고래야, 잘 부탁한다.”“우웅!”둘은 서로의 말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수시로 교류했다.염구준이 눈을 감고 운기조식하다가 배고프면 심해의 눈물로 에너지를 보충했다.신기한 것은 한 방울만 먹어도 하루를 버틸 수 있었다.뿌우우우웅!그때 멀리서 선박 소리가 들렸다. 염구준은 눈을 번쩍 뜨고 소리를 질렀다.“저기요! 여기 사람 있어요!”목소리에 기운을 담았더니 쩌렁쩌렁한 소리를 지를 때마다 수면이 음파에 진동하는 것 같았다.어디선가 나타난 선박에 그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슥!그런데 선박에 다가간 순간, 상대방이 고래를 잡는 쇠고랑을 발사하는 것이었다.염구준은 재빨리 검기로 밧줄을 잘라버렸다.선박은 그를 구하러 온 것이 아니라 향유고래를 잡으러 온 것이었다.생각하지 않아도 고래의 용연향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스스슥!선박에 있는 사람들은 고장난 줄 알고 이번에 작살을 던졌지만 역시 염구준에게 잘려서 바다 밑으로 들어갔다.상대방과 가까워지자, 염구준은 그들의 선박에 번쩍 뛰어올라 엄숙하게 경고했다.“멈춰. 아니면 무력으로 대응할 거야.”선원들은 대부분 기운이 없는 평범한 어부였다.그들은 염구준이 먼 곳에서부터 뛰어올라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는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여기서는 고래를 잡는 걸 허락해요.”한참 뒤, 선장은 국제 감독기관에서 온 줄 알고 시큰둥하게 대답했다.“이 고래는 내 친구예요. 어떻게 할지 잘 알겠죠?”염구준은 선장을 노려보며 차갑게 되물었다.“알았어요. 이 사람 말을 못 들었어? 당장 작살을 내려놔!”선장은 상대방이 보통이 아니란 걸 눈치챘는지 바로 선원들에게 지시했다.그러자 당황한 선원들은 정신을 차리고 지시대로 작살을 내려놓았다.염구
감히 그의 전우나 다름없는 고래를 잡아먹으려고 하다니,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만약 향유고래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지금쯤 심해 밑에서 죽었을 것이다.“염 선생님, 안 돼요!”당황한 노신기 일행이 다급히 나서서 말렸지만 염구준은 듣지 않았다.그는 요트를 타고 서해충에게 다가가 검을 휘둘러 공격했다.“당장 토해!”염구준은 두 손으로 검을 들고 번쩍 뛰더니 위에서 서해충을 자르려고 했다.오늘 무슨 일이 있어도 고래를 살려낼 것이다.“하악!”뿔난 서해충이 나지막하게 울부짖더니 커다란 입을 벌이고 염구준을 통째로 삼키고는 물속으로 들어갔다.그 장면을 본 사람들은 모두 경악하고 말았다.심지어 천기문의 고위층들도 진정할 수 없었다.“염 선생님!”“안 되겠어. 모든 음성탐지기를 던져!”노신기는 당황한 마음에 맞서 싸우려고 명을 내렸다.유동심연의 사방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이번에 오면서 대량의 음성탐지기를 챙겼었다.그러나 워낙 위력이 강한 무기라 함부로 사용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염 선생님, 제발 잘 버텨줘요.’촤아악!이제 막 음성탐지기를 내려놓고 가동하려고 할 때 눈앞에서 거센 물보라가 솟구치는 것이었다.해저 지진으로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서 일으킨 쓰나미였다.“다들 선실로 들어가!”위급한 상황에서 노신기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가문을 지켜야 했다.선박 세 척은 쓰나미에 밀려 먼 곳까지 흘러갔다.한편, 바다 밑은 난리도 아니었다.서해충 체내에 들어간 염구준은 선사 시대의 바다 생물과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다.그가 공격할 때마다 서해충은 심한 고통을 느꼈는지 커다란 몸집을 꿈틀거렸다.실은 서해충이 삼킨 것이 아니라 그것이 도망칠까 봐 염구준이 스스로 잡혀 먹힌 것이었다.한참 공격하면서 돌진했더니 드디어 향유고래가 있는 곳까지 다가갔다.“구자검법! 검일참공!”그는 기운을 폭증시켜 강력한 살술로 서해충의 몸에 길이가 10미터되는 상처를 냈다.잘린 부위에서 바닷물이 역류하여 들어올 때, 염구
동물의 감각은 때론 인간보다 훨씬 뛰어났다.특히 바다에서 자란 생물이라면, 웬만한 레이더보다도 훨씬 빨리 감지할 수 있었다.쿠쿵!혹시라도 싸울 수 있기 때문에 다들 몸에서 기운이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아래쪽에서 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어.”염구준은 날카로운 눈으로 바다밑을 바라보며 말했다. 작은 검은 점 하나가 눈에 보일 정도로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었다.아직 수면까지 오지도 않았는데, 그 그림자는 이미 성체 향유고래와 맞먹는 크기였다.‘설마, 진짜 서해충이 있는 건가?’“목표가 공격 범위에 진입했습니다. 모든 작살 준비 완료했습니다.”대원들은 지시가 떨어지고 나서 3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내에 모든 준비를 마쳤다.“쏴!”노신기는 참을성 없이 바로 명령을 내렸다.‘망했다!’염구준은 말리려고 했지만 결국 말리지 못했다.물속의 거대한 생물체는 어선보다도 커서 자칫하다간 오히려 배가 끌려갈 수도 있었다.슥! 슥! 슥!고래를 잡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세 척의 어선에서 수십 발의 대형 작살이 물밑의 검은 그림자를 향해 발사되었다.타겟의 몸집이 컸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살이 정확하게 꽂힐 수 있었다.“끌어 올려!”노신기는 고래 잡이를 할 때 쓰던 방식을 운용하며 숙련하게 명령을 내렸으나 기계를 최대치로 올려도 타겟을 끌어오리지 못했다.이에 조타실에서 다급하게 소식을 전했다.“큰일입니다. 어선이 저것에 의해 유동심연 쪽 소용돌이로 끌려가고 있어요!”배는 엄청난 속도로 끌려갔다. 배 자체가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속도였다.“밧줄을 끊어!”염구준은 노신기의 무전기를 낚아채고 지휘권을 넘겨받았다.“속도가 너무 빠른 탓에 꽉 감겨서 끊을 수가 없습니다.”조타실에서 절박한 답변이 돌아왔다.현대식 어선은 전부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이 상황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우웅!염구준은 결국 검기를 날렸고, 날카로운 검광이 연달아 번쩍이며, 단숨에 밧줄들을 잘라냈다.이에 배가 거대한 관성에 휘청이며 흔들렸고, 균
오늘 만약 염구준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그들은 전부 물고기들의 먹이가 되었을 것이다.“빨리 항행하라고 하세요. 뭔가 이상합니다.”염구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람들은 이해가 되지 않아 어리둥절해졌다. “네, 말하고 오겠습니다!”그러나 눈치가 생긴 사람들은 염구준의 뜻을 알지 못해도 그대로만 하면 된다는 걸 알고 있어 곧바로 달려갔다.그들은 염구준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았다.염구준은 흡족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면을 바라보며 물었다.“스텔라성의 성주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십니까?”이번에 스텔라성의 성주는 두 개의 판을 짰는데, 하나는 겉면으로 보이는 부성주 베르였고, 다른 하나는 오랫동안 숨어있던 노대영이었다. 다른 걸 다 따지고 나서 판을 짠 것만 본다면 정말 훌륭한 계획이었다.그랬기에 염구준은 그를 중시했다.노신기와 아타는 미간을 찌푸리고 서로를 바라본 뒤, 늙은 아타가 입을 열었다. “성주의 이름은 노세입니다.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로, 진 적이 없습니다.”“하지만 지난 20년간, 외부에서는 그의 모습을 본 이가 없습니다. 폐관 중이라는 소문도 있고, 이미 사망했다는 이야기도 돌고 있지요.”“그의 정보는 극히 제한적이라, 저희도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이야기를 들은 염구준은, 오히려 흥분한 듯한 웃음을 지었다.“흐음, 전부 사실이라면 꽤 괜찮은 상대가 되겠군요.”방금, 막 육체의 극한을 돌파한 염구준은 적당한 시험 상대가 필요했다.‘대단해.’주변 고위 간부들은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염구준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다만 약간 이해가 되지 않을 뿐이었다.스텔라성 성주 같은 괴물은, 대부분 기겁하며 피하려 하는데, 정면 승부를 기대한다니까 말이다.“그나저나 염 선생님, 전에 올라오실 때, 인원이 적던데, 혹시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노신기는 다른 걸 얘기하기 위해 화제를 돌렸다.“아, 이거 아십니까?”그의 손에는 투명한 비닐에 담긴 작은 물방울이 들려 있었는데, 외부에는 진기가 감돌았다.‘어라?’조금 더
이 독에 중독된 무인은 일시적으로 기운이 흩어지고, 단전이 봉쇄되어, 꼼짝없이 폐인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만약 과다 복용할 경우, 목숨까지 위험해질 수 있었다.“이런 희귀한 독약은 스텔라성 성주가 준 거겠지?”염구준이 흥미롭게 물었다.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진짜 산기봉단을 보았고, 게다가 그 양이 상당했기 때문에 꽤나 관심이 갔다.“맞아. 얼른 저 녀석을 잡아!”노대영은 승리자처럼 손을 휘저으며 부하들에게 명령했다.그는 희귀한 독약인 산기봉단에 절대적인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에휴.”아타 등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한숨을 쉬었다.염구준마저 당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었다.이제 구세주가 사라졌으니, 최악의 경우 전부 몰살당할 수도 있었다.“가서 두들겨 패! 나 아까 진짜 쫄아서 오줌 쌀 뻔했단 말이야!”몇몇이 소리치며 달려들었고, 염구준을 한껏 때려서 화풀이를 하려 했다.반보천인급 고수를 때릴 기회는 흔하지 않으니까 말이다.우웅. 그러나 그 순간, 검광이 번쩍이더니 달려들던 사람들 전부가 쓰러졌다. 그들의 목에는 옅은 혈흔이 있었는데, 상처는 아주 작았지만 모두 목숨을 잃었다.“이 독이 아무리 강해도, 나를 상대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어.”염구준은 조용히 진기를 운용하며, 체내에 남아 있던 독기를 모두 없애버렸다.육신이 이미 반보천인의 극한의 경지에 다다른 탓에 약물 저항성도 엄청나게 강해져 그는 산기봉단 같은 독약 따위를 두려워하지 않았다.“너... 이건 말도 안 돼!”노대영은 절규하듯 외쳤다.희망이 눈앞에서 산산조각 나자, 정신이 붕괴되기 직전이었다.곧 있으면 승리할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게 다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차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스텔라성 성주랑 뭘 꾸민 거지?”염구준은 서두르지 않고 물었다.해독제 같은 건 이제 관심 없었다. 상대가 정직하지 않으니까 말이다.“난 진작 그분의 문하로 들어갔어. 언젠가는 그분이 내 복수를 도와줄 거다!”“아버지의 원수를 갚겠다는데,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
염구준은 주머니를 집어 들어 곁에 있던 그레이에게 휙 던져주며 분부했다.“먼저 기운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해독제를 나눠줘.”“네.”그레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노대영을 흉악하게 노려보았다.반보천인으로서 이런 함정에 걸려들었다는 게 조금 창피해서였다.노대영은 사태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흘러가는 걸 감지하고,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할 말이 있습니다.”“해.”염구준은 싸늘한 표정으로, 단 한 마디만 툭 내뱉었다.그레이와 다른 이들이 힘을 회복하고 나면, 그는 절대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기에 곧 죽을 이의 유언쯤은 들어줄 수 있었다.노대영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얼른 말을 이었다.“자식으로서 아버지의 원수에게 복수하는 건 당연한 일이죠?”“그래.”염구준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딱히 다른 변수가 없다면, 이 말을 부정할 이유가 없어서였다.‘어라?’이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 눈을 크게 떴다.말투로만 보면, 염구준이 노대영의 편을 들어주려는 것 같아서였다.그러나 방금 전에는 또 그들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그들은 염구준이 무슨 생각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노대영은 염구준의 마음을 돌린 줄 알고 속으로 기뻐하며 바로 말을 이었다.“이 도리를 알고 계시니, 그럼 행동에 옮겨도 되겠죠.”노대영은 혹여나 다른 변수가 있을까 두려워 단검을 꽉 쥐고 중상을 입고 바닥에 쓰러져 있던 노신기에게 달려들었다.그레이 등이 조금 있다가 어떻게 나올지는 크게 신경 쓸 틈이 없었다. 복수를 하는 게 우선이었으니까 말이다.쾅!하지만 달려가자마자 염구준의 발에 얼굴을 맞아서 옆으로 나가떨어졌다.그의 코와 입에서는 순식간에 피가 줄줄 흘렀다.“날 가지고 노는 거냐, 염구준!”“허, 내가 나설지 안 나설지 짐작이 안 됐나봐?”염구준은 비웃으며 말했다.그는 노대영의 말을 부정하진 않았지만 상대방의 행위를 몹시 혐오했다.아버지를 죽인 원수에게 대놓고 복수하는 건 괜찮지만, 그 아비가 악행을 일삼던 사람이고, 은혜를 원수로 갚는 방식에,
그러나 몸속에 독이 퍼진 탓에 기운을 끌어올릴 수가 없어 모두 답답하게 속만 태울 수밖에 없었다. 노대영이 혓바닥을 자르려고 할 때, 멀리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대영 문주님, 염구준인 것 같습니다!”이름을 듣자마자, 노대영의 얼굴에서 희열이 싹 사라지고, 이내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기습에 성공한 후 바로 도망쳤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고래를 타고 쫓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염구준 한 사람만으로 충분히 그들을 몰살할 수 있었다.“어서 고래잡이 작살이랑 그물 그리고 멀리에서 공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준비해.”노대영의 가슴 깊은 곳에서 두려움이 급속히 퍼져갔다.허겁지겁 지시를 내리긴 했지만 겨우 쇳조각 몇 개로 염구준을 막겠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휙휙!염구준은 하늘을 가르며 날아오는 작살, 그물, 조명탄 따위를 보며 입꼬리를 비웃듯이 끌어올렸다.아직 사격거리에도 들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공격을 했기 때문이었다.‘적지 않게 겁을 먹었나 보네.’그는 생각했다. 역시나 첫 번째 공격은 전부 허탕이었다.염구준은 거대한 향유고래를 타고 빠르게 이동했고, 이윽고 두 번째 공격이 시작됐다.커다란 작살 하나가 고래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들었는데, 맞으면 죽지 않더라고 심각한 부상을 입을 게 뻔했다.우웅!염구준은 검기 한 줄기를 내보내 날아오던 작살을 두 동강 낸 뒤, 작살에 묶인 쇠사슬 위로 몸을 던져, 빠르게 어선으로 돌진했다.풍덩!향유고래는 거대한 물보라를 일으키며 물속으로 잠수했다.노대영은 염구준이 미친 듯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걸 보자마자 다급히 소리쳤다.“어서, 어서 배에 못 올라오게 사슬을 끊어!”그도 자신이 염구준과 맞서봤자, 단 한 줌의 승산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구자검법, 검일참공!”염구준은 배 위 인원들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망설임 없이 강한 검술을 발동해 검기를 날렸다.제대로 검기를 축적하진 못했기에, 완벽하게 완성된 검일참공은 아니었고, 약간의 반동
파악!곧이어 물기둥이 하늘로 솟구치며 거대한 향유고래가 염구준과 멀지 않는 곳에 떨어진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마치 떠나기 아쉬워하는 듯했다.촤악!염구준은 몸을 날려 향유고래의 머리 위로 뛰어오른 뒤, 세 척의 어선 쪽으로 진기를 날려 물보라 일게 했다.이에 향유고래는 곧장 방향을 틀고, 어선을 향해 빠르게 헤엄치기 시작했다.말이 통하지 않아 이런 방식으로 밖에 교류할 수 없었지만 별로 큰 문제는 없었다.그 시각, 1호 어선은 다른 어선보다 조금 더 시끌벅적했다.노대영은 배의 지휘권을 장악한 뒤, 끝까지 저항한 소수만을 제거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전부 포로로 붙잡아두었다.물론 그가 자비로워서가 아니었다.그저 이 모든 사람들이 자신이 어떻게 복수하는지 지켜보게 하기 위해서였다.“대영 문주님, 준비 완료됐습니다. 언제든 시작 가능합니다.”노대영에게 붙은 아첨꾼 하나가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 이번에 출정한 천기문 문도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노대영 편이었다.쿵!노대영은 부도 갑옷을 입은 채로 웃으면서 팔을 휘둘러 노신기를 바닥에 내던졌다.“악독한 놈. 네가 내 아버지를 죽였으니 난 오늘 아버지의 복수를 할 거다.”며칠 전에 대의를 위해서라면 혈연관계는 얼마든지 끊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그저 노신기를 안심시키기 위함에 불과했다. 그의 가슴 속에 맺힌 복수심은 한순간도 식지 않았었다.“하아...”노신기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의 창백한 얼굴엔 깊은 후회가 서려 있었다.‘그때 불쌍해 보인다고 해서 검은 머리 짐승을 거두는 게 아니었는데.’그는 생각했다. “모든 일은 내가 벌인 거니까 찢어죽이든, 뭘하든 나한테만 해. 상관없는 다른 사람들 건드리지 말고.”지금 이런 상황에 이른 이상, 그는 더 도리를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전에 이미 노대영에게 그의 출신을 말해주며 그의 아버지가 눈 깜빡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변태 악마라고 말해주었으나 그는 전혀 듣지 않았기 때문에 말해봤자 쓸모가 없다는 걸 알아서였다.스승과 제자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