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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Penulis: 서한월
준혁의 말을 들은 유하는 그저 예의 바르게 웃어 보일 뿐, 굳이 더 말은 하지 않았다.

그는 행동이 무분별한 수준이 아니라, 아예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았다.

준범은 그저 제멋대로인 수준이 아니었다.

과거에 승현이 연우 생일에 맞춰 해외 출장을 잡았던 일만 봐도, 유하가 눈에 거슬린다는 이유 하나로 아무렇지 않게 그녀를 일주일 넘게 가택에 가둔 놈이었다.

미친 인간이지, 진심으로.

하지만 유하는 누구보다도 선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누가 가족이고, 누가 타인인지는 아주 명확히 구분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오늘 준혁이 마치 동생을 제대로 혼내주고, 유하에게 사과까지 하는 모양새였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그저 판을 깔고 선수를 친 것일 뿐.

먼저 형인 준혁이 손봐놨으니, 다른 사람이 준범에게 뭐라 하기도 애매할 터였다.

결국, 저 둘은 같은 피를 나눈 형제였다.

준범과 얽힌 과거는 어디까지나 유하 스스로 풀어나가야 할 일이었다.

유하는 형식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태준혁 대표님의 공정한 판단에 감탄했습니다.”

“공정이라 하기엔 부족하죠.”

준혁은 가볍게 웃으며, 늘 그렇듯 단정한 말투로 이어갔다.

“어찌 됐든 유하 씨께서 놀라셨을 테니, 이 정도로는 부족하겠지요. 추후 별도의 보상을 드릴 겁니다. 분명 만족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 말은 흠잡을 틈이 없었다.

정중하고, 치밀하고, 도무지 감정의 틈을 주지 않았다.

준혁은 정말 영리한 사람이고, 말 하나 행동 하나 허투루 하는 게 없었다.

이야기는 이쯤에서 일단락되었고, 마침내 유하는 오늘의 진짜 목적을 꺼냈다.

“제가 대표님과 특별히 친분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런 가족 모임에 초대해 주신 이유, 무엇인가요?”

며칠째 마음속에서 맴돌던 의문이었다.

며칠 전.

태씨 가문에서 보낸 초대장을 받은 직후, 유하는 과거 자신과 준혁을 처음 연결해 준 지인을 찾아 전화를 걸었다.

사적인 질문은 자제하려 했지만, 이번 일은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다.

유하는 최대한 구체적으로 물었다. 이 의뢰가 어디서 어떻게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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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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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돈이 휩쓸고 지나간 뒤, 안방은 다시 고요해졌다.유하는 옷이 흐트러진 채 침대 위에 웅크려 앉아 있었다. 초점 잃은 눈동자가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다가 한참 만에야 제정신을 되찾았다.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두 발에 힘주어 바닥을 딛고 깊게 숨을 들이켰다.그리고 숨을 몇 차례 고른 뒤, 욕실로 들어가 문을 잠갔다.거울 속 유하의 얼굴과 몸 곳곳에 핏자국이 번져 있었고, 눈은 붉게 충혈돼 있었다.유하는 수도꼭지를 틀어 피 묻은 손을 물에 담갔다. 계속해서 문질렀지만 피는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것 같았다.그러고 나서 욕실을 둘러보았다.곧 샤워기 아래로 다가가 아무렇게나 물을 틀었다.차가운지 뜨거운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그대로 물줄기가 유하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그녀는 온몸을 씻어내리며 얼굴과 몸 곳곳을 거칠게 문질렀다.몸은 계속해서 떨렸고, 머릿속은 뒤엉킨 생각들로 가득했다.‘내가 오승현을... 때렸어?’‘쓰러뜨렸다고? 피가 그렇게 많이... 내가... 사람을 죽인 거야?’‘나... 감옥 가는 건가?’이와 동시에 두려움이 소용돌이치며 가슴을 조여 왔다. 얼굴에 묻은 피는 이미 다 씻겨 내려갔지만 거울 속 유하는 여전히 온통 붉은 얼룩으로 뒤덮여 있었다.‘아무리 씻어도... 없어지지 않아. 없어지지 않아.’...승현을 실은 차는 병원 응급실 앞에 도착했다.들것에 실린 승현의 몸이 급히 안으로 옮겨졌다.오광진은 전화를 받고, 박영심에게는 알리지도 못한 채 황급히 병원으로 향했다.준서는 본가로 먼저 옮겨졌다.병원에 있는 승현은 당분간 태건이 책임지고 지켜야 했다.소식을 들은 연우와 하지철, 류정인도 병원으로 급히 달려왔다.승현의 지인들 역시 속속 모여들었다.혼란이 커지던 그때, 그린힐 저택 앞에 낯선 차량 행렬이 들어섰다.검은색 고급 차 여러 대가 멈춰 섰고, 그중 한 대에서 하얗고 긴 재킷 정장 차림의 남자가 내렸다.은테 안경 너머로 맑고 단정한 인상이 드러났다.경호원들이 길을 열었다.남자는 천천히 계단을 올라갔

  • 그들이 나를 버릴 때, 나는 세상을 가졌다   제20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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