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식이! 무릎 꿇고 사과하면 내가 용서해 줄게!”바실리는 일부러 침착한 척 삿대질을 하면서 호통쳤다.극악옥에서 위엄이 사라지면 모든 것이 끝이라,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하하하하.”염구준은 기가 차서 썰렁하게 웃어넘기고는, 발걸음을 옮겨 제자리에서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바실리의 앞에 나타났다.속도가 너무 빨라서 경악할 지경이었다.컥!염구준은 바로 손을 내밀어 바실리의 검지를 잡고 힘을 주었다.“삿대질을 하니까 기분이 좋아?”“악! 손 놔!”바실리는 한참 뒤에야 반응하고 힘껏 손을 빼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다.너무 아파서 안색이 변하고 이마에 땀까지 흘렀다.“지금 내게 명령하는 거야?”염구준은 손에 힘을 더 주었다.“안 돼. 내 아빠는 라이오넬이야. 내가 다치면 절대 널 가만두지 않아!”그래도 바실리는 굴복하지 않고 협박했다.이곳 수십 리 범위 내에게 라이오넬의 말은 절대적이었기 때문이다.“하긴, 이것으로 부족하지.”염구준이 중얼거리더니 이번에 발을 들어 놈의 가슴을 차버렸다.일격에 맞은 바실리는 저 멀리 나가 떨어졌는데 하마터면 숨이 멎어 죽을 뻔했다.“누가 내 아들을 괴롭혀?”마침 한 그림자가 별장에서 걸어나오며 염구준을 향해 포효했다.그의 몸에서 전해지는 기운은 매우 강했다.“라이오넬, 오셨습니까?”보스가 나타나자 부하들이 동시에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절을 올렸다.쿵!라이오넬은 기운을 손바닥에 모아 공포스러운 힘으로 힘껏 공격했다.‘평범한 반보천인이네.’상대방의 실력을 알아챈 염구준은 손가락에 검결을 휘감고 놈의 손바닥을 찔렀다.“엄청 강해!”두 사람의 공격이 부딪치는 순간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며 라이오넬이 뒤로 밀려났다.한 초식으로 우열이 갈린 것이다.“재미있는 장법이네.”염구준은 상대방에게 칭찬하고는 계속 공격할 자세를 취했다.“잠깐! 내가 졌다.”하지만 라이오넬은 저린 팔을 흔들며 도도하게 쳐든 머리를 숙였다.방금 일격으로 두 사람의 실력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바실라 부하들은 바삐 움직여 물자를 트럭에 옮겼다.차량이 하나둘씩 항구를 떠나자 염구준은 선장과 한 차에 올라탔다.가는 도중에 선장은 계속 염구준을 힐끔 쳐다보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선생님, 제발 살려주세요!”염구준은 창밖의 황폐한 광경을 바라보며 시큰둥하게 말했다.“내가 왜 그래야죠? 극악옥에서 곧 패권자의 사돈이 되는데 좋은 일 아닙니까?”이곳에서 흘러가는 분위기를 모르거니와 끼어들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게다가 극악옥에서 결백한 사람을 찾는 것은 다리 세 개인 두꺼비를 찾는 것보다 더 어려웠다.그러니 할아버지와 손녀가 괴롭힘을 당해도 별로 가엽지 않았다.“아나는 어려서부터 부모를 잃고 얼마나 고생하면서 자랐는데요…”선장은 입을 열자마자 30분 넘게 가슴 아픈 사연을 털어놓았다.정말 눈물 없이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을 정도로 처절했다.염구준은 안쓰럽게 생각했는지 고개를 돌려 선장을 쳐다보았다.“그 말이 사실이라면 도와주겠지만 거짓말이라면 선장을 죽일 거예요. 어떠세요?”그가 수지가 맞는 선택을 내놓았더니, 선장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망설였다.“그게… 방금 너무 부풀려서 말한 거 인정할게요. 그러니까 제발 도와주세요!”염구준이 입꼬리를 올리며 콧방귀를 뀌었다.“흥, 극악옥에서 살기로 결심했으면 죽을 각오를 해야지.”“하지만…”선장이 기회를 놓칠까 봐 한사코 설득하자, 염구준이 손을 들어 그의 정체를 까밝혔다.“조이스, 스티나는 성조국의 특급 범죄자야. 4년 전에 두 사람이 사기를 치다가 팀에게 폭로되자 동료들을 죽이고 소리 없이 사라졌어. 내 말이 맞아? 조이스.”방금 염구준이 선장의 사진을 전신전의 통신 채널에 보내어 정체를 확인했었다.그러면서 자신을 속이려 하다니, 조커가 따로 없었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선장은 충격을 받았는지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물었다.성조국에서 사고 친 후로 극악옥에 숨어 살았기에 지금은 누구도 알아보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염구준이 그것을 낱낱이 밝혀낸 것이다.“
극악옥에서 적룡 존주를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은 용하에서 염구준을 죽이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으니,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다.적룡 존주가 재기할 때 극악옥의 치안 담당자와 강력한 무술인들을 참살하고, 그들의 시체를 밟고 지금의 명성을 만들어냈다.그러니 적룡 존주야말로 극악옥의 하늘이었다.주변 사람들이 갑자기 안색이 돌변하더니 흥분하며 외쳤다.“저놈을 죽여서 적룡 존주에게 바치면 큰 공을 세울 수 있어.”“내 거야. 누구도 빼앗지 마!”“웃겨! 먼저 죽이는 사람이 임자야!”“…”놈들은 본인이 먼저 공로를 세우겠다고 앞다투어 염구준에게 돌진했다.앞으로 적룡 존주를 따른다면 먹을 것 때문에 죽기 살기로 싸울 필요도 없었다.그들은 아직도 자신들이 어떤 존재를 상대하는지 알지 못했다.’“내 목숨으로 부귀영화를 바꾸겠다고? 그럴 능력이 있는지 어디 보지.”염구준은 천 명이 넘는 인파를 둘러보며 날카로운 검을 들었다.검을 몇 번만 휘두르면 전멸할 오합지졸들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윙!검명이 그치지 않고 계속 검기를 발사해 놈들을 공격했다.실력이 약한 놈들은 검기가 스치기만 해도 중상을 입고 쓰러졌다.날카로운 검끝을 누구도 막을 능력이 없었다.“뭐야? 겨우 이 정도야?”염구준은 공격을 멈추지 않고 종횡무진하는 검기를 사방에 발사했다.순식간에 수십 명이 그의 검에 목숨을 잃고 대부분 중상을 입었다.천 명 넘는 무리에 반보천인 한 명도 없으니 꼼짝없이 당하기만 했다.어떤 놈들은 아예 바닥에 드러누워서 죽은 척 연기까지 했다.맹렬한 공격이 계속되자, 놈들은 겁을 먹고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다.“도망쳐! 저놈은 반보천인이야!”“완전히 악마야! 빨리 도망쳐!”“젠장, 너무 강해! 가까이 갈 수도 없잖아.”아무리 천 명이라도 목숨만 잃을 뿐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뒤에 있는 무리는 공격도 못하고 싸움이 끝났다.염구준은 검을 거두며 우렁차게 외쳤다.“내게 도전하는 놈들은 전부 죽을 줄 알아!”그의 목소리가 항구에 메아리 치며 모두의 귀에 똑
”잡것들과 싸울 생각이 없어.”염구준은 멈추지 않고 계속 다가갔다.방금 복면 대장이 죽일 각오로 비수를 던졌는데 가볍게 받아 칠 줄은 몰랐다.그때 살 기회를 찾은 선장이 악을 쓰며 외쳤다.“선생님, 제발 저희를 살려주세요! 사례는 후하게 드리겠습니다.”생사가 걸린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부탁했다.퍽!“닥치고 있어!”짜증이 밀려온 대장은 한 발로 선장의 얼굴을 차서 피투성이로 만들었다.지금 염구준의 기운만 보아도 정말 적이 되고 싶지 않았다.“자살하든지 아니면 내가 죽여줄게.”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도는 가운데 염구준이 싸늘하게 두 가지 선택을 제안했다.그가 나선 순간부터 이들은 이미 죽은 것으로 결정되었다.“휴.”복면 대장은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을 감추려고 깊은 숨을 내쉬며 앞으로 나섰다.“그렇다면 목숨을 걸고 싸워야지. 죽여라!”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복면인들이 전부 달려들어 포위했다.극악옥의 죄인들은 일년 내내 위험에 시달리면서 살아왔기에 순순히 당하지 않았다.우쿵쿵!염구준이 제자리에서 기운을 발사해 복면인들을 휩쓸어 버리자, 실력이 약한 놈들은 전부 피바다에 쓰러졌다.“너희 둘은 조금 봐 줄만 하네.”중상을 입었지만 살아남은 전신지상 두 놈에게 염구준은 칭찬을 보냈다.그 말인즉슨 복면인들 중에서 두 사람만 살아남았다는 의미였다.쿵!두 놈은 단번에 전의를 상실하더니 갑판에 무릎을 꿇고 앉아 살려달라 빌었다.“선생님, 저희가 안목이 없어서 선생님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이 화물선의 물자는 모두 선생님의 것입니다.”얼마나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리고 목소리가 떨렸다.염구준이 반보천인 실력을 아낌없이 발휘한다면 평범한 초식이라도 놈들을 쉽게 죽였을 것이다.푸악!“다음에 네 차례야.”싸늘한 그의 목소리에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극악옥의 인간쓰레기들이 찾아온다면 용서할 것도 없이 전부 죽일 것이다.“잠깐만! 우리 대장은 적룡 존주야!”죽기 직전에 이르자, 복면 대장은
극악옥.화물선의 뱃머리에 한 남자가 검갑을 메고 뚝하니 서 있었다.염구준은 가족들을 안전한 곳에 안배한 뒤, 쉴 틈이 없이 달려왔다.손태석의 안전이 달린 일이라 지체할 수 없었다.“극악옥, 가만두지 않겠어.”그는 해안선에서 서서히 드러나는 도시 윤곽을 보았다.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벽이 검게 그슬렀는데 누추한 곳에 타락한 음모의 냄새가 가득했다.이곳은 말 그대로 세계 각 나라의 범죄자들을 유배하는 감옥이었다.오래전에 관리자가 생긴 이후로 모든 치안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다가, 사고로 돌아간 후 다시 통제력을 잃고 온갖 죄악들이 판을 치고 있었다.이곳의 실세가 바로 적룡 존주였다.화물선에서 선장은 음식이 푸짐하게 담긴 식판을 들고 손녀에게 말했다.“아나, 저 선생님한테도 갖다 드려. 저기 뱃머리에서 하루 종일 서 있는구나.”아나는 자기 밥만 먹느라 바빠서 일어나지 않았다.“싫어. 먹고 싶으면 알아서 먹으라고 해. 꼴 사납게 폼잡고 있어.”“이 녀석아!”선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꾸짖더니 어쩔 수 없이 직접 식판을 들고 염구준에게 다가갔다.가는 도중에 그를 태운 거라 서로의 정체에 대해 전혀 아는 게 없었다.극악옥은 워낙 위험한 곳이라 왕래하는 교통 도구가 극히 적었다.그러니 이곳에 오는 상인들은 평범한 인물들이 아니었다.“선생님, 식사하세요. 무슨 일을 하든 일단 배를 채워야 힘이 나는 법입니다.”선장이 미소를 지으며 두 손으로 식판을 건넸다.겉으론 친절해 보여도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만약 염구준이 뱃머리에 서서 강력한 기운을 보여주지 않았다면 선장도 이렇게 공손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다.이 세상은 역시 어디를 가나 강자를 존경했다.“감사합니다.”염구준은 사양하지 않고 식판을 받았다.이번 목적은 손태석을 구하고 적룡과 흑풍을 제거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앞에 있는 노인과 극악옥의 세력 분쟁에는 끼어들지 않을 것이다.“별말씀을요. 더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극악옥에서 아는 것이 많을수록 명을
청해병원.“비켜. 어르신을 찾아올 거야.”공무적은 입가에 묻은 핏자국을 닦으며 호찬에게 부르짖었다.반보천인 무술인이 청해에 있었는데 흑풍 존주를 막지 못한 것이 치욕스럽기 그지없었다.그는 흑풍 존주의 습격으로 단번에 중상을 입었으니 나머지 부하들은 전혀 막을 방법이 없었다.일극 반보천인은 그 정도로 막강했다.쿵!“어떻게 된 일입니까?”염구준이 중환자실 문을 열고 나지막하게 물었다.장모와 장인이 납치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 얼마나 마음이 조마조마했는지 모른다.그래서 아내와 딸이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데리고 오지 않았다.“에휴, 염 선생. 내가 잘못했어요.”공무적은 중상을 입은 몸으로 무릎을 꿇고 사과했다.두 노인을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그것을 지키지 못해서 너무 미안했다.염구준은 이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단번에 그를 부추겨 세웠다.“울지 마세요. 지금 어디에 있어요?”“청해 부두로 가는 걸 누가 봤답니다.”공무적은 말하면서 나설 채비를 했지만, 염구준이 단번에 막아 나섰다.“방금 내가 말을 심하게 했어요. 나 대신 청해를 잘 지켜봐 주세요.”그는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시야에서 사라졌다.청해를 지키는 무술인들이 모두 부상을 입었으니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그들은 이미 최선을 다했으니까.“염 선생, 조심…”누군가 주의를 주려고 했지만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청해 부두.갈색 피부에 몸이 건장한 남자가 계속 시계를 확인하더니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시간 됐어. 출발하자!”그런데 누군가 불쑥 튀어나와 제지했다.“리암 대장, 안 됩니다. 흑풍 존주가 안배한 시간까지 아직 15분이 있어요.”퍽!리암은 듣기도 귀찮아 한 주먹으로 그놈을 죽여버렸다.“죽고 싶으면 계속 주둥이 나불거려!”웅!선함의 기적소리가 울리면서 어선은 바다로 출발했다.용하에 무술인들이 엄청 많아서 1분이라도 지체했다가 죽을까 봐 겁이 난 것이다.“휴, 드디어 떠나네.”리암이 해안가를 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쿵!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