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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고은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아직!”

그녀는 그날 이후로 다시는 그 목걸이를 하지 않았지만 여름이라 그걸 본 직원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나태웅이 회사 직원들에게까지 탐문조사를 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거 주면 안 되지!”

“하지만 나 실장님 태도가 아주 강경했어. 안 가져가면 분명 날 의심할 거야.”

고은영의 말에 안지영은 미칠 것 같았다.

사실 자신의 말이 억지라는 건 알 고 있었다.

나 실장은 자타공인 회사의 2인자였다.

배준우가 조사를 하라고 지시한 일은 전부 나 실장이 도맡아서 했고 한 번도 배준우를 실망시킨 적 없었다.

하지만 그걸 넘기면….

“아, 정말 답 없네!”

안지영은 짜증이 나서 미칠 것 같았다.

고은영도 마찬가지였다. 할 수만 있다면 모두의 기억에서 그날 밤을 지우고 싶었다.

그녀는 머리를 싸매고 있는 안지영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걸 넘겨야겠지?”

“지금 상황에 아무래도 넘길 수밖에 없어!”

만약 그걸 안 넘긴다면 나 실장은 결국 고은영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고은영 위주로 조사를 시작한다면 들통나는 건 시간문제였다.

게다가 고은영은 그와 같이 이 임무에 합류하게 되었다.

안지영은 압박감을 이기지 못한 친구가 사실대로 자백할까 봐 걱정이었다. 그렇게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고은영은 고통스럽게 머리카락을 쥐여뜯었다.

“내가 그거 하고 다니는 거 본 동료들이 수두룩할 텐데.”

회사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금방 그녀라는 게 들통날 것이다.

안지영은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시고는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고은영에게 말했다.

“그럼 네가 말해봐.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고은영은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울지 마. 지금 너 달래줄 기분 아니야.”

“하지만 정말 무섭다고!”

“그래, 알아.”

겁 많은 고은영이야 무서운 건 당연하고 안지영도 이제 슬슬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지만 두 사람 다 입맛이 없었다.

안지영은 착잡한 표정으로 고은영을 바라보며 물었다.

“혹시 대표님이 사실은 너라는 걸 알면서 일부러 너랑 장난치는 거 아닐까?”

하지만 그녀는 말을 뱉자마자 후회했다.

그들이 아는 배준우는 장난에 취미가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겁에 질린 고은영의 모습을 보고 재미 있어서 장난을 치고 있는 거라면? 그에게 그런 악취미가 있다면?

고은영은 안지영을 곱지 않게 흘기며 말했다.

“이런 걸로 장난칠 분 아니야!”

학교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여러 사장들도 많이 만났지만 배준우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이 험악한 상사였다.

안지영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하긴.”

그렇다는 건 배준우는 아직 범인을 모른다는 것.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범인인 고은영을 시켜 범인을 찾게 지시하다니.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

안지영은 생각할수록 머리가 어지러웠다.

두 사람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의논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생각해 내지 못했다.

회사로 돌아가는 길, 고은영이 자꾸 기숙사 방향으로 힐끔거리자 안지영이 물었다.

“왜 그래?”

“나 퇴사할래!”

고은영은 더이상 회사에 가기가 싫었다.

안지영이 못 말린다는 듯이 한마디 했다.

“집 대출은?”

대출 이야기가 나오자 고은영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럴 줄 알았으면 빚 내서 집 사지 말걸! 이제 퇴사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다.

결국 고은영은 안지영에게 이끌려 회사로 돌아갔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배준우에게서 전화가 왔다. 고은영은 사무적인 어투로 전화를 받았다.

“네, 대표님!”

안지영은 신기한 눈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겁이 많아서 그렇지 연기는 참 잘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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