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경조부 문 앞. 오늘, 이곳에 보기 드물게도 지아비를 버리겠다며 휴서를 청하는 여인이 찾아왔다. "진나라 율령에 따라, 여인이 감히 휴서를 청할 시 참혹한 형벌을 감수해야만 한다. 맨발로 삼 리에 달하는 숯불 위를 걸어야 하지. 숯불 길은 이곳 경조부에서 성문 앞까지 이어질 터인데 정녕 이를 알고 온 것이냐?" 문서현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맑고도 차가운 목소리가 단호하게 흘러나왔다. "알고 있습니다." 부윤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시선이 잠시 문서현에게 머물렀다. 꽤나 의외라는 눈치였다. 지금껏 휴서를 청하러 온 여인을 아예 못 본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십중팔구는 지아비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벼랑 끝에 몰린 가난한 아낙들이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 서럽게 울부짖는 자들.
もっと見る"새로 부임한 호부시랑 서재희입니다."서재희가 배은우의 어깨를 툭 밀쳐 배도진의 곁으로 돌려보냈다.이윽고 문서현의 앞을 완벽히 가로막으며 덧붙였다."그리고, 두 분이 오늘 내내 끈질기게 괴롭히고 있는 이 여인의 서방이기도 하죠."'서방'이라는 단어가 그의 입술을 비집고 나오며 무겁게 떨어졌다.아니나 다를까.그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앞에 선 두 사람의 호흡이 거칠어졌다.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극도로 분노한 기색이었다."무슨 헛소리야! 서현이가 어찌 네놈의..."배은우 역시 분노로 이글거리는 두 눈으로 그를 노려보았다.마치 가장 아끼는 사탕을 빼앗긴 어린아이 같았다."어머니는 내 어머니야! 당신 같은 놈한테 시집갈 리가 없어!"그 순간, 문서현은 잠시 멍해졌다.너무나도 소름 끼치게 익숙한 풍경.예전에도 수없이 보아왔던 광경이었다.다만, 그때 저런 서슬 퍼런 눈빛을 견뎌야 했던 것은 늘 자신이었고.그들이 그토록 절박하게 지키려 했던 것은 문희주였다.하지만 지금.그녀는 도리어 그들이 어떻게든 차지하려 안달 내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그때, 문서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서재희의 곁으로 다가간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손을 맞잡았다.맞닿은 손바닥에서 훅 끼쳐오는 온기가 그녀의 차갑던 손끝을 녹여냈다.그녀는 고요히 가라앉은 눈으로 눈앞의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한때 꿈속에서조차 수없이 그리며 마음에 새겼던 얼굴들.하지만 지금 그 얼굴은 더없이 흉하게 일그러져 있었다.그럼에도 문서현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마치 애초에 그들을 안중에도 두지 않은 사람처럼."어찌 아니라고 확신하지? 배도진, 네가 과거에 날 어떻게 짓밟았는지 평생 똑똑히 기억해야 할 거야. 그리고 배은우.""난 널 키우며 내 모든 정성을 쏟아부었어. 단 한 번도 모자람 없이 대했지.""그 소중함을 진흙탕에 처박은 건 너야. 허구한 날 날 모함하고, 네 아비의 등에 업혀 내 숨통을 조였잖아.""배도진, 배은우. 내가 평생 그 자리에 서서, 너희의
배도진은 문서현과 재회하는 순간을 수없이 상상했었다.하지만 결코 오늘 같은 모습은 아니었다.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채 높은 누각 위에 단아하게 앉아 있는 그녀에 비해 배도진은 먼지를 뒤집어쓴 초라한 행색이었다.고개를 들어 우러러본 그녀는, 마치 아득히 먼 하늘에 뜬 달 같았다."아버지, 어머니예요!"배은우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가를 때렸다.배도진은 아주 잠시 망설였지만, 이내 배은우를 안고 말에서 뛰어내렸다.이윽고 두 사람은 미친 듯이 주루를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수많은 감정이 엉망으로 뒤엉켰다.그녀에게 쏟아내고 싶은 말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어쩌면 이런 길거리에서 꺼낼 이야기는 아닐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난 시간, 그녀와 엇갈렸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마다 느꼈던 그 끔찍한 공포가 이성을 집어삼켰다.그녀가 또다시 떠나버릴까 봐.다시는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영영 사라져 버릴까 봐 두려웠다.다급한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문서현은 입술을 가볍게 축이며, 속으로 서재희가 도착할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퇴궐할 시간이 지났으니 분명 머지않아 도착할 터였다.도성으로 돌아오면 언젠가 그들과 마주칠 날이 오리라 진작부터 짐작하고 있었다.하지만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이토록 갑작스레 재회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너무나도 기막힌 우연이었다.하필 그가 성문에 들어서는 순간일 줄이야.하필 그와 아득히 시선이 마주쳐 버릴 줄이야.하지만 그녀는 단 한순간도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그저 제자리에 고요히 앉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이 지독한 만남을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서현아."잔뜩 잠긴 쉰 목소리가 곁에서 들려왔다.뒤이어 배은우가 울음을 삼키며 부르는 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어머니."문서현의 입가에 서늘한 실소가 번졌다.저토록 다정하고 애틋한 부름.그녀가 뼈를 깎아내며 헌신했던 오 년 내내,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던 소리였다.배도진은 좀처럼 그녀를 다정하게 부르는 법이 없었다.대개는 그저 '너'라고 칭하거나, 쌀쌀
배도진은 귀를 의심했다. 배은우 역시 마찬가지였다.눈물이 배은우의 눈가에 그렁그렁 맺혔다. 아이는 고개를 번쩍 들어 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마치 사실을 확인하려는 듯, 혹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빛이었다."어머니께서 어떻게 혼인을 하신단 말이에요? 우리를 버리신 거예요? 저 아저씨가 거짓말하는 거죠!"그때, 객주 천씨가 두 눈을 부라렸다.탁!그는 쥐고 있던 주판을 계산대 위로 거칠게 내리쳤다."예끼, 이 녀석아, 말조심해! 우리 장사치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신용이야. 생면부지인 너희들한테 내가 뭣 하러 거짓말을 해!""우리 점주님은 혼인하신 지 벌써 일 년이나 지났어. 은남현 바닥에서 그 사실을 모르는 자가 없다고!""게다가 우리 점주님은 슬하에 자식도 없으셔. 어디서 굴러먹던 것들이 우리 점주님과 핏줄인 척 수작을 부려!"배은우는 무의식적으로 가게 안의 다른 손님들을 쳐다보았다.여전히 이 끔찍한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객주 천씨의 말을 들은 손님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의 뇌리에 선명하게 각인된 그날의 성대한 혼례를 떠올리는 듯했다.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게 늘어선 납폐 행렬.걸음을 옮길 때마다 길바닥에 흩뿌려지던 동전들.무려 사흘 밤낮으로 이어진 거대한 잔치.평소 관아에서 나누어 주는 죽으로 연명하던 거지들조차, 그 사흘 동안은 배가 터지도록 포식을 했을 정도였다.그뿐만이 아니었다.얼음장 같던 평주 자사는 혼인 후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과거의 그 범접할 수 없던 서늘한 기운은 온데간데없었다. 사람만 만나면 제 집에 있는 꽃처럼 어여쁜 아내 자랑을 늘어놓기 바빴다.장장 일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건만, 두 사람은 여전히 어제 갓 혼인한 신혼부부처럼 꿀이 뚝뚝 떨어졌다.은남현 사람치고 모르는 이가 어디 있겠는가.평주 자사가 사랑하는 아내와 한시도 떨어지기 싫어, 그 산더미 같은 관아의 공무마저 죄다 은남현으로 끌고 와 처리한다는 유난스러운 애처가 행보를.순간, 그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듣고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방금 전까지 어리둥절해하던 아주머니가 마침내 상황을 파악했다.그녀의 안색이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지더니 안으로 들이닥치려던 배도진과 배은우의 앞을 대뜸 가로막았다.이내 거칠게 방문을 내리치자, 나무문이 쾅쾅거리는 요란한 소리를 냈다."어디서 굴러먹던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이야? 여긴 내 집이야, 무슨 놈의 주인을 찾아!""이 골목은 다들 스스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뿐이라고. 댁들이 찾는 높으신 양반 따윈 없으니까 당장 꺼져!"배도진과 배은우가 다시 입을 열려던 찰나였다.쾅!매몰차게 닫힌 문짝이 두 사람의 콧잔등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배도진과 배은우의 얼굴이 한층 더 흉하게 일그러졌다.가슴속에서 걷잡을 수 없는 분노가 들끓어 올랐다.태어나서 단 한 번도 이런 천대와 수모를 겪어본 적 없는 귀한 몸들이었다.이곳이 문서현의 집이 아니었다면, 행여나 강제로 들이닥쳤다가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렵지 않았다면.진작에 문짝을 박살 내고도 남았을 터였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배도진과 배은우는 치밀어 오르는 성질을 애써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은 꾹 참고 다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배은우는 행여나 문서현이 아직도 화가 덜 풀려 자신들을 내치는 것이라 여겼다.눈동자를 굴리던 아이의 머릿속에 불현듯 한 가지 묘안이 스쳤다."어머니, 어머니! 저랑 아버지가 다 잘못했어요.""제발 저희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요. 앞으론 정말 잘할게요!"어린아이의 앳된 목소리가 굳게 닫힌 대문을 넘어 골목 틈새로 퍼져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집 근처로 구경꾼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저 두 사람은 누구야? 여태 한 번도 못 본 얼굴들인데.""게다가 송 씨 아주머니더러 어머니라 부르잖아?""아까 시장에서 본 것 같은데. 계속 길을 묻길래 무슨 큰일인가 했더니, 핏줄을 찾으러 온 거였어?""무슨 헛소리야. 송 씨 아주머니는 시집가서 낳은 애가 벌써 둘이나 있는데!"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가 쉴 새 없이 이어졌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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