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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화

Author: 윤아
서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사모님, 손을 다치셨으니 개에게 물렸든, 사람에게 물렸든 치료는 필요합니다. 혹시 제가 사모님을 여기로 모신 게 증거를 없애려는 의도라고 오해하신다면... 그건 제힘으로는 어쩔 수 없겠군요.”

역시 업계 최고라 불리는 변호사답게, 서호의 말엔 단 하나의 빈틈도 없었다.

제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변호사님 생각엔 이 상황을 어떻게 마무리하는 게 좋겠습니까?”

서호는 여전히 부드러운 표정으로, 그러나 어딘가 단호한 기색을 띤 채 말했다.

“사모님, 예경 양의 반려견도 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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