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절단의 관리들은 대부분 큰 말을 타고 있었는데, 대다수가 체격이 건장하고 외모가 투박했다. 몇몇 젊은 관리들은 키가 크고 말쑥하며 코가 높고 눈이 깊어 아주 준수했고, 여인들의 시선을 끌었다. 심장안은 예부상서와 홍로사경에게 앞으로 부른 뒤, 사절단의 구성원들을 그들에게 일일이 소개했다. 홍로사에는 외국어에 능통한 역관들이 있어 옆에서 서로 통역을 했다. 오랑캐들은 오랫동안 서북 변방에 주둔했기에 천조의 언어를 조금 할 줄 알았다. 억양이 좀 어색할 뿐 의사소통에는 지장이 없었다. 심장안은 쌍방을 소개한 후, 홍로사경에게
자녕궁에서 이 소식을 들은 태후는 방 안을 이리저리 오가며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엽 상궁에게 분부했다. “여러 대신에게 폐하의 뜻대로 행동하라고 전하거라. 예부상서와 홍로사경이 대오를 이끌고 성 밖으로 나가 맞이하도록 할 것이며 또한, 은밀히 백성들에게 이 일을 소문내거라. 폐하께서 미색에 빠져 혼미해졌다고. 심장안에게도 사람을 보내 알리거라. 폐하께서 강미인과 밤새 시간을 보낸 탓에 그를 맞이하러 갈 수 없다는 사실을.”엽 상궁는 잠시 망설이다가 알겠다고 답한 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대신들에게 태후의 뜻을 전달하러 가기
“재미있다.” 기양이 눈을 가늘게 떴다. “짐은 너를 괴롭히는 게 재밌다.” 강만여는 할 말이 잃고 잡혔던 손을 빼고 벽을 보고 누웠다. 이불을 들춘 기양은 개의치 않은 듯 그녀의 등 뒤로 누워 그녀를 껴안은 뒤, 한 손을 그녀의 침의 속에 넣었다. 강만여의 몸이 굳었다. “폐하, 무슨 짓입니까? 소첩 아직 아픕니다!”기양은 부드러운 그녀의 몸을 주무르며 나지막이 말했다. “짐은 성 밖으로 나가 그들을 맞이하고 싶지 않구나. 강미인이 한 번 더 요사스러운 후궁이 되어주어야겠다. 강미인과 밤새 방탕하게 논 탓에 몸이 지
기양은 나른하게 유혹하는 듯한 목소리로 강만여에게 물었다. 하지만 그녀의 귀에는 마치 불꽃 놀이가 굉음을 내며 터지는 듯한 느낌을 줬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손톱이 손바닥을 파고들었지만, 어떤 고통도 느끼지 못했다. 기양의 입에서 심장안이라는 이름이 나오자, 마치 무딘 칼로 그녀의 살갗을 긁어내는 기분이 들었다. 그녀는 피가 흐르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고, 속눈썹이 가볍게 떨렸다. 마치 질풍에 놀란 나비 같았지만, 이내 다시 평온해졌다. “소첩은 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녀는
명색이 황제인데 그는 한낱 내관보다 아는 것이 없었고, 심지어 여인에 관한 것을 내관에게 가르쳐달라고 할 정도였다. 해가 점점 서쪽으로 기울었고, 자금성에도 어둠이 찾아왔다. 궁에는 등불을 밝혔다. 후궁의 황제가 강만여를 영수궁으로 옮기게 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들은 황제가 오늘 밤 강만여를 찾아갈지 찾아가지 않을지 지켜보았다. 사실, 강만여에게 빠진 이후로, 기양은 후궁들을 찾지 않았다. 유일하게 찾은 게 강빈이었으나, 밤을 보내지 않았다. 후궁들은 애타게 기다렸고, 밤이 깊어서야 아무도 찾지 않겠다는
호진충은 바닥에서 일어나 앞으로 나아가 공손하게 은자를 바쳤다. 기양은 그것을 받아 손에 들고 몇 번 쳐다보더니 무심하게 말했다. “무엇을 말하는 건지, 짐은 모르겠구나.” 호진충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쇤네는 폐하의 개입니다. 강미인이 폐하를 원망한 만큼, 쇤네도 싫어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쇤네를 싫어하기는커녕, 은자까지 내려주셨으니, 이것이야말로 마음이 변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는지요?”기양은 비웃으며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너무 앞서가는구나. 그녀의 성질은 당나귀보다 세 배는 더 고집스럽다.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