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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8화

Author: 유진
“책임진다고? 어떻게 책임질 건데?”

한종훈의 목소리엔 분노가 그대로 묻어났다.

“제가 살아 있다면 지영이와 결혼하겠습니다. 만약 죽게 된다면, 제 전 재산의 수익을 지영이 앞으로 돌려놓을 겁니다.”

백연신의 말이 끝나자, 세 사람은 눈을 껌벅이며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했다.

그저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려왔다. 분명 책임을 진다더니 뒤에 왜 또 죽게 되는 경우가 따라붙는지... 마치 언제든지 죽음을 맞이할 준비를 해놓은 사람처럼!

한지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책임지겠다고요?”

한지영이 먼저 입을 뗐다.

백연신은 당연하다는 듯 눈썹을 가볍게 치켜올렸다.

“그럼 네가 날 책임질래?”

그 한마디에 한지영은 말문이 막혔다.

책임지겠다는 백연신의 말에 한종훈의 분노는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는 잠시 고개를 떨구더니 숨을 고르며 입을 뗐다.

“정말로 책임을 지겠다는 말인가?”

“네!”

백연신의 확신에 찬 말투였다.

한종훈은 한때 앞에 앉아 있는 백연신을 분명 좋은 사윗감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딸이 백연신과 결혼하면 딸이 행복하게 살날만 남았다고 믿었었다. 하지만 다정했던 그 남자는 사고 뒤 돌연 사라졌고, 자기의 확고한 믿음에 발등을 찍혔었다.

그런데... 이제와서 그런 남자에게 또 딸을 맡길 수 있을까?

“이럴 거였으면, 그땐 왜 그렇게 매몰찼나?”

“지영이가 병원에 누워 있던 그때, 자네가 조금이라도 우리 지영이를 생각했다면 퇴원도 하기 전에 헤어지자는 말을 꺼내지 말았어야지. 자네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알고는 있나? 그러고 나서 우리 딸이 어떻게 버텼을지 생각해 본 적은 있나?”

한종훈은 차오르는 감정을 누르려 애썼지만, 끝내 떨림을 숨기지 못했다.

“아빠!”

한지영도 분명 알고 있었다. 그때 그 일이 부모님한테도 큰 상처로 남았다는걸.

“죄송합니다.”

이제와서 백연신이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우리는 자네의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가 필요한 게 아니네.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그만 돌아가게!”

한종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몸을 돌렸다.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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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제 서랍 뒤졌어요?”한지영이 외쳤다.그러자 이해영은 눈을 부릅뜨며 딸을 쏘아붙였다.“손톱깎이 찾으려고 열어봤어. 그런데 이게 나올 줄 누가 알았겠어?! 처음에는 너 또 이상한 다이어트약 먹나 싶어서 약국에 가서 물어보니까, 이건 임신했거나 임신 준비 중인 여자가 먹는 약이라잖아!”한지영은 입술을 꼭 깨물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지영아, 너... 결혼도 안 한 아가씨가 이걸 왜 먹고 있는 거야? 아니면, 설마 너...”이해영은 말끝을 흐리며 얼굴을 붉혔다.그러나 한종훈은 일말의 여지 따윈 없었다.“솔직히 말해. 너... 백연신, 이놈 아이 가진 거냐?!”생각해 보면, 딸이 요즘 따라 자꾸 속이 안 좋다고 토하고, 얼마 전부터 갑자기 그 연우진이라는 애랑도 정리하고 친구로만 지낸다고 하고... 그러다 오늘은 또 백연신이 딸을 집까지 데려다주고... 거기다 얼마 전엔 정체불명의 택배가 한가득 집에 배달됐다. 하나하나 떠올릴수록 한종훈은 모든 퍼즐이 맞춰지는 기분이었다.한지영은 속으로 무릎이라도 꿇을 참이었다. 엽산 약 하나 보고 이 정도까지 맞출 수 있는 사람이라니!딸의 굳은 표정을 본 한종훈은 확신을 얻은 듯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백연신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거의 환갑이 가까운 나이였지만, 분노의 힘이 더해진 주먹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이 자식, 예전엔 우리 지영이 다치게 하고 떠나더니, 이제 와서 또 뭐야? 아직도 부족해? 또 이용할 셈이야?!”한종훈은 주먹으로 계속해서 백연신의 어깨와 가슴팍을 쳤다. 잠시 뒤. 숨이 가빠졌지만, 그의 손은 멈출 기색이 없었다.하지만 백연신은 피하지 않았다. 이미 예상한 듯 말없이 그 자리에 서서 맞고 있었다.“여보, 그만해요! 때린다고 뭐가 달라져요!”이해영이 재빨리 달려와 말리기 시작했고, 한지영도 급히 끼어들었다.“아주 나쁜 놈이야! 때려야 정신을 차리지! 우리 지영이가 그렇게 만만해 보여? 이놈은 지영이를 이용해 먹고 손 털고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은 우리 지영이는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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