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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화

ผู้เขียน: 연무
강만여가 침전 정리를 완료하고 막 건청궁을 나가려던 참이었다. 호진충이 그녀를 불러세웠다.

"폐하도 곧 오실 텐데, 좀 기다려 보지 그래?"

호진충이 눈을 가늘게 뜬 채 웃으며 물었다.

“안 그래도 오후에 네가 안 보여서 기분 나빠 보이셨단 말이다. 오죽했으면 다른 나인들이 정리해둔 침상을 거들도 보지도 않으셨을까? 그 때문에 낮잠도 거르셨어. 네가 나가면 이제 누가 폐하를 모시게 될지… 벌써부터 걱정이네.”

호진충은 자신이 이렇게 말하면 강만여도 분명 흔들릴 거라 생각했다. 황제의 총애를 마다할 여인이 없을 거란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강만여는 그 말을 듣자 등골이 오싹해져 더 서둘러 자리를 벗어나고 싶어졌다.

그러나 호진충은 포기를 모르고 계속해서 그녀를 회유하려 들었다.

“그러지 말고… 그냥 출궁하지 않는게 어떠냐? 이대로 궁에 남으면 서로 좋을텐데… 폐하께서 말은 없으셔도 너가 없으면 얼마나 불편해하시는데…”

"이총관님! 그만 좀 하십시오!"

그 모습을 본 소복자가 급히 달려와 그를 말렸다.

"강 상궁님이 얼마나 출궁일을 기대했는지 모르셔서 그러시는 겁니까? 얼른 나가서 가족을 만나셔야지, 왜 자꾸 남으라고 하십니까? 이총관님처럼 뿌리 없는 사람은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겠지만, 강 상궁님은 기다리는 가족이 있다고요!"

"이 녀석이, 이것 못 놔? 그래 나 뿌리 없다! 그럼 넌? 넌 있고?"

호진충은 자신을 붙잡는 소복자를 떼어내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 사이 강만여는 점점 멀어져갔고, 화가난 그는 결국 참지 못하고 소복자를 발로 걷어찼다.

영화궁은 동궁 여섯 궁 중 하나였다.

강만여는 황제가 당연히 영화궁에서 돌아온다면 건청궁 대문이나 일정문을 통해 돌아올 것이라 생각하고 최대한 마주치는 일이 없도록 서쪽 월화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가 막 문에 다다른 순간, 황제가 갑자기 나타났다.

강만여는 놀라 얼른 벽쪽으로 물러서며 무릎을 꿇었다. 오늘 조정 대신들과 접견이 없었던 황제는 평소보다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황제는 차가운 눈빛으로 한쪽 구석에 무릎을 꿇고 있는 강만여를 바라봤다.

가마를 들고 있던 내시들의 시선도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하지만 황제가 따로 명령을 내리지 않아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할지 아니면 멈춰야할지 망설였다.

"손 총관님, 어쩌면 좋습니까?"

가장 앞서 있던 내시가 작게 손량언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도 지금 이 상황이 난감했다. 황제는 공주를 일찍이 떼어놓으면서까지 굳이 월화문으로 귀궁했다. 분명 강만여를 막기 위해 서두른 걸음이라 생각했는데, 마주쳤는데도 아무 말이 없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때, 호진충이 안쪽에서 걸어나왔다. 그리고는 황제를 발견하곤 미소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폐하, 마침 잘 오셨습니다. 안 그래도 강 상궁이 폐하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 말을 들은 강만여는 가슴이 철렁하고 내려 앉으며 저절로 두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동시에 온 몸이 얼음장같이 차갑게 식어갔지만, 황제의 시선이 그보다 더 싸늘했다.

손량언은 갑작스러운 오진충의 발언에 속으로 몇 번이고 욕설을 퍼부었다. 안 그래도 평소 아첨하는 꼴이 보기 싫었는데, 황제의 눈에 들기 위해 강만여를 희생양으로 몰고 있는 것이 더 화가 났다.

'이, 이...! 인간이길 포기한 놈을 보았나!'

정적이 흐르는 가운데, 황제가 손을 들어 가마를 멈추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강만여를 향해 물었다.

"네가 나를 찾았다고?"

강만여는 고개를 들어, 가마 위에서 고고히 자신을 내려다보는 황제를 바라봤다.

안 그래도 거리감이 느껴질 수밖에 없는 신분, 지금 자세로 바라보고 있자니 더 크게 압박감이 느껴졌다.

곧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고, 강만여는 서둘러 눈을 피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는 서둘러 부정하려 했으나, 그보다 더 빨리 호진충이 다시 말을 꺼냈다.

"폐하, 모레면 강 상궁이 출궁하는 날 아닙니까? 당직은 오늘이 마지막으로 내일부터는 건청궁에 오지 않을 터인데 인사드리려 찾았던 것 같습니다."

강만여는 있지도 않은 일을 자꾸만 지어내는 호진충을 이해할 수 없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 말을 들은 황제는 순간 얼굴이 어두워졌다.

"마지막 날은 당직을 안 선다고?"

호진충이 답했다.

"궁중 관례에 따라, 마지막 하루는 물품 정리하는 시간이 주어집니다."

"관례?"

황제가 가늘어진 눈으로 강만여를 노려보며 물었다.

"짐은 그런 관례를 들어본 적 없다.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어야 하는법, 마지막 날도 응당 성심껏 직무를 다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 말을 들은 강만여는 안 그래도 창백했던 안색이 더 파리해졌다. 그녀는 그제야 호진충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황제가 평소 관례를 핑계로 업무를 소홀이 하는 이들을 고까워하는 것을 알고 일부러 지어낸 것이었다.

그녀가 하루라도 더 건청궁에 나오게 만들기 위해서였다.

'도대체 왜?'

지난 5년 동안 단 한번도 이총관의 심기를 거스른 적이 없었는데, 왜 이 마지막 순간 이토록 자신에게 가혹하게 구는 것일까? 그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손량언 또한 분노를 참기 어려웠다.

정말 입만 열면 말썽인 이총관의 입을 당장이라도 틀어막고 싶었다.

'역시 내가 아까 한 말이 화근이 되었나? 폐하의 환심을 사려고 이런 사고를 치다니! 망할놈!'

손량언은 강만여를 안쓰럽게 쳐다본 뒤,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폐하, 궁녀들은 출궁 전날 물건 정리와 함께 인수인계도 해야하옵니다. 입던 궁복도 반납해야 해서 사복을 입어야 하는데, 어찌 폐하를 모실 수 있겠나이까...."

하지만 황제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릴 뿐, 강만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궁녀는 화장도 화려한 옷도 입을 수 없다. 봄여름엔 짙은 초록, 가을겨울엔 자줏빛 갈색의 칙칙한 궁복을 입어야 한다. 그랬기에 지난 5년간 황제 또한 그녀가 사복차림을 한 모습을 볼 기회가 없었다.

"그런 변명, 듣고 싶지 않다."

황제가 냉정하게 말했다.

"사복을 입는다 할지라도, 마지막날까지 성심성의껏 내 시중을 들거라."

그 말을 끝으로, 그는 가마에서 내려 성큼성큼 침전 안으로 들어갔다.

황제가 모습을 감췄으니, 강만여는 안심해야 마땅했지만, 내일을 생각하니 다시 마음이 무거워졌다.

곧이어 손량언도 황제를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하지만 가는 길에 잊지 않고 호진충을 지나치면서 책망하듯 손가락으로 쿡쿡 찔러 놓았다.

하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강만여에게 다가갔다.

“너도 들었지? 폐하께서 사복이어도 상관없으니 내일은 반드시 궁에 들라고 하신 거.”

강만여는 말없이 일어나 손에 쥐고 있던 눈을 그에게 휙하고 뿌리고는 자리를 떠났다.

"아이고야!"

졸지에 눈을 전통으로 맞은 호진충은 갑작스러운 봉면에 얼굴을 문질렀다.

“정말 이리도 내 마음을 몰라주다니… 그래도 훗날 높은 자리에 오르게 되면, 내가 아주 고마울 거다!”

강만여는 지난 5년 동안 궁에서 지내면서 어지간한 일에는 화조차 나지 않게 되었지만, 오늘만큼은 참을 수 없었다.

자신의 숙소로 돌아온 그녀는 벽쪽에 있는 허름한 옷장문을 열었다. 그 안은 이미 진작에 비워진 채 옷 한 벌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복숭아빛 비단에 흰여우털로 끝자락을 감싼, 수백 마리의 나비와 꽃 무늬가 수놓아진 치마 저고리였다.

5년 전 입궁할 때 입은 옷은 낡고 작아져 더 이상 입을 수 없었고, 집에서 따로 새 옷을 보내주지도 않았다. 며칠 전 서청잔이 몰래 이 옷을 챙겨주지 않았다면 정말 난감했을 것이다.

이 옷은 최근 꽤 유행하는 차림새로 5년 동안 궁에만 있던 그녀에겐 매우 생소했지만, 곧 그사람을 만나게 될 것을 생각하며 기꺼이 받아들였다.

하지만 제일 먼저 보여주게 될 존재가 황제라니, 그녀는 억울하고 서글펐다.

겨우 버틴 5년, 마지막까지 쉬운 것이 없었다. 내일은 그 변덕스러운 황제가 무슨 핑계를 대고 그녀를 괴롭힐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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