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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4화

Author: 목련청
배서준은 서유라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서서히 정신을 가다듬었다.

“유라야... 나... 방금... 또 이상한 말한 거야?”

“아니야, 서준아. 그런 말 안 했어.”

서유라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녀의 목소리엔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

“그냥 너무 피곤해서 그래. 푹 쉬면 괜찮아질 거야.”

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았다.

“유라야... 나... 나 지금... 너무 한심하지 않아?”

“아니야, 서준아. 너 절대 한심하지 않아. 그냥 너무 지쳐 있는 거야.”

서유라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으며 나직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 있을게. 꼭 같이 이겨내자.”

마지막 남은 생명줄을 놓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배서준은 서유라를 꼭 껴안았다.

서유라는 그런 배서준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

점점 망가져가는 그의 정신 상태를 보며 속으로는 쾌감을 느꼈다.

“서준아,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은 거 아니야? 내가 마사지해줄까?”

조심스럽게 묻는 동시에 그녀의 손끝이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천천히 눌렀다.

“응...”

배서준은 지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

서유라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

그러고는 작은 약병을 꺼내 약 한 알을 손에 덜었다.

“서준아, 약 먹자. 이거 먹고 푹 자.”

그녀는 약을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

배서준은 별 의심 없이 약을 받아 물과 함께 삼켰다.

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서유라의 눈빛엔 희미한 만족감이 서렸다.

“서준아, 푹 쉬어. 내가 곁에 있을게.”

다정한 말투로 속삭였지만 그녀의 눈빛엔 차가운 독기가 숨어 있었다.

약 기운이 퍼지자 배서준은 곧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

“띠링띠링...”

갑자기 배서준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서유라가 확인해보니 화면에 뜬 이름은 ‘엄마’였다.

그러자 그녀의 눈엔 순간 짜증이 번뜩였다.

서유라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지금 이 순간, 배서준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서준아, 우리 사진 한 장 찍자.”

서유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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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굿바이 쓰레기   제426화

    배서준은 약병을 받아 들고 알약 하나를 꺼내 물과 함께 삼켰다.“유라야, 너 말대로 이 약 정말 효과 있는 것 같아. 먹고 나니까 훨씬 나아진 기분이야.”그의 목소리는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서유라는 편안해진 배서준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한구석이 서늘해졌다.서도현이 준 약이 이렇게까지 심한 부작용이 있을 줄은 그녀도 예상하지 못했다.서유라는 이 문제를 빨리 해결하지 않으면 큰일 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배서준은 금방 잠이 들었고 서유라는 그의 잠든 얼굴을 잠시 바라보다가 복잡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방을 나왔다.그녀는 조용히 전화기를 꺼내 서도현에게 전화를 걸었다.“서도현, 너 내가 죽을 뻔한 거 알아?”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분노와 두려움이 가득 담겨있었다.“누나, 무슨 일이야? 그 약은 형을 통제하려고 준 거잖아. 왜 갑자기 나한테 화를 내?”전화기 너머 서도현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다.“너 도대체 무슨 약을 준 거야? 왜 배서준이 먹고 나서 환각이 생기고 우울증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냐고?”서유라는 단호하게 추궁했다.“누나, 진정 좀 해. 내가 준 건 그냥 용량이 좀 센 거였을 뿐이야.”서도현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배서준이 그렇게 된 건 아마도 최근 스트레스를 너무 많이 받아서 그런 걸 거야. 정신 상태가 안 좋아서 환각이 생긴 거지.”“헛소리하지 마. 너 그 약 절대 보통 수면제 아니잖아. 설마 날 해치려는 건 아니겠지?”서유라는 공포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서도현, 내가 경고하는데 배서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나 절대 너 용서 못 해.”“누나, 왜 그렇게 흥분해? 내가 누나 해치려고 그랬겠어? 난 다 누나 위해서 그런 거잖아.”서도현은 누그러든 말투로 달랬다.“생각해 봐. 배서준이 정신적으로 무너져야 누나한테 더 의지하고 그래야 누나가 완전히 그 사람을 손에 넣을 수 있잖아. 말 잘 듣게 할 수 있단 말이야. 이건 우리 둘을 위한 일이야.”서도현의 말투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우리

  • 굿바이 쓰레기   제425화

    “서준아, 지금 뭐 하는 거야? 안 돼, 그러지 마! 제발... 제발 너 자신을 다치게 하지 마!”배서준이 자해하는 모습을 보자 서유라의 안색은 하얘졌다.자신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까 두려워졌고 급히 그를 막으려 했다.하지만 배서준은 그녀를 남설아로 착각한 채 분노에 가득 찬 눈빛으로 소리쳤다.“남설아, 이 못된 여자... 왜 날 떠났어? 왜 날 배신했냐고!”그의 목소리엔 분노와 증오가 뒤섞여 있었다.“강연찬이랑... 그놈이랑 있었던 거야? 이미 오래전에 날 버린 거지?!”말을 마친 배서준은 서유라의 뺨을 세차게 내리쳤다.“너... 너 지금 나 때린 거야?”서유라는 얼굴을 감싸 쥔 채 믿기지 않는듯한 눈빛으로 배서준을 바라보았다.그녀의 목소리엔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서준아, 나야... 유라야. 기억 안 나?”하지만 배서준은 그녀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고 여전히 스스로를 때리며 남설아를 향한 원망과 욕설을 퍼부을 뿐이었다.그의 미쳐버린 듯한 얼굴을 바라보며 서유라는 진심으로 두려움을 느꼈다.설마 이 정도로까지 망가졌을 줄은 몰랐던 것이다.“서준아, 제발 정신 좀 차려! 나 좀 봐,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그녀가 애써 다가가 진정시키려 했지만 배서준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결국 서유라는 물 한 잔을 들이켜 그의 얼굴에 그대로 끼얹었다.차가운 물이 얼굴을 덮치자 배서준은 정신을 차렸다.그는 눈을 깜박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유라야...? 나... 나 지금 뭐한 거야?”“서준아, 아까... 아까 정말 큰일 날 뻔했어.”서유라는 울먹이며 말했다.“너 정말... 날 너무 놀라게 했어.”“내가... 내가 스스로를 해쳤다고?”배서준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눈엔 공포가 깃들었다.“내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괜찮아, 서준아. 무서워하지 마. 내가 곁에 있어 줄게.”서유라는 그를 조심스럽게 안으며 속삭였다.“넌 반드시 좋아질 거야.”배서준은 그녀를 꼭 껴안으며 몸

  • 굿바이 쓰레기   제424화

    배서준은 서유라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바라보며, 서서히 정신을 가다듬었다.“유라야... 나... 방금... 또 이상한 말한 거야?”“아니야, 서준아. 그런 말 안 했어.”서유라는 부드럽게 대답했다.그녀의 목소리엔 따뜻한 위로가 담겨 있었다.“그냥 너무 피곤해서 그래. 푹 쉬면 괜찮아질 거야.”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았다.“유라야... 나... 나 지금... 너무 한심하지 않아?”“아니야, 서준아. 너 절대 한심하지 않아. 그냥 너무 지쳐 있는 거야.”서유라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으며 나직이 말했다.“걱정하지 마. 내가 곁에 있을게. 꼭 같이 이겨내자.”마지막 남은 생명줄을 놓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배서준은 서유라를 꼭 껴안았다.서유라는 그런 배서준의 반응을 유심히 살폈다.점점 망가져가는 그의 정신 상태를 보며 속으로는 쾌감을 느꼈다.“서준아,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은 거 아니야? 내가 마사지해줄까?”조심스럽게 묻는 동시에 그녀의 손끝이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천천히 눌렀다.“응...”배서준은 지친 목소리로 짧게 대답했다.서유라는 미세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침대 옆 서랍을 열었다.그러고는 작은 약병을 꺼내 약 한 알을 손에 덜었다.“서준아, 약 먹자. 이거 먹고 푹 자.”그녀는 약을 건네며 조용히 말했다.배서준은 별 의심 없이 약을 받아 물과 함께 삼켰다.그리고 이 모습을 바라보는 서유라의 눈빛엔 희미한 만족감이 서렸다.“서준아, 푹 쉬어. 내가 곁에 있을게.”다정한 말투로 속삭였지만 그녀의 눈빛엔 차가운 독기가 숨어 있었다.약 기운이 퍼지자 배서준은 곧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띠링띠링...”갑자기 배서준의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서유라가 확인해보니 화면에 뜬 이름은 ‘엄마’였다.그러자 그녀의 눈엔 순간 짜증이 번뜩였다.서유라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지금 이 순간, 배서준과 단둘이 있는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서준아, 우리 사진 한 장 찍자.”서유라는

  • 굿바이 쓰레기   제423화

    “남설아... 너지? 드디어 돌아온 거야?”배서준은 눈앞의 서유라를 바라보며 흐릿한 눈빛을 한 채 떨리는 목소리를 냈다.서유라는 잠시 몸을 굳혔다. 당황스러운 기색이 눈에 스쳤지만 곧 차분함을 되찾았다.그녀는 부드럽게 배서준을 안으며 조용히 말했다.“서준아, 나야. 서유라. 나 기억 안 나?”“서유라? 아니야, 넌 남설아야. 내 설아잖아.”배서준은 단호하게 말하며 괴로운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다.“남설아, 왜 나 떠났어... 내가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알아?”서유라의 얼굴에 서서히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졌다.그녀의 눈엔 질투와 증오가 번뜩였다.이 지경이 됐는데도 배서준의 마음속엔 여전히 남설아뿐이었다.“아니야... 넌 그 애가 아니야. 넌 내 설아가 아니야.”배서준은 갑자기 서유라를 밀쳐냈다.눈빛엔 절망이 가득했고 목소리는 한없이 처절했다.“남설아, 어디 있어... 왜 날 떠났어... 돌아와 줘, 제발...”바닥에 내팽개쳐진 서유라는 손목이 탁자 모서리에 부딪혀 날카로운 통증이 밀려왔다.그녀는 배서준의 일그러진 얼굴을 바라보며 분노와 억울함으로 속이 뒤틀렸다.하지만 곧 감정을 억눌렀다.이렇게 비열한 방법을 쓰게 된 것도 결국은 배서준이 자꾸만 자신을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서준이가 온전히 나한테 의지하기만 한다면 약은 언제든 끊을 수 있어. 흔적도 없이.’한편, 남설아와 강연찬은 여전히 서유라와 그 개인 병원을 조사하고 있었다.배서준의 정신 상태는 빠르게 악화되고 있었고 그는 점점 환각에 시달리며 서유라를 남설아로 착각하기까지 했다.정신이 들었다 흐려졌다를 반복하며 점점 무너져가는 모습이었다.“서준아, 좀 어때? 괜찮아졌어?”서유라는 따뜻한 죽을 들고 방으로 들어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자, 죽 좀 먹어봐. 내가 직접 끓였어.”배서준은 서유라를 바라보았지만 그의 눈엔 세상이 온통 뒤섞여 있었다.현실과 환상이 얽혀 마치 포르말린에 담긴 표본처럼 가까이 있는 듯하면서도 닿지 않는 무언가로 변해 있었다.

  • 굿바이 쓰레기   제422화

    “걱정 마, 누나. 그 의사 놈은 내가 이미 처리했어. 이젠 입도 뻥끗 못 할 거야.”서도현이 말했다.“근데, 누나...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 해? 괜히 배서준이 눈치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눈치채면 어쩔 건데? 지금 걔 상태 봐. 이미 제정신도 아니잖아. 날 거스를 힘 따위는 없어.”서유라는 비웃듯 말했다.“도현아, 명심해. 이번 기회 꼭 잡아야 해. 그래야 우리도 진짜 인생 한번 살아보는 거야.”“알았어, 누나. 누나 말대로 할게.”서도현의 목소리엔 탐욕과 야망이 가득했다.서유라는 전화를 끊고 방으로 돌아왔다.침대 위에 잠든 배서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엔 잠시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배서준을 손에 넣기 위해, 배건 그룹을 차지하기 위해, 서유라는 모든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었다.한편, 남설아는 사무실 책상에 앉아 천기준이 건넨 보고서를 들여다보며 깊은 고민에 잠겨 있었다.보고서엔 최근 서유라의 행적이 상세히 기록돼 있었고 그 중 눈에 띄는 건 그녀가 자주 드나들던 한 개인 병원이었다.“남설아, 네가 보기에 그 병원이 뭔가 수상해?”송우민이 맞은편에서 펜을 돌리며 물었다.“응. 그 병원 원장은 과거에 불법 시술 문제로 면허가 취소된 적 있어. 지금은 불법 의료 행위 중이지.”남설아가 단호하게 말했다.“내 생각엔 서유라가 그 병원에서 뭔가 금지된 약을 구해다 배서준한테 먹이고 있는 것 같아.”“금지된 약?”송우민이 놀란 듯 물었다.“그럼 지금 서유라가 배서준한테 약을 타 먹이고 있다는 거야?”“아직은 내 추측일 뿐이야. 더 조사해봐야 해.”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천기준을 향해 말했다.“천 비서님, 그 병원 배경이랑 그 의사에 대해 더 자세히 조사해 줄 수 있어요?”“네, 남 대표님. 바로 착수하겠습니다.”천기준은 이미 완전히 남설아 편이었다.그는 알았다. 자신이 살 길은 남설아를 따르는 것뿐이라는 걸.“오빠, 오빠는 이 일 어떻게 생각해?”남설아는 고개를 돌려 강연찬에게 물었다.“내가 사람 붙여서 너 지킬

  • 굿바이 쓰레기   제421화

    배서준의 세상은 회색 얇은 베일에 덮인 듯했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모든 것이 뒤섞인 채 무너져 내렸다.넓은 사무실. 통유리창 너머로는 화려한 도시의 밤이 펼쳐져 있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고 차들이 쉴 새 없이 오갔지만 그의 눈에 비친 풍경은 이미 색을 잃고 있었다. 모든 것이 뒤틀려 보였고 현실감도 사라져버렸다.배서준은 자주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겨우 잠이 들더라도 금세 악몽에 시달리며 깨어나기 일쑤였다.꿈속에서 나은이는 핏물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었고 남설아의 절망적인 울음소리는 마치 저주처럼 귀가에 맴돌았다.그는 악몽에서 벌떡 깨어났다.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어 금방이라도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듯했다.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려움을 가라앉히려 애썼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서준아, 또 악몽 꿨어?”서유라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녀는 실크 잠옷을 입은 채 다가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또 나은이 꿈꿨어?”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두 눈을 꽉 감은 채 머릿속의 끔찍한 장면들을 밀어내려 애쓸 뿐이었다.서유라는 조심스럽게 배서준을 끌어안으며 다정하게 말했다.“서준아, 무서워하지 마. 다 지나간 일이야. 내가 곁에 있잖아.”그녀의 목소리가 자장가처럼 느껴졌다. 배서준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 듯했다.마치 마지막 생명줄을 붙잡듯 절박하게 그는 서유라를 꼭 껴안았다하지만 배서준은 몰랐다. 자신이 붙잡고 있는 이 생명줄이, 오히려 자신을 더 깊은 나락으로 끌고 가고 있다는 사실을.서유라는 슬며시 배서준의 표정을 살폈다. 그의 정신 상태가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걸 알아채자 속에서는 사악한 웃음이 지어졌다.지금이 바로 자신이 활약할 기회였다.“서준아, 요즘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는 거 아니야? 내가 마사지 좀 해줄까?”이렇게 조용히 말하더니 서유라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배서준의 관자놀이를 부드럽게 눌러주었다.“응.”배서준은 힘없이 대답했다. 지친 기색이 목소리에 고스란히

  • 굿바이 쓰레기   제420화

    겉으로는 배서준을 용서한 듯 보였지만 서유라의 마음속은 배서준에 대한 증오로 가득했다.그의 의심, 그의 차가움... 그 모든 게 그녀를 뒤틀리게 만들었다.한편, 윤화진의 병세가 다시 악화됐다.그녀는 하루 종일 배서준을 찾으며 소란을 피웠고 배서준은 어쩔 수 없이 윤화진의 곁을 지키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다.그녀의 진짜 목적은 하나였다.아픈 척을 해야만 아들을 붙잡아 둘 수 있으니까.그래야만 그 여우 같은 서유라에게서 멀어지게 만들 수 있으니까.어느 날, 병원에서 배서준은 우연히 남설아를 마주쳤다.눈앞에 선 남설아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러자 배서준의 가슴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남설아, 여긴 왜 온 거야? 날 비웃으러 왔나?!”눈빛에도 증오가 가득했다.남설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저 옅은 미소만을 지을 뿐이었다.“너 같은 악독한 여자가 우리 집안을 이렇게 만든 거야! 너 같은 사람은 절대 잘 살지 못할 거야!”배서준은 고함을 질렀다.분노와 원망이 뒤섞인 그 목소리는 병원 복도를 울릴 정도였다.하지만 남설아는 여전히 말없이 그를 바라봤다.마치 웃기지도 않는 연극을 보는 관객처럼 냉담하게 말이다.그러다 마침내 입을 열었다.“서준 씨, 지금 서준 씨가 불쌍해 보여요? 지금 당신이 겪는 모든 고통은 당신이 자초한 일이에요.”이 한마디에 배서준은 말문이 막혔다.그녀를 향한 분노로 주먹이 부르르 떨렸고 온몸이 긴장으로 인해 굳어졌다.하지만 남설아의 눈빛은 흔들림 없었다.이제 대가를 치를 시간이었다.그녀는 그에게 절망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줄 작정이었다.그때, 강연찬이 조용히 다가와 남설아의 손을 잡았다.따뜻한 손길이 그녀의 손을 감싸며 위로를 건넸다.“설아야, 상대할 가치도 없어. 가자.”부드러운 그 목소리는 남설아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듯했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배서준을 더는 쳐다보지 않았다.그저 강연찬의 손을 잡고 조용히 병원을 떠날 뿐이었다.같은 시각, 서도현은 배건

  • 굿바이 쓰레기   제419화

    배서준은 복잡한 눈빛으로 서유라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 없이 책상 위에 있던 컵을 들어 단숨에 들이켰다.그의 기분은 바닥이었다. 어딘가에 화를 쏟아내고 싶었지만 서유라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서준아, 그러지 말고 무슨 일이든 말해봐. 우리 함께 방법을 찾아보자고.”서유라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살며시 안았다.다정한 목소리가 마치 그의 모든 상처를 감싸줄 수 있을 것만 같았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배서준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라야, 네 생각엔...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정말 다 진심일 것 같아?”그러자 서유라는 순간 몸을 굳혔다.하지만 이내 표정을 고쳐 잡고 고개를 들어 배서준을 바라보며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무슨 말이야, 서준아? 당연히 진심이지. 넌 배건 그룹의 대표잖아. 감히 누가 거짓으로 대하겠어?”배서준은 대답하지 않았고 그저 조용히 그녀를 끌어안을 뿐이었다.위로가 필요했고 버팀목이 필요했다.하지만 그의 마음 한구석에서는 여전히 의심이 떠나지 않았다.그날 이후, 배서준은 서유라와 서도현에 대해 몰래 조사하기 시작했다.천기준에게 두 사람의 동향을 알아보라고 지시한 것이다.그들이 정말 자신을 배신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천기준은 과거 배서준에게 배신당한 기억이 있었지만 배건 그룹에서 오래 일해온 만큼 배서준의 성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의심이 발동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라는 걸 말이다.그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명령을 따랐고 며칠 후 관련 자료를 건넸다.보고서를 받아든 배서준은 곧바로 미간을 찌푸렸다.자료 속에서 서유라와 서도현이 최근 자주 접촉하고 있었고 서도현은 몰래 배건 그룹의 주요 주주들과도 연락을 주고받고 있었다.배서준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았다.무언가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밀려들었다.서유라와 서도현, 둘 다 자신을 이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한편, 서유라도 배서준의 변화에 눈치채기 시작했다.그가 몰래 자신을 살피거나 이상한 질문들을 던지는 횟수

  • 굿바이 쓰레기   제418화

    그는 남설아와 고급 레스토랑에서 만나기로 했다.자리에 앉아 남설아가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을 바라보며 배서준의 마음속엔 분노와 굴욕감이 가득했다.남설아는 붉은 드레스를 입고 우아하고 품위 있게 등장했다.입가에 옅은 미소를 띤 그녀의 표정은 마치 모든 것을 자신이 주도하고 있다는 듯 여유로웠다.“대표님, 오랜만이네요.”남설아는 배서준 맞은편에 앉으며 살짝 비꼬는 듯한 말투로 말을 꺼냈다.“요즘 꽤 힘드신가 봐요?”“남설아, 네가 이긴 줄 착각하지 마!”배서준은 깊은 분노를 담아 말했다.“내가 널 쉽게 놔줄 것 같아? 절대 그럴 일 없어!”“제가 이겼다고 말한 적 없어요. 그저 비즈니스를 하는 것뿐이죠.”남설아는 여전히 장난기 어린 말투로 받아쳤다.“하지만 지금 대표님 모습 보면... 조금 안쓰럽긴 하네요.”“너...!”배서준은 말을 잇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었다.당장이라도 눈앞의 여자를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화가 치밀었다.“진정하세요, 대표님. 그냥 농담한 거예요.”남설아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누가 봐도 도발하는 듯한 눈빛이었다.“충고 하나 드리자면 사람 일은 모르는 거예요. 앞으로 또 마주칠 수도 있으니까 너무 다리 부수려 들진 마세요. 예전에 대표님이 저한테 어떤 짓을 했는지, 전 아직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요.”그 말에 배서준의 얼굴빛이 더욱 어두워졌다.남설아가 일부러 자기를 모욕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지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그저 이를 악물고 참는 수밖에 없었다.남설아는 그런 배서준의 초라한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속 깊이 쾌감을 느꼈다.와인잔을 들어 가볍게 한 모금 마신 그녀의 눈빛은 냉정하고 차가웠다.배서준은 그런 남설아를 보며 분노에 가득 찼다.그녀의 잔인함이 원망스러웠고 자신의 무능이 치욕스러웠다.그리고 무엇보다 과거에 그녀를 소중히 여기지 못했던 자신이 미워졌다.그 시각, 멀지 않은 자리에서 강연찬이 묵묵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남설아의 모든 결정을 전폭적으로 지지하며 그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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