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명의 말한 대로 나태웅과 결혼해야만 나씨 가문에서 그만둘 것이다.하지만 안지영은 나태웅과 결혼하고 싶지 않았다.나태웅이 안진섭에게 한 짓과 하주원과의 사건을 떠올리면 안지영은 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았다.“하지만 오늘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장선명이 갑자기 말했다.“뭘요?”“오늘 네가 나태범을 욕한 일 말이야.”“...”그 말을 들으니 안지영은 순간 머리가 차가워졌다.아까는 화가 나서 아무 말이나 막 뱉은 것이지만 지금에야 여태껏 무슨 짓을 저지른 것인지 정신이 들었다.아까의 안지영은 완전히 미친 여자였다.안지영은 걱정스레 장선명을 보면서 말했다.“아까 모습들... 정떨어졌죠? 그냥 잊어줘요...”그 말을 들은 장선명은 약간 놀란 듯했다. 하지만 이윽고 대답했다.“미안하지만 잊을 수 없을 것 같은데.”“왜요?”“절대 안 잊을 건데?.”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절망한 듯 장선명을 보고 얘기했다.“그때는 화가 나서 그랬어요. 평소에는 그러지 않아요.”아까는 그저 나태범 때문에 화가 너무 나서 말을 내뱉은 것이다.하지만 장선명이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정이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안지영은 약간 속상하고 후회되기도 했다.장선명은 고개를 푹 숙인 안지영의 모습을 보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이제 와서 무슨 그런 걱정을 해.”“...”안지영은 이제 완전히 포기한 듯 고개를 떨구었다.안지영이 아무 말도 못 하는 모습을 보면서 장선명이 웃음을 터뜨렸다.“너무 귀여워서 못 잊을 것 같아.”“네? 귀엽다고요? 거, 거짓말이죠?”안지영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누가 이런 미친 여자를 귀여워하겠는가.설마 장선명이 정말 본인을 좋아해서...?이런 모습을 보여줘도 좋아할 정도라서?‘콩깍지가 씐 건가...’“거짓말 아니야.”“...”“그래도 욕한 덕분에 나태범도 너를 싫어하게 됐을 거야.”안지영은 그 말을 듣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나태범이 안지영을 싫어하게 된다면, 그
“...”혼자 가야 한다니.하지만 나태범은 나중에 안지영이 화가 나서 사당에서 난리를 피웠다더라는 말을 듣게 되어야 정신을 차릴 것이다.“다른 방법은 없어요?”“다른 방법은 이토록 위협적이지 못한데... 게다가 이런 일을 해야 나태범이 너를 더 싫어할 게 아니야?”위협적이라는 말에 안지영은 다시 마음을 다잡았다.‘그래, 지금은 뻔뻔해야 해.’자식의 연애에 끼어드는 아버지라니. 게다가 선을 넘는 짓까지 하다니.이렇게 꼴사나운 건 처음이다.“정말 나를 더 싫어할까요?”“이런 일을 하는데 좋아할 리가 없잖아.”“...”맞는 말이었다.그것 또한 안지영의 목표였다....나씨 가문.대문의 불은 껐지만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있었다.집사는 소방원들에게 감사의 뜻으로 돈을 넣어주고 사람들을 떠나보냈다.나태범은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대문을 바라보았다.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무늬로 대문을 만들었는데, 지금은 다 타버렸으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나태범은 화가 나서 연신 소리쳤다.“나태웅, 이 자식! 도대체 왜 이런 여자를 좋아하는 거야!”나태범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그가 벌인 짓이 이런 후과를 가져올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대문이 불에 타서 사라졌다.이 소문이 퍼진다면 나씨 가문의 체면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나태웅이 안지영을 좋아해서 장선명이 나씨 가문 대문에 불을 질렀다는 것이 소문으로 퍼진다면...집사는 눈앞에 펼쳐진 난장판을 보면서 얼른 사람을 시켜 수습하게 했다.이윽고 나태범 앞에 와서 얘기했다.“어르신, 일단은 화를 삭이십쇼. 몸 생각도 하셔야죠.”“내가 어떻게 화를 삭여야 하는데! 너 같으면 화가 안 나게 생겼냐?!”나태범은 눈앞의 이 모든 것을 가리키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정말 피를 토해낼 것 같은 심정이었다.“얼른 두 자식들한테 연락해!”두 자식이라는 말에 집사는 약간 멍해서 나태범을 바라보며 물었다.“큰 도련님께도 연락을 해야하나요?”“해! 당장 돌아오라고 해. 내가 그놈이 무슨 생각하는지 모를 줄
나태웅이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얼마나 심각한데?”“대문이 불에 탔어. 금방 불은 끈 것 같더라고.”나태현이 진중하게 얘기했다.그리고 나태웅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마치 그딴 여자를 왜 좋아하게 되었냐고 묻는 것만 같았다.나태웅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불을 질렀다고? 어떻게 됐는데?”“네가 직접 가보면 되잖아.”나태현은 화를 겨우 꾹 눌렀다.안지영은 정말 독한 여자였다.나태웅은 그 말을 듣고 속으로 판단을 내렸다.안지영은 곰의 탈을 쓴 여우라고 말이다.나태웅은 나태범이 안진섭을 데려간 일로 안지영이 화를 낼 것이라고 생각했다.안지영은 나태범이 생각하는 그런 연약한 여자가 아니니 나태범 앞에 무릎 꿇지 않을 것이다.결국에 무릎 꿇게 되어 있어도 모든 발악은 다 하고 죽는 사람이었다....두 사람은 같이 나씨 가문으로 돌아왔다.차에서 내리자 멀리서부터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대문이 보였다.검게 변한 대문을 보니 나씨 가문 저택이 마치 폐허가 된 것만 같았다.나씨 가문 저택 앞을 지나는 사람들은 원래 대문을 보고 그 웅장함에 놀라곤 했다.하지만 그 대문은 현재 타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나태웅은 두 눈이 충혈되어서 이를 꽉 깨물었다.“안지영...”그 이름을 곱씹는 나태웅은 당장이라도 안지영을 잡아먹을 것만 같았다.나태범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집사는 두 사람이 돌아온 것을 보고 사건의 자초지종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안지영이 나씨 가문에 와서 나태범을 욕했다는 것을 들은 나태현과 나태웅은 놀라서 움찔했다.“이런 여자는 가문에 들이면 안 돼.”나태범이 중얼거리면서 말했다.나태범은 안지영 같은 여자를 집안에 들이면 안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나태웅과 나태현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앞으로 다가갔다.나태범은 꽤 오랫동안 그 자리에 앉아서 타버린 대문을 보고 있었다.곱씹을수록 안지영을 들이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이런 성격도 안 좋고 품위도 없는 여자를 가문에 들이면 망신을 당할 수밖에 없다.결국
집사는 그제야 나태웅과 나태현에게 문에 불을 지른 건 안지영이 아니라 장선명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집사가 말하려고 하자 나태범이 눈빛으로 집사를 말렸다.나태범을 오랫동안 모신 집사는 그 눈빛을 바로 접수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넌 안지영이랑 어울리지 않아. 반대다.”나태범이 얘기했다.그 짧은 시간에 나태범은 큰 충격을 받아 몸이 쇠약해졌다.그 순간 전화기가 울렸다.집사가 바로 가서 전화를 받았다.“안녕하십니까. 나씨 가문 저택입니다.”“...”“뭐요? 누가요?”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집사가 놀라서 발칵 뒤집혔다.낯빛도 파리해졌다.전화기 너머에서는 여전히 뭐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집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나태범을 쳐다보았다.그들 사이에 불안한 기운이 엄습해왔다.나태현은 나태웅을 쳐다보았다. 나태웅도 안지영이 사고를 쳤으리라 짐작했다.설마 천락 그룹을 공격한 건가?하지만 그렇다면 천락 그룹 대표인 두 사람한테 먼저 소식이 들어올텐데, 지금은 저택으로 연락이 왔으니...불안한 기운 속에서 집사가 전화를 끊었다.그리고 진중한 표정으로 나태범을 보더니 또 나태현과 나태웅을 번갈아 보았다.나태범이 숨넘어갈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또 무슨 일이야.”집사의 표정을 보니 큰일이 생긴 게 분명했다.집사는 화가 나서 거의 쓰러질 것 같은 나태범을 보면서 입을 열지 못했다.“어르신, 그게...”“말해! 그년이 또 뭘 한 거야!”나태범이 화를 내면서 소리를 질렀다.분명 안지영이 이상한 짓을 저질렀을 것이다.나태웅은 주먹을 꽉 쥐고 당장이라도 안지영을 분질러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집사는 결국 고개를 떨구고 대답했다.“안지영 씨가 용무산에 갔다고 합니다.”용무산이라는 단어를 들은 세 사람은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했다.“거기서 뭘...”나태웅이 말을 채 잇지 못했다.나태범과 나태현이 집사를 바라보며 대답을 기다렸다.집사는 입술을 달싹이다가 대답했다.“CCTV에 찍힌
나태웅은 밖으로 나가면서 폐허가 된 문을 보면서 화가 더욱 치솟았다.바로 차에 앉아 엑셀을 힘껏 밟은 후 뛰쳐나가 버렸다.저택 안의 나태범은 여전히 중얼거렸다.“안지영은 안 돼. 저런 여자는 안 돼...”나태현의 표정도 썩 좋지 않았다.나태현은 안지영이 이런 일을 저지를 줄 몰랐다.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안진섭이 나태범의 손에 있는데 무서운 줄 모르고 선을 넘어 대문에 불을 지르고 사당을 밀어버리다니.이 태도는 정상적인 여자의 태도가 아니었다.“그리고 너.”나태현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나태범이 나태현을 불렀다.“왜요?”“네 동생이 어떻게 되었는지 봤지? 잘못된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어떤 후과가 있는지.”“...”“이런 사람을 정말 가문에 들였다가는 삼대가 망할 수도 있어!”“...”이 말은 나태현이 수도 없이 들어온 말이다.하지만 도대체 어떤 것이 잘못된 것이고 어떤 것이 맞는 것인지, 그 질문에 대답해 줄 사람은 없었다.지금 안지영과 나태웅의 사이를 보니 적어도 이건 잘못된 인연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 여자한테서 멀리 떨어져. 알겠어?”나태범이 나태현을 보면서 얘기했다.나태범은 고은지가 천락 그룹에 있어서 량천옥이 찾아온 적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나태범은 나태현과 고은지가 엮이지 않았으면 했다.두 사람 사이에 이미 딸이 있지만 더 이상 엮이지 않았으면 했다.고희주를 생각하면 나태범도 마음이 아팠다. 고희주는 식물인간이 되어서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상태니까 말이다.“됐습니다.”나태범의 말에 나태현은 신경이 긁혔다. 그는 나태범을 차갑게 바라보았다.나태범은 그런 나태현을 쳐다보며 말끝을 흐렸다.“너...”“그런 짓을 저질렀을 때 우리를 생각해 본 적이 있어요?”“...”호흡이 점점 가빠졌다.나태현은 계속해서 얘기했다.“량천옥이 다시 찾아오니까 마음이 약해져요?”나태범은 이제 거의 호흡곤란이 올 정도였다.나태현이 이 화제를 꺼낼 때마다 나태범은 자리를 피하면서 말하지 않기를 원했다.그 일은
“날 죽이러 오지 않을까요?”안지영은 고개를 쳐들고 장선명을 바라보면서 말했다.나씨 가문의 사당이다.지금 생각해 보니 안지영은 장선명이 자꾸만 본인에게 이상한 짓을 시키는 것 같았다.장선명은 잔뜩 겁을 먹은 안지영을 보면서 웃었다.“아버님이 저 사람들 손에 있는데, 무서워?”“그래도 무서운 건 무서운 거...”나태범이 이 사실을 안다면 절대로 안지영을 나씨 가문에 들이지 않을 것이다.물론 안지영도 나씨 가문에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지만 말이다.목적은 달성했지만...이런 일을 저지르고도 무사할 수 있을까?나태범은 아주 악랄한 사람인데 말이다.이런 선을 넘는 장난에 화가 나서 안지영을 죽이려고 하면 어떡하지?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널 죽이고 싶어도 그럴 힘도 없는 늙은이일 뿐이야.”“그래도 직접 죽이는 게 아니라도 방법은 많잖아요.”안지영은 그제야 본인이 얼마나 심한 짓을 저질렀는지 알게 되었다.장선명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지영의 전화가 울렸다.낯선 번호였다.하지만 지금 걸려 오는 낯선 번호라니, 딱 봐도 나태웅이었다.“이거 딱 봐도 나태웅 전화 같은데, 안 받는 게 낫겠죠?”안지영이 망설이면서 물었다.전에는 나태웅의 전화를 보면 화가 났는데 지금은 겁이 나서 받지 못할 정도였다.장선명이 물었다.“무서워?”“무서워요.”안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아마 나씨 가문 사람들은 안지영을 죽이지 못해서 안달이 나 있을 것이다.전화를 받지 않았음에도 나태웅의 분노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하지만 장선명이 얘기했다.“무서워하지 마. 이건 받아야 해. 그래야 조건을 협상할 수 있지.”“무슨 협상을요?”안지영은 멍해졌다.이렇게 된 상황에 나씨 가문 사람과 협상을 하라니.장선명이 고개를 끄덕였다.“우리의 승리에 못을 박아야지.”장선명의 말에 안지영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나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제야 널 건드린 후과를 알게 되었어. 그러니 지금 가서 협상하는 게 가장 좋
나태웅은 셀 수 없을 정도로 전화를 걸었다. 핸드폰이 부서질 정도로, 나태웅은 손에 힘을 꽉 주었다.그러던 순간 안지영이 전화를 받았다.나태웅은 온몸으로 짜증을 내면서 물었다.“지금 어디야.”나태웅은 이를 꽉 깨물고 물었다.전화기 너머의 안지영도 나태웅의 분노를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왜.”“왜라고? 안지영, 너 이렇게 뻔뻔한 사람이었어?”“이제 알았으니 됐네.”안지영은 당당하게 얘기했다. 강압적인 나태웅 앞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는 태도였다.“...”원래도 짜증이 났던 나태웅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화가 나서 얼굴까지 벌게졌다.“우리 아빠, 병원으로 다시 모셔 와. 그렇지 않으면 더 한 것도 할 수 있으니까.”장선명의 말대로, 안지영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행동했다.하지만 말투에 섞이는 분노는 감출 수 없었다.나태웅은 차갑게 웃었다.“그런 짓을 하고도 내가 네 아버지를 무사하게 돌려보낼 것 같아?”그 말에 안지영은 갑자기 온몸의 피가 차갑게 식는 것만 같았다.사당을 밀어버리고 나서 화가 다 풀렸다고 생각했는데, 나태웅이 안지영의 화를 다시 돋우고 있었다.“어디 한번 마음대로 해 봐.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내가 겁먹을 줄 알고?”“나도 두려울 게 없는 사람이야. 누가 먼저 실수한 건지는 네가 더 잘 알 거야.”“...”“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하지만 난 너 같은 사람이랑 죽어도 결혼 안 해. 차라리 거지랑 사는 게 낫지. 넌 절대 아니야.”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그 말은 나태웅에 대한 모욕과도 같았다.나태웅은 강성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이다. 그런데 안지영은 그런 나태웅과 결혼할 바에는 거지와 결혼하겠다고 하니.“선 넘지 마.”나태웅이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배준우 사건 때, 처음부터 나를 도와줬다면 너랑 결혼했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넌 이미 그동안 많은 실수를 해왔어.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못해!”“하, 내가 널 받아줬을 거라고 착각하지 마.”나태웅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그렇게 궁금해하던 순간 집사의 머릿속에는 안지영이 오늘 보여준 모습이 떠올랐다.충동적인 안지영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집사는 안지영이 화가 나면 더 심한 짓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집사는 얼른 나태범을 찾아갔다.나태범은 침대에 누워서 집사를 보더니 눈치챈 듯 물었다.“또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심각한 집사의 표정을 보면서 나태범은 머리가 아팠다.무슨 일이 생겼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아마도 안지영은 오늘 쉬지 않고 그들의 신경을 긁을 것인 모양이었다.“안지영 씨의 아버지를 얼른 병원으로 모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무슨 일인데 그래.”집사가 그렇게 말하자 나태범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안지영 씨가 경산에...”“...”경산.그 말을 들은 나태웅은 숨이 턱 막혔다.안지영의 뜻이 무엇인지는 아주 잘 알 수 있었다.이건 협박이다.안진섭을 병원에 데려오지 않으면 경산을 쑥대밭으로 만들겠다는 협박!“도대체 왜 이런 여자를 마음에 들어 해서는...”나태범이 애태우면서 얘기했다.아무리 생각해도 나태웅이 안지영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분명 안지영의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은 나씨 가문인데, 안지영은 예상 밖의 행동만 하고 있었다.만약 안지영이 정말 경산에 가서 일을 저지른다면 나씨 가문은 고향에서 체면이 깎이게 된다.집사는 나태범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걱정스레 물었다.“그럼 지금 어떡하죠?”“어쩔 수 없지. 안집섭을 돌려보내야겠어.”일이 이렇게 된 이상, 나태범은 안지영을 며느리로 받아줄 생각이 없었다.이런 여자를 집안에 들여도 가문에 불행만 안겨다 줄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안지영과 나태웅의 사이를 돈독히 하기 위한 수단이었지만 이제는 소용없으니 안진섭도 소용없었다.“네.”집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나태범은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먼저 나가.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날 찾지 마.”“네.”나태범은 정말 화가 많이 난 상태였다.이 일의 결말이 이리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것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