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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화

Author: 호안난어
윤태호도 물론 상관없는 남의 일에는 함부로 참견하지 말라는 도리를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남자였으니 이런 장면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너무 아까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운 좋게 얻은 기회를 놓친다면 바보나 다름없지 않느냐 싶었다.

그는 눈을 더 크게 뜨고 바라봤다.

평소에 으르렁대던 손주희가 이렇게 귀엽고 여려 보일 줄이야. 몸매는 날씬하고 피부는 투명하게 하얗고 금방이라도 부드럽게 손끝에 닿을 것만 같았다. 맑은 눈빛에는 생기와 매력이 가득했고 물기 어린 눈동자가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말로 다 못 할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지금 그녀는 온몸에 거품을 바른 채 샤워를 하고 있었고 아쉽게도 특별한 부위들은 살짝 가려져 있었다.

‘아쉽네. 정말...’

윤태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잠시 후 손주희가 샤워기의 물을 틀자 따뜻한 물줄기가 콸콸 쏟아지며 거품이 하나둘 씻겨 내려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김이 잔뜩 낀 수증기가 윤태호의 시야를 또 한 번 가려버렸다.

‘젠장...’

윤태호는 작게 욕을 내뱉으며 눈을 비볐고 그러자 이내 다시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만 숨이 멎을 뻔했다.

손주희의 등에서 허리까지 길이만 해도 20cm가 넘는 너비도 30cm에 가까운 큼지막한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오래전에 다 나은 상처였지만 봉합 자국은 뚜렷하게 남아 굽이굽이 이어져 마치 지네가 기어가는 듯 무시무시해 보였다.

윤태호는 흉터를 한참 들여다보다가 이것이 칼에 의한 상처라는 사실을 금방 알아챘다.

‘아니, 어린 여자가 어떻게 저렇게 심한 상처를 입었지? 분명 뭔가 사연이 있겠구나.’

더 자세히 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강한 어지럼증이 몰려왔다. 급히 눈을 돌리자 이마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고 중심을 잡기도 힘들었다.

벽을 붙잡고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지금은... 대체 무슨 일이야? 환각이라도 본 건가?”

의심이 들자 곧장 방 밖으로 나와 옆방 문에 귀를 대보았다.

역시 안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럼 방금 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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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38화

    윤태호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사십 년 전에 임재섭은 호용산의 장교와 겨루다가 결국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고 들었다.임보운은 임재섭이 고수이기에 꼭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었다.‘사십 년 전에 임재섭과 겨루던 호용산 장교가 장미진인일까?’그는 고개를 돌리고 장미진인을 쳐다보았다. 장미진인은 그의 속내를 알아차렸는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사십 년 전에 나는 임재섭과 겨룬 적이 있었어. 그때 나한테 맞아서 울던 놈이니 두려워하지 마.”윤태호는 장미진인의 말을 믿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옆에서 구경하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숭배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망할 노인네, 몇십 년 만에 봐서 한단 소리가 고작 그거야? 그 싸움에서 승패가 결정 나지 않았어. 다시 겨룬다면 무조건 너를 죽일 거야.”임재섭은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나는 그동안 수련하면서 승부욕 따위는 버렸어. 그렇지 않으면 너를 살려두지 않았을 거야.”장미진인은 고개를 돌리고 윤태호를 쳐다보았다.“윤태호라고 했지? 절대 봐주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때려.”윤태호는 그의 말을 무시한 채 임재섭을 노려보았다.“다은 누나, 다칠 수도 있으니 저쪽에 가세요.”그의 말에 임다은은 잔뜩 흥분한 채 말했다.“조금 있다가 기회를 봐서 특제 무기로 한 방에 죽일게요.”윤태호는 손을 내저으면서 말렸다.“특제 무기를 사용하면 안 돼요. 어르신의 생신 파티에서 무기를 사용하지 마세요.”오늘 밤에 강절에서 유명한 사람들이 전부 이 자리에 모였기에 자칫하다가 장내가 아수라장이 될 수 있었다.“다치지 말고 꼭 이겨요.”“알겠어요.”임다은은 뒤로 물러나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윤태호는 임재섭의 실력을 잘 알지 못했기에 계속 경계하고 있었다.이때 임보운이 다가오더니 임재섭의 앞을 막았다.“재섭 씨, 저를 봐서라도 윤태호와 싸우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요.”임보운은 그를 쳐다보면서 간절하게 부탁했다.“보운 씨, 내가 원해서 하는 건 아니에요. 어르신의 명령이니 나는 따라야만 해요.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37화

    “가주는 네가 아니라 나야.”임영춘은 임보운을 노려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내가 죽지 않은 이상 임씨 가문의 가주는 나란 말이다.”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꾸중을 들은 임보운은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는 지금 윤태호가 다칠까 봐 아주 걱정되었다.임대준은 어릴 적부터 무술을 익혔고 군대에 몇 년 동안 있었다. 최근에 신비한 조직에 가입한 후에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임무를 완성했다.이혜정이 다가가서 간절하게 빌었다.“아버님, 오늘 아버님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많은 가문의 사람들이 모였어요. 다은을 이만 보내주는 게 어떨까요?”“이제는 너까지 나를 가르치려고 드는 거야?”임영춘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너는 임씨 가문의 며느리일 뿐이야. 가문의 일에 네가 끼어들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이혜정은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그를 쳐다보았다. 예전의 임영춘은 모든 사람에게 예의를 갖추었고 화가 난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굴지 않았다.많은 사람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가문 사람들의 체면이 구겨질까 봐 늘 조심했다.그러나 오늘 임영춘은 임보운뿐만 아니라 그녀의 체면이 구겨지든 말든 신경 쓰지 않았다.‘오늘따라 아버님이 이상해.’이혜정이 곰곰이 생각하고 있을 때 임영춘이 임대준을 향해 말했다.“대준아, 제대로 혼쭐을 내주거라.”“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 저한테 맡겨주세요.”임대준은 윤태호와 임다은 앞으로 걸어가더니 피식 웃었다.“다은 누나, 정말 미안해. 할아버지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야.”임다은은 그를 말리려고 애썼다.“오늘은 할아버지 말씀을 듣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나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만 따랐잖아. 이럴 때 효심 깊은 손주가 나서야지, 안 그래? 다은 누나, 다칠 수 있으니 저쪽으로 비켜.”“내가 왜 비켜야 해? 태호 씨, 아무도 나를 다치지 못하게 할 거죠?”“네. 내가 있는 한 아무도 다은 누나를 건드리지 못해요.”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말했다.“그래요? 실력이 어떤지 기대가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3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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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35화

    “다은 누나, 내가 위로해 줄게요.”말을 마친 윤태호는 임다은의 허리를 감싸고 있던 손을 위로 올렸다.“지금 뭐 하는 거예요?”임다은은 그의 손을 내치면서 말했다.“야명주를 남에게 주는 게 아까워서 마음이 아프다고 했잖아요. 내가 만져주면 괜찮아질 거예요.”“장난치지 마세요.”임다은은 그를 노려보더니 피식 웃었다.“밤에 돌아가서 위로해 주세요.”“좋아요.”임영춘은 진주를 들고 유심히 관찰하더니 고개를 돌리면서 물었다.“진인님, 겉보기에는 평범한 이 돌멩이가 진짜 야명주인가요?”장미진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내 말을 믿지 않는다는 뜻이에요?”“진인님, 오해예요. 진인님의 말을 제가 의심할 리 없잖아요. 이 돌멩이가 야명주라는 게 믿기지 않아서 그래요.”임영춘의 말에 뭇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얼핏 보면 평범한 구슬 같아요.”“정말 야명주인 게 확실한가요? 도무지 믿을 수 없어요.”“야명주는 빛을 낸다고 들었어요. 그런데 저건 빛을 내지 않잖아요.”임영춘이 씁쓸하게 웃으면서 말했다.“진인님, 저뿐만 아니라 오늘 참석한 손님들도 궁금해하고 있어요.”“그렇다면 진정한 야명주가 무엇인지 보여줄게요. 야명주를 나에게 주세요.”임영춘은 재빨리 야명주를 그에게 건넸다. 장미진인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장내의 조명을 전부 꺼주세요.”임영춘이 손을 내젓자 사용인들이 조명을 껐다.“여러분, 내가 들고 있는 야명주를 보세요.”장미진인은 오른쪽 손을 높게 들었다. 장내가 어두컴컴해서 장미진인이 무엇을 하는지 모이지 않았지만 허공에 푸른빛이 떠 있는 것을 발견했다.제일 처음에 주먹만 한 빛이 점점 커지더니 반경 일 미터 되는 곳을 전부 비출 수 있을 정도로 빛났다.사람들은 장미진인이 들고 있는 야명주가 빛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야명주는 어두운 밤을 밝혀주는 작은 별처럼 아주 눈부셨다.야명주를 보고 있으면 고대 시인이 쓴 시가 떠올랐다. 야명주는 희미한 빛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몇 초 후, 사람들은 저도 모르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34화

    야명주라는 말에 뭇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임영춘은 놀라서 멍하니 앉아 있었다.‘이게 바로 전설 속의 야명주란 말인가?’이때 임효진이 피식 웃더니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도사님, 거짓말하지 마세요. 쓰레기보다 못한 진주를 야명주라고 하면 내가 믿을 것 같아요? 멍청한 어린아이는 속겠지만 나는 믿지 않아요.”장미진인이 그녀를 노려보면서 말했다.“너는 세 살 된 아기보다 더 못한 것 같구나. 나라면 부끄러워서 가만히 있었을 거야.”“저기요!”“누가 너한테 말해도 된다고 했지? 못생긴 년이 계속 소리를 지르니까 머리가 아프구나. 입 다물고 가만히 있어.”장미진인은 엄숙한 어조로 말했다. 임효진은 화가 솟구쳐서 그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개 같은 영감탱이, 얼마 살지 못하고 곧 죽을 거야!”짝!누군가가 임효진의 뺨을 후려갈겼다.이번에는 임영춘이 아닌 그녀의 아버지 임보성이었다.“너 정말 미친 거야? 감히 장미진인께 소리를 지르고 무례하게 굴어? 살고 싶지 않은 모양이구나.”임보성은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아버지...”“당장 그 입 다물지 못해? 또다시 결례를 범했다가는 너를 임씨 가문에서 내쫓을 거야.”임효진은 깜짝 놀라서 손을 덜덜 떨더니 눈물을 흘렸다.“진인님, 정말 죄송해요. 제가 자식 교육을 소홀히 한 탓이에요. 못난 딸 대신 제가 사과드릴게요.”임보성은 장미진인을 향해 사과하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진인님, 이 진주 같은 물건이 진짜 야명주인 건가요?”임보성은 특별해 보이지 않은 이 진주가 진짜 야명주일 줄 몰랐다. 윤태호가 임영춘에게 준 선물이 이렇게 값진 물건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그는 윤태호의 신분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한낱 의사가 야명주를 갖고 있다는 게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그가 보물을 얻게 되면 잘 간직할 것이다.흔히 볼 수 없는 희귀한 보물을 경매장에 내놓아서 큰돈을 얻거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길 것이다.그러나 윤태호는 흔쾌히 소중한 보물을 임영춘에게 주었다. 사실

  • 기적을 일으키는 남자   제333화

    뭇사람들은 깜짝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뭐라고요? 저 도사님이 호용산의 장교라고요?”“옷차림이 남루해서 거지인 줄 알았단 말이에요.”“어르신이 언제 거짓말한 적 있어요? 호용산의 장교가 맞나 보네요.”“제가 듣기로는 호용산 장교가 천하제일 신산자예요. 제일 처음 득도한 분을 이 자리에서 만났다는 게 신기해요.”윤태호는 도사가 호용산의 장교일 줄 꿈에도 몰랐다.‘흥정할 때 욕심부리던 도사가 호용산 장교라니... 도저히 믿기지 않아.’그는 조은성이 한 말이 떠올랐다. 지난번 청룡 랭킹 싸움에서 호용산 장교와 무영산 장교가 힘을 합쳤지만 소진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그 뒤로 두 장교는 먼 곳으로 가서 자신을 가두고 수련에 집중했다.‘장미진인은 언제 다시 나온 거지?’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윤태호가 다시 장미진인을 만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그때 장미진인이 그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한 말이 떠올랐다.“일 년 안에 해정에 얼씬하지 마. 그렇지 않으면 목숨을 잃을지도 몰라.”윤태호는 장미진인이 무언가를 알고 있다고 여겼다. 조금 있다가 시간이 나면 장미진인을 찾아가서 얘기해 보려고 했다.장미진인은 그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임영춘이 입을 열었다.“진인님, 이곳에 와주신 분들과 인사를 나눠보세요.”“그래요.”장미진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당당하게 말했다.“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천하제일 신산자, 호용산의 장교 장미진인이에요. 이렇게 사람이 많은 곳은 오랜만이라 무척 기쁘네요. 이 자리에서 긴히 할 말이 있어요.”사람들은 그가 중요한 얘기를 하는 줄 알고 귀를 기울였다.“앞으로 강절에 한동안 머무를 생각이니 점을 보고 싶은 분들은 언제든지 연락하세요. 단돈 600만 원에 점을 봐드려요. 제대로 봐 주지 못하면 돈을 받지 않을게요. 이제는 감이 좀 떨어져서 그런 경우도 있거든요.”사람들은 장미진인이 뻔뻔스럽게 굴 줄 몰랐다. 윤태호는 입을 삐죽 내민 채 생각에 잠겼다.‘이 도사가 득도한 사람이라고?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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