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유라, 넌 졌어.”남설아의 목소리는 낮고 조용했다.“남설아, 너무 자만하지 마.”서유라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난 널 절대 그냥 두지 않을 거야!”“그래?”남설아가 차갑게 웃었다.“그럼 기다릴게. 하지만 충고 하나 하지. 애초에 넌 내 상대가 안 돼.”“너!”서유라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화를 냈지만 더는 할 말이 없었다.“서유라, 마지막으로 경고할게. 또 무슨 수를 쓰려한다면 그땐 정말 가만두지 않겠어.”남설아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아 걸어 나갔다.서유라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분노했다.이번엔 정말 완패였다. 철저히 완벽하게 졌다. 하지만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렇게 지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남설아, 두고 봐. 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서유라는 이를 갈며 되뇌었다.하지만 서유라가 아무리 분해하고 증오한들 결과는 바꿀 수 없었다.남설아는 이번 프로젝트를 따냈고 이 싸움의 첫 라운드에서 확실히 승리를 거뒀다.남설아는 프로젝트 후에도 승리에 도취하지 않았다.이건 단지 시작일 뿐이고 진짜 복수는 이제 막을 올렸을 뿐이었다.그녀는 배서준과 서유라에게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었다.그리고 나은을 위해 정의를 되찾을 것이다.병실로 돌아온 남설아는 침대에 앉아 나은의 사진을 손에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짙은 그리움과 따스한 애정이 담겨 있었다.“나은아, 엄마가 이겼어. 드디어 조금이나마 네 억울함을 풀었어.”남설아의 목소리는 울먹이며 떨렸다.“보았지? 엄마가 너한테 부끄럽지 않게 해냈어.”하지만 곧 그녀의 눈빛이 단호하게 바뀌었다.“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해. 아주 많이 부족해. 배서준과 서유라 반드시 더 큰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들이 저지른 모든 일을 평생 후회하게 만들겠어.”회사로 복귀한 남설아는 곧바로 핵심 팀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회의실 분위기는 팽팽하고 무거웠다. 이제부터가 진짜 싸움이라는 걸 모두가 알고 있었다.“여러분, 프로젝트는 따냈지만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입
“회사 일이 너무 많아서 정말 시간이 안 나.”배서준이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이번에 바쁠 때만 지나면 너한테 더 신경 쓸게.”“하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서유라의 눈에는 아쉬움이 스쳤다.“예전에는 내가 너한테 항상 제일 먼저였는데 요즘은 늘 뒷전이야.”“유라야, 나 좀 이해해줘.”배서준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지금은 위기야. 내가 온 힘을 다하지 않으면 회사를 지킬 수 없어.”“그래도 그렇지. 회사 일 때문에 나한테 소홀히 하면 어떡해.”서유라의 목소리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아? 널 잃을까 봐 얼마나 두려운지 알아?”“유라야,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마.”배서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난 너한테 변한적 없어.”“그럼 증명해 봐.”서유라가 갑자기 소리쳤다.“지금 당장 남설아랑 완전히 인연 끊어. 아예 선을 그어버려.”“유라야, 그만 좀 해.”배서준의 표정이 굳어졌다.“나랑 남설아 사이 일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뭐가 단순하지 않은데?”서유라가 한 발씩 다가섰다.“혹시 아직도 남설아한테 미련 있는 거야? 아직도 마음이 남아 있는 거야?”“그만하자.”배서준은 결국 참지 못하고 외쳤다.“제발 좀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없어?”“내가 이성적이지 않다고?”서유라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난 그냥 네가 날 조금만 더 챙겨줬으면 했을 뿐이야. 조금만 더 내 곁에 있어 줬으면 해서 그래.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야?”“네 잘못은 없어. 잘못한 건 나야. 됐지?”배서준은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근데 나 지금 정말 피곤해. 제발 잠깐만이라도 나 좀 조용히 내버려 두면 안 돼?”서유라는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리면서 자리를 떠났다.그녀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배서준은 깊은 혼란에 빠졌다.어쩌다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알 수가 없었다.그는 그저 회사를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었고 서유라에게 더 나은 삶을 주고 싶었을 뿐인데 그들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서유라가 울면서 떠난 후 배서준은 가슴이 뭔가에 막힌 듯 답답하고 무거웠다.그는 혼자 술집으로 향했다. 어두운 조명, 시끄러운 음악, 그런 소란스러운 분위기에서만 잠시나마 머릿속 복잡한 생각들을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그는 술을 잇달아 들이켰고 술로 자신을 마비시키려 애썼지만, 머릿속에서는 계속해서 남설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의 웃음, 눈물, 단호했던 눈빛...“젠장.” 배서준은 낮게 욕설을 내뱉으며 잔을 비웠다.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예전에는 남설아에게 혐오밖에 없었는데 왜 요즘은 그녀가 자꾸 생각나는 건지 혼란스러웠다. 아니, 어쩌면 그리워하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한편, 남설아는 사무실에서 송우민과 함께 다음 계획을 논의하고 있었다.“배서준은 의심이 많아.”남설아가 말했다.“그 점을 이용해서 배서준과 서유라 사이에 틈을 만들 수 있어.”“어떻게 할 생각이야?”송우민이 물었다.“간단해.”남설아는 입가에 차가운 웃음을 머금은 채 송우민에게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몇 마디를 속삭였다.송우민은 말을 들은 뒤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이건 꽤 독하네.”“그런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강하게 나가야 해.”남설아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서려 있었다.“그들도 배신당하는 게 어떤 기분인지 느껴봐야지.”그때 강연찬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그는 입찰 성공을 축하하기 위해 남설아에게 식사를 제안했다.“설아야, 지금 어디야? 나랑 밥 먹자. 오늘은 축하해야지.”“좋아, 오빠.”남설아는 흔쾌히 대답했다.“어디 계세요? 제가 갈게요.”“네가 있던 병원 근처 그 레스토랑. 거기서 기다릴게.”“금방 갈게.”전화를 끊은 남설아는 송우민에게 말했다.“나 먼저 나갈게. 계획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해.”“그래. 조심히 다녀와.”송우민은 고개를 끄덕였다.남설아가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강연찬은 이미 음식을 주문해두고 기다리고 있었다.“설아야, 이 집 스테이크 정말 맛있어. 어서 와서 먹어봐.”강연찬은 웃으며 말했다.“오빠, 고마워.”남
“나...” 배서준은 변명하려 했지만, 입에서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배서준 씨, 분명히 말할게요.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어요.”남설아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결연했다. “다시는 나한테 얽히지 마요. 서준 씨만 보면 역겨워요.”“남설아, 너...” 배서준은 뭔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남설아는 이미 전화를 끊어버렸다.뚝 끊긴 전화 너머의 기계 소리를 들으며 배서준의 가슴은 찢어진 듯 아파서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서유라는 배서준이 술에 취한 채 남설아를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마음속에 질투와 원망이 더 짙어졌다.이후 남설아의 회사는 시장에서 빠르게 세를 넓혀갔고 배서준의 회사는 연이어 밀려났다.배서준은 점점 궁지에 몰렸고 주위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특히 천기준을 의심했다. 회사 기밀이 샌 건 틀림없이 천기준 때문이라는 확신이 들었다.“천 비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배서준은 문서를 책상 위에 내던지며 소리쳤다.“왜 우리 고객이 남설아한테 넘어가는 거지? 왜 우리 계획이 남설아한테 미리 알려지는 건데?”“대표님, 저는...” 천기준이 해명하려 했지만, 서유라가 말을 끊었다.“서준아, 천 비서님 탓하지 마.”서유라가 말했다.“아마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남설아가 워낙 교활하잖아. 그 여자한테 속았을 수도 있지.”서유라는 싸늘한 눈빛으로 천기준을 쳐다보며 배서준을 끌고 나가려 했다.마음이 완전히 식어버린 천기준은 배서준을 향해 말했다.“대표님, 언젠가는 후회하실 겁니다.”그 말을 남기고 그는 사무실을 떠났다.천기준이 나가자 서유라의 눈에는 잠시 만족스러운 빛이 스쳤다.계획이 제대로 먹혔다. 배서준과 천기준 사이에 균열이 생겼고 조금만 더 힘을 주면 천기준을 완전히 내칠 수 있었다.한편, 천기준은 결국 남설아 쪽으로 돌아섰다.그는 배건 그룹에 관련된 모든 기밀 정보를 남설아에게 넘기며 그녀가 배서준을 무너뜨리는 데 힘을 보탰다.배서준은 남설아를 찾아가 더 이상 배건 그룹을 공격하지 말아 달라고
배서준이 떠난 뒤, 남설아는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배건 그룹 관련 자료를 바라보고 있었고 눈빛이 복잡했다.지금까지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럽게 움직였고 천기준이 제공한 정보와 송우민의 보이지 않는 지원 덕분에 배건 그룹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졌다.하지만 남설아의 마음에는 복수의 통쾌함 같은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깊은 피로와 혼란만이 남아 있었다.갑작스레 울린 전화벨 소리가 그녀의 생각을 끊었다. 남설아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고 발신자 표시에는 송우민의 이름이 떠 있었다.“여보세요.” 남설아의 목소리는 약간 쉰 듯했다.“나야.” 송우민의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오늘 저녁 시간 돼? 같이 저녁 먹자.”“무슨 일 있어?” 남설아가 물었다. 지금은 혼자 조용히 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배서준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있어. 직접 얘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송우민의 말투가 꽤 진지했다.남설아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승낙했다.“알겠어. 주소 보내줘.”그날 저녁, 남설아는 송우민이 약속한 식당에 도착했다.그곳은 프라이버시가 잘 보장되는 고급 레스토랑으로 인테리어는 우아하고 분위기는 조용했다.송우민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창가 쪽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와인 한 병이 놓여 있었다.“왔어?” 송우민은 남설아를 보며 자리에서 일어나 신사적으로 의자를 빼주었다.“응.”남설아는 자리에 앉자마자 본론부터 꺼냈다.“그 새로운 정보라는 게 뭐야?”송우민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먼저 남설아에게 와인을 따라주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예전에 배서준이 우리 부모님을 파산시킨 것과 관련된 증거를 찾았어.”남설아의 시선이 진지해지며 송우민을 똑바로 바라보았다.“무슨 증거?”“몇몇 재무제표와 계좌 이체 명세.”송우민은 가방에서 한 묶음의 서류를 꺼내 남설아에게 건넸다.“이 문서들로 배서준이 부당한 방법으로 우리 집안을 악의적으로 인수하려 했다는 걸 증명할 수 있어. 그로 인해 우
“좋아, 협력할게.”마침내 남설아가 입을 열었다.“하지만 한 가지 조건이 있어.”“말해봐.” 송우민이 대답했다.“날 다시는 이용하지도, 상처 주지도 않겠다고 약속해. 그걸 못 지키면 우린 여기서 끝이야.”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약속할게.”송우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맹세할게. 다시는 널 이용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게.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하늘이 벌을 내려도 달게 받을게.”“좋아, 믿어볼게.”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우린 뭘 해야 해?”“먼저 우리가 가진 증거를 이용해서 배건 그룹의 주가를 계속 떨어뜨려야 해.”송우민이 말했다.“그리고 천기준이 제공한 내부 정보를 활용해서 시장 점유율을 계속 빼앗아야지.”“그다음은?” 남설아가 물었다.“그다음은 배서준이 사람들에게서 완전히 버림받게 만들어야 해.”송우민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내가 알기로 배서준은 회사 내에서도 적이 꽤 많아. 그 틈을 이용하면 서로 등을 돌리게 할 수 있어.”“구체적으로 어떻게?” 남설아가 다시 물었다.“그건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해.”송우민은 조용히 말했다.“하지만 이미 아이디어는 몇 가지 있어.”이후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그들은 가진 증거와 배건 그룹 주식의 변화를 이용해 반격에 나섰고 천기준의 도움으로 남설아의 회사는 배건 그룹의 주요 고객 몇 명을 빼앗는 데 성공했다.그것으로 인해 배건 그룹의 주가는 또 한 번 급락했다.배서준은 사면초가에 빠졌지만 마땅한 대응책을 찾지 못했다.그는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서유라까지도 의심하게 되었다.“서준아, 요즘 왜 그래?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서유라는 지쳐 보이는 배서준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물었다.“아무 일도 아니야.”배서준은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작은 문제야. 내가 해결할 수 있어.”“나 다 들었어. 회사 주가가 많이 내려갔다고.”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혹시... 혹시 남설아 때
주주총회는 예정대로 열렸다. 배건 그룹의 회의실은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찼다.배서준은 단상에 앉아 무거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는 오늘 자리가 절대 만만치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여러분, 최근 우리 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건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배서준의 목소리는 낮지만, 힘이 있었다.“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모은다면 이 위기를 반드시 극복하고 배건 그룹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그의 말은 기대했던 반응을 끌어내지 못했다. 주주들은 서로 수군거렸고 얼굴에는 불안과 의심이 가득했다.“배 대표님, 말씀은 좋습니다만.”한 주주가 일어나 말했다.“지금 회사 주가가 이렇게까지 내려갔습니다. 우리 이익은 심각하게 훼손됐고요. 어떻게 보상하실 겁니까?”“맞습니다, 배 대표님.”다른 주주도 덧붙였다.“대표님의 그간 결정들은 너무 무모했어요. 지금의 위기는 결국 그 결과 아닙니까? 이제는 책임을 지셔야죠.”쏟아지는 비난에 배서준은 머리가 아팠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결과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 자들이다. 만약 이들을 이해시키지 못한다면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여러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배서준은 애써 침착한 척하며 말했다.“이미 구체적인 회복 계획을 마련해두었습니다. 이 계획을 통해 반드시 회사를 정상 궤도로 되돌려놓겠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 지분을 내놓아 손실을 어느 정도 보상하겠습니다.”하지만 그의 말은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주주들이 원하는 건 말이 아닌 확실한 이익이었고 그들은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대표님의 그 계획이라는 걸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셔야죠.”한 주주가 냉정하게 말했다.“맞습니다. 말로만 그러지 마시고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주셔야 합니다!”다른 주주도 날카롭게 말했다.배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준비해온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시장 분석, 제품 개발 전략, 영업 방안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자신의 구상을 논리적으로 설명했다.회사를 회복시키
“오? 그래요?”한 주주가 물었다. “그럼 말씀해보시죠. 전략을 어떻게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아주 간단합니다.”남설아가 말했다.“수익성이 없는 일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새로운 협력 파트너를 찾아야 해요. 그래야 회사가 다시 활기를 되찾을 수 있습니다.”남설아의 말에 주주들은 흥미를 보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진지하게 그녀의 제안을 곱씹었다.“남설아 씨 말씀이 일리가 있네요.”한 주주가 말했다.“하지만 당신의 제안이 정말 효과가 있을지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왜냐하면 저는 이미 증명해냈으니까요.”남설아는 자신 있게 말했다.“저는 제 회사를 통해 이 방식이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걸 보여드렸습니다. 이제 저는 그 경험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배건 그룹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어요.”남설아의 말에 주주들은 희망의 빛을 보았다. 그녀라면 정말 회사를 회생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가 생겼다.“남설아 씨, 당신을 믿어보겠습니다.”한 주주가 말했다.“자, 그럼 우리가 앞으로 뭘 해야 하는지 말씀해주시죠.”“좋습니다.”남설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후 저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수립해 이사회에 제출하겠습니다. 그 안건이 통과된다면 제가 직접 책임지고 실행에 옮기겠습니다. 배건 그룹을 반드시 다시 일으켜 세우겠습니다.”남설아의 말에 주주들은 큰 지지를 보냈다. 회의실 안은 오랜만에 긍정적인 분위기로 가득 찼다.배서준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복잡한 감정에 사로잡혔다.그는 이 모든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이 결국 이 여자에게 여기까지 밀리게 될 줄은 몰랐다.“남설아, 너 도대체 목적이 뭐야?”배서준은 이를 악물고 물었다.“별다른 목적은 없어요.”남설아는 담담히 말했다.“그저 배건 그룹이 더 나은 회사가 되기를 바랄 뿐이에요. 물론 그 과정에서 서준 씨가 조금 대가를 치르게 된다면 나쁠 건 없겠죠.”“너!”배서준은 분노에 몸을 떨었지
“네.”남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명심해요. 이 일은 최대한 시끄럽게 만들어요. 배서준이 모두의 표적이 되도록 말이에요.”“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처리하겠습니다.”천기준은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떠났다.남설아는 사무실에 홀로 남아 싸늘한 눈빛으로 창밖을 바라봤다.‘배서준, 당신이 의리를 저버렸으니 나도 더는 자비를 베풀지 않을 거야.’곧이어 배서준이 리조트에서 서유라와 밀회를 즐기고 있다는 소문이 각종 언론을 통해 퍼지기 시작했다.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고 배서준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쳤다.‘무능하다’, ‘책임감 없다’는 비난이 쏟아졌다.“배서준, 진짜 너무하네!”“회사는 지금 무너지고 있는데 밖에서 여자나 만나고 앉았어?”“이런 사람을 어떻게 대표 자리에 앉혔는지 이해가 안 가.”“저 사람한테 회사를 맡긴 게 큰 실수였지.”“이참에 그냥 물러나게 해야 돼!”결국 회사는 긴급 주주총회를 소집했다.얼마 전, 배서준이 자신의 자금을 담보로 위기를 넘기겠다고 한 뒤 감쪽같이 사라졌고,오히려 남설아가 한발 물러나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간신히 버텨온 상황이었다.하지만 정작 의사결정을 할 실권자는 자리에 없고 남은 이사들은 완전한 권한도 없는 상태라 회사 운영은 갈수록 마비되어가고 있었다.거기에 이번 스캔들까지 터지자 회의장은 아수라장이 됐다.“이게 지금 어느 땐데 여자를 챙겨?! 본인 위치도 잊었나?!”“천 비서님, 배 대표님 떠나기 전에 천 비서님한텐 아무 말도 안 하고 갔어요?”천기준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사실 함께 일한 지 오래됐지만 배서준이 모든 걸 공유하진 않았다.“지금 당장 리조트로 가서 배 대표님 데려와요!”한 이사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든 끌고 와야 해요. 회사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요!”“네, 이사님.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천기준은 피곤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답했다.‘정신적으로 남 대표님한테 매일 시달리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그 두 사람을 만나러 내가 가야 한다고? 이게 대체 무
“서준아, 제발 이번만은 내 말 들어줘, 응? 그냥 나를 위해서 우리 미래를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잠깐이라도 푹 쉬면 안 돼?”서유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배서준을 올려다봤다.그 애처로운 눈빛에 배서준의 마음도 조금씩 흔들렸다.“알겠어, 네 말대로 할게.”결국 배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서유라는 곧장 환하게 웃으며 배서준을 꼭 껴안았다.“역시 나를 제일 아껴주는 사람은 서준이 너야.”배서준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안아주었지만 눈빛은 복잡하기만 했다.회사의 상황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남설아와 송우민의 공격은 날이 갈수록 거세졌고 배건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 중이었다.시장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었고 내부는 불안과 불신으로 가득 차 있었다.이대로라면 배건 그룹은 정말 그의 손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서유라의 모습을 보면 차마 그녀 곁을 떠날 수가 없었다.배서준의 가슴속은 끝없는 갈등과 번민으로 뒤엉켰고 도대체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알 수 없었다.그때, 그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이번엔 천기준이었다.배서준은 잠시 고민하다가 전화를 받았다.“배 대표님,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 겁니까?”천기준의 목소리엔 조급함과 절박함이 가득 묻어났다.“지금 회사는 말 그대로 아수라장이에요. 주주들도 다 대표님만 기다리고 있습니다!”“나, 나도 지금...”배서준이 무언가 말하려는 순간, 옆에 있던 서유라가 손을 뻗어 전화기를 낚아챘다.한편, 천기준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통화 종료’ 소리에 분노를 억누르지 못했다.그는 핸드폰을 책상 위에 내리찍을 듯 내려놓으며 이를 악물었다.“이 서유라란 여자는 정말 재앙이라니까!”천기준은 이를 갈듯 말했다.“배 대표님도 왜 저 여자 말만 듣는 건지... 지금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도 모르나?”곁에 있던 다른 비서도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천 비서님, 우리 이대로 괜찮을까요? 주주들한테 뭐라고 설명해야 하죠?”“설명할 방법이 어딨어요...”천기준은 허탈하게 웃으며 고
“네, 송 대표님!”모두가 힘찬 목소리로 외쳤고 회의실 안은 결의에 찬 열기로 가득 찼다.송우민의 지휘 아래 남설아의 회사는 굶주린 늑대처럼 배건 그룹의 시장을 거침없이 잠식해 들어갔다.배건 그룹의 주가는 연일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크게 줄어들며 내부 분위기는 극도로 혼란스러워졌다.흩어진 조직력에 동요하는 임직원들 사이로 불만이 번졌고 결국 주주들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배서준에게 줄줄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배 대표님, 도대체 언제 돌아오실 겁니까?”한 주주는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지금 회사 상황이 완전히 개판이에요! 더 늦으면 정말 끝장납니다!”“맞아요, 대표님! 이대로 가다간 정말 회복 불가능합니다!”또 다른 주주도 강하게 덧붙였다.“지금 당장 돌아와서 진두지휘하셔야 합니다!”끊임없이 쏟아지는 전화에 배서준은 머리를 싸매고 이마를 짚었다.그 역시 당장 회사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문제는 서유라였다.그녀는 절대 그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서준아, 가지 마...”서유라는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운 채 배서준의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나 너무 힘들어. 옆에 있어 줘야 버틸 수 있어.”“유라야, 네가 힘든 거 알아. 하지만 회사도 지금...”배서준은 난처한 얼굴로 말을 흐렸다.“몰라! 나한테 중요한 건 네가 곁에 있어 주는 거야! 너 없이 나는 단 하루도 못 버텨!”서유라는 울먹이며 소리를 질렀다.“그런 말 하지 마.”배서준은 가슴 아프다는 듯 그녀를 껴안았다.“널 내버려 두고 갈 수 없지. 하지만 회사 쪽 상황도 정말 더는 미룰 수가 없어.”“결국 날 버릴 거지? 날 두고 가겠다는 거잖아!”서유라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떼를 쓰며 말했다.“내 몸은 누가 챙겨? 나 혼자선 아무것도 못 해... 넌 가면 안 돼!”“유라야, 그러지 마.”결국 배서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좋아, 당분간은 여기 있을게. 회사 일은 전화랑 화상회의로 처리할 테니까 괜찮지?”“진짜지?”서유라는 눈물로 젖은 눈을 들
“과거 일은 이제 그만 잊자.”배서준이 말했다.“우린 앞으로 나아가야 해.”“하지만 자꾸만 생각나.”서유라의 목소리엔 억울함과 미련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때 내가 떠나지 않았다면 지금 네 곁에 있는 사람은 분명 나였을 거야. 설아 씨가 아니라.”“유라야...”배서준은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말을 잇지 못했다.“예전엔 이런 생각도 했었어. 우리가 그때 헤어지지 않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지만 세상엔 만약 같은 건 없잖아. 놓쳐버린 건 그냥 놓쳐버린 거지.”“아니야, 우린 아직 끝난 게 아니야.”배서준이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이렇게 다시 함께하고 있잖아.”“그렇지만 우리 사이엔 너무 많은 게 가로막고 있어.”서유라가 조용히 말했다.“너무 많은 사람과 일들이 있었잖아. 우리가 과연 예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왜 안 된다는 거야?”배서준은 반문했다.“우리가 서로를 여전히 사랑한다면 그 어떤 것도 우릴 막을 수 없어.”“하지만 설아 씨는...”서유라는 말을 흐렸다.“그 여자는 우리 사이를 막는 존재가 될 수 없어.”배서준의 눈빛이 순식간에 날카롭게 변했다.“모든 건 내가 처리할 테니까.”강연찬의 부상은 모두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고 남설아는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고 병실을 지켰다.혹시 작은 이상이라도 생길까 눈을 떼지 못했다.다행히도 강연찬은 체력이 좋아 며칠간의 휴식 끝에 일상적인 활동이 가능해졌다.그날, 강연찬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아 문서를 들여다보며 잔뜩 인상을 쓰고 있었다.그때 수프를 들고 방으로 들어온 남설아가 그의 얼굴을 보고 다가가 물었다.“선배, 무슨 일 있어? 회사에 문제 생겼어?”“배건 그룹의 재무제표에 좀 이상한 점이 보여.”강연찬은 문서를 남설아에게 건넸다.“여기, 그리고 여기. 명백한 허점이 있어.”남설아는 문서를 받아 들고 꼼꼼히 살펴봤다.볼수록 놀라움이 커졌다.이 허점들은 누가 의도적으로 만든 게 분명했고 금액 또한 심각할 정도로 컸다.배건 그룹이 휘청일 정도였
“그래서?”남설아가 물었다.“내가 생각한 건 그 양아치들이 숨어 있는 곳을 몰래 장악한 다음, 경찰에 익명으로 제보해서 전부 한꺼번에 잡히게 만드는 거야.”강연찬은 행동이 빨랐다.증거를 확보하자마자 곧장 경찰에 넘겼고 경찰은 즉시 출동해 그 일당을 전원 검거했다.조사 과정에서 경찰은 그들 계좌에 최근 거액의 입금 내역이 있다는 걸 발견했다.경로를 추적한 끝에 그 돈이 서유라의 동생 서도현의 계좌에서 송금된 것임이 밝혀졌다.이 소식을 들은 모두가 충격을 받았고 송우민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서도현 그 멍청한 놈, 지난번 당한 걸로는 부족했나 보지. 이번엔 확실하게 값을 치르게 해주지.”그의 눈엔 분노가 타올랐다.지금이라도 당장 모든 걸 불태워버릴 듯한 기세였다.“우민아, 진정해.”남설아가 그의 손을 잡고 진정시키려 했다.“너 화난 거 나도 알아. 나도 마찬가지니까. 하지만 지금은 서유라와 정면으로 부딪힐 때가 아니야.”“하지만...”송우민이 뭔가 말하려는데 남설아가 먼저 말을 이었다.“네가 날 위해 복수하고 싶어 하는 거 알아요. 하지만 지금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배서준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배건 그룹을 장악하는 거야.”남설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하고 흔들림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그렇게 해야만 우리가 수수의 복수를 할 수 있고 서유라와 서도현에게도 제대로 된 대가를 치르게 만들 수 있어.”“그럼 그 서도현이라는 놈은 그냥 이렇게 놔두자는 거야?”송우민은 여전히 쉽게 수긍하지 못한 표정이었다.“그럴 리 없지.”남설아는 고개를 저었다.“그건 경찰에 맡길 거야. 법적으로 죗값을 받게 만들 거고 난 그 과정을 끝까지 지켜볼 거야.”남설아의 눈빛에 다시금 날이 섰다.“절대로 서도현이 빠져나가게 두지 않을 거야. 끝까지 추적할 거야. 반드시 법정에 세우고야 말 거라고.”“이게 지금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이야. 순간의 감정에 휘둘려 계획 전체를 망칠 순 없잖아.”“알겠어.”송우민은 마지못해 한숨을 쉬고 고
남설아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국수를 강연찬 앞에 놓아주고 그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천천히 먹어. 데일라.”부드럽게 건네는 말투는 꼭 다정한 아내 같았다.“응.”강연찬은 국수를 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설아야, 네가 끓인 국수 진짜 맛있다.”“맛있으면 더 먹어. 앞으로 매일 끓여줄게.”남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좋지.”강연찬은 고개를 들어 남설아를 바라봤다. 눈빛엔 깊은 애정이 담겨 있었다.“그럼 약속한 거다.”강연찬의 시선을 받자 남설아는 조금 부끄러워진 듯 고개를 숙이고 작게 말했다.“누가 선배랑 약속한대?”“하하하.”강연찬은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넌 여전히 말과 마음이 다르다니까.”볼이 살짝 붉어지며 남설아는 강연찬을 째려보며 말했다.“국수나 어서 먹어. 이러다 식겠어.”“알겠어, 알겠어. 명령대로 하겠습니다.”강연찬은 웃으며 다시 고개를 숙이고 국수를 먹기 시작했다.“큼큼.”그때, 송우민이 일부러 두어 번 헛기침을 하며 둘 사이의 달달한 분위기를 깼다.“남설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남설아는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알아. 이미 천 비서님한테 비밀리에 연락해서 배서준이랑 서유라의 움직임을 감시하게 했어.”“천 비서?”강연찬이 고개를 들어 물었다.“그 사람 믿을 수 있는 거야?”“걱정 마, 선배.”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천 비서님은 예전엔 배서준 쪽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완전히 우리 편이에요. 본인이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있어..”“그렇다면 다행이네.”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도 조심해야 해. 배서준은 무슨 짓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니까.”“응.”남설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도 그 점은 잘 알고 있어.”“참, 남설아.”송우민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방금 소식이 들어왔는데 배서준이 서유라를 데리고 회사를 빠져나가서 어떤 프라이빗 리조트로 갔다고 해. 서유라 상태가 안 좋아져서 요양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말했잖아요, 전 그런 일 한 적 없다고요!”강연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지금 이건 명백한 조작이에요!”“강연찬 씨, 진정하세요.”형사가 말했다.“저희는 절차에 따라 조사 중입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전 제 변호사를 부르겠습니다.”강연찬은 단호하게 말했다.“변호사 도착 전까진 어떤 질문에도 답하지 않겠습니다.”강연찬의 강경한 태도에 경찰은 더 이상 묻지 못하고 그를 임시 유치장으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그 시각, 남설아는 경찰서 밖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불안감은 점점 커져갔다.혹시나 강연찬이 억울한 대우를 받고 있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대표님, 너무 걱정 마세요.”곁에 있던 천기준이 위로하듯 말했다.“강연찬 씨는 운도 따르는 분이잖아요. 분명 괜찮으실 겁니다.”“그랬으면 좋겠어요.”남설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제발 큰 고통은 안 받았으면 좋겠어요.”그때, 송우민이 급히 걸어왔다.“남설아!”그가 말했다.“강연찬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 찾았어.”“정말?! 너무 잘됐네!”남설아는 눈을 반짝이며 외쳤다.“어디 있어? 얼른 보여줘!”송우민은 준비해온 서류를 그녀에게 건넸다.문서를 받은 남설아는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이건...!”남설아의 눈빛이 확 달라졌다.“이게 바로 선배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결정적 증거야!”“맞아.”송우민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서류만 있으면 경찰에 정식으로 석방 요청할 수 있어.”“잘됐다!”남설아는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지금 바로 가자.”그렇게 두 사람은 그 증거를 들고 사건을 담당한 형사를 찾아갔다.“형사님, 이게 강연찬 씨의 결백을 증명하는 증거입니다.”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지금 당장 풀어주세요.”형사는 서류를 받아 꼼꼼히 읽어보았다.하지만 그의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이게... 이게 어떻게...”형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이 자료 어디서 나신 겁니까?”
남설아는 꿈에도 몰랐다.배서준이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이렇게까지 비열해질 줄은.무고한 강연찬을 덫에 빠뜨리다니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이걸 어쩌면 좋지...”남설아는 마치 불에 달궈진 솥 위의 개미처럼 초조하게 사무실 안을 서성였다.그녀는 누구보다도 강연찬의 성격을 잘 알았다.그런 사람이 기업 기밀을 유출한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얘기였고 분명 배서준이 꾸민 계략이다.“대표님, 우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천기준이 그녀를 달래며 말했다.“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강연찬 씨를 반드시 구해낼 수 있어요.”“대표님, 지금은 침착하셔야 해요.”천기준이 진정시키려 애썼다.“우선은 증거를 찾아야 합니다. 그분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증거요.”남설아가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송우민이 급히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남설아! 강연찬 잡혀갔다고 들었어. 무슨 일이야?!”들어서자마자 다급하게 물었다.“다 배서준 그 비열한 놈이 한 짓이야!”남설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날 무너뜨리겠다고 선배까지 끌어들였어. 기업 기밀 유출 혐의로 덮어씌운 거야. 진짜 너무 뻔뻔하지 않아?!”“그 자식, 도대체 어디까지 가려는 거야?!”송우민도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가자. 당장 경찰서로 가서 따져보자. 배서준 그 자식, 자기가 진짜 법 위에라도 있는 줄 아나 본데?”송우민은 말하자마자 남설아의 손을 잡고 나가려 했다.하지만 남설아는 걸음을 멈췄다.“잠깐만.”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지금 당장 달려가는 건 좋지 않아. 그럼 배서준만 신나게 해주는 꼴이야.”“그럼 어쩌자는 거야?”송우민이 물었다.“강연찬이 억울하게 잡혀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그럴 순 없지.”남설아는 단호하게 말했다.“하지만 우리 쪽에서 먼저 증거를 찾아야 해. 선배가 억울하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증거라니... 어디서 그런 걸 찾는다는 건데?”송우민은 고개를 저었다.“배서준 그 여우가 얼마나 치밀한데. 흔적 하나 남기지 않았을 거야.
“안 돼요!”남설아는 단호했다.“확실한 증거 없이는 누구도 선배 데려갈 수 없어요!”“설아 씨, 이거 지금 공무집행 방해하시는 겁니다!”간호사가 다급해졌다.“상관없어요!”남설아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증거 가져오기 전엔 누구든 손도 못 댈 거예요!”“설아야, 이러지 마.”강연찬이 그녀의 손을 살며시 잡아당기며 말했다.“잠깐 가서 설명하면 돼. 금방 끝날 거야.”하지만 남설아는 선뜻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그녀의 눈빛엔 여전히 깊은 불신과 걱정이 가득했다.“정말 괜찮아.”강연찬이 조용히 위로하듯 말했다.“여기서 기다려줘. 금방 돌아올게.”“선배”남설아가 뭔가 더 말하고 싶어 했지만 강연찬이 먼저 말을 이었다.“말 들어.”그의 목소리는 부드럽지만 단호했다.“나 믿어줘.”남설아는 잠시 그의 눈을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응, 기다릴게. 꼭 돌아와.”그렇게 강연찬은 경찰과 함께 병실을 나섰고 남설아의 가슴엔 불안이 가득 밀려들었다.“배서준, 당신의 진짜 비열하고 더러운 짓을 끝까지 봐줄 줄 알았어?”남설아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곧장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천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천 비서님, 누가 선배 뒤통수쳤는지 당장 찾아봐요.”남설아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다.“세세한 내막까지 다 밝혀야 해요.”“네, 대표님. 지금 바로 조사해보겠습니다.”천기준은 긴장한 목소리로 답했다.전화를 끊은 남설아의 눈빛은 분노로 불타올랐다.한편, 강연찬이 경찰에게 끌려간 이후 배씨 가문 쪽도 평온하지 않았다.서유라의 ‘병세’가 갑자기 악화된 것이다.그녀는 병상에 누운 채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고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렸다.“서준아... 나 너무 힘들어...”서유라는 배서준의 손을 꼭 쥐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나... 나 정말 죽는 거 아니야?”“무슨 소리야!”배서준은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넌 아무 일도 없을 거야. 절대 그렇게 안 놔둘 거니까.”“근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