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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Author: 송언희
진정훈이 식사를 마치고 떠난 후 배준우가 집에 돌아왔을 때 냄비에는 이미 밥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사실 그는 평소 점심에는 집에 잘 돌아오지 않지만 집에 오지 않더라도 도우미들이 항상 넉넉하게 음식을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고은영은 말했다.

“제 밥이라도 드실래요?”

“무슨 일이야?”

그는 이런 상황을 이전에 본 적이 없어 당황스러웠다.

‘혹시 이 아가씨의 식사량이 다시 늘었나?’

도우미는 무의식적으로 고은영을 쳐다봤고 고은영은 도우미와 배준우의 시선에 조금 주눅이 들었다.

특히 배준우의 시선은 마치 그녀가 대식가라도 되는 듯한 눈빛이었다.

솔직히 고은영은 최근 복잡한 일들로 인해 식사량이 예전처럼 많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의 시선은 정말 억울했다.

고은영은 투덜거렸다.

“진정훈이 와서 밥을 먹었거든요. 냄비 하나에 있던 밥을 다 먹어버렸어요. 저는 이 작은 반 공기밖에 못 먹었어요.”

“냄비에 있던 밥을 다 먹었다고?”

배준우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떨렸다.

고은영의 식사량이 유전된 게 분명했다. 이렇게 많이 먹는 게 단지 그녀만의 일이 아니라 진 씨 가문 사람들 전체가 그럴 줄이야.

하지만 과거에 진윤과 함께 있을 때는 진윤이 그렇게 많이 먹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냄비에 있던 밥을 다 먹어버렸어요. 다섯 그릇이나 먹었거든요.”

그 말을 들은 배준우도 말문이 막혔다.

냄비 하나의 밥을 다 먹어버리다니! 그 정도면 정말 대식가라 할 만했다.

도우미가 다가와 말했다.

“선생님, 아직 식사 못 하셨죠? 제가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아니, 그냥 반찬 조금 먹으면 돼.”

배준우는 고개를 저었다.

그는 많이 먹지 않았기에 굳이 밥을 더 짓지 않아도 됐다.

진정훈이 많이 먹었지만 밥 다섯 그릇을 제외하고는 반찬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은 것 같았다.

배준우가 자리에 앉자 도우미가 바로 그에게 식기 세트를 차려 주었다.

그는 젓가락을 들며 고은영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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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49화

    안열은 주방에서 밥을 먹지 않는다. 동안 이곳에서는 여자의 지위가 아주 낮았다. 집안에서 홀대받는 여자는 식탁에 함께 앉을 자격조차 없어 늘 부엌이나 사람 없는 구석에서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이래서 안열은 강성이 좋았고 장선명 옆에 있는 게 좋았던 이유다.그동안 비록 장선명의 부하로 지냈지만 그의 곁을 벗어나 있을 때만큼은 밥 먹는 자유만큼은 보장됐다. 돈만 있으면 언제든 고급 레스토랑에 들어가 음식이 남든 말든 원하는 대로 시켜 먹을 수 있었다.하지만 동안은 달랐다. 여자는 혼자 밖에 나갈 수도 없었고 특히 공공장소에 나가려면 반드시 집안 남자의 동행이 있어야 했다. 식당마저도 남자석, 가족석과 철저히 분리된 여자석이 따로 있었다. 뿌리까지 뻗은 불평등함이 사람을 숨 막히게 짓눌렀다.지금 김이숙이 안열을 불러 세워 앉으라 하는 것도 따뜻한 배려가 아니라 분명 안열을 꾸짖기 위해서라는 걸 안열은 너무도 잘 알았다.안열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말했다.“무슨 일이 있으면 여기서 말씀하세요.”“내 말이 이제 네게 안 먹히는 거야?”김이숙의 목소리는 더욱 날카로웠다. 안열은 고개를 돌려 김이숙을 바라보았다.명령조가 가득한 어투와 시선은 그 어디에도 어머니의 온기는 없었다. 그 순간 안열은 문득 안이연이 살아 있을 때 어머니의 시선이 얼마나 따뜻하고 부드러웠는지를 떠올렸다. 안열은 자신도 똑같은 딸인데 왜 이렇게까지 차별이 심한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심지어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고 살기도 했다. 특히 밖에서 지내는 동안 안열은 외부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집안에 대한 집착을 끊고 어머니의 차별 또한 애써 잊으며 지냈다.하지만 지금 돌아와보니...이런 어머니를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누르던 억압이 다시 몰려왔다.결국 안열은 숨을 고르며 김이숙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안열이 앉는 순간 원래 어둡던 김이숙의 얼굴이 더 싸늘해졌다. 그리고 매섭게 꾸짖었다.“누가 거기 앉으라 했어? 당장 일어나!”안열은 듣고 숨이 멈췄다.

  • 그날밤, 상사의 아이를 임신했다   제1748화

    이런 사람은 차라리 멀리하는 게 좋다. 나태현은 숨을 급히 몰아쉬었다.“그래서 고은지가 정말 살아 있는 거야? 어디에 있어?”짝!고은영은 화가 나서 손을 날려 나태현의 얼굴을 쳤다.“내가 모른다고 했잖아! 그리고 재 집에서 나가! 나가지 않으면...”‘내가 뭐?’고은영은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나태현은 분노로 가득한 고은영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눈빛 속에 한 줄기 위험이 스쳤다. 나태현의 얼굴은 따갑고 아팠다.고은영은 더 이상 나태현을 보고 싶지 않아 경비에게 말했다.“나 대표님을 모시고 나가 주세요!”경비는 눈치채고 말했다.“나 대표님, 나가시죠!”목소리는 차갑고 엄격했다.나태현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고은영을 바라보았다.하지만 평소 겁이 많은 고은영은 그 시선을 그대로 마주하며 조금의 두려움도 없었다.나태현은 눈빛을 가라앉히고 결국 서늘한 기운을 품은 채 나갔다. 비록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이미 원하는 답을 얻었다.고은영과 배준우 두 사람만 남았다. 고은영은 재빨리 약상자를 가져와 배준우의 상처를 소독했다.나태현은 정말 손이 가볍지 않았다. 하지만 나태현 얼굴의 상처를 보니 배준우도 만만치 않게 때렸음을 알 수 있었다.“나태현이 왜 이렇게 빨리 의심하죠? 혹시 장선명한테 들었어요?”고은영이 불만을 터뜨렸다.“장선명은 아니야. 장선명은 안 알려 줄 거야.” 장선명이 알았다면 훨씬 소식을 꼭꼭 숨겨 나태현이 알 리 없을 것이다.장선명이 나씨 가문의 사람에 대한 혐오가 어느 정도인지 배준우는 잘 알고 있었다. 고은영은 툴툴거렸다.“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진짜 싫어요.”싫어하는 정도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배준우는 고은영의 부드러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그린빌 집을 다시 찾는 방법을 생각해 봐.”“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일부러 소란을 피워야만 나태현의 의심을 피할 수 있다면 그냥 소란을 피우면 되지 뭐. 어차피 직접 나설 필요도 없잖아.’강성은 이미 나태현의 의심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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