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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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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쓰레기 제450화
이제부터는 진짜 막이 오른 셈이었다.천기준이 사무실을 나간 뒤에도 배서준은 한동안 그 자리에 앉아 얼굴빛을 바꿔가며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그리고는 핸드폰을 들어 서유라에게 전화를 걸었다.몇 번의 신호음 끝에 전화가 연결됐다.“서준아, 왜? 일 끝났어?”서유라의 목소리는 늘 그랬듯이 다정하고 부드러웠다.살가운 말투 속엔 여전히 애정과 배려가 묻어났다.배서준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일부러 담담한 목소리를 내려고 애썼다.“유라야, 내가 요즘 먹는 약... 그거 정확히 무슨 약인지 말해줄 수 있어?”더는 돌려 말하고 싶지 않았기에 그는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서유라는 순간 말을 멈췄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었던 듯했다.잠시 뜸을 들인 뒤, 그녀는 평소처럼 부드럽게 대답했다.“서준아, 왜 갑자기 그런 걸 물어봐? 의사 선생님이 말해줬잖아. 불안이랑 우울 완화해주는 약이라고.”서유라의 말투는 여전히 상냥했지만 그 안에 어색한 위화감이 묻어났다.매끄러워야 할 말들이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의사야 그렇게 말했지. 불안 완화, 우울 억제... 근데 정확한 약 이름이나 성분은 하나도 안 알려줬어. 유라야, 우리 사이에 감출 게 더 있어?”배서준의 말에 살짝 날이 서기 시작했다.그 말에 서유라는 한동안 침묵했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서준아, 일부러 숨긴 건 아니야. 네가 괜히 걱정할까 봐 그랬어. 그 약들이 부작용이 좀 있긴 해. 근데 의사 선생님이 그랬잖아. 정해진 양만 지키면 괜찮다고. 그리고 너 요즘 상태도 많이 나아졌잖아. 안 그래?”“나아졌다고?”배서준은 코웃음을 쳤다.“머리는 점점 더 아프고 밤마다 잠도 안 오는데? 그게 나아진 거야?”서유라는 다급하게 변명했다.“그러지 마. 그건 약 줄인 뒤에 생기는 일시적인 반응일 수도 있어. 의사 선생님도 말했잖아, 조금만 참으면 괜찮아질 거라고... 제발 나 좀 믿어줘. 우린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나를 위해서?”그 말이 이제는 너무 공허하게 느껴졌다.“유라야, 넌
굿바이 쓰레기 제449화
천기준은 자신이 해야 할 말은 모두 다 했다고 생각했다.이제 남은 건 배서준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달려 있었다.사무실 안은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무거운 분위기에 휩싸였다.배서준은 오랜 침묵 끝에 입을 열더니 쉰 듯한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천 비서, 나가 있어. 혼자 좀 생각하고 싶으니까.”“네, 대표님.”천기준은 마치 짐을 내려놓은 듯 안도의 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문을 닫고 나갔다.사무실에는 배서준 혼자만 남았다.그는 책상 앞에 앉아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빛만 바쁘게 흔들렸다.천기준의 말은 마치 도화선처럼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의심을 완전히 폭발시켰다.익명의 문자, 천기준의 경고, 갈수록 악화되는 몸 상태...모든 퍼즐이 하나로 맞춰지고 있었다.그리고 그 결론은 단 하나의 끔찍한 진실이었다.‘유라가 정말 날 속이고 있는 걸까?’이러한 생각이 가슴을 후벼 팠다.어떤 육체적 통증보다도 훨씬 더 깊고 날카로운 고통이었다.그는 누구보다 서유라를 믿었다.그녀의 말이라면 뭐든 따랐고 인생의 전부라 여겼다.그런데 그런 서유라가 자신을 속이고 약을 먹이고 있었다면 그동안의 사랑과 믿음은 모두 우스운 희극에 불과했던 걸까?믿고 싶지 않았지만 부정할 수도 없었다.모든 정황이 그 잔혹한 진실을 가리키고 있었으니 말이다.분노와 수치심이 한꺼번에 몰려왔다.누군가에게 뺨을 세게 얻어맞은 듯 머릿속이 하얘지고 숨이 턱 막혔다.그 시각, 근처 카페.남설아와 강연찬은 천기준에게서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배서준 쪽, 반응이 있을까?”송우민이 다소 초조하게 중얼거렸다.창밖을 바라보던 남설아는 차분하게 말했다.“걱정 마. 배서준 성격에 저 정도면 충분히 의심할 거야.”“그러길 바라야지...”송우민은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남설아의 핸드폰에 메시지가 도착했다.천기준에게서 온 것이었다.[남 대표님, 배 대표님이 정신과 약물 관련 정보 검색을 시작했고 방금 저한테도 약 부작용에
굿바이 쓰레기 제448화
‘혹시... 정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가?’배서준의 마음은 완전히 뒤엉켰다.그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 안을 거칠게 왔다 갔다 했다.머릿속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이대로는 안 돼. 반드시 확인해야 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끝까지 파악해야 해.’그는 즉시 핸드폰을 들고 천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배 대표님, 무슨 일이십니까?”전화기 너머로 들려온 천기준의 목소리는 평소처럼 정중했다.“지금 당장 내 사무실로 와.”배서준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으며 말끝엔 조용한 긴박감이 실려 있었다.“알겠습니다. 곧 가겠습니다.”천기준은 짧게 대답했다.몇 분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천기준이 사무실에 들어섰다.“찾으셨습니까, 대표님?”그는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였다.배서준은 곧장 그를 응시했다.“천 비서, 정신과 약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어?”뜻밖의 질문에 천기준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조심스럽게 답했다.“정확히는 잘 모릅니다만, 대표님. 정신과 약은 대체로 부작용이 크고 의존성도 강한 거로 압니다. 오래 복용하면 분명 몸에 좋을 리는 없죠.”배서준은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말의 진위를 가려내려는 듯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부작용... 의존성...”그의 입에서 낮게 읊조리는 목소리는 섬뜩할 정도로 무거웠다.“네, 대표님.”천기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말했다.“예전에 뉴스에서 본 적 있습니다. 일부 개인 병원에서는 환자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해서 전혀 필요하지 않은 정신과 약을 마구 처방하는 일이 있다고요. 그런 약을 장기간 먹으면 몸이 망가지고 약에 중독되다시피 해서 끊기도 어려워집니다. 끊으려 하면 금단 증상도 심하고요.”천기준은 말을 이어가면서도 배서준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그가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지금 이 사람의 마음속에 조용히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배서준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고 눈빛은 차가워졌다.“약 남용... 돈벌이 수단...”그가
굿바이 쓰레기 제447화
“문자 내용은 이걸로 보내자.”강연찬이 핸드폰 화면에 띄운 메시지 초안을 가리키며 남설아에게 말했다.“표현은 돌려서 하되 핵심은 확실히 짚어줘야 해. 그래야 배서준 스스로 의심하게 되지.”남설아는 메시지 내용을 천천히 읽고 나서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이 정도면 충분해. 배서준 성격에 이런 문자 받으면 분명 곱씹게 될 거야.”문자의 내용은 이랬다.[배 대표님, 요즘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최근 어떤 약을 복용 중이시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그 약의 모든 성분과 잠재적인 부작용에 대해 충분히 알고 계신가요? 어떤 약은 장기 복용 시 예상치 못한 영향을 줄 수 있으니 꼭 한번 확인해보시길 바랍니다. 건강을 위해 드리는 말씀입니다.]“이야, 진짜 기가 막힌다.”옆에서 보고 있던 송우민이 감탄했다.“이런 식으로 빙 둘러치는 게 서유라랑 정면돌파 하는 것보다 백 배는 낫지.”남설아는 미소를 지었다.“부디 배 대표님이 우리의 진심 어린 충고를 알아차려 줬으면 좋겠네.”“천 비서님 쪽은 어떻게 됐어?”강연찬이 남설아에게 물었다.“이미 얘기해놨어. 천 비서님도 상황 파악은 확실하게 했고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도 알아.”남설아가 단호하게 대답했다.“좋아, 그럼 이제 천 비서님의 소식만 기다리면 되겠네.”강연찬은 자신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한 저녁, 배건 그룹 대표 사무실.배서준은 피로가 가득한 얼굴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약 복용량을 줄인 뒤로 두통과 예민함이 더 심해졌다.전처럼 무기력하진 않았지만 오히려 몸이 더 불편하고 신경이 날카로워진 기분이었다.“젠장, 도대체 왜 이러는 거야...”그는 낮게 욕을 내뱉으며 책상 위의 약병을 집어 들었다.수십 번도 넘게 봤던 라벨, 제조사와 의학 용어 몇 개 외에는 여전히 무슨 성분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유라가 이 약은 불안과 우울증을 완화시켜준다고 했는데... 왜 점점 더 이상해지는 기분이지?”그 순간 핸드폰이 진동했고 도착한 메시지를 확인한 그는 곧장 얼굴을 굳혔다
굿바이 쓰레기 제446화
‘배서준은 지금 서유라 말이라면 뭐든 다 따르고 있고 정신 상태도 너무 불안정해.그런 상황에서 서유라가 계속 약을 먹이고 거짓말로 속이고 있다는 걸 직접 말해봤자... 과연 믿을까? 우리가 이간질하는 거라고 생각하겠지?’“그럼 그냥 이렇게 끝내자는 거야? 배서준이 계속 서유라한테 속는 걸 보고만 있으라고?”송우민이 못내 아쉬운 듯 말했다.“물론 그렇게 끝낼 수는 없어.”남설아의 눈빛이 단단해졌다.“배서준이 반드시 진실을 알게 해야 해. 다만 방법을 바꿔야지.”“어떤 방법?”송우민이 재빨리 물었다.남설아는 강연찬을 바라봤다.“연찬 오빠, 오빠 생각은 어때?”강연찬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생각해둔 게 있어. 한 번 시도해볼 만한 방법이야.”“뭔데?”남설아와 송우민이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직접적으로 말하면 배서준이 안 믿을 수도 있으니까 방향을 바꾸는 거지.”강연찬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조용히 말을 이었다.“서유라를 바로 들추는 게 아니라... 배서준 스스로 깨닫게 만드는 거야.”“깨닫게? 어떻게?”송우민이 의아해했다.“우리가 일부러 우연한 일들을 만들어서 배서준이 서유라를 의심하게 만드는 거야.”강연찬은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예를 들면?”남설아가 물었다.“예를 들어 우리가 익명으로 배서준한테 문자를 보내. 서유라가 먹이는 약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은근히 암시를 주는 거지.”“또는 천 비서님을 이용해서 진료소나 서도현에 대한 얘기를 일부러 흘리게 해. 그걸 듣고 배서준이 스스로 의심을 품도록 유도하는 거야.”강연찬의 말투는 한결같이 차분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엔 치밀한 계산이 깃들어 있었다.남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그 말은... 양파 껍질을 하나씩 벗기듯, 서서히 진실을 드러내서 배서준이 스스로 진실을 보게 하자는 거지?”강연찬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더 확실하고 더 안전해. 그리고 본인이 진실을 깨달으면 서유라에 대한 배신감도 훨씬 더 클 거야.”남설아의 눈동자에 반짝이는 빛
굿바이 쓰레기 제445화
남설아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벅차오르는 감정을 진정시켰다.“연찬 오빠, 이번 일 어떤 변수도 생기지 않게 완벽히 처리해야 해. 저 사람들이 다시는 고개 들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강연찬은 그런 남설아를 바라보며 부드러우면서도 단호한 눈빛으로 말했다.“걱정 마, 설아야. 난 절대로 저 사람들이 법의 심판을 피하게 두지 않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번엔 확실하게 끝낼 거야.”남설아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칫했다.무언가 감지한 듯 그녀는 살짝 긴장한 얼굴로 물었다.“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위험한 일은 안돼.”과거의 죽을 고비가 떠오른 듯 그녀는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그러자 강연찬은 살짝 웃으며 남설아의 손을 반대로 감싸 쥐었다.그 눈빛엔 설명하기 어려운 깊은 의미가 스쳐 갔다.“걱정하지 마, 설아야. 위험에 빠질 생각은 없어. 다만 상황에 따라선 조금 특별한 방법이 더 효과적일 수 있잖아.”옆에 있던 송우민은 눈을 깜빡이며 그 눈빛을 읽은 듯했지만 별말 없이 가만히 지켜봤다.남설아는 여전히 의문이 남았지만 지금은 복잡한 추측보단 지금까지 함께 싸워온 그를 믿는 것이 먼저였다.“그래, 오빠. 믿을게.”그녀는 강연찬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눈빛엔 신뢰와 고마워하는 기색이 담겨 있었다.강연찬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의 입가엔 아주 옅은, 하지만 분명한 애정의 기색이 번졌다.“설아야, 걱정하지 마. 우린 반드시 이길 거야.”그는 곧 핸드폰을 집어 들고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첫 행동이었다.“천 비서님, 지금 당장 변호사팀에 연락해서 고소장을 준비하게 해요. 이명수, 서도현, 서유라 전부 다 정식으로 고발할 겁니다.”“그리고 언론 쪽에도 연락해요. 기자회견 준비합시다. 이번엔 서유라와 서도현이 무슨 짓을 해왔는지 전부 세상에 까발려야 해요.”전화기 너머에서 천기준의 침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알겠습니다, 강 대표님. 지금 바로 움직이겠습니다.”전화를 끊은 뒤, 강연찬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