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우가 이미월을 대하는 태도만 생각하면 진승연은 분노가 치밀었다. 배준우에 대한 이미월의 마음을 잘 알기에 더욱 그랬다.현재 진승연의 마음속에는 오히려 배준우가 말없이 떠난 사람인 것 같았다.“그러지 마. 준우가 화낼 거야,”이미월은 흥분한 진승연을 말리며 말했다. 고은영의 물건을 던지지 못하게 그녀를 끌어당겼다.배준우와 고은영이 계약된 사이든 뭐든, 지금 그의 아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은 고은영이고 배준우는 그런 그녀를 보호하고 있다. 절대 자기 아내가 괴롭힘을 당하도록 내버려 둘 사람이 아니었다.이미월은 배준우의 성격을 너무 잘 파악하고 있었다.비록 그녀도 고은영의 물건을 다 내다 버리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났지만, 배준우가 분노하면 그 대가가 뭔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진승연이 그러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진승연은 이미 이성을 잃었다.“화를 내야 할 사람은 언니라고!”“겨우 3년밖에 안 됐는데 다른 여자랑 결혼했어. 언니에 대한 마음이 부족했던 거라고!”진승연은 말할수록 화가 났다.이미월의 손을 뿌리치고 방에 있는 고은영의 물건을 뒤지기 시작했다.이미월은 겁에 질렸다. 그녀가 말리기도 전에 진승연은 이미 고은영의 물건을 찾아 호텔 복도에 던져 버렸다.이미월은 고은영의 물건이 버려지는 걸 보고, 자신도 모르게 후련한 감정이 스쳤다.배준우는 자신의 거라고...이번엔 절대 양보하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다!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말로는 진승연을 말렸다.“승연아, 괜한 소란 피우지 마. 얼른 물건들 다 가지고 들어와.”“가지고 들어오라고? 밖에 내다 버리지 않은 걸 다행으로 생각하라고 해.”진승연은 행동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이미월은 어쩔 줄 몰라 하며 일어서서 고은영의 물건을 주우려 했다. 그녀는 일어서자마자 진승연이 막았다.“언니는 너무 착한 게 문제야. 그래서 그 여자가 감히 언니 자리를 넘볼 수 있는 거라고.”진승연은 이미월이 고은영의 물건을 주우려 하는 걸 완강하게 막았다.얼마 지나지
아마 호텔 직원의 말을 들은 모양이다.“언니.”“날 정말 이 방에서 쫓아내네.” 이미월은 씁쓸하게 말했다.그를 찾아오면 그가 기뻐할 줄 알았는데 계속해서 자신을 피할 줄 몰랐다.어제 진승연이 배준우에게 자신이 취했다고 전화를 걸어 그가 자신을 데리러 올 거로 생각했었는데. 결국 그는 오지 않았고 진승연이 다시 전화했을 때는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보아하니, 그는 정말 아무런 감정이 남지 않았나 보다.씁쓸해하는 이미월의 모습에 진승연도 속상했다.“분명히 그 여자가 꾸민 수작이야. 생각 이상으로 추잡한 여자야.”고은영 얘기만 나오면 진승연은 분노가 치밀었다.이미월의 안색도 더 창백해졌다.지금 아무리 그녀에게 불만이 많아도 그녀가 현재 배준우의 아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게다가 곧 그들의 결혼식이다.결혼식에 대해 생각하니 이미월은 더욱더 질투 났다. 정말 웅장하고 굉장한 결혼식이 될 예정이니 말이다.한 편 차 안에서는.고은영은 조심스럽게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괜찮아 보였다.고은영의 그 감정변화 요인에 대한 파악이 점점 더 어려워졌다.그녀의 시선에 배준우는 그녀의 작은 손을 덥석 잡으며 말했다.“왜 쳐다봐?”고은영은 재빨리 대답했다.“아, 아무것도 아니에요.”호텔 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배준우는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은영은 순간 멍했다.“대, 대표님?”“안 내려?”“내려요.”고은영은 재빨리 자기 손을 그의 손바닥에 살며시 얹었다.그녀의 소심한 모습에 배준우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그녀가 이토록 두려워하는 것도 배준우 뿐일 것이다.그가 없을 때,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당당하기 그지없었다.안으로 들어가는 길에 그녀가 배준우에게 물었다.“오늘 만날 고객은 누구예요?”그녀는 일에 조금 서툴지 몰라도 회사 고객에 대해서는 거의 모든 것을 꿰고 있었다.어느 도시에서 그가 꼭 만나야 할 고객이 누군지 다 알고 있었다.“유가그룹 대표.”유가그룹이요?순간 고은영은 긴장했다.
배준우도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지만, 고은영은 육명호 같은 사람을 만나는 걸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배준우는 그런 고은영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웃으며 말했다.“너 별로 마음에 안 드나 봐?”“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분 인성이 별로라고 생각해요.”고은영은 솔직히 털어놨다.배준우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그녀를 뚫어지라 쳐다봤다.그의 눈빛에 고은영은 감정을 숨기며 재빨리 말했다.“잘못했어요.”“그 사람 인성이 어떻든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야! 우리한테 쓸모 있냐 없냐가 중요한 거지.”“네, 명심할게요!”고은영은 입을 삐죽거렸다.‘거래 대상의 인성이 배준우에게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가?’고은영은 그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녀가 보기엔 인성이 아주 중요했기 때문이다.그녀가 삐죽거리는 모습에 배준우의 눈가에 은은한 웃음기가 돌았다.두 사람이 VIP룸에 도착했을 때 안에는 이미 사람이 있었다.“배 대표.”육명호가 웃으며 일어났다.육명호가 나름 잘생겼으니 망정이지 아니면 그의 그 교활한 웃음에 고은영은 토가 나올 것 같았다.배준우는 정중하게 손을 내밀었다.“육 대표.”“앉아요.”육명호는 배준우를 룸 안으로 끌어당겼다. 안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마 육명호가 데려온 파트너인 것 같았다. 예쁘장한 여자였다.육명호의 옆에 나란히 있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미모였다.육명호는 고은영을 쳐다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고 비서, 오랜만이에요.”고은영은 입꼬리가 떨렸다.‘그놈의 바람기......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하고 그만 웃을 수 없나?’사실 그의 웃는 얼굴은 꽤 매력적이었다.순간 방 안의 분위기가 다운됐다.배준우는 자리에 앉으며 고은영을 흘겨보았다. 고은영도 재빨리 그의 옆에 앉았다.그의 유혹하는 듯한 미소에 고은영은 감히 대꾸할 용기가 없었다.동영그룹 회사 내에 그런 규정이 있다. 어떤 부서 직원이든 몸을 팔아서 거래를 성사시키면 안 된다는 것이다.이 규정은 마케팅 부서에 대한 경고이
그러니까......“육 대표님, 제가 대신 마실게요.”고은영은 재빨리 배준우의 술잔을 집어 들었다.그 말을 들은 육명호는 멈칫하다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은영을 쳐다보고는 또 배준우를 쳐다봤다.“배 대표?”“네. 나 술 못 마셔요.”배준우는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육명호는 눈치를 살피더니 배준우의 말에 더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러고는 고은영에게 말했다.“그럼, 고 비서가?”다소 애매한 말투로 말이다.고은영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면 그를 째려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중한 자리이니 꾹꾹 참고 있었다.육명호의 애매모호한 태도에 배준우의 심기도 불편해졌다.육명호는 아마 자신의 계획이 있는 모양이다. 방금 자기 파트너에게 술을 따르게 한 걸 보면 그래 보였다. 다만 배준우가 술을 전혀 마시지 않을 줄은 몰랐다. 아마 그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을 것이다.심지어 소주이다!고은영은 술을 들이키자마자 목구멍이 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고 비서 주량이 끝내주네.”그녀의 원샷하는 모습에 육명호는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은영은 속이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급하게 한마디 했다.“죄송합니다.”말하고는 룸 밖으로 급하게 나갔다.이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다. 임신한 탓인지 술 냄새에 그녀는 구역질이 났다.방금 마신 술을 바로 화장실에 가서 깨끗이 토해냈다.“너 정말 얌전하지 못하구나.”고은영은 아랫배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그녀가 정리하고 화장실에서 나왔을 때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는 육명호가 보였다.‘설마? 이 사람이......!’고은영은 소름이 끼쳐 그를 피해서 돌아서 가려고 했다.하지만 그의 곁을 지나가는 순간 그에게 손목을 잡혔다.“은영 씨?”은영 씨라는 말에 고은영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고은영은 차가운 눈으로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육 대표님, 자중하시고 손 놓으세요!”육명호는 그녀의 날카로운 눈빛에 살짝 당황했다. 이전에 회
역시 북성의 제일가는 재벌이다. 육명호는 북성에서 겉과 속이 다른 사람으로 소문이 자자하다.소문에 의하면 그는 수단이 악랄하고, 심지어는 굽힐 줄 아는 성격을 지녔다고 한다.오늘 그녀는 그 진면모를 보게 되었다.알랑거릴 때는 먼지보다 더 작은 존재가 되었다가, 뒤돌아서면 마치 제왕처럼 카리스마가 넘친다.그런데 이런 사람이 배준우 앞에서 두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는 건, 배준우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설명한다.고은영의 첫 반응은 바로 이 사람과의 협력은 위험하다는 생각이었다.“같이 놀러 갈래?”고은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으니 육명호는 그녀의 말랑말랑한 볼을 꼬집었다.그의 몸에서 보였던 날카로움이 마치 착각이었다는 듯 순식간에 부드럽게 변했다.고은영은 그제야 대답했다.“아니요. 저 대표님한테 가야해요.”하지만 순식간에 육명호는 그녀를 확 낚아채며 말했다.“대표님은 무슨, 오늘 밤 배 대표 옆에서 돌봐줄 사람이 있어.”고은영은 바로 육명호의 말뜻을 알아차리고 반박했다.“우리 대표님 그런 분 아니세요.”“뭐가 그런 분이 아니야. 은영씨는 남자에 대해 잘 몰라서 그래.”육명호는 그녀의 끌고 호텔 밖으로 향했다.“이거 놔요!”고은영은 육명호와 함께 가고 싶은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게다가 만약 지금 그녀가 육명호를 따라간다면, 배준우의 성격에 가만있을리가 없다.전에도 바이어가 이런 행동을 했는데, 그 결과는 아주 심각했다.육명호는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부드럽게 말했다.“배불리 못 먹었지? 북성에 왔으니 은영 씨를 굶게 할 수는 없어.”고은영은 손을 빼내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육명호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호텔 입구까지 다다랐고 육명호는 그녀를 자기 차에 태우려고 했다.이때 뒤에서 배준우의 화가 잔뜩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고은영!”두 사람은 그대로 얼어붙었다.뒤를 돌아보니 배준우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렸고, 그 뒤에는 놀란 이소원이 보였다.고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육 대표
“손 안 더러워요. 아까도 씻었어요.”그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배준우는 그녀에게 날카로운 시선을 보냈다.그 눈빛에 고은영은 깜짝 놀라 바로 말했다.“닦을게요, 지금 닦는다고요.”‘이러면 됐지?’고은영은 조금 억울했지만 바로 물티슈를 꺼냈다.그녀는 배준우를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전혀 그게 아닌 것 같다.적어도 이 순간, 그는 그녀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를 노려보았다.고은영이 고분고분 손을 닦자 그제야 배준우의 화도 많이 내려간 듯 보였다.배준우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말했다.“회사 접대 규정 외워봐!”“네?”‘이건 또 뭐야?’배준우가 큰 소리로 말했다.“외워!”두 글자는 차갑고 위험하게 들려왔다.그제야 고은영은 배준우가 정말 화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술도 안 마셨는데 이렇게 버럭버럭하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난 게 틀림없다.고은영은 숨을 들이쉬고 마른침을 삼키더니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고객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지 않고, 스킨십과 사사로운 만남을 금지하며 사적의 거래를 할 수 없다..”“근데 너 아까 뭐했어?”‘아까? 육 대표님이 나 끌어당긴 거? 그래서 내가 지금 스킨십했다는 거야?’고은영은 순간 억울해졌다.“그게 내가 당긴거에요?!”“당긴다고 그대로 끌려가는 건 또 뭐야?”고은영은 당장이라도 울고 싶었다.비록 그녀의 잘못으로 배준우에게 혼난 건 아니지만 고은영은 반박할 수 없었다.고은영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니 배준우가 버럭 화를 내며 물었다.“그래서, 나중에 또 그럴거야?”“아니요, 잘못했어요!”고은영은 전에 육명호의 인품에 문제가 있다고 배준우에게 알려주었지만 그는 믿지 않았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녀를 탓하다니.배준우는 그녀의 공손한 태도에 더는 따지지 않았다.그 뒤로 두 사람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지만 배준우는 여전히 차가운 기운을 풍겼다.호텔에 거의 도착했을 때 배준우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아까는 어떻게 된 거야?”그녀가 술 한 잔 마신 후를 말한다.그녀가 룸에서
고은영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진승연과 함께 방에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그때, 배준우가 그녀를 방으로 밀며 말했다.“씻으러 가. 땀 냄새나.”그의 태도에 배준우를 제외한 세 여자 모두 할 말을 잃었다.진승연과 이미월은 배준우가 고은영에 대한 태도를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특히 이미월은 안색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어쩔 줄을 몰라 했다.진승연은 고은영을 데리고 나가 두 사람에게 대화할 수 있는 공간을 주려고 했지만, 배준우의 한 마디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그녀는 이미월의 새하얗게 질린 표정을 보고 다급히 말했다.“준우 오빠.”배준우는 진승연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고 고은영을 노려보았다.“그래요, 씻을게요.”‘땀 냄새가 그렇게 심해? 난 모르겠는데? 내 몸에서 나는 거 아닌 것 같은데!’하지만 배준우의 위압적인 눈빛에 고은영은 반박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방으로 들어갔다.이미월은 가련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향해 고통스러운 듯 입을 열었다.“준우야.”진승연도 말했다.“준우 오빠, 언니한테 그러지 마세요. 언니 많이 힘들어요.”두 사람이 나간 뒤 진승연은 힘들게 그녀를 위로했다. 그런데 배준우가 돌아오자마자 또 이런 상황으로 돌아가다니.진승연도 머리가 아팠다.고은영은 들어간 지 몇 분도 안 되어 다급히 뛰쳐나왔다.배준우는 그녀의 경망스러운 모습에 미간을 찌푸렸다.“왜 그래?”“캐리어가 사라졌어요.”그녀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더니 시선을 진승연과 이미월에게 돌렸다.그녀는 캐리어를 방에 두고 배준우와 외출했으며 호텔에는 진승연과 이미월이 남아있었다.그 말에 진승연과 이미월은 놀라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배준우는 아무 말 없이 그저 차가운 시선으로 이미월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질문의 눈빛이다.이미월은 가슴이 떨려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배준우의 눈빛을 살피던 진승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내가 던져버렸어요.”그녀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배준우의 질책이 전혀 두렵지 않다는 듯.아무래
“준우야......”그녀는 또 한 번 배준우에게 아련한 눈빛을 보냈다.그녀는 눈물을 가득 머금은 채 마치 고은영이 대역무도한 말을 한 것처럼 속상한 표정을 지었다.진승연은 고은영이 이미월의 남자를 빼앗았다고 생각해 그녀를 눈엣가시처럼 생각했다.게다가 이미월은 고은영의 말 때문에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았다.화가 제대로 치밀어 오른 진승연은 손을 휘둘러 고은영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다.“이 파렴치한 내연녀, 네가 뭔데 감히 자격을 논해!”하지만 그녀의 손바닥이 고은영의 뺨에 닿기도 전에, 배준우가 먼저 낚아챘다.손목에서 전해지는 통증에 그녀는 고개를 돌려 배준우를 바라봤다.“준우 오빠.”배준우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그만해!”“오빠나 그만 하세요! 언니가 사과도 했는데 어떻게 계속 이래요?”배준우의 안색은 이미 어두워질 대로 어두워졌다.배준우는 더는 불필요한 말을 하기 싫어 나태웅에게 전화를 걸었다.나태웅이 이내 전화를 받았다.“준우야.”배준우가 말했다.“진영 그룹과의 모든 협력 다 종결시켜!”“갑자기 왜? 대체 무슨 일인데?”그 말에 나태웅은 어리둥절했다.동영그룹과 진영그룹은 이미 여러 해 동안 협력해 온 사이다.게다가 배준우와 이미월의 동창 관계 때문에 두 기업의 협력은 비교적 긴밀했다.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관계를 청산한다고? 게다가 협력을 전부 종결한다고?배준우는 더 길게 말하지 않았다.“당장 진영그룹에 계약 해지 통보해!”쌀쌀한 배준우의 목소리를 들으니 전혀 전환의 여지가 없었다.나태웅은 배준우의 확고한 말투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얼른 대답했다.“그래, 당장 통보할게.”진미월은 배준우의 차갑고 위협적인 말투에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버렸다.배준우가 드디어 전화를 끊었다.진승연은 굳은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준우 오빠, 오빠가 어떻게.”“준우야, 너가 어떻게 우리 외삼촌한테!”이미월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배준우를 쳐다보았다.설마 고은영을 위해서?고은영도 배준우의 갑작스러운 결정에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