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제나는 남편 차경후를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다. 하지만, 제나의 생일날, 사랑하는 남편은 다른 여자와 함께 촛불이 반짝이는 식탁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그리고 차갑고 무정한 경후는 제나의 마음을 짓밟고 무자비하게 이혼을 요구했다. 알고 보니, 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은 단지 제나에 대한 차경후의 복수극에 불과했다. 그런데, 뜻밖의 사고로 기억을 잃은 하제나는 더 이상 남편에게 맹목적으로 매달리는 여자가 아니었다. 180도 달라진 제나의 태도에, 흔들리기 시작한 건 오히려 강후였다. “기억 잃은 척한다고 내 마음이 돌아설 줄 알아? 이혼은 꼭 할 거야.” 그의 냉담한 선언에도 제나는 흔들림 없었다. “그래, 미룰 것 없지. 당장 내일 해. 누가 먼저 안 나오는지 두고 보자. 내일 안 나오면, 사람도 아니야. 개야, 개.” 그리고 다음 날, 당당히 그의 문을 두드리는 제나. “차 대표님, 이혼하러 가시죠.” “...멍.” 경후는 말 대신, 조용히 개소리를 냈다. ... 남들이 다 알고 있었다. 하제나가 차경후를 미치도록 사랑했다는 걸. 그러나 정작 차경후만은, 모두가 아는 그 사랑을 너무 늦게야 깨닫게 된다. 이미 그는 ‘하제나’라는 여자에게 중독되어 있었다.
View More제나는 눈을 꼭 감았다가, 몇 분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뚜... 뚜... 뚜...벨이 몇 차례 울린 후, 곧장 연결되었다.하지만 저쪽에서는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제나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아까 일이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어요.”낯선 기계음에 뒤섞인 묘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왔다.[못 받은 거야, 받기 싫었던 거야?]“정말 못 받은 거예요.”가면남은 더 따지지 않고 담담히 물었다.[그럼, 오늘 밤엔 어떤 방식으로 일을 끝낼 건지 정했나?]“오늘 밤에도 가야 해요?”제나의 숨결이 거칠어졌다.“
다음 날, 제나는 날카로운 전화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반쯤 감긴 눈으로 전화를 받으며 중얼거렸다.“여보세요...”[아직 자는 거야?]낮고 맑은 목소리가 전화를 타고 흘러들었다. 차갑지만 동시에 마음 깊숙이 스며드는, 익숙한 음성.[여보?]순간, 제나는 잠이 확 달아났다.“무슨 일 있어?”잠시 침묵이 흘렀다. 경후의 목소리가 이어졌다.[아침에 문자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 무슨 일 있나 해서 전화한 거야.]‘아침?’제나는 반사적으로 시계를 확인했다.벌써 정오, 12시였다.제나가 말을 잇지 못하자, 경후가 다시 물
가면남은 묘하게 고개를 기울이며 중얼거렸다.“다음번? 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다시는 안 그럴게요... 정말 약속해요.”그러나 가면남은 제나의 말을 차갑게 끊어냈다.“네 약속 따위, 나한텐 아무 가치 없어.”그 말은 낯설지 않았다.‘썬더돔’에서 그에게 매달렸을 때도, 제나의 간절한 부탁과 감사는 전부 무의미하다고 단칼에 잘라냈었다.제나는 그 기억을 떠올리며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그녀의 눈에 두려움이 스쳤다.가면남은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깊고 짙은 눈빛 속에 짙은 비웃음이 번졌다.“언제든 나가도 돼. 지금
거실의 스탠드 불빛은 희미하고 차갑게 깜박였다.가면남의 검은 그림자가 벽에 일그러진 채 드리워졌다. 마치 심연에서 기어 올라온 악마가 기괴한 형상을 드러내는 듯했다.그가 다가올수록 공기가 점점 무겁게 가라앉았다.제나는 두 손을 꼭 움켜쥔 채, 자신도 모르게 더 세게 힘을 주었다.“네가 복사해 온 파일, 다 확인했어.”감정이 전혀 묻어나지 않는 목소리였다.“회사 조직도랑 각 부서 업무 분장표를 건네주다니... HB그룹에 취업이라도 하고 싶은 거야?”제나의 눈빛이 흔들렸다.“저는 디자인만 해서... 경영 쪽은 잘 몰라요.
제나는 한창 파일을 고르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그때,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갑자기 울리기 시작했다.따르르르-도둑질이라도 하듯 불안한 마음 때문일까?예상치 못한 벨소리에 제나는 온몸이 움찔거렸다.그리고 가슴은 미친 듯이 쿵쾅거렸고,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그녀가 핸드폰을 집어 들자, 화면 위로 ‘차경후’라는 세 글자가 번쩍였다.순간, 제나의 손끝이 파르르 떨렸다.전화가 끊기기 직전, 제나는 간신히 통화 버튼을 눌렀다.“여보.”목소리는 작았고, 핸드폰을 쥔 손가락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신애 이
이게 무슨 제나에게 주는 선택권이란 말인가?분명 제나를 궁지로 몰아넣는 협박이었다.희미한 조명 아래, 싸늘한 가면 위로 스산한 빛이 번졌다. 그 음산한 기운은 보는 이의 등골을 서늘하게 만들었다.가면남은 소파에 느긋하게 몸을 기댄 채, 가면 밑의 깊은 눈빛으로 제나를 응시했다. 마치 죽어가는 사냥감을 바라보는 맹수처럼.“결정했어? 차경후 옆에 숨어서 나를 돕겠다는 거야, 아니면...”그 목소리는 낮고 나른했지만, 마치 악마가 귓가에 속삭이는 것 같았다.“나와 같이 자겠다는 거야?”제나는 온몸이 굳어졌다.몇 초 후, 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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