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가 갑자기 김옥분을 향해 달려들었다.적과 막다른 길에서 마주쳤을 때는 용감한 자가 이기는 법이었다.그렇게 해야만 살 희망이 있었다.피하기만 한다면 주도권은 영원히 김옥분이 쥐고 있을 것이고 그는 계속 일방적으로 밀리기만 할 것이다.김옥분은 윤태호가 달려들자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경멸 어린 미소를 띠었다.“죽으려고.”휙!김옥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윤태호를 향해 지팡이를 휘둘렀다.윤태호는 갑자기 쭈그려 앉으면서 지팡이를 피하더니 곧이어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다리를 쭉 뻗으며 김옥분의 두 다리를 노렸다.엄청난 기세였다.그러나 윤태호는 한 가지 사실을 간과했다. 김옥분은 키가 작고 몸이 왜소하여 키가 큰 사람들보다 훨씬 더 민첩했다. 윤태호가 자신을 공격하는 순간, 김옥분은 가볍게 허공으로 뛰어올랐다.윤태호의 공격이 실패했다.그 기회를 틈타 김옥분은 지팡이로 윤태호의 정수리를 내려치려고 했다.지팡이가 윤태호의 정수리에서 50cm 정도 떨어졌을 때 윤태호의 귓가에서 바람 소리가 들려왔다. 윤태호는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빠르게 옆으로 이동했다.쿵!지팡이가 바닥을 강타했고 그 순간 콘크리트 바닥에 큰 구덩이가 생겼다.윤태호는 펄쩍 뛰어오르더니 무릎을 굽혀서 김옥분을 공격하려고 했다.이번에 윤태호가 노린 것은 김옥분의 턱이었다.김옥분의 턱을 무릎으로 강타할 수만 있다면 김옥분은 죽지 않더라도 심하게 다칠 것이다.“흥!”김옥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재빨리 손을 쭉 뻗으며 윤태호의 무릎을 쥐었다.윤태호는 화들짝 놀랐다.그는 조금 전 모든 힘을 무릎에 집중하였는데 김옥분이 아주 쉽게 그의 무릎을 잡을 줄은 몰랐다.‘진짜 미쳤네.’윤태호가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그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옥분이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큰일이야.”윤태호는 심상치 않음을 눈치채고 김옥분에게서 벗어날 방법을 생각했는데 갑자기 무릎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콱!김옥분이 갑자기 손에 힘을 주었다. 그녀의 손가락은 마치 갈고리처럼 윤태호의
체구가 크고 턱수염을 기른 사왕이 온몸에서 차가운 살기를 내뿜었다.“지난번에는 잠깐 방심해서 널 놓쳤지만 이번에는 반드시 죽일 거야.”사왕은 그렇게 말한 뒤 기린에게 달려들었다.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아주 단호했다.“좋아요.”기린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덤벼들었다.이내 두 사람은 맞붙어 싸우기 시작했다.윤태호는 그들을 힐끗 본 뒤 속으로 감탄했다. 기린과 사왕은 속도가 매우 빨라서 눈을 아무리 크게 떠도 실루엣만 흐릿하게 보일 뿐 그들이 어떻게 공격을 주고받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미친.’“이 자식, 그만 쳐다봐. 어차피 기린은 곧 죽을 테니까. 나는 널 저세상으로 보내줄게. 그러면 기린도 외롭지는 않겠지.”김옥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윤태호가 빈정댔다.“어르신, 허세 부리지 마세요. 그러다 큰일 나요. 그리고 어르신은 나이도 많고 못생겨서 저승에서 받아주지 않을까 봐 걱정되네요.”“건방진 놈.”김옥분은 지팡이로 몸을 지탱하면서 왜소한 몸으로 빠르게 뛰어올라 윤태호의 목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김옥분은 비록 나이가 많은 편이지만 움직임이 매우 날쌔고 재빨랐다.그녀의 발차기는 무시무시했다.깜짝 놀란 윤태호는 옆으로 비켜섰고 김옥분은 허공을 찼다.곧이어 김옥분은 가뿐히 뛰어올라 지팡이 위에 서더니 허공을 날아 윤태호의 얼굴을 향해 발차기를 날렸다.윤태호는 또다시 피했다.쿵!김옥분이 땅 위에 서자 굉음과 함께 지면에 균열이 가득 생겼다.몇 번 공격했지만 윤태호가 전부 피해버려서 김옥분은 수치심에 더 화가 났다.“네가 몇 번 더 피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김옥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더니 닭발처럼 마른 손을 쭉 뻗으며 빠르게 윤태호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슉!윤태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아주 빠르게 다른 쪽으로 몸을 피했다.그러나 김옥분이 윤태호에게 숨 한 번 돌릴 틈조차 주지 않고 바로 그를 뒤쫓아갔다.윤태호는 연달아 다섯 번이나 자리를 바꾸면서 간신히 김옥분의 공격을 피했다.“이 자식, 먼저 네 놈의
사람은 원래 나이가 들수록 남이 자기를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을 더 꺼리는 법이었다.윤태호는 김옥분에게 죽으라고 했을 뿐만 아니라 그녀의 유골을 나무 거름으로 쓰겠다고 했고, 김옥분은 그 말에 노여워했다.“입을 함부로 놀리는 걸 좋아하는 모양인데 잠시 뒤 네 혀를 잘라버려서 영원히 말할 수 없게 해주마.”김옥분은 등이 굽은 채로 지팡이를 짚고 윤태호에게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갔다.살기가 아주 짙었다.윤태호가 웃으면서 말했다.“어르신, 저 생각이 바뀌었어요. 어르신을 죽인 뒤에 어르신 살로 만두를 만들어서 들짐승들에게 먹여야겠어요.”“죽으려고.”김옥분은 분노에 찬 호통을 치면서 갑자기 윤태호를 향해 달려들었다.두 사람은 원래 수십 미터 떨어져 있었는데 김옥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하여 윤태호의 앞에 섰다.아주 빠른 속도였다.윤태호는 내심 놀랐다.이때 김옥분이 지팡이를 들어 올려 윤태호의 정수리를 내리치려고 했다.슉.윤태호가 재빨리 피했다.쿵!지팡이가 땅 위로 떨어지더니 쩍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바닥에 3, 4미터 길이의 균열이 생겼다.윤태호는 순간 식은땀이 났다.조금이라도 늦게 피했더라면 정수리 위로 지팡이가 떨어졌을 것이고 그렇게 됐으면 큰일 났을 것이다.‘곧 죽을 사람처럼 보이더니 생각보다 꽤 세네.’윤태호는 많이 놀랐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면서 히죽 웃어 보였다.“어르신, 힘이 참 센데 공사장에서 막노동이라도 하지 그러셨어요? 아깝게.”김옥분은 차갑게 코웃음을 치면서 서늘한 어투로 말했다.“너는 내가 곧 저승으로 보내주마.”휙.김옥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이동하여 윤태호의 앞에 섰다.퍽!또 한 번 지팡이가 휘둘러졌다.비록 경계하고 있었지만 피할 수가 없었다. 지팡이에 맞은 윤태호는 저 멀리 날아가 8미터 밖에 쓰러졌다.“풉.”윤태호가 피를 토했다.기린이 달려가서 윤태호를 부축하며 걱정스럽게 물었다.“태호 씨, 괜찮아요?”‘괜찮을 리가 있겠냐고.’윤태호는 눈을 흘긴 뒤 말했다.“이 정도로는
“어쨌든 기린은 내 거야.”사왕과 김옥분이 옥신각신하고 있을 때 기린과 윤태호도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눴다.“윤태호 씨, 두 사람 다 실력이 아주 뛰어나요. 잠시 뒤에 내가 최대한 시간을 끌어볼 테니까 그 틈을 타서 도망쳐요. 그리고 전양으로 가서 문주님을 구해줘요.”기린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혼자서 두 명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윤태호의 질문에 기린은 고개를 저었다.“그런데도 혼자서 싸우겠다는 거예요?”윤태호는 혹시 바보냐고 묻고 싶었다.이기지 못할 걸 알면서도 혼자 두 명을 상대하려고 하다니, 그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일이었다.“난 죽어도 괜찮지만 태호 씨는 죽으면 안 돼요.”기린이 말했다.“문주님은 고독에 당했을 뿐만 아니라 심하게 다치셨어요. 오직 태호 씨만이 문주님을 구하실 수 있어요. 제 목숨을 바쳐서 문주님을 살릴 수 있다면 저는 기꺼이 그럴 거예요. 그리고 태호 씨가 여기에 남아있어 봤자 우리 둘 다 살아남기 힘들어요. 태호 씨 실력이 좋다는 건 알지만 저 두 노인네 모두 아주 유명한 고수예요. 태호 씨 실력으로는 둘 중 누구도 이길 수 없어요. 그러니까 내 말대로 해요. 잠시 뒤에 내가 시간을 끌면 기회를 틈타 도망치세요.”기린은 윤태호의 어깨를 토닥이면서 말했다.“비록 알게 된 지 얼마 안 됐지만 태호 씨는 꽤 좋은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만약 다음 생이 있다면 태호 씨와 형제가 되었으면 좋겠네요.”윤태호가 말했다.“다음 생까지 기다리지 말고 이번 기회에 생사를 함께한 형제가 되죠.”기린은 당황했다.“무슨 뜻이에요?”“둘 중 한 명 선택해요.”윤태호가 말했다.기린은 그제야 윤태호의 말뜻을 이해하고 다급히 말했다.“아까 말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 하나도 안 들은 거예요? 난 저 두 사람과 싸워본 적이 있어서 저 두 사람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있어요. 잠시 뒤에 내가 시간을 끌 테니까 기회를 틈타 도망쳐요.”“기린 씨가 그랬잖아요. 두 사람 다 강하다고. 그런데 어떻게 저 혼자 도망치겠어요?”윤
윤태호의 의도는 매우 뚜렷했다. 두 노인이 적이라면 차로 치어 죽이면 그만이었다.페라리는 최고의 스포츠카였기에 30미터를 금방 달렸다.그러나 이내 무시무시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김옥분이 지팡이를 들어서 차 머리에 가져다 대자 차는 더 이상 앞으로 달릴 수가 없었다.70대 노파가 이렇게 힘이 셀 줄이야.“미친.”윤태호는 작게 욕설을 내뱉은 뒤 계속하여 액셀을 밟았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차는 마치 큰 벽을 앞에 둔 것처럼 꿈쩍하지 않았다.“어서 내려요.”윤태호가 말을 마치자마자 김옥분이 지팡이를 높이 들어 차를 내리쳤다.쿵!차 머리에 큰 구멍이 하나 생겼다.곧이어 김옥분이 또 한 번 지팡이를 움직였다. 그러자 차가 저 멀리 날아갔고 몇 초 뒤 허공에서 쾅 떨어져 고철 덩어리가 되었다.윤태호는 순간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킥킥, 내 몸이 아직 튼튼해서 다행이지. 하마터면 네놈 때문에 차에 치여 죽을 뻔했어.”김옥분의 기묘한 웃음소리에 윤태호는 등골이 오싹했다.이때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사왕이 짜증을 내면서 말했다.“쓸데없는 말은 하지 말고 기린을 죽여.”“어차피 다 잡은 물고기야. 조급해할 필요 없어.”김옥분이 기린에게로 시선을 옮기면서 웃으며 말했다.“참 재빠른 놈이네. 전양에서 미주까지 오다니 말이야. 내가 똑똑해서 망정이지. 나는 네가 돌아올 거라는 걸 예상했어. 그래서 사왕과 함께 이곳에서 기다리고 있었지. 킥킥, 지난번에는 사왕이 팔을 하나 잘랐었는데 오늘은 내가 그 머리를 잘라주겠어.”윤태호는 김옥분이 웃을 때 얼굴의 주름이 한데 몰려서 마치 오래된 나무뿌리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웃어도 웃는 것 같지 않았다.역시 이상했다.기린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내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혼자 죽지는 않을 거야.”“기린, 자살하는 게 좋을 거야. 그래야 덜 고통스러울 테니까. 그리고 한 가지 전해줄 사실이 있어. 조재빈과 청룡사는 이미 죽었어.”‘뭐라고?’기린은 화들짝 놀랐다.“믿
“참, 묻고 싶은 게 한 가지 있어요.”윤태호가 말했다.“전양을 떠날 때 사왕인지 뭔지 하는 사람이 기린 씨를 추격했다고 하지 않았어요?”“맞아요.”기린이 대답했다.“날 추격한 것은 사왕과 남전 할망구였어요. 그들은 나를 따라 전양을 벗어났고 그 뒤로 난 그들에게서 도망쳤죠.”“그 사람들은 어디로 갔죠? 미주로 갔나요?”윤태호는 조금 걱정되었다. 만약 두 사람이 기린의 종적을 따라 미주로 갔다면 틀림없이 임다은의 집으로 찾아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임다은이 위험했다.“모르겠어요.”기린이 괘씸한 듯 말했다.“그 두 사람 상대하기 아주 까다로워요.”“그런 것 같네요. 그렇지 않았다면 기린 씨 팔이 잘리지 않았겠죠.”“...”기린은 윤태호의 말에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좋은 일도 아닌데 왜 자꾸 그 사건을 언급한단 말인가?“그들이 미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네요. 그렇지 않으면 다은 누나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그런 생각이 들자 윤태호는 서둘러 한용석에게 전화해 사람을 데리고 가서 임다은을 경호하라고 했다.전화를 끊은 뒤 윤태호는 극심한 불안감을 느꼈다.“조심해요.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들어요.”윤태호가 기린에게 말했다.“괜찮아요. 아직 전양에 도착하기 전이니까요. 별로 위험하지 않을 거예요.”기린이 말했다.“조심하는 게 좋아요. 만약 기린 씨가 말한 남전 할망구와 사왕이 이곳에 나타난다면 골치 아파질 테니까요.”“이곳은 고속도로라서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괜히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끼익!기린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윤태호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갑자기 왜 멈춰 선 거예요?”기린은 의아해했고 윤태호는 손을 뻗어 앞을 가리켰다.고개를 든 기린은 앞을 본 순간 안색이 어두워지면서 윤태호를 욕했다.“윤태호 씨는 정말 입이 방정이네요.”그들과 30미터 떨어진 곳에 두 사람이 서 있었다.왼쪽에 서 있는 것은 노파였다.70대로 보이는 노파는 아주 낡은 모자를 쓰고 있었고 얼굴빛은 누렇고 주름이 자글자글했다. 그리고 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