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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는 나를 버렸다

그날, 그는 나를 버렸다

Oleh:  나이트 송Tamat
Bahasa: Kor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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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편의 첫사랑이 동시에 납치되었다. 죽음이 눈앞에 닥친 상황에서 가까스로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지만, 그는 내게 연기 좀 그만하라며 차갑게 나무랐다. 결국, 그는 첫사랑을 위해서만 범인이 요구한 몸값을 지불하고, 나와 그의 동생을 그대로 내버려둔 채 떠났다. 전화가 끊기기 직전, 그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안유정, 그만 좀 해! 이젠 지긋지긋하다고! 연수가 얼마나 무서워했는지 알아? 네가 연수를 납치한 거 다 안다고! 두고 봐, 연수가 진정되면 제대로 따져 물을 거니까...” 그러나 그의 계획은 이루어질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가 첫사랑을 품에 안고 떠난 직후, 나와 자폐를 앓는 그의 동생은 범인의 칼에 찔려 목숨을 잃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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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 1

제1화

내 죽음은 처참했다. 두 다리는 살점이 모두 도려내져 하얀 뼈에 핏덩이만 몇 가닥 걸려 있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베테랑 형사마저 고개를 돌리고 눈물을 훔쳤다.

“살아서 능지처참당했다니... 얼마나 아팠을까? 얼굴에 난 상처만 봐도 범인이 얼마나 악랄했는지 알겠어. 그 와중에 숨이 끊어질 때까지 어린 동생을 지키려 했다는 거야? 세상에...”

죽기 직전, 너무나도 끔찍한 고통을 겪었기 때문일까? 나와 강민혁의 영혼은 저승으로 가지 못한 채 ‘남편’ 강민호의 곁을 떠돌았다.

그는 지금 첫사랑 임연수를 안고 병원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는 진료실 문을 발로 차고 들어가 의사의 가운을 움켜쥐며 울부짖었다.

“당장 연수를 살려주세요! 제발요! 연수는 발레리나예요. 발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된다고요! 알겠어요?”

강민호의 눈에는 절박함과 광기가 뒤섞여 있었다. 그동안 내가 본 적 없는 애틋함과 간절함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의사가 임연수의 발목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며 응급처치를 마치고 나서야 그는 안도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이어 비서에게 고급 병실을 예약하라고 지시하며 덧붙였다.

“연수가 회복할 때까지 아무 문제 없도록 신경 써.”

비서는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표님... 연수 씨는 구하셨지만, 사모님과 작은 도련님은 아직 납치범에게 잡혀 있습니다. 혹시...”

비서는 경찰에게 신고하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강민호는 짜증스럽게 말을 잘랐다.

“유정이가 민혁이를 데리고 벌인 연극일 뿐이야. 이미 4천만 원이나 쥐여줬는데 그걸로 모자란다고? 연수가 지금 힘들어하는 게 안 보여? 미친 여자의 이름은 당분간 입에 올리지 마.”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갈 곳 없이 떠다니던 민혁의 귀를 막았다.

아이의 초점 없는 눈동자와 슬픔 어린 표정을 보며 나는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다. 마치 끝없는 지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그래... 강민호는 늘 나를 계략만 꾸미고 다른 사람을 속이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지. 민혁이를 망친 사람도 나라고 여긴 거겠지... 그런 사람이 우리를 구하러 올 리가 없었잖아...’

우리가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강민호는 알 리가 없었다. 그가 임연수의 발을 주무르며 안심하고 있을 때, 우리는 범인의 칼에 찔려 죽었다.

죽기 직전,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전화를 걸어 애원했었다.

“민호 씨... 제발... 우리 좀 구해줘. 진짜 죽일 것 같아...”

통화가 연결되는 순간, 나는 희미하게나마 희망의 빛을 본 줄 알았다. 하지만 3년간 나의 남편이었던 강민호는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

“안유정, 또 쇼야? 연수가 얼마나 무서워했을지 알기나 해? 네가 감히 이딴 짓까지 벌이고, 내 동생 민혁이까지 끌어들여? 네가 이렇게 비열한 줄은 몰랐어!”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숨마저 끊겨가는 민혁이를 품에 안았다. 피투성이가 된 민혁이의 얼굴을 보여주려 했지만, 강민호는 내 말을 들을 생각조차 없었다.

대신 냉담하게 쏘아붙였다.

“네가 오늘 벌인 짓... 두고 봐. 나중에 제대로 따져 물을 거야.”

그러고는 상처투성이가 된 나를 완전히 무시한 채 전화를 끊었다.

끊기기 직전, 나는 임연수의 애교 섞인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왔다.

임연수는 그저 발목을 삐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강민호는 병실에서 사흘 밤낮을 지새우며 그녀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기를 다루듯, 임연수를 조심스럽게 품에 안고 온 마음을 쏟아부었다.

강민호는 그릇 속의 죽을 조심스레 불어 식힌 뒤, 천천히 임연수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그녀를 위로하려 애쓰고 있었다

“다행히 크게 다치지 않았대... 발 삔 거 보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어...”

임연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강민호에게 애교를 부렸다.

“민호 오빠... 유정 언니랑 민혁이가 날 그 폐공장으로 데려갔을 땐, 정말 이렇게 죽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오빠가 날 구해줘서 다행이야. 오빠가 없었으면 난...”

‘말도 안 돼! 나랑 민혁이는 임연수 때문에 납치된 건데, 어쩜 이렇게 눈 한번 깜빡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거지?’

임연수는 입술을 깨물며 눈물을 닦아내더니, 감사하다는 표정으로 강민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호 오빠, 오빠는 내 생명의 은인이야. 이제부터 난 오빠의 여자야.”

강민혁은 슬픈 눈으로 두 사람의 따뜻한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했다.

“형... 형수님이랑 나보다 연수 누나가 더 중요했던 거지?”

하지만 강민호는 그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 다정하게 임연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비서에게서 건네받은 초대장을 임연수의 손에 꼭 쥐여주며 말했다.

“모스크바 발레단의 수석 자리야. 네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고 있어. 이건 내가 너에게 주는 작은 위로야. 빨리 회복해서 멋진 무대를 보여줘. 내가 안심할 수 있도록...”

초대장에는 화려한 금박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모스크바 발레단은 모든 발레리나의 꿈과도 같은 예술의 성지였다. 나도 그 자리를 꿈꿨었다.

임연수는 초대장을 매만지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민호 오빠, 왜 이렇게 잘해줘? 정말 고마워...”

그러면서 몸을 움츠리며 망설이는 듯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근데... 이 자리 유정 언니 거 아니었어? 언니가 알면, 또 민혁이를 시켜서 나를 혼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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