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호는 지금 백골 노귀가 어디 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만약 오영준 일행을 돌려보낸다면 그 사이 백골 노귀가 오영준 일행에게 달려들 수도 있었다.이 노인은 소이은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으니, 오히려 일행을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판단했다.“따라오세요.”윤태호가 말하자 일행은 그의 뒤를 바짝 따랐다.이 숲은 그리 크지 않았다. 윤태호가 이끄는 일행은 곧 숲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봐도 백골 노귀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이 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저 노인네, 어디 간 거지?”“혹시 마을로 간 건 아닐까요?”오영준과 차송주가 차례로 말했다.박만식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빨리 찾아야 해. 그렇지 않으면 마을 사람들이 위험에 빠질 거야.”윤태호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고 있었다.만약 백골 노귀가 다시 마을 사람들에게 덤빈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결과가 기다릴 것이 분명했다.문제는 이 변태가 어디에 숨어 있을까였다.윤태호는 우선 시도 삼아 추적 주술을 그려보았다.무간리에 온 이후, 추적 주술은 효력을 잃었지만 이번에는 뜻밖에도 효과가 있었다.주술을 마친 순간, 검은 기운이 그의 앞에 나타나 두 바퀴를 돌더니, 갑자기 앞으로 날아갔다.“가자!”윤태호는 추적 주술이 이끄는 대로 울퉁불퉁한 산길을 지나 익숙한 곳에 다다랐다.옛 우물 자리였다.검은 기운은 우물 위에서 잠시 맴돌더니,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자네, 여긴 왜 온 거야?”박만식이 의아해하며 물었다.“과장님, 여긴 어디죠?”오영준도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윤태호는 우물을 가리키며 냉정하게 말했다.“맹씨 집안 아이가 바로 이 우물에서 죽었어요.”“그런데 우리가 찾는 건 백골 노귀지, 맹씨 집안 아이가 아니잖아요.”차송주가 의문을 제기하려다 눈이 커지며 충격에 휩싸였다.“설마...?”윤태호가 차송주의 말을 이어받았다.“맞아. 이 노인네, 지금 우물 안에 있어.”“우물 안에 숨었다고? 그
윤태호는 머릿속으로 빠르게 방법을 계산했다.곧 ‘비산주술대전’에서 시체와 좀비를 제압할 수 있는 특별한 부적을 발견했다.억령부!윤태호는 오른손 중지에 피를 묻히고 부적을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휘익!”3초 후, 손가락 하나로 진삼복의 이마를 찍자 순간 그의 몸이 멈추며 마치 정지술에 걸린 듯 얼어붙었다.창백하던 얼굴에는 회청색 기운이 돌고 곳곳에는 어두운 붉은 점들이 떠올랐다.“쿵!”진삼복은 몸이 곧게 뻗으며 바닥에 쓰러졌고 다시는 움직이지 않았다.단 한 번의 시도로 성공이었다.윤태호는 속으로 조용히 환호하며 재빨리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시체들을 제압했다.“오 선생, 통통아, 소이은 잘 지켜. 나는 이장님 찾으러 갈게.”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숲 속으로 뛰어들었다. 날렵한 원숭이처럼 숲을 가르며 달리는 속도는 보는 사람조차 숨이 막힐 정도였다.몇 분 뒤, 윤태호는 바닥에 앉아 힘없이 헐떡이고 있는 박만식을 발견했다.“이장님, 괜찮으세요?”윤태호가 다가가자 박만식은 고개를 저으며 낮게 말했다.“그 놈을 놓쳤어.”윤태호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에휴... 상대가 고수인데 그걸 이장님이 어찌 잡아요...’박만식은 눈시울을 붉히고 이를 악물었다.“저 천하의 고약한 놈, 자기 사령술을 실험해보겠다고 우리 무고한 주민들을 그렇게 많이 죽였으니... 인간이라 할 수 없는 짓이야. 반드시 잡아서 삼복이랑 마을 사람들의 원수를 갚을 거야.”윤태호는 박만식의 어깨를 토닥이며 안심시켰다.“걱정 마세요. 절대 도망가지 못할 겁니다.”“자네가 능력이 대단한 건 알지만... 혹시 그 녀석 잡으면 마지막 한 방은 내가 끝낼 수 있을까?”박만식이 물었다.“그 노인네가 악당이긴 해도 죽이면 이장님께서 감옥에 가야 합니다.”윤태호가 답했다.“난 감옥 가는 거 두렵지 않아. 삼복이랑 마을 사람들을 위해 내 손으로 복수할 수 있다면 감옥 정도야 감수할 수 있다네.”박만식의 눈빛은 단호했다.윤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장님의 마음은
윤태호는 시체들과 맞서 싸우면서도 동시에 백골 노귀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했다.역시나 백골 노귀는 단순한 사령술사가 아니었다. 고수의 기운이 느껴졌고 신비한 사령술을 쓰는 만큼 방심할 수 없었다.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시체들이 자신을 붙잡고 있는 사이, 백골 노귀가 몸을 돌리더니 순식간에 숲 속으로 뛰어들어 사라진 것이다.‘뭐지... 도망가려는 건가?’윤태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여버리겠다고 호언장담하던 사람이 이제는 도망이라니.설마 이게 전설 속 ‘말만 거창하고 정작 행동은 겁쟁이’라는 그 사람인가?‘도대체 자존심은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그때, 박만식이 큰소리로 외쳤다.“안 돼! 그 새끼, 도망가려 한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만식은 나무 몽둥이를 들고 숲으로 뛰어들었다.“이장님, 쫓지 마세요!”윤태호가 외쳤지만 박만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이 중에서 백골 노귀에게 가장 큰 원한을 품고 있는 사람은 단연 박만식이었다.무간리는 원래 평화로운 마을이었지만 백골 노귀 때문에 수많은 주민이 죽고 남은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다.마을 이장으로서 박만식은 백골 노귀를 지긋지긋하게 증오했고 죽은 주민들을 위해서라면 당장이라도 처단하고 싶었다.백골 노귀가 숲 속으로 달아나자 박만식은 자기 몸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대로 뛰어들었다.윤태호는 박만식이 상대가 되지 않을 걸 알았다.그는 남은 시체들을 단숨에 쓰러뜨리고 박만식을 쫓으려 달려나가려 했지만 두 걸음 만에 뒤에서 소이은의 외침이 들렸다.“과장님! 살려주세요!”뒤돌아보니 시체들이 다시 땅에서 기어 올라 소이은과 오영준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젠장!”윤태호는 분노의 욕을 내뱉으며 어쩔 수 없이 다시 돌아가 시체들을 막았다.이 시체들은 다루기 어려웠다. 힘도 세고 몸놀림은 민첩하며 서로 완벽하게 호흡을 맞췄다.무엇보다 죽은 자라 고통을 느끼지 않아 쓰러졌다가도 곧바로 일어나 다시 공격했다.불과 3분 만에 윤태호를 향해 수백 번이나 공격이 쏟아졌다
백골 노귀가 음흉하게 웃으며 낮게 말했다. “저 녀석들을 보내는 것도 안 될 건 없지만...”“조건이 뭐야?”윤태호가 날카롭게 물었다.백골 노귀는 소이은을 가리키며 말했다.“저 어린 아가씨를 내 정실로 바치면 나머지는 풀어주지.”소이은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했다.“과장님... 제발...”“꿈도 꾸지 마!”소이은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윤태호의 분노가 폭발했다.그녀가 그의 부하가 아니더라도 백골 노귀 같은 변태에게 넘길 생각은 단연코 없었다.죽은 자에게도 가차 없던 이 변태가 살아 있는 사람에게 무슨 짓을 할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분노에 휩싸인 윤태호는 몸의 모든 힘을 끌어올리며 속도를 극한까지 높였다.단숨에 백골 노귀 앞에 도달하자 그의 왼주먹은 관자놀이를 노렸고 오른손에 쥔 수술칼은 목을 겨냥했다.치명적인 일격이었다.“크크...”백골 노귀는 날카로운 비웃음을 흘리며 재빠르게 몸을 뒤로 젖혔다.단 몇 걸음 만에 5미터 떨어진 거리로 회피하며 공격을 손쉽게 피했다. ‘어라?’윤태호의 눈에 잠깐 놀라움이 스쳤다.눈앞의 이 노인은 단순한 사령술사가 아니라 무공에 능한 고수였다.“많은 이들이 날 찾아 죽이려 했지. 내가 이 정도 실력이 없었다면 이미 조각나 버렸을 거다.”백골 노귀는 손가락으로 진삼복과 그 시체들을 가리켰다.“하지만 이제 내 사령술은 완전히 완성되었으니 숨을 필요도, 도망칠 필요도 없겠구나.”그는 천천히 손가락을 윤태호에게 돌리며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너희는 곧 내 두 번째 실험 대상이 될 것이다.”“헛소리 하지 마.”윤태호가 이를 악물며 다시 공격 자세를 취했다.“나한테 덤비겠다는 거냐? 좋아, 오늘 네 한계를 똑똑히 가르쳐주지.”이번에는 백골 노귀도 피하지 않고 윤태호가 달려들자 그대로 몸을 내밀었다.수술칼이 백골 노귀의 목을 향해 내리쳤고 다른 한 손은 가슴을 겨냥했다. 하지만 백골 노귀는 민첩하게 몸을 비껴 수술칼을 피하면서도 앞으로 한 걸음 다가
백골 노귀가 윤태호의 움직임을 비웃듯 바라보다 손에 쥔 삼각 주술기를 흔들었다.“딩...!”맑은 방울소리가 퍼지자 죽은 듯 늘어져 있던 진삼복 일행의 시체가 동시에 고개를 들더니 순식간에 일어나 윤태호 앞을 가로막았다.“으아아아!”열 구의 시체가 한꺼번에 울부짖으며 짐승처럼 달려들었다.쾅!윤태호의 발길질이 진삼복의 가슴팍을 정통으로 후려찼다.그러나 쓰러질 줄 알았던 진삼복은 몇 걸음 물러섰다가 곧바로 몸을 세우고 다시 달려들었다.‘...뭐야?’윤태호의 눈썹이 꿈틀였다. 뭔가 이상했다.진삼복의 몸놀림은 산 사람이랑 다를 바 없을 정도로 빨라졌고 힘 또한 믿기 힘들 만큼 강했다. 다른 시체들 역시 마찬가지였다.‘이 정도 힘이면 특전사 하나쯤은 그대로 잡아먹을 수 있겠는데...?’윤태호의 시선이 곧장 백골 노귀에게 꽂혔다.모든 원인은 바로 그 노인네였다.‘젠장, 역시 저 노인네가 시체들을 직접 조종하고 있어!’싸움에서 이기려면 뿌리를 잘라야 한다.윤태호는 한순간도 망설이지 않고 백골 노귀를 노리며 몸을 ‘훅’ 튀기듯 앞으로 내던졌다.하지만 백골 노귀는 이미 그의 의도를 간파한 듯 삼각 주술기를 번쩍 휘둘렀다.“가라!”그 순간, 시체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빨라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열 구의 시체가 사방에서 몰려들어 윤태호를 빙 둘러쌌다. “큭...”한순간, 폐를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이 몰려왔다. 곧이어 노인의 음산한 웃음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울려 퍼졌다. “네가 감히 날 죽이겠다고? 크흐흐! 참, 패기도 대단하군.”윤태호가 매섭게 이를 악물었다.“죽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곧 알게 되겠지.”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주먹이 번개처럼 뻗었다.내력이 실린 일격이 시체의 몸통을 강타하자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폭음이 지하를 뒤흔들었다.곧이어 광풍 같은 공격이 이어졌다.윤태호의 주먹과 발길질, 내력이 얽혀 터질 때마다 시체들이 하나둘씩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졌다.그러나 그는 끝내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소이은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저... 예전에 공포영화 많이 봤는데 저 노인네 분장... 꼭 사령술사 같아요.”“크크, 보는 눈이 있구나. 어린 아가씨, 내 정체를 알아채다니 흥미롭군.”검은 옷을 걸친 노인이 소이은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술을 핥았다. 혀끝이 입가를 스치며 번들거렸고 마치 눈앞의 사람을 먹음직스러운 요리라도 되는 양 군침을 삼켰다.‘...진짜 사령술사라고?’윤태호의 눈매가 매섭게 좁혀졌다.전해지는 이야기 속에서 사령술은 호국 미주 지역에서 내려오는 비밀스러운 주술이라 전해졌다. 죽은 이를 불러내고 천리를 넘어 시체를 집으로 옮겨 장례를 치러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하지만 제대로 수련한 사령술사라면 그저 운구가 아닌 죽은 자를 조종해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그 순간 윤태호는 깨달았다.진삼복 일행의 시체가 관을 깨고 튀어나온 이유. 그것은 바로 누군가가 시체를 조종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그들을 좀비로 착각한 것도 당연했다.그리고 그 모든 흉악한 짓을 벌인 주모자는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이 검은 옷의 노인임이 분명했다.“그러니까... 이 사람들, 전부 당신이 죽인 거예요?”윤태호가 시체들을 가리키며 묻자 노인은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너희도 곧 똑같이 될 거다.”백골 노귀가 소이은을 훑어보며 히죽 웃었다.“하지만 네가 내 집안의 정실이 되고 싶다면... 넌 죽지 않아도 돼.”그 지역에서 ‘정실’이라 불리는 말은 곧 ‘부인’을 뜻했다.“과장님... 저 무서워요...”소이은이 눈가가 붉어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윤태호를 바라봤다.“괜찮아. 내가 있잖아.”윤태호가 단호하게 안심시킨 뒤 다시 노인을 노려봤다.“당신, 이 마을 사람들이랑 아무 원한도 없잖아요. 왜 죽인 거죠?”“죽였다고?”노인은 고개를 저으며 비웃었다.“이 사람들은 죽은 게 아니지. 전부 내 보물이거든.”그의 음성이 기괴하게 울려 퍼졌다.“난 어릴 때부터 사령술을 배웠고 10년을 수련해 완성했지. 스무 살이 되고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