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한 번은 인정이 제나를 속여 냉동창고 안으로 들여보낸 뒤, 온도를 가장 낮게 내려 버린 적도 있었다. 제나는 하마터면 그 안에서 얼어 죽을 뻔했다.마침 지나가던 직원이 없었다면, 제나는 그대로 냉동창고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몰랐다.갓 성인이 된 여자애가 그런 짓을 태연히 저질렀다는 사실은... 생각할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바로 그 일 이후, 제나는 더는 참지 않기로 했다.제나는 인정을 호되게 혼냈다.나중에 듣기로 인정은 병원에 한 달 넘게 누워 있었다고 했다.하지만 제나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류서윤은 그 뒤로
저녁 식사가 이어지는 동안, 분위기는 내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사람들은 더 이상 대놓고 수군거리지는 않았지만, 시선은 계속 경후와 제나를 향했다.이질적이고 노골적인 적의를 감춘 눈빛들이 칼날처럼 살갗을 파고드는 듯했다. 뼈마디까지 저릴 만큼 불쾌했다.경후는 그런 시선 따위는 전혀 보이지 않는 사람처럼 태연했다. 제나가 한참 동안 젓가락을 들지 않자, 경후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반찬 하나를 집어 제나의 그릇에 올려 주었다.“왜? 이것도 입에 안 맞아?”제나는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말했다.“아니.”“아니면 좀 먹어.”
경후가 한 여자 때문에 어리석은 일을 여러 번 벌였고, 차씨 가문과 인연까지 끊으려 했다는 말을 듣고 나서, 인정은 경후를 더 우습게 보았다.고작 여자 하나 때문에 휘둘리는 남자가 무슨 큰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그 뒤 경후가 차씨 가문을 떠나자, 경후에 관한 소식은 거의 들려오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경후의 깊고 차가운 검은 눈과 마주하자 인정은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차경후의 그 눈빛이... 왜 이렇게 살벌하지?’인정은 집안에서 귀하게 자랐다. 차근수도 인정을 꽤나 오냐오냐해 주었고, 그래서 인정의 성격은 점
“해산물 알레르기?”저녁 식사에 어떤 음식을 올릴지는 각 집안에서 미리 전달하기로 되어 있었다.차근수는 무심코 차민균 부부 쪽을 바라보았다.경후가 이렇게 정면으로 불쾌감을 드러낼 줄은 차민균과 류서윤도 예상하지 못했다.차민균 부부의 낯도 함께 어두워졌다.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차근수는 그 반응만 보고도 대충 사정을 짐작했다.이어 왕 집사를 불렀다.“경후 쪽 상에 차린 음식은 전부 물리고, 제나한테 먹고 싶은 게 뭔지 물어봐라. 새로 한 상 차리도록 해.”왕 집사는 지체하지 못하고 곧바로 직원들에게 음식을 치우라고 지
제나의 눈동자가 가볍게 흔들렸다.경후가 회사 일을 핑계로 댄 건, 늦은 책임을 전부 자신에게 돌리겠다는 뜻이었다.물론... 실제로 늦어진 이유가 경후이긴 했다. 그래도 차씨 가문의 수많은 사람 앞에서 제나를 감싸 주는 경후의 태도에... 제나의 마음이 조금 움직였다.차근수는 제나를 힐끗 보더니 옅게 웃었다.“그냥 가족끼리 밥 한 끼 먹는 자리다. 괜찮아. 일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겠어.”차근수는 두 사람을 향해 손짓했다.“어서 앉아라.”집안에서 열리는 모임은 호텔 연회와는 달랐다.호텔식 연회는 보통 뷔페처럼 음식을
모두가 형용하기 어려운, 그러나 분명 불쾌한 시선으로 경후와 제나를 바라보고 있었다.예전의 제나는 류서윤을 따라 여러 연회에 참석했고, 그곳에서 별의별 사람과 일을 겪었다.그때 제나는 아직 어렸다. 류서윤처럼 속을 감추는 법도 몰랐고, 류서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그래서인지 적지 않은 부당한 대우를 당했다.하필 그 사람들이 모두 경후의 친척이었다. 제나는 대들 수 없었고, 억울해도 참고 삼킬 수밖에 없었다.이제 와 다시 이 사람들을 마주하자, 제나의 몸은 본능적으로 굳었다.제나에게 류서윤은 이미 지울 수 없
조금 전, 한별이 제나와 부딪혀 넘어졌을 때, 제나는 별생각 없이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문제는 그 순간 한별이 서 있던 위치가, 제나가 클러치를 들고 있던 쪽이라는 점이었다.제나의 클러치는 뒤쪽에 지퍼 없는 얇은 수납공간이 하나 있었고, 손재주가 빠르다면 충분히 몰래 무언가를 밀어 넣을 수 있었다.상류층 파티에서 벌어지는 이런 저열하고 더러운 수작들.제나는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기억을 잃은 상태였고, 한별의 존재에 대한 경계심조차 없었다.그 허점을 딱, 제대로 찌른 거였다.제나는 한별을 바라보며 낮게 말
제나는 고개를 돌려 거침없는 기세로 병실 안으로 들어온 남자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세린 씨에게 아무 짓도 안 했어.”소진이 경후의 뒤에서 성큼성큼 걸어 나오더니, 제나를 향해 날카롭게 외쳤다.“제나 언니! 세상에 어떻게 언니처럼 뻔뻔한 사람이 있어요? 세린 언니가 위험할 때도 경후 오빠 가는 거 막더니, 이제는 병원까지 쫓아와서 또 괴롭히는 거예요?”“진짜 너무하네요! 당장 나가요! 여기서 언니 반겨줄 사람 아무도 없으니까!”세린이 눈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소진아, 그만해.”그리고 시선을 돌려 경후를 바
그 순간, 누군가 병실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곧이어 보온병을 손에 든 길쭉한 실루엣이 안으로 들어왔다.“제나야, 아직 밥 못 먹었지? 죽 좀 가져왔는데...”유재준은 병실 안에 있던 경후와 세린을 보자마자 표정이 굳어졌다.“두 분이 왜 여기 계시죠?”재준은 문밖에서 서성거리던 소진을 떠올리자 상황을 알아차렸다.‘설마, 따지러 온 건가?'재준이 싸늘한 미소로 경후를 응시했다.“차 대표님, 제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외부인까지 끌어들여 자기 아내를 이렇게 코너로 몰아세우는 건 너무하지 않나요?”“제나가 지금
그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건 윤세린의 매니저였다. 절박함이 묻어나는 떨리는 목소리. [차 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세린 씨가... 세린 씨가...]전화기 너머가 어수선했다. 여러 사람의 외침과 소란스러운 소리가 끊임없이 섞여서 들렸다. 경후는 짜증스럽게 말했다.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 매니저의 목소리가 다급하게 떨렸다. [세린 씨가 촬영 중 사고를 당했어요! 누군가가 일부러 계단에서 밀어서... 다리를 심하게 다쳤어요!][제가 바로 구급차를 불렀는데, 같이 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