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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처녀성

Author: 도옌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9-25 05:48:29

정말로 그런 마음이었다.

처녀성이라고 불리는 그것.

'그까짓 게 도대체 뭔데'

어떤 이에게는 고귀함을 넘어 성역이 되어 버린 그것.

끝끝내 지켜내서 소위 말하는 '천연기념물'이 되느냐, 아니면 미리 허물어뜨려 자유로워지느냐.

술이 셌던 은영은 동기들과의 술자리에서 자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최후의 1인이었고 그러다 보니 종종 예기치 않게 내밀한 이야기를 듣게 되기도 했다. 군입대를 앞둔 남자 동기들이 "총각 딱지"를 어떻게 뗄지에 대해 고심하는 그런 술자리가 있기도 했다. 

"나송이한테 말해 봤어? 너 그러다 택시 타고 입대한다?"

"자차 타야지 택시 타서야 되겠어?"

"택시도 돈 많이 주면 모범택시 탈 수 있다더라."

"나송이 고등학교 때 남자 친구 있었다던데 너나 아다지, 나송이는 벌써 깨졌을 걸?"

"정작 나송이는 너 먹고 싶어서 드릉드릉대고 있는 거 아니냐? 낄낄."

"야야, 여자 마음 좀 받아 줘라. 너 순결 지키냐?"

"왜 그래? 잘 못 하는 거 들켜서 입대도 하기 전에 차일까 봐 걱정돼?"

"야 임마! 그런 거 아니야. 내가 뭘 잘 못 해?"

"발끈하기는. 자신 있으면 이번 주말에 1박 2일로 놀러 가자고 해 봐. 간다 그러면 그건 나송이도 하고 싶은 거라고."

"진짜 그럴까? 싫다 그러면 어떡해? 어색해질 수도 있잖아. 나 입대 앞두고 차이기 싫다."

"너희 사귀는 거 아니었어? 사귄다는 거 네 혼자 착각이야? 사귀는 사이면 같이 놀러 가겠지."

"나송이 아버지 되게 엄하시대."

"야야, 갈 마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간다. 몰래 도망쳐 나와서라도 가더라."

"아 씨... 그럼 말해 볼까?"

"그래. 말이라도 해 봐. 싫다 그러면 우리가 십시일반으로 돈 만들어서 너 은하 누나한테 데려다 줄게."

남자 동기들이 낄낄대며 그런 얘기를 주고받을 때, 조금 역겹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은영은 잠자코 있었다. 학교에서 버스로 서너 정류장 떨어진 곳에 오래된 제분 회사와 방직 공장이 있었고 그 근처에 "은하수"라는 이름의 낡은 술집이 있었는데 매춘도 한다고 알려진 곳이었다. 30년은 더 된 것 같은 자그마한 구멍 가게 크기였고 도대체 언제 만든 것인지 모를 조잡한 디자인의 간판이 걸려 있었고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검은색 시트지로 모든 창이 다 막혀 있었는데 가게 앞에 플라스틱 스툴 의자를 내놓고 옷을 야하게 입은 중년의 여성이 저녁 내내 나와 앉아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아마도 두세 명쯤 되는 중년 여성들이 그 곳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그 여성들을 다 싸잡아 "은하 누나"라고 불렀던 것이다. 가게 이름에 걸맞게 검은색 시트지에는 은색으로 은하수 모양의 패턴이 있었다.

남학생들과의 술자리는 술병과 함께 군입대나 성에 대한 주제로 귀결되었고 가끔은 여자 동기들과의 술자리 주제가 성관계일 때도 있었다.

"너 해봤어?"

"어때? 많이 아파? 피 났어?"

"응, 아주 조금 나오던데? 생각만큼 막 많이 나오지는 않더라."

"근데 하고 나서 창피하지는 않았어? 나는 뱃살 때문에 창피하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 같아."

"하필 그 날 다리털을 제대로 안 밀고 가서 그게 좀 창피하긴 하더라."

"하하하, 어쩌다 그랬어? 너 털 안 밀면 완전 바야바잖아."

"그러니까. 그래서 내가 한사코 오늘은 집에 일찍 가야 돼 했는데 다음 순간 눈 떠 보니 오빠 자취방이더라. 하하."

"미쳤나 봐. 깔깔."

"그 날 내가 보는 드라마 하는 날이었잖아. 그래서 집에 일찍 가려고 했는데 오빠가 그냥 자기 자취방에서 치킨 시켜 먹으면서 같이 보자고 해서 홀딱 넘어갔네."

"너 근데 상헌 오빠랑 결혼할 거야?"

"그걸 내가 어찌 알아? 갑자기 웬 결혼이야."

"나중에 결혼할 남자가 너 처녀 아닌 거 알고 파혼하면 어떡해?"

"너 조선 시대에서 왔어? 뭘 그런 걱정을 해?"

"그래도 좀 걱정되잖아."

"난 결혼 안 해도 되니까 지드래곤이랑 한번 자 봤으면 좋겠다."

"왜? 한 번 하고 나니까 막 자신감이 생겨? 어떤 느낌이었어?"

"말로는 다 설명 못 해. 너도 직접 해 봐."

"어느 세월에 남자 친구도 생기고 그런 것도 해 보냐. 이러다 비구니 되는 거 아닌가 몰라."

"비구니는 아무나 되냐? 너는 사상이 엉큼해서 안 돼."

이런 저런 말들.

화두인 것은 분명했다.

뭐가 됐든, 지겹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연연해 한다는 것.

그래서 그 날, 시험공부를 하다 밤늦게 학교를 나선 그 날. 

은영은 해치워 버리자고 마침내 생각했다.

'그게 뭐길래 다들 그 호들갑들이람.'

정작 마음은 그렇게 먹었으나 어두컴컴한 모텔에 들어서자 위화감이 들었다.

앳된 대학생 남녀가 선뜻 카운터 쪽으로 다가서지도 못하고 쭈뼛거리며 서 있자, 안이 잘 보이지 않는 카운터의 자그마한 창구 쪽으로 고개를 한껏 숙여 눈만 내놓은 모텔 주인이 답답하다는 듯이 큰 소리로 물었다.

"자고 갈 거야? 쉬다 갈 거야?"

복도에 쩌렁쩌렁 울리는 소리에 기겁해서 쉬다 갈 거라고 얼른 대답했다.

룸넘버가 각인되어 있는 커다란 유리 키링이 달린 열쇠와 수건 두 장을 받아들고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컴컴한 복도에는 간간이 초록색 비상구 사인이 휘휘 공중에 떠 있었다.

혹시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두려웠다.

쉬다 간다고 말한 그들에게는 세 시간의 시간이 주어졌다.

'통상적으로 세 시간이면 충분하니까 그렇게 정해 놓은 거겠지.'

우습게도 은영은 그런 생각을 했다.

아프고 불편하고 힘들어도 세 시간만 참으면 되는 거야, 라고.

"너 진짜 괜찮아?"

민우는 끝까지 신사적이었다. 

"왜? 안 괜찮다고 하면 지금이라도 나가게?"

은영은 은근히 놀리고 싶은 마음이 되었다.

민우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다 결심한 듯이 말했다.

"기왕 온 거 해 보자. 네가 날 네 남자 친구로 생각한다면 이런 것도 해야 되는 거야."

"이건 무슨 가스라이팅이람. 아니? 아닌데? 안 한다면 네가 어쩔 건데?"

사실은, 은영 자신도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둘은 앞서거니 뒷서거니 샤워를 했다. 은영은 잠깐, 좀 더 예쁜 속옷을 입고 나올걸 후회했다.

맨투맨 점퍼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안에는 배에 하트 모양이 있는 작은 곰돌이 패턴이 있는 베이지색 팬티에 하얀색 브라를 입고 있었다.

환상 따윈 애초에 없었지만, 그래도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고 상상해 왔던 첫 경험의 아웃핏으로는 영 아니다 싶었다.

샤워를 한 후에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 것도 조금 우스웠고, 속옷이 그다지 자랑스럽지도 않았기 때문에 은영은 알몸으로 수건만 두르고 욕실에서 나왔다.

민우는 자기도 모르게,

"이야!" 하고 탄성을 내질렀다.

은영은 조금 민망했다.

"자, 이제 나 뭐 할까? 네가 리드한다며? 그냥 여기에 누우면 돼?"

"응, 누워."

은영은 가만히 누워서 다리를 살짝 벌렸다.

민우는 피식 웃었다.

"아니, 그렇게 불가사리처럼 가만히 누워 있으라는 뜻은 아니었어."

"그럼 어쩌라구?"

민우는 목소리에 살짝 짜증이 묻은 은영의 입에 입술을 갖다 댔다.

손으로는 천천히 은영의 가슴을 만졌다. 손바닥을 둥그스름하게 모아 은영의 오른쪽 가슴을 감싸 쥐었다. 가슴에 닿은 손바닥의 감촉이 낯설었다. 유두가 자극되어 조금 아프기도 했다.

민우는 자기의 한쪽 다리를 은영의 다리 사이에 넣었다.

일부러인 듯, 어쩌다 그렇게 된 것인 듯, 민우는 은영의 다리 사이에 위치하게 된 자기의 다리에 간헐적으로 힘을 넣어다 빼거나, 키스에 심취해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된 것인 양 자세를 조금씩 옮겨 가며, 자기의 다리가 은영의 음부를 살짝씩 건드리게끔 했다. 

경직되어서, 그야말로 불가사리 모양으로 누워 있던 은영에게도,

그저 냉소적인 마음만 가득했던 은영에게도,

뭔가 달아오른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영화를 보던 중 어쩌다 야한 장면을 보게 될 때 가끔 느꼈던 유두가 빳빳하게 서고 음부가 뜨겁고 묵직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조금씩 이완되는 느낌이 드는 와중에도,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성행위를 한다는 게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막연히 들었다. 

'한 번도 해 보기 전으로는 다시는 돌아갈 수 없겠지.'

그런 생각. 슬픈 것도 아니고 지나치게 감상적이 되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삶을 하나의 라인으로 봤을 때 중간 어디쯤에 뚝 잘라 점으로 표시되고 구획이 나눠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다시는 그 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거라는 생각. 앞으로 흥미진진한 게 펼쳐진다 하더라도 그 전의 삶에 대해 항상 어느 정도의 노스탤지어는 갖게 되겠지, 하는 생각. 앞으로는 어떠한 사소한 애정 표현이나 배려, 작은 표정, 눈빛 하나하나조차도 어느 정도는 성과 관련되어 이해되겠지. 어떤 신호를 주는 것이라고. 고마운 게 생기면 성행위로 보답을 해 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 성행위를 통해 사과하고 용서하고 사랑을 확인하고 사랑이 꺼져감도 느끼게 되겠지. 모든 사랑의 언어에 항상 등장하는 매개체가 되겠지. 아니, 매개체가 아니라 사랑 그 자체가 될지도. 

은영의 음부에서는 끈적한 액체가 새어 나오기 시작했으나 머리에는 상념으로 가득 찼다.

슬펐던 건 아니다. 그저 어떤 체념 같은 게 있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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