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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서씨 가문은 호숫가에 있는 별장에서 살고 있다.

이곳은 풍경이 아름답고 아늑한 전형적인 부자 동네다.

메이드가 공손하게 길을 안내하자, 도예나는 두 아이를 데리고 안으로 걸어갔다.

"나나야, 드디어 돌아왔구나……."

노부인은 별장 입구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도예나가 걸어 들어오는 모습을 보자 언뜻 일찍 죽은 딸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의 비운의 딸도 미인박명이고, 비운의 외손녀도 인생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외할머니……."

노부인의 어깨에 기댄 도예나는 잠시 마음의 평온을 찾았다.

이 세상에 아직도 그녀를 걱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노부인 한 사람뿐이다…….

그녀는 해외의 아주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그런데도 노부인은 사람을 보내 그녀를 찾아냈고 자주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권했다.

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었다. 서씨 가문에서 외할머니를 제외한 대부분 사람은 자기를 환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그리하여 돌아오는 것을 계속 지체하였다…….

"얘들이 바로 제훈이와 수아구나. 정말 이쁘게도 생겼네."

노부인은 허리를 굽혀 두 아이의 얼굴을 만졌다.

도제훈은 얼굴에 웃음꽃을 활짝 피우며 말했다. "외증조할머니."

반면에 도수아는 경계 태세를 갖추면서 한 발짝 물러섰다. 예쁜 얼굴에는 싸늘함이 가득했다.

두 아이의 사연을 잘 알고 있는 노부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의사에게 연락했으니 며칠 뒤 수아를 데리고 한번 다녀와."

도예나는 아무런 희망도 품지 않았지만, 여전히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들을 데리고 노부인을 따라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

서씨 가문의 식구는 전부 거실에 모여있었다.

이곳은 서씨 가문에서 대대적으로 전해져 내려온 집터로, 이곳에서 지낼 수 있는 사람들은 오직 직계 가족뿐이다. 즉 도예나의 외삼촌, 외숙모들 그리고 사촌 형제들까지.

"엄마, 할머니 오늘 왜 우리를 집으로 부르셨대요? 도대체 무슨 일인데요?"

서슬기는 귀찮은 듯이 투덜거렸다.

그녀는 도예나의 큰 사촌 언니로서 올해 28살이다. 일찍이 시집을 갔지만 오늘 할머니가 꼭 집으로 돌아오라고 신신당부하여 집으로 돌아왔다.

도예나의 큰외숙모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연세가 많으신 어머님이 우리를 이토록 정중하게 집으로 불렀으니 내가 보기엔 아마도 유언장에 관한 일인 것 같구나."

"유언장이라고요?"

서슬기의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시집간 자식마저 집으로 불렀으니, 이 뜻은 서씨 가문의 유언장에도 그녀의 몫이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녀뿐만 아니라 거실에 있는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유언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들이 각자 얼마나 나눠 가질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을 때 사람의 그림자가 입구로 들어왔다.

노부인의 곁에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함께 있었다.

청바지에 셔츠를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여자는 심플한 옷차림에도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그녀만의 청아하고 아름다운 분위기는 성남에서 더 이상 찾기 어려웠다.

서슬기는 문득 이 여자가 아주 낯익다고 느꼈다.

"나나야, 네 외삼촌들과 외숙모들이 다 여기에 모여 있단다. 어서 인사드려."

노부인은 도예나의 등을 떠밀었다.

도예나는 차분히 웃으면서 말했다. "큰외삼촌, 큰외숙모, 둘째 외삼촌, 둘째 외숙모......"

그녀는 웃어른들 한 분 한 분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러나 거실 안은 놀라울 정도로 고요했다.

"나나? 도예나?" 서슬기는 믿을 수 없었다. "너, 넌 4년 전에 이미 죽었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 노부인은 표정을 굳혔다. "나나는 계속 살아 있었고 그동안 아주 잘 지내고 있었어. 나나가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싫어해 그동안 너희들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서씨 가문의 식구들은 하나같이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랬다.

죽은 지 4년이나 된 사람이 갑자기 나타났으니 놀라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노부인의 이런 모습을 보니 도예나가 죽지 않았다는 걸 진작 알고 있었으면서 그동안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꼭꼭 숨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서씨 가문 큰외숙모의 시선이 두 아이에게로 향했다. "나나야, 너 설마 또 근본 없는 자식을 둘씩이나 낳았니?"

근본 없는 자식이란 말을 듣자마자 도예나의 숨결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녀는 눈동자를 치켜세우며 브레이크 없이 말했다. "큰외숙모, 외숙모께서 서씨 가문으로 시집올 때 이미 언니를 임신하지 않으셨나요? 그럼 저도 언니를 근본 없는 자식이라 불러도 되는 거죠?"

"너!" 서씨 가문의 큰외숙모는 눈에 쌍심지를 켜고 분노했다. "싸가지없는 것!"

당시 그녀는 재벌가에서 매우 파격적인 혼전임신을 했었고 아주 오랫동안 비웃음을 당했다. 그런데 30년이나 지난 일을 어린 시조카가 들추어내니 어떻게 화가 나지 않을까?

서슬기도 화를 냈다. "도예나, 감히 우리 서씨 가문의 집터에서 나를 욕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그만해!"

노부인이 노성을 터뜨리자 주변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그녀는 세월이 담긴 눈동자로 거실에 있는 사람들을 훑어보며 못을 박았다. "이제부터 누가 나나의 두 아이를 욕하는 말을 듣게 된다면 난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

서씨 가문의 식구들은 몸을 움츠렸지만, 눈빛은 여전히 경계심으로 가득 찼다.

도예나의 어머니는 서씨 가문의 유일한 큰 아가씨로, 어릴 때부터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 시집간 후 서씨 가문에서 40억 원을 도씨 가문에 주어 회사를 창립할 수 있도록 도왔을 정도이니. 노부인은 자기의 딸을 금이야 옥이야 아꼈다. 서씨 가문에 좋은 물건이 있으면 무조건 딸에게 먼저 주었다. 도예나의 어머니가 돌아가기 전까지 늘 그래왔다…….

다들 노부인이 더는 예뻐할 사람이 없어 잠잠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도예나가 자신의 어머니를 이어 또 예쁨받는 상대가 될 줄이야.

4년 동안 노부인이 도예나에게 얼마나 많은 귀한 물건을 주셨을까…….

사람들은 질투에 눈이 멀 것 같았다.

도예나도 당연히 이 사람들의 빤히 보이는 생각을 알고 있었다. 그녀는 입꼬리를 올리면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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