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씨 가문을 손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배씨 집안의 모든 것이 다 자기 아들 배윤의 것이라 생각했다.량일은 욕심내면서도 두려워하는 량천옥의 모습에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지금 너랑 배준우가 싸우는 건 영향이 없을 것 같아?”만약 두 사람이 정말로 권력을 쟁탈하게 된다면, 동영그룹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이 일은 나한테 맡겨.”량일은 한참 고민하고는 말했다.량일은 오늘 통화를 통해 고은영이 도대체 어떤 계집애인지 정확히 알았다.량천옥은 고개를 끄덕였다.“네.”량천옥은 이런 일들을 처리하는 데 있어서 자기 엄마를 매우 믿었다.가끔 량천옥이 배항준의 바람기 때문에 고생하고 있을 때면, 량일이 나서서 그 여자들을 다 처리해 주었다.량천옥은 자기 엄마가 고은영 그 계집애한테도 본때를 보여줄 거라 생각했다.자기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조금 전 고은영이 자신에게 했던 말을 생각하니 다시 화가 치밀었다.“그 망할 계집애가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해?”아무리 그래도 배씨 가문의 사모님인데 말이다.어떻게 사모님에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배항준과 결혼한 이후로 배준우 빼고는 누구도 그녀에게 감히 그런식으로 말하지 했다.량천옥은 생각할수록 분했다.량일의 얼굴도 굳어졌다. 사실 량천옥이 배항준에게 접근하도록 시킨 사람이 량일이기 때문이다.“어떻게, 어떻게...”량천옥은 화가난 나머지 말까지 더듬었다.창백한 얼굴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더니 갑자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량일은 다급히 물었다.“왜 그래? 천옥아, 괜찮아?” 천옥아!”“콜록콜록, 콜록콜록!”“쿵쿵쿵!”량천옥옥 기침을 하면서 자신의 명치를 두드렸다. 매우 고통스러운 모습이었다. 점점 더 하얗게 변해가는 그녀의 얼굴에 량일은 더욱 초조해졌다.“천옥아, 괜찮니?”하지만 량천옥은 대답조차 할 수 없었다.그러다 결국 창백해진 얼굴로 량일의 품에 쓰러지고 말았다.량일은 깜짝 놀라 그
담배를 쥐고 있던 배준우의 손이 살짝 멈칫했다.굳어져 있던 그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졌다.의미심장한 미소였다.“뭐라고 했어? 인정했어?”“네.”고은영이 고개를 끄덕였다.“녹음했어?”배준우가 물었다.“......”녹음?그녀는 상상도 못 한 일이였다.고은영은 배준우의 차가운 눈동자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아니요.”“그래, 알았어.”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그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고 녹음을 했던, 안 했던, 처리할 방법이 있는 듯해 보였다.고은영이 말을 이어가려 할 때, 배준우의 전화기가 울렸다.번호를 보니 배가의 전화였다.게다가 집 고정 전화였다!배준우는 고은영을 한 번 쳐다보고는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지금 당장 돌아와!”전화기 너머로 배항준의 화를 억누르며 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배준우는 얼굴을 찌푸렸다.“왜요?”“세상에 여자가 없어서 그딴 계집애를 만나? 내가 답답해 죽길 바라니?”배준우의 귀찮아하는 듯한 말투에 배항준은 더욱 분노했다.“그게 어떤 여자든 당신들이랑 무슨 상관이에요.”“배준우!”“그 여자가 해외 프로젝트를 넘겨주시기 싫어서 하는 수작이에요.”배준우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고, 배항준은 바로 그의 뜻을 알아차렸다.고은영이 그의 곁에 얼마나 오래 머무를지는 량천옥에게 달렸다는 뜻이다.그의 말에 배항준은 분노가 치밀었다. 여태껏 누구에게도 이런 협박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늙어서 자기 아들에게 받을 거라곤 생각지도 못했다.“날 협박하는 거야?”“제가 감히 어떻게 협박하겠어요?! 저희 엄마가 재산 절반을 나눠달라고 했을 때도, 당신이 엄마를 거의 죽일 뻔한 걸 뻔히 아는데! 화가 나시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시는 분한테 제가 어떻게 협박을 하나요?”그의 말에 배항준의 숨소리가 더욱 거칠어졌다.순간 고은영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그동안 배항준을 증오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그런데 방금 그의 말을 들으니 그 이유를 알
분명히 량천옥이 먼저 그녀를 협박하며 배준우를 떠나라고 했는데, 그녀는 그냥 몇 마디 했을 뿐인데,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도대체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하는 수작인지!고은영은 어이가 없었다.그때, 배준우가 그녀에게 손짓했다.“이리 와봐.”“네? 왜요?”고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배준우를 바라보았다.그러나 배준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눈빛에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걸어가고 있었다.그의 곁에 멈춰서니, 그는 고은영을 끌어당겨 자기 무릎에 앉혔다.한 손으로는 그녀의 가녀린 허리를 감쌌고, 다른 한 손은 이미 그녀의 아랫배에 얹었다.허리를 감싼 손으로 그녀의 허릿살을 살짝 만져보았다. 그녀의 허리 변화를 확인하는 듯했다.“대, 대표님...”그의 손길이 느껴지자 고은영이 놀란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그가 자신의 아랫배도 만져볼까봐 두려웠다.배준우는 그녀의 긴장을 느끼고, 손의 힘을 풀었다.“지금 긴장하고 있어?”“아니, 아니요!”아니라고 하면서도 말을 더듬으니, 긴장한 게 더 잘 보였다. 고은영은 긴장하며 고개를 들어 배준우를 쳐다봤다.그러자 부르럽게 웃고 있는 배준우와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어리둥절해 하다가 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대표님.”“어떻게 한 거야?”배준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아니! 어떻게 했냐니!량천옥 얘기를 하는 건가?“전, 전 진짜 별말 안 했어요.”그녀 입장에선 솔직하게 말한셈이였다.돌이켜보면 정말 별말을 하지 않았던 것 같았다.“그래. 별말 안했다고 믿을게.”믿는다는 말을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 말투로 말했다.배준우는 일어서며 그녀도 함께 안아 올렸다.그가 갑자기 일어서자, 고은영은 깜짝 놀라서 눈을 질끈 감으며 두 손을 그의 목덜미에 감았다.배준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이 웃겼다.고작 이런 담력으로 매번 량천옥을 화나게 하다니.배준우는 그녀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 고은영은 눈을 뜨자 배준우의 웃음기 가득한 얼굴이 보였다.“잘했어.”배준우가 말했다.“......
그녀는 그 집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뭔가를 알고 싶은 표정으로 배준우를 쳐다보았다.그러나 배준우의 얼굴에서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고은영은 깊게 심호흡하고는 물었다.“대표님, 제가 뭘 잘못했나요?”“왜 그렇게 물어?”“제가 또 뭘 잘못했을까 봐 두려워서요.”그녀는 배준우를 화나게 하면 그 집도 잃게 된다는 걸 아주 잘 알고 있었다.비록 지금 그 집을 잃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지만 말이다.그렇지만 그전에 강성을 무사히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그녀의 조심스러운 모습에 그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그의 눈빛 한 번에 고은영은 바로 고개를 떨궜다.그러자 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응, 너 착하잖아. 나 화 안 났어.”착해서 화가 안 났다고?이게 무슨 의미심장한 말이지?평소와는 확연히 다른 그의 부드러운 말투에 고은영은 더욱 긴장됐다.그가 이럴 때마다 나중에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질까 두려웠다.이런 부드러운 모습 뒤에 어떤 일이 기다리고 있을지 무서웠다.배준우는 여전히 바빴다.그와 몇 마디만 주고받고, 그의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나태웅이 급히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그리고 몇 분도 안 돼 다시 사무실에서 나왔다. 퇴근할 때까지 배준우는 고은영을 찾지 않았다.저녁에 미팅이 있어 고은영 혼자 먼저 하원으로 돌아갔다.하원에 돌아왔을 때, 진 씨 아주머니는 이미 저녁 식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아주머니는 고은영 혼자 돌아온 걸 보고는 재빨리 배준우의 몫을 따로 덜어놓았다.“아주머니, 이제 그만 퇴근하세요.”그녀의 나긋한 목소리에 진 씨 아주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럼, 식사 다하시고 부엌에 놓아두시면 제가 내일 와서 치울게요.”“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진 씨 아주머니는 바로 퇴근했다.고은영은 식탁에 놓인 음식을 둘러보았으나, 별로 식욕도 없었다.그래도 억지로 조금 먹었다.밥을 다 먹은 후, 설거지를 하고는 소파에 앉아 안지영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 안지영도 오늘 일찍이 집에 들어가 방에서
거기는 사계절 내내 따뜻하다.하지만 강성보다 발달 된 도시는 아니었다.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쪽으로 갈 거야.”그녀는 지금 그쪽에 있는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오늘 배준우가 4000만 원을 더 줬으니, 그것까지 합치면 통장에 1억 2000만 원 정도 있으니 운성에 집을 사기에 충분했다.배준우와 이혼하면 위자료로 200억 정도 받을 수도 있으니, 어떻게 보면 배준우 곁을 떠나더라도 나쁘지 않은 생활을 할 수 있다.그때 안지영이 또다시 물었다.“근데 량천옥이 장항 프로젝트를 순순히 넘겨줄까? 그 여자가 오래 끌면, 너 배는 어떻게 숨겨?”“......”나름 괜찮은 계획이라 생각하고 안심하고 있던 고은영의 마음이 안지영의 날카로운 질문에 다시 불안해졌다.“설마...”“설마는 무슨 설마야. 너도 이 몇 년 동안 량천옥이랑 배 대표님이 얼마나 싸웠는지 잘 알잖아.”“......”“그 여자가 대체 어떤 여잔데? 대표님이 동영그룹 경영권을 가질 때도 얼마나 어려웠는데!”그렇다. 량천옥은 장항 프로젝트를 그리 쉽게 내놓지 않을 것이다.“......”고은영은 기분이 완전히 우울해졌다.“회장님이 나랑 대표님이 헤어지기를 그토록 원하고 있는데 하루빨리 그 프로젝트를 대표님께 넘겨주시려고 하지 않을까?”배항준이 넘겨주기로 마음먹은 이상 량천옥도 오래 끌지는 못할 것이다.“회장님이 지금 량천옥에게 얼마나 홀려 있는지 모르지!”“......”하긴!배항준이 가정을 깨뜨리고 그녀를 선택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그러니 그녀의 수단과 방법도 보통은 아닐것이다.그녀는 장항 프로젝트를 넘겨주지 않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이다.“배윤이 몇 년 동안 해외에 있으면서 돌아오지 않는 것도 대표님이 배윤에게 손댈 까봐 그런 거야.”“......”“그런데 그렇게 순순히 넘겨줄 것 같아?!”고은영은 완전히 말문이 막혔다.사실 배준우는 몇 년 동안 해외 프로젝트를 되찾을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량천옥은 국내 업무를 놓치자, 해외 프로젝트를
안지영의 말에 고은영은 죄책감이 들었다.“미안해, 지영아.”그 시간 동안 안지영이 힘들었던 것만큼 고은영도 힘들었다.항상 거짓말이 탄로 날까 전전긍긍하며 지냈다.“은영아, 일단 이 고비 먼저 넘기자. 응?”안지영은 고민스러운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일단 고은영이 어떤 방식으로 떠나는지 보고도와줄지 말지 결정할 생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녀를 도와줄 용기가 없었다.“그래. 천천히 결정해.”고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아무튼 지금 배가 별로 불러오지 않은 상태여서 아직 시간이 있긴 했다.더 기다려 보고, 정말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고은영도 더는 안지영을 끌어들이기 싫었다.두 사람은 한참을 더 이야기한 후에야 전화를 끊었다.고은영은 심호흡으로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켰다.그러고는 일어나서 물을 따르러 부엌에 갔는데, 식탁에 앉아있는 배준우의 모습이 보였다.......!“......”순간 고은영은 긴장됐다.언제 들어온 거지? 문 여는 소리도 안 들렸는데?하긴 문소리가 워낙 작으니 안 들릴 법도 했다.여러 가지 생각에 고은영은 더 긴장됐고, 그 감정이 얼굴에도 훤히 드러났다."대, 대표님 돌아오셨어요?”설마 아까 두 사람의 통화 내용도 다 들은 건가?고은영은 온갖 생각이 다 들어 숨이 막혔고, 머릿속은 하얘졌다.배준우는 이미 밥을 절반 정도 먹은 듯했다.“......”그 순간, 고은영은 정말 죽고 싶은 심정이었다.그녀는 조용히 배준우를 바라보기만 했고, 차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런 그녀의 모습에 배준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그래서 안지영에게 대신 집을 팔게 할 생각이야?’"......”집을... 판다고?이게.. 대…대체 무슨 말이지?고은영은 갑자기 집에 돌아온 배준우의 모습에 완전히 놀라 머릿속이 텅 비었다.게다가 웃고 있는 배준우의 얼굴을 보니 더 무서웠다.“네? 집을 팔다니요.”그녀는 담담하게 대답하려 했지만, 너무 긴장해 떨리는 목소리로 했다.배준우는 눈썹을 치켜들고 여전히 웃으며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았다.어떻게 해명해야 할지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돌아와서 갑자기 이런 질문을 하니 말이다.“저....”뭐라고 하려고?그녀는 너무 당황해서 차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고개 들어!”배준우가 말했다.배준우의 날카로운 말투에 고은영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배준우 얼굴의 웃음기도 사라졌다.고은영이 다시 시선을 피하려 하자 배준우가 단호하게 말했다.“고개 숙이지 마!”“......”고은영은 그대로 굳었고, 두 눈에 짙은 억울함이 가득했다.배준우는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다.“당장 말해. 집 판 돈을 어디에 쓸 건지.”그의 억압적인 말투에 고은영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저......”“잘 생각하고 말해!”“......”그녀는 지금 배준우가 자기를 위협하고 있고,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말 안할거야?”“저희 언니가 이혼했어요. 근데, 언니가 한 번도 일해본 경험이 없어 걱정돼서 제가 돈 좀 주려고요....”“근데 그렇게나 많이 필요해?”사실은 그렇게까지 필요가 없었다!그렇기에 이런 이유는 배준우에게 당연히 통하지 않았다.“언니가 운성에 가고 싶다고 해서요.”고은영은 눈을 질끈 감고 말했다.운성이라는 두 글자를 말할 때 등줄기에 식은땀이 났다.그녀가 나중에 가야 할 곳을 이렇게 말해버리다니!“그래서 네가 집을 팔아서 언니한테 돈을 마련해 준다고?”“안, 안되나요?”고은영은 배준우가 집을 파는 것만 캐묻는 걸 보고, 그가 대략 언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배준우는 아무 말도 없이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기에 고은영은 그가 자기 말을 믿는지 안 믿는지 알 수 없었다.다행히도 이때 배준우의 전화기가 울렸다.배준우는 전화를 들고 베란다로 갔다. 고은영은 그제야 조금 숨이 트이는 듯했다.그녀는 정말 하루라도 빨리 여기를 떠나고 싶었다. 매일 이렇게 불안 속에서 살다 간 유산이라도 할 것 같았다.배준우가 통화를 마치고 다
고은영은 머리가 하얘진 나머지 숨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안지영이 분명히 다 안배했다고 했었는데, 검진 샘플이 잘못됐다고?내일 또 배준우와 함께 병원에 가야 한다고?이럴 수가!“건강검진일 뿐이라 굳이 같이 안 가도 괜찮아요. 아픈데도 없는데요."고은영은 애써 고개를 저으며 침착하게 말했다!그러나 마음속은 이미 엉망진창이었다.“그래도 건강검진은 제대로 해야지. 건강이 제일 중요하니까.”왠지 의미심장한 말이였고, 고은영도 그걸 느꼈다!설마, 이미....?아니, 그럴 리가 없어! 절대 모를 거야.“무슨 걱정 있어?”“네? 아니요!”배준우의 한마디 한마디에 고은영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얼른 샤워하고 일찍 자. 내일 아침 일찍 공복으로 가야 해.”“진짜 가요?”고은영은 심장이 너무 뛰어서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이제 어떻게 하지.....?배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가야지.”그의 단호한 태도에 고은영은 더 뭐라고 할 수 없었다.결국!고은영은 오늘도 역시 배준우의 방에서 자야 했다.고은영은 배준우가 자기를 다른 방에서 못 자게 하는 거에 대해 이젠 익숙했다.고은영은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웠다. 배준우는 아직 방에 들어오지 않았다. 서재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듯했다.고은영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안지영에게 문자를 보냈다.“지영아, 대표님이 내일 날 병원에 데려가서 다시 검사하게 한대...”그녀는 메시지를 보내면서도 방문에 시선을 두었다.배준우가 갑자기 방에 들어올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배준우가 하도 불쑥불쑥 나타나, 고은영은 한시도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안지영은 재빨리 답장했다.“어떻게 된 거야?”“나도 몰라! 오늘 갑자기 건강검진의 샘플이 잘못되었다고 다시 검사해야 한대. 나 어떡해”글에서도 고은영의 절망적인 심정이 느껴졌다.한편, 안지영 시점.이미 잠이 들었던 안지영은 고은영의 문자에 졸음이 다 달아났다.그녀는 이 아이의 운명이 왜 이리 기구한지 너무 안타까웠다.특히 배
“나태웅이 두려워하는 게 뭐 있어요!”안지영이 화를 내면서 얘기했다.나태웅은 장선명이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안지영에게 있어서 나태웅도 좋은 사람은 아니었다.게다가 나태웅이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이게 사람 맞나 싶을 정도였다.“나태웅은 극단적인 거지 멍청한 건 아니야.”나태웅은 본인에게 유리하고 불리한 것을 잘 아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오늘 안지영 앞에 나타난 걸 떠올리면... 장선명은 그런 나태웅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그래도 이 사진들은 다 사실이죠.”“네가 이 사진 때문에 화를 내는 건 기쁜 일이지만 너한테 제대로 얘기해야 할 게 있어.”거기까지 얘기한 장선명이 말을 끊었다.안지영이 고개를 들고 물었다.“뭐요?”장선명과 결혼 준비를 하면서 안지영은 이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소문 속의 장선명은 냉철하고 칼같은 사람이라고 했지만 안지영 앞의 장선명은 항상 웃는 얼굴로 자상하게 안지영을 대해주었다.그래서 안지영은 장선명이 도대체 왜 본인과 결혼한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비즈니스 때문에 시작한 부부 연기인데 말이다!사실 처음부터 안지영은 장선명이 왜 본인을 도와주는 건지 알 수 없었다.나태웅이 가져온 사진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목을 부드럽게 감싸고 코끝으로 안지영의 코끝을 가볍게 눌렀다.“그 사람이 살아있다고 해도 내가 사랑하는 건 너야.”“...”그 말을 들은 안지영은 심장이 순간 멎는 것 같았다.“정, 정말이에요?”‘잘못 들은 건가? 그 사람이 선명 씨한테 엄청 중요한 사람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현재의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돼. 그 사람을 이미 다 잊었으니까 너랑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거야.”장선명은 진지한 말투로 얘기했다. 안지영은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장선명을 쳐다보더니 심호흡을 한 후 얘기했다.“그렇게 많은 여자들이랑...”“나랑 그 사람들은 아무 사이도 아니야. 안열이 전에 얘기해줬을 텐데.”“그래도 남자들
“얘기해 봐. 어떻게 해야 화를 풀 거야.”“하, 다른 사람을 위해서 목숨을 걸 정도였다면서요! 내가 화를 안 내고 배겨요?”안지영이 차갑게 얘기했다.“...”장선명은 약간 어리둥절해하면서 물었다.“내가 누구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거야? 나는 왜 모르겠지.”“이...”안지영은 인정하지 않는 장선명의 모습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정말 화가 난 거야?”“당연하죠. 난 대용품이 되고 싶지 않다고요!”장선명은 화가 난 안지영을 보면서 본인이 왜 안지영에게 빠진 것인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안지영은 느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솔직한 사람이었다. 가식적으로 돌려 말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그래서 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이 좋았다.“누가 그래, 네가 대용품이라고. 나태웅이 그래?”장선명이 안지영의 두 볼을 가볍게 꼬집으면서 얘기했다.그 말투는 마치 딸을 대하는 아버지처럼 부드러웠다.안지영은 장선명을 힐긋 보더니 얘기했다.“수많은 사진이 증명하고 있잖아요.”그 사진만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었다.“그 사진들은 아무것도 아니야. 절대 나태웅을 믿지 마. 응?”“흥.”“아직도 화가 난 거야? 제발 내 말 좀 들어줘.”“안 들을래요!”안지영은 아예 고개를 홱 돌렸다.안지영은 너무나도 솔직하고 가감 없는, 상대방에게 본인이 왜 화가 났는지 잘 알려주는 사람이었다.장선명은 화가 나 등을 돌린 안지영을 보면서 작게 한숨을 쉬었다.원래는 좀 더 놀려주고 싶었지만 반응을 보니 그만해야 할 것 같았다.“알았어. 설명할게.”한숨 자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이 일로 화를 내는 걸 보면 그냥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닌 것 같았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아니요. 됐어요. 설명하지 마요. 듣고 싶지 않으니까요.”진실이 두려워서 듣고 싶지 않을 정도였다.장선명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왜? 내가 널 잡아먹을까 봐 무서워?”그 말에 안지영은 또 참지 못하고 장선명을 가볍게 때렸다.오전에 있었던 일을 생각
안지영은 오후 두 시에 중요한 회의가 있었다. 하지만 안열은 사무실에서 안지영을 발견하지 못했다.‘설마 내가 한눈판 사이에 두 분이 나간 건가?’1시 30분이 되었지만 여전히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안열은 급한 마음에 얼른 안지영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지만 전화를 받은 건 장선명이었다.“무슨 일이야.”그 말에서 안열은 이미 장선명의 짜증을 읽어냈다.안열은 약간 놀랐다.“선, 선명 도련님? 30분 뒤 안 대표님이 참석하셔야 하는 중요한 회의가 있습니다. 지금 안 대표님은 어디에...”휴게실에 있는 장선명은 고개를 숙이고 품에서 자고 있는 안지영을 쳐다보았다.오전에 너무 과했던 탓일까, 안지영은 계속 쭉 자고 있었다.“그냥 회의를 취소해.”“네? 그건...”“무슨 문제라도 있어?”“아, 아니요. 오늘 회의는 부승호도 참석하는 회의라... 알잖습니까.”부승호는 바로 하늘 그룹을 배신한 사람이다. 그러니 이번 회의가 얼마나 중요한지 장선명은 바로 알 수 있었다.장선명이 차가운 눈빛으로 얘기했다.“부승호한테 얘기해. 오늘 저녁 날 만나러 오라고.”“직접 나서서 안 대표님을 대신하실 생각입니까?”안열이 놀라서 물었다.예전에는 안지영이 성장할 수 있게 혼자 내버려두지 않았던가.그래서 안열과 장선명 다 안지영의 뒤에서 묵묵히 안지영의 성장을 지켜보고 있었다.그동안 안지영은 많은 일을 혼자서 해결했다.부승호와 마주하는 것도 안지영에게 있어서는 그동안의 실력을 검증할 가장 좋은 기회다.“무슨 문제라도 있어?”그 말에 안열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아닙니다!”안열은 여전히 장선명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그래서 그저 장선명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로 했다.안열은 얼른 눈치껏 전화를 끊었다. 장선명은 전화가 끊긴 것을 확인하고 바로 폰을 꺼버렸다.안지영은 이미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잠에서 깼다.장선명은 안지영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지금 몇 시예요?”“피곤하면 그냥 자.”장선명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얘기했다.안지영은 눈
테이블에는 다른 사진이 더욱 많았다.나태웅은 정말 이를 갈고 해외로 간 것이 틀림없었다.이것까지 다 알아내다니...이건 장선명의 가장 어두운 과거이자 다시는 들추고 싶지 않은 일들이다.하지만 그 일들이 지금은 나태웅 때문에 다시 밝혀지게 되었다.그동안 장선명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마주할 수 없었던 과거들이었지만, 안지영이 건네준 사진을 보면서 장선명은 어느새 그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내려놓았다는 것을 발견했다.지금 와서 과거의 일을 돌이켜보니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그 여자가 누구인지 얘기하라고요!”안지영이 화가 난 목소리로 얘기했다. 그러면서 장선명의 품에서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하지만 장선명은 여전히 안지영을 꾹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라이터를 꺼내 불을 붙이더니 안지영의 앞에서 사진을 바로 불태워버렸다.“뭐, 뭐 하는 거예요!”안지영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선명은 불에 탄 사진을 그대로 재떨이 속으로 던져버렸다.담배를 피우는 장선명을 위해 안열이 준비해 둔 재떨이였다.안지영 앞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아 그동안은 쓸모가 없었지만 지금은 아주 유용했다.테이블 위의 사진은 다 재떨이 안으로 들어가 활활 타올랐다.안지영은 멍해서 물었다.“그렇게 변명도 하고 싶지 않다는 거예요?”“변명? 이건 다 지나간 일일 뿐이야. 너무 오래전 일이라서 다 잊었고. 뭐 어떻게 변명해야 할지 생각도 안 나네.”“...잊었다고요?”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안열이 그러지 않았던가.장선명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었다고.사진 속의 여자들이 모두 비슷하게 생긴 걸 보면 장선명은 정말 그 여자를 아주 사랑한 것 같았다.그런데 그걸 잊다니.안지영은 믿을 수 없었다.그런 안지영의 모습을 본 장선명은 환하게 웃으면서 안지영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또 입술을 맞췄다.“읍... 아니, 읍...”‘미남계를 쓰겠다는 거야?’안지영은 약간 화가 났다. 원래 이런 건 그냥 두면 찝찝한 편이다. 사실을 알지 못하면 마음에 걸리니까 말이다.
사무실에 들어간 장선명은 안지영이 그를 등지고 의자에 앉아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이미 뒷모습에서부터 안지영의 화난 모습이 보였다.앞으로 다가가 의자를 돌린 장선명이 두 손으로 의자의 손잡이를 잡았다.그리고 웃는 눈으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안지영이 화가 나서 씩씩 대는 모습을 보았을 때도 더욱 환하게 웃었다.하지만 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을 보면서 더욱 화가 났다.“웃겨요?”“질투하는 거야?”두 사람이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안지영은 장선명의 말을 듣고 약간 놀랐다.“화 안 났어요. 난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이에요.”“그래?”“...”질투냐고?안지영은 질투가 뭔지 몰랐다.하지만 눈앞의 이 남자가 다른 여자를 위해서 목숨을 걸었다는 것을 떠올리면 속이 좋지 않았다.생각에 잠겨있을 때 갑자기 안지영이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장선명이 안지영을 번쩍 안아 들고 의자에 앉은 것이었다.장선명은 웃음기 가득한 시선으로 안지영을 바라보고 있었다.안지영은 놀라서 허둥대면서 얘기했다.“이거 놔요!”하지만 장선명은 움직이는 안지영을 놔주지 않고 그대로 입술을 가져갔다.안지영이 버둥댈수록 장선명은 더욱 깊게 안지영의 입술을 머금었다.안지영은 그런 장선명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결국 안지영이 숨을 쉬지 못하자 장선명이 안지영을 풀어주었다.안지영이 손을 들어 장선명의 뺨을 치려고 할 때, 장선명이 안지영의 손목을 잡고 웃으면서 물었다.“화났어?”“흥.”안지영은 화가 났다.그것도 단단히 화가 났다.안지영은 장선명이 점심 전에 도착한 것이 분명 그 일 때문이라고 생각했다.안열이 알려줬을 테니까 말이다.그런데 와서 아무 해명도 하지 않고 입술부터 들이미니, 너무 미웠다.장선명은 그런 안지영을 보면서 짜증스러운 기색을 내비치지 않았다.오히려 속 편히 웃으면서 안지영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마지막에는 한숨까지 푹 내쉬었다.“그렇게 화가 난 거야?”말을 마치고는 안지영의 이마에 가볍게 키스했다.안지영은 이제 더는 참을 수 없었다.“오자
“네? 그게 무슨 뜻이에요?”안지영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안열을 바라봤다. 안열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어휴, 됐어요. 더 얘기해 봤자 짜증만 나요.”더 말했다간 정말 참지 못하고 화를 낼 것 같았다.나태웅에 대해 할 욕은 이틀 밤을 새워도 모자랄 정도였다.“...”사람을 화나게 만드는 법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말을 하다가 마는 것이고...안지영은 뾰로통해진 채로 안열의 상처를 치료해 주었다.안열은 휙 돌아서 사무실을 나갔다.지금 안열의 머릿속에는 나태웅에 대한 욕뿐이었다.그런 일이 있었는데도, 감히 또 안지영을 찾아오다니.도대체 무슨 낯짝으로 온 건지......사무실에 홀로 남겨진 안지영은 아까 안열이 한 말을 떠올렸다.그게 도대체 무슨 뜻이지?평소에는 똑 부러지고 영리한 안지영이지만, 이번만큼은 안열의 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뻔뻔하다는 뜻이라면... 나태웅은 원래부터 그렇게 뻔뻔했다.하지만 이번은...안열은 복잡한 생각에 머리를 휙 털었다.그리고 사무실을 나오자마자 장선명에게 전화를 걸었다.원래는 장선면은 점심쯤에 안지영을 데리러 올 예정이었지만, 안지영의 전화를 받고 바로 달려왔다.안지영의 사무실에 들어가기 전, 장선명은 안열이 자리에 앉아 아이스팩을 발 위에 올려놓은 것을 발견했다.“다리는 왜 그래?”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안열은 깜짝 놀라 손에 쥔 아이스팩을 떨어뜨릴 뻔했다.장선명을 보자, 안열은 얼른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읏...!”하지만 고통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흘리고 말았다.“어떻게 된 거야?” 그렇게 묻는 장선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안열을 이렇게 만든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힘들었다.안열은 고개를 숙였다. 차마 나태웅 때문이라는 말은 꺼내지 못해 그저 둘러댔다.“그냥... 실수로 넘어진 거예요.” “어떻게 넘어졌길래 거기만 그렇게 다치는 거야?” 장선명의 시선은 예리했다.보통 넘어진다면 무릎이 먼저 다치기 마련인데 안열은 무릎은 멀쩡하
나태웅은 믿을 구석 하나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태웅이 가져온 정보 때문에 안지영은 더욱 속이 복잡해졌다.안열은 결국 고통을 참지 못하고 얘기했다.“약 좀 바르고 올게요.”그 말에 안지영은 생각이 끊겨버렸다.정신을 차린 안지영은 안열의 발등이 부어올랐다는 것을 발견했다. 장선명이 사랑하는 사람...하지만 그 생각도 잠시, 안열은 본 안지영은 결국 또 나태웅에게 화가 났다.“왜 이렇게 된 거예요. 정말 나태웅을 못 이기는 거예요?”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맞을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밖에서 싸우는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다니.안열은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제가 만약 나태웅과 싸워서 이길 수 있었다면 진작 죽여버렸을 겁니다.”“...”진작 죽여버린다니.그 ‘진작’은 과연 언제일까?다시 생각해도 나태웅은 정말 독설만 퍼붓는 사람이었다. 안열을 볼 때마다 개라고 욕하니까 말이다.그래도 전에 동영 그룹에서 출근할 때는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안지영은 우물쭈물하면서 안열에게 물었다.“두 사람, 전에도 안 좋은 사이였어요?”안열과 나태웅이 만날 때마다 안열은 대수롭지 않아 했고 나태웅은 화를 냈었다.그러니 두 사람 사이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그렇게 물으면서 안지영이 구급상자를 가져와 상처를 처리해 주었다.안열이 거의 소리를 지르면서 얘기했다.“앗... 아파요... 아파...”“...”안열은 평소에 고통에도 끄떡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아파하는 것을 보니 나태웅이 얼마나 아프게 때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제가 무슨 원한이 있겠어요! 한 것도 없는데...”“...”“굳이 꼽자면... 안 대표님 일로 원한이 있는 거죠.”“나요?”“네. 저는 안 대표님이 선명 도련님과 결혼하기를 바랐으니까요. 아마도 그것 때문에 저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요?”안열을 말을 들은 안지영은 약간 마음이 복잡했지만 또 본인의 선택이 틀린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안열은 장선명의 부하로
“난 대체 누구의 대용품이었어요?”안지영이 바로 물었다.안열은 장선명과 오랜 시간 함께 했으니 사진 속의 사람이 누구인지 다 알 것이다. 그러니 장선명이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 것이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표정이 그대로 굳어버렸다.“그건...”“두 사람은 왜 헤어진 거예요?”안지영이 또 물었다.“...”안열을 그 어느 질문에도 대답할 수 없었다.안열은 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안지영이 얼마나 칼 같은 사람인지, 안열은 잘 알았다.물론 안지영과 장성명의 사이가 안지영 때문에 시작한 것이라고 하지만 장선명에게 설레지 않았다면 안지영은 장선명과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안열은 결국 또 속으로 나태웅을 욕했다.“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선명 도련님이 안 대표님과 결혼하려는 건 안 대표님을 사랑해서지, 다른 사람의 대용품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니까요.”“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직도 연락해요?”“절대 아닙니다. 제가 맹세할게요!”안열이 진지하게 얘기했다. 안지영이 괜히 장선명을 이상하게 생각할까 봐 무서웠기 때문이다.안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안열을 쳐다보았다. 안열은 그런 눈빛을 마주하고 약간 긴장했다.“진짜예요. 사진 속의 여자들과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선명 도련님이 얼마나 칼 같은 분인지 잘 알잖아요.”“하긴, 안열 씨는 선명 씨 사람이니까 그편을 들겠죠.”“아니요, 전 안 대표님 편입니다. 같은 여자로서요.”“나도 그 어떤 여자의 대용품이었겠죠.”“그건 다른 거죠! 그 사람은 이미 죽었으니까요. 나태웅이 왜 갑자기 이 일을 들춘 건지는 모르겠지만... 죽은 사람까지 들먹일 줄은 몰랐어요!”안열은 정말 나태웅을 죽여버리고 싶었다.요즘 나씨 가문에 생긴 일을 보면 나씨 가문 사람들은 다 하나같이 쓰레기였다.“죽었다고요?”안지영이 깜짝 놀라서 물었다.안열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다들 모르는 일이잖아요!”안지영이 놀라서 얘기했다.장씨 가문 남자들은 하나같이 차갑고 냉정하다는 소문을
안지영은 약간 생각하더니 얘기했다.“그런데 그렇게 욕한 게 오늘이 처음인 건 아니지 않아요?”“...”안지영이 그렇게 얘기하자 안열은 더욱 화가 났다.“저를 볼 때마다 저한테 개라고 욕해요. 개자식... 개같은 건 본인이면서! 나씨 가문 전체가 그냥 다 개예요!”안지영은 이마를 짚으면서 그 말을 들었다.“안열 씨를 그렇게 욕하고서도 잘 살아있다니... 신기할 정도네요.”안열이 얼마나 성격이 더러운지, 이제는 안지영도 잘 알았다.하지만 나태웅은 번마다 안열을 욕하면서 멀쩡히 살아있으니, 안지영은 약간 놀라웠다.“못 이긴다니까요!”“...”도대체 나태웅의 실력이 얼마나 좋기에 안열도 상대할 수 없는 걸까.“됐어요. 나태웅 얘기하면 기분이 잡치니까 그만 해요.”나태웅은 그런 존재다.언급만으로도 눈살이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이다.“그건 맞아요. 짜증 나는 사람이죠.”안지영은 나태웅이 정말 너무 싫었다.“그러니까 무조건 승소해요!”너무 화가 나니 아무리 나태웅 얘기를 꺼내지 말자고 해도 결국 나태웅 얘기를 꺼내게 된다.안지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분명 승소할 겁니다!”안지영이 두 주먹을 꼭 쥐었다.안열뿐만이 아니라 안지영도 화가 난 상태다.안지영은 머릿속이 너무 복잡했다. 너무 화가 나서 이 화를 전부 나태웅에게 쏟아버리고 싶었다.안열은 안지영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요. 꼭 이기게 해줄게요!”나태웅을 고소하려던 건 안지영이었다.하지만 지금은 든든한 아군이 생겼다.그 뜻인즉슨 나태웅은 여태껏 살아오면서 많은 사람들을 건드렸다는 것이다.안열은 안지영 앞에 있는 사진을 슬쩍 보았다. 안에는 장선명도 있는 것 같았다.“뭘 보는 거예요?”그렇게 물으면서 사진을 확인하려던 때, 안지영이 빠르게 사진을 가져가려고 했다.하지만 안열이 그 중 한 장을 손에 넣었다.사진을 본 안열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안지영의 표정도 그대로 굳어버렸다.안 그래도 아까 일 때문에 화가 났는데, 나태웅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