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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Penulis: 다섯
그 말을 들은 배도진은 잠시 멈칫했다.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그건 갑자기 왜 필요한 거냐?"

대충 둘러댈 변명은 진작 마음속에 준비해 둔 터였다.

하지만 문서현이 미처 입을 떼기도 전이었다.

"나리! 저희 아가씨께서 찾으십니다!"

문밖에서 다희의 다급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그 한마디에 배도진과 배은우는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급히 밖으로 향하던 배도진이 문가에 이르러 다시 고개를 돌려 문서현을 바라보았다.

"오늘 중으로 사람을 시켜 통관문첩을 보내주지."

문서현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두 부자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한참 뒤.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나직한 실소가 샜다.

그리고 속으로 못다 한 대답을 덧붙였다.

'갑자기 왜 필요한 거냐고? '

'배도진, 배은우.'

'너희를 영원히 떠나는 데 쓸 것이다.'

'선평후부를 벗어나고.'

'이 도성을, 영영 떠나기 위해서.'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문희주의 생일 연회 날이 밝았다.

문서현은 배도진 부자의 요구대로 아주 성대한 연회를 열었다.

도성의 내로라하는 고관대작들에게 초대장이 뿌려졌다.

사람들은 이 화려한 잔치에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선평후부의 화려한 풍경에 빈객들은 저마다 감탄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음식들은 조리법이 워낙 까다로워 평소에는 구경조차 하기 힘든 것 아닙니까! 게다가 저 임씨 유랑극단은 청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던데, 오늘 이 선평후부에 다 모였군요."

"후작 나리와 세자께서 아가씨를 어찌나 지극정성으로 모시는데요!"

평소 차갑기만 하던 배도진의 두 눈에도 웃음기가 가득했다.

문희주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

"그야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것만 희주에게 어울리는 법이니까."

배은우 역시 문희주의 곁에 딱 붙어 앉은 채 자랑스레 어깨를 으쓱였다.

"어머니께서 절 낳고 기르시느라 고생하셨으니, 제가 잘 모시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멀지 않은 곳.

문서현은 묵묵히 그 모든 것을 듣고만 있었다.

어떤 말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이윽고 선물을 올리는 시간이 다가왔다.

배도진이 가볍게 손을 까딱이자, 하인이 쟁반을 받쳐 들고 다가왔다.

그는 쟁반 위에서 만지면 서늘하면서도 질감이 가벼운 연갑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더없이 소중하게 문희주의 손에 쥐여주었다.

문희주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찰나, 한쪽에서 누군가 경악하며 소리쳤다.

"저, 저것은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칼도 창도 뚫지 못한다는 금사연갑이 아닙니까?! 후작 나리께서 십수 년의 전공을 바쳐 황제 폐하께 하사받았다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 보물 말입니다!"

문희주가 번쩍 고개를 들었다.

배도진이 부정하지 않는 모습을 본 그녀의 두 눈에 엄청난 감격이 서렸다.

그때였다.

배은우도 질세라 다급히 자신이 준비한 선물을 내오게 했다.

스르륵.

족자가 펼쳐지며 그 안의 그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림 속에는 배도진과 문희주가 배은우를 품에 안은 채, 배를 타고 호수를 유람하며 꽃구경을 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세자의 그림이 살아 숨 쉬는 듯 생생하니, 실로 장래가 촉망되는군요!"

문서현은 화목하기 그지없는 그림 속 세 식구를 가만히 응시했다.

그리고 앞다투어 칭송을 쏟아내는 빈객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마치 이 자리에 잘못 섞여 든 이방인 같았다.

모두가 잊어버린 듯했다.

문서현 그녀야말로 배도진의 명실상부한 아내라는 사실을.

선물 증정이 끝나자 사람들은 일제히 자리에 앉았다.

식탁 위에는 정갈한 음식과 맛 좋은 술이 가득했다.

술잔이 오가는 사이, 서로를 치켜세우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토록 평화롭던 분위기 속.

돌연 변고가 터졌다.

"나리, 배가... 너무 아파..."

문희주의 안색이 순식간에 백지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

끔찍한 고통에 이마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챙그랑!

쥐고 있던 은수저가 힘없이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이윽고 그녀는 그대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순식간에 배도진과 배은우 부자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의원! 어서 의원을 불러와라!"

배도진의 눈동자에 짙은 공포와 당혹감이 소용돌이쳤다.

악에 받쳐 내지르는 그의 목소리가 찢어질 듯 갈라져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의원이 약상자를 멘 채 허둥지둥 달려왔다.

흐르는 땀을 닦을 새도 없이 진맥 베개를 꺼내 문희주의 손목 아래에 받쳤다.

맥을 짚던 의원은 방금 전 그녀가 입에 댄 음식들을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러더니 약상자에서 길쭉한 은침을 꺼내 식기마다 일일이 찔러보기 시작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음꽃이 만발하던 연회장에는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정적만이 감돌았다.

마침내 은침이 그릇에서 빠져나온 순간이었다.

새카맣게 변해버린 침 끝을 확인한 의원이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아가씨께서는 극히 희귀한 독인 몽진산에 중독되셨습니다! 다행히 드신 양이 적어 당장 목숨이 위태롭지는 않으십니다."

배도진과 배은우의 눈에 무서운 핏발이 섰다.

그릇에 담긴 음식을 노려본 배도진이 서슬 퍼런 목소리로 당장 명을 내렸다.

"이 음식에 손을 댄 자들을 모조리 끌고 와라!"

문서현은 문희주 곁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배도진 부자를 무표정하게 응시했다.

그때였다.

불현듯 가슴속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이 피어올랐다.

곧바로 거친 발소리와 함께 음식을 조리하고 내왔던 하인들이 줄줄이 끌려 들어왔다.

이윽고 자비 없는 매질과 혹독한 고문이 이어졌다.

결국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 한 하인이 번쩍 고개를 쳐들었다.

그녀의 흔들리는 시선이 곧장 한쪽에 앉아 있던 문서현에게 꽂혔다.

"부, 부인! 제발 저 좀 살려주십시오!"

"저는 전부 부인께서 시키시는 대로 했을 뿐입니다요, 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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