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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반지가 아니라 반짝이는 순금의 작은 토큰이였다. 정면에는 부조였고 뒷면에는 “G.J”라고 적혀있었다. 토근은 마치 수라장을 포위한 듯 살기가 넘쳤다.

G.J 토큰!

4대 전존을 통솔하고 7대 전왕을 거느리며 108명의 전장에 백만 전사를 지배하는 용제국 최고의 영예이자 전신전 전주가 세운 공을 상징하는 토큰이다. 전신전 전주를 대표하는 토큰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이 토큰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 손가을은 입술을 깨물었고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청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아니, 5년간 무수히 환상을 해왔던 일이다!

5년...

그동안 너무 많은 억울함을 당했고 너무 많은 고난이 있었다!

그날, 목숨 걸고 교통사고로 다친 청년을 구했다! 그날 저녁, 술에 취한 남자에게 몸을 바쳤다! 그리고 5년 동안, 그녀는 부드러운 목소리를 잃었고, 손씨 집안 맏딸의 자리를 빼앗겼고 심지어 부모님께도 피해를 끼쳐 집안에서 쫓겨나게 만들었다!

5년 사이, 그는 염희주를 낳았고 이별이 만남보다 많은 나날을 보냈다. 그나마 딸을 낳아서 다행히 모녀의 정은 지킬 수 있었다.

그렇게 오늘까지 기다렸다.

오늘, 그녀의 남자가 돌아와 그들의 딸을 구하고 서석호 손에서 그녀를 구해줬다.

그리고 손혜린과 이혼을 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녀에게 청혼을 했다.

전부 가짜라고 해도, 염구준이 돈을 들여 섭외한 사람과 차라고 해도, 이 모든 게 거품같은 환상이라고 해도, 너무 행복했다.

염구준의 마음만 있으면 충분했다.

“결혼해, 결혼해...”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주변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행인들이 박수를 보내며 흥분한 채 소리 질렀다. “결혼해, 결혼해...”

염구준 뒤에있는 주작전존과 호위대들도 전부 오른손을 가슴에 놓고 소리쳤다. “결혼해, 결혼해...”

결혼...

손가을은 입술을 꽉 깨물고 터져 나오는 울음을 꾹 참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염구준 손에서 G.J 토큰을 받았다!

무거운 G.J 토큰은 철로 만들어진 것 같았다. 반지가 아니지만...

그게 무슨 상관인가?

염구준은 그녀의 남자고 염희주의 아빠다, 그것이면 충분했다!

“하하!”

염구준은 크게 소리 내 웃었다. 그는 왼팔로 염희주를 안고 오른팔로 손가을의 허리를 감쌌다. 염구준은 의기양양했다.

그의 여자와 그들의 딸.

그들을 전부 품에 안았다.

고난은 다 지나갔다. 오늘 전부 끝이 났다. 앞으로 염구준은 그들을 데리고 정상으로 올라가 그녀들에게 좋은 세상을 보여줄 거다. 그의 여자와 아이, 그들은 이 모든 걸 누려야만 마땅했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주작전존과 호위대는 무릎을 꿇은 채 주먹으로 가슴을 쳤다. 그들의 고함소리는 하늘까지 치솟았다. “축하드립니다. 부인! 축하드립니다.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아가씨! 축하드립니다. 부인!”

소리는 거리를 지나 사면팔방으로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망할 것, 쓰레기, 빌어먹을...” 멀지 않은 곳에서 이 모든 걸 지켜본 손혜린은 이를 갈며 손톱이 살에 파이도록 힘껏 주먹을 쥐었다.

부끄러움이 노여움으로 변해버렸다.

차는 빌린 거고 사람은 고용한 거라고 해도 이렇게 굉장한 청혼은 너무 놀라웠다!

능력도 없는 염구준과 벙어리 손가을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일을 벌이고 또 무슨 재주로 이토록 많은 사람의 박수와 축복을 받았을가?

그들에겐 너무 과분한 일이다!

“혜린아, 가자!” 서재원이 독살스러운 얼굴로 손혜린을 자기의 차로 끌고 갔다.

그는 기사더러 빨리 차를 운전하라고 하면서 이를 물고 백미러로 보이는 염구준과 사람들을 쏘아봤다.

길거리 청혼, 판을 좀 크게 키웠다고 자기가 굉장하다고 생각하나 보지?

딱 기다려!

내가 바로 진짜 굉장한 게 뭔지 보여줄 테니까.

우리 일들은 내가 천천히 하나 하나 다 따질거야!

서재원과 손혜린이 그렇게 떠났다.

지니어스 클럽 밖, 거리에서 진행된 성대한 청혼 의식도 끝이 났다.

지나가는 행인과 차량도 환호 속에서 점차 흩어졌고 염구준도 염희주를 안은 채 손가을과 함께 자기의 차를 탔다.

“주군!” 붉은 군복차림의 주작전존이 직접 운전석에 앉아 공경하게 “묵을 호텔 이미 준비해 뒀습니다. 지금 바로 호텔로 모실까요?” 라고 물었다.

염구준이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염희주가 외할머니, 외할아버지와 함께 은빛 아파트에 산다고 했었다. 이미 영광스럽게 돌아왔으니 장인과 장모를 만나러 가야 했다.

“은빛 아파트” 염구준이 손을 저으며 말했다. “출발!”

호화로운 차들은 빠르게 시내를 벗어나 근교에 자리 잡은 은빛 아파트를 향해 달려갔다!

은빛 아파트

5년 전에 이미 도시 재개발 계획에 포함되었지만 외진 데라 개발 가치가 떨어진다며 철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주민이 거의 전부 이사를 가서 이젠 거의 퇴직한 아저씨, 아줌마만 남아있다. 그 외에는 경제 능력이 떨어지는 일군들이 이 곳 값싼 셋집에서 살고 있다. 주변에 생활용품을 파는 작은 상점 외에는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

“G.J” 번호판을 단 고급 차들이 아파트 단지 앞에 서서히 멈춰 섰다.

“아, 아아...”뒷좌석에 앉아있던 손가을은 창밖의 아파트 단지 대문을 보더니 살짝 이마를 찌푸리고 빠르게 손을 놀리며 수어를 했다.

“구준 씨, 차 못 들어가게 해, 이 사람들 내리지 말라고 하고!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한 거 너무 감동 받았어, 그런데 엄마 아빠는 옛날 사람들이라 이런 거 싫어해. 돈 주고 사람 구하고 차 빌렸다는 거 알면 말은 안 해도 많이 불편해 하실거야.”

“...”염구준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냥 웃었다.

돈 주고 사람 구하고 차 빌렸다고?

전신전 전주가 아내에게 이런 인상을 남기다니!

“그래.” 그는 뭐라고 변명하지 않고 웃으며 염희주를 안고 차에서 내렸다. 그는 전사들에게 손을 흔들고는 손가을과 함께 아파트 단지 대문을 향해 걸어갔다.

그 시각.

단지 2호 4동 108번, 10평이 채 되지 않는 낡은 집에는 손씨 집안의 셋째 아들 손태석과 그의 아내 진숙영이 소리 없이 방금 만든 점심을 먹고 있었다. 다운된 분위기였다.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밖에서 방문이 열리더니 염희주가 깡충깡충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아이는 기쁘게 말했다. “봐봐요, 우리 엄마랑 아빠랑 같이 왔어요. 나한테도 아빠가 생겼어요!”

뭐?

손태석은 몸이 떨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릇을 든 진숙영의 손도 떨렸다. 그녀의 얼굴에는 믿지기 않는다는 표정이었었다.

염희주의 아빠?

염, 염구준?

“장인어른, 장모님.” 염구준과 손가을이 같이 들어와 어른들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염구준 얼굴에는 존경과 미안함이 섞여 있었다. “이제야 5년전의 일을 알게 됐어요. 손혜린이 제 아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습니다. 두 분이 저의 진짜 장인어른, 장모님인 것도 다 알게 됐습니다.”

“제가 불효자식입니다. 가을이랑 희주 억울하게 살게 하고 두분도 저 때문에 고생 많으셨어요!”

무얼 말하고 싶었는지 손태석 입가 근육이 움직였다. 하지만 염구준이 입은 군복과 전투화를 보더니 고개를 저었고 아무 말 없이 계속 밥을 먹었다.

진숙영은 가까스로 웃으며 염구준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가을에게 눈치를 준 후 염희주를 안고 침실로 들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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